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351)
〈 351화 〉 35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5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프루커스 남작. 여긴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엔 너무 소란스럽군. 접견실로 안내하지. 따라오게.”
“네. 재상 각하.”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내 뒤를 따르는 유리아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분위기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신경이 곤두서있음을 눈치 챘다. 평소에 나를 쫓던 유리아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마켈로스의 뒷목에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유리아는 분명 마켈로스에게 살의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살의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처럼 마나를 느끼며 사용할 줄 알고, 전투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을 경우 살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완벽하다. 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른 암살자가 봤다면 살의마저 숨길 줄 안다며 경악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주인이다. 내 입장에서 썩 달갑지 않다.
‘가능성은 한없지 낮지만 유리아가 지금 헬브리트 재상을 죽여 버리면 곤란해지는 걸로 안 끝나겠지.’
나는 유리아에게 오른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둘렀다. 손으로 그녀의 턱과 뺨을 매만지자 분위기와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내 손길을 기꺼워하는 눈치였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조교 한 보람이 있다니까.’
앞만 보고 걸어가던 마켈로스가 조용함에 이상함을 느낀 것일까. 뒤를 살짝 돌아봤다.
“……프루커스 남작. 왜 메이드에게 부축 받고 있지?”
“제겐 심장병이 있습니다. 몸이 긴장해서 그런지 가슴이 조금 아프군요.”
“걷기 힘들 정도인가. 어의들을 불려 주겠다.”
“괜찮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달고 있는 선천적인 병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재상 각하 앞에서 불경을 저질러 죄송하군요.”
“몸이 편찮은 자에게 죄를 물을 정도로 완고하지 않다. 신경 쓰지 말라.”
“감사합니다.”
그가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헬브리트 공작가의 완고함은 귀족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가 왕국의 2인자로 군림하고 있어 따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지, 헬브리트 가문은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주저 없이 학살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걸 누구나가 알고 있다.
‘융통성이 있었다면 유리아의 복수 대상이 되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나는 어느 정도 마켈로스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가 아니었으면 유리아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중증의 결벽증같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유리아가 내것이 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를 봐준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
접견실에서 나와 마켈로스는 서로를 마주보며 앉았다. 내 뒤쪽에는 유리아가 가만히 서있었다. 탁자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주전자와 찻잔이 있었지만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프루커스 남작.”
“네. 재상 각하. 말씀하십시오.”
“시간이 없다. 나는 연회가 잘 진행되는 지 감독해야 하고, 오후에는 국왕 전하께서 연회장으로 오신다. 해야하는 일이 산더미다.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그대의 전속 메이드, 유리아 그레이스의 출신은 헬브리트 공작가인가?”
나는 좀 놀랐다.
마켈로스가 직설적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유리아의 풀네임을 알고 있다는 건 유리아의 조사를 했다는 거겠지.’
마켈로스는 재상이다.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게 물어 확인하는 건 확실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아니면 내게 경고를 하려거나.’
나는 잠깐의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재상 각하. 헬브리트 공작가의 특징이 청은발과 푸른 눈인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청은발과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 헬브리트 공작가 출신인건 아닙니다. 제 전속 메이드인 유리아는 평민입니다. 그리고….”
유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유리아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빠르게 내 뜻을 헤아리고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손을 뻗어 유리아를 끌어안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제 애인입니다.”
보란 듯이 유리아와 입을 맞추었다.
“으응….”
서로의 혀가 오가는 깊고도 질척한 키스였다. 나는 유리아가 평소보다 적극적이고, 평소보다 더 느끼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 이유는 뻔하다. 눈앞에 있는 마켈로스 때문이다.
“…….”
마켈로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와 유리아의 애정행각을 쳐다봤다. 흥분하지 않고 호통도 치지 않는다.
“……그래서 남작. 유리아 그레이스는 내 핏줄인가?”
“재미없으시군요. 저는 지금 막 각하의 코앞에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만?”
“무례의 대가는 곧 치르게 될 거다. 내 질문에 대답해라. 남작.”
내 손은 유리아의 상의 속으로 들어갔다. 손은 익숙하게 움직여 유리아의 젖무덤을 주물럭거렸다.
“하으응….”
유리아가 내 어깨를 잡으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마켈로스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남작. 아직 늦지 않았다. 예를 갖추고 내 질문에 대답하라.”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각하.”
마켈로스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푸른색의 눈동자는 유리아의 것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너무 늦었습니다. 각하.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
마켈로스는 나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듯 시선을 돌렸다. 마치 강아지처럼 내 손길을 즐기고 있는 유리아에게 물었다.
“유리아 그레이스. 네가 대답해라. 너는 나의 피를 이었는가.”
“……아흣….”
“기회를 한 번 더 주마. 제대로 대답하라.”
“아, 주인님…. 못 참을 것 같아요…. 읏….”
마켈로스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루커스 남작. 그대와 그대의 메이드는 이 일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나는 유리아의 목덜미에서 입을 뗐다.
“아. 그렇군요. 네. 대가를 치러야지요.”
당장 나를 죽이려 하진 않을 것이다. 오늘은 국왕의 탄신일이니까. 최소 3일은 안전하다.
마켈로스는 내 말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유리아의 어머니는 기사였습니다.”
“…….”
마켈로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나와 유리아를 쳐다봤다.
“검은 머리의 여자였습니다. 오러 익스퍼트의 실력자였죠. 뭐, 들은 것에 불과한지라 자세히는 모릅니다. 제가 유리아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용병의 탈을 쓴 도적놈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상태였습니다.”
“…….”
“그녀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습니다. 나병환자가 아님에도 나병환자인 척 행동했고, 유리아를 집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남작. 그 여자의 이름은 뭐지?”
“켈리아.”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더군요. 뭐, 그녀가 사용했던 여러 개의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그 여자의 본명은 알고 있나?”
“예. 넬 린스라는 이름이었죠.”
“…….”
마켈로스가 유리아를 쳐다봤다.
부녀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 눈은 가족을 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유리아 그레이스. 기회를 주겠다.”
“……어떤 기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리아가 처음으로 마켈로스의 말에 대답했다.
“네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올 기회.”
“재상 각하. 저는 지금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있습니다.”
“그런가. 알겠다.”
마켈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장담할 수 있다. 마켈로스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나와 유리아를 죽이려 할 것이다.
“유리아. 어떤 기분이야?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나는 그녀의 메이드복을 하나씩 벗기며 물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인지라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헬브리트 공작과 그 가족들을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알고 있어. 너와 한 약속도 잊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
“……기다리겠습니다.”
“고마워. 네가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그날이 기대되는 걸.”
나체의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허리를 흔들었다.
•••
“오늘 이렇게 참석해주어서 고맙소.”
국왕이 왕자와 공주와 함께 연회장에 들어왔다. 국왕은 준비된 왕좌에 앉았다. 국왕은 준비한 연설을 말했다. 아직 패기를 간직하고 있는 척 하고 있지만 알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국왕은 이미 노쇠해 호령할 기력마저 없다는 것을.
나는 왕의 연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국왕의 주위에 있는 금발의 남자와 여자를 쳐다봤다.
에이든 라펠리.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망나니 왕자다. 그리고 현재 다음대 국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무능하지만 헬브리트 공작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에이든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왕국의 실권을 손에 쥐려는 것이다.
왕족이라 그런지 외모만큼은 꽤 잘생겼다.
‘원작에서는 왕좌에서도 앉지 못하고 죽는 놈이지.’
내 시선은 반대쪽으로 향했다. 군침을 삼킬 정도로 예쁜 여자가 있었다.
아일린 라펠리.
라펠리 국왕의 딸. 즉, 공주다.
그녀는 원작에 나오는 히로인 중 한 명답게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금발과 사파이어같은 눈동자. 새하얀 피부와 조각품처럼 아름다운 몸매.
지루함을 느끼며 인상을 미미하게 찌푸리고 있는 에이든과 다르게 은은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서있다. 그녀는 에이든과 비교도 되지 않게 유능하지만, 여자라는 것과 헬브리트 공작가가 정적이라는 것이 큰 문제였다.
‘아 씨… 꼴리네.’
국왕 일가의 옆에는 헬브리트 공작 일가가 있었다.
공작이자 재상인 마켈로스.
그의 아들이자 정식 후계자인 할리오스 헬브리트.
그리고 공작의 부인인 카트린느 헬브리트.
그녀 또한 청은발과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도 무척이나 젊어 보였는데 30대 초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켈로스의 사촌동생이지.’
헬브리트는 공작가는 대대로 근친혼을 한다. 대부분 남매끼리 하는데 마켈로스는 남매가 없어서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다.
헬브리트 공작가의 전통이다. 그 목적은 당연히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것.
이 세계에서도 희귀하지만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찾아보면 근친혼을 하는 귀족가는 제법 있다.
‘몇 백년 동안 근친혼을 해왔을 텐데 유전병의 흔적이 안 보이는군. 판타지 세계라 그런가.’
나는 카트린느 헬브리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한 번 따먹고 싶은데 유리아의 복수대상이다. 머릿속으로 유리아와 저울질 해본 결과 깔끔히 포기해버리기로 했다. 저런 여자보다 유리아의 가치가 몇 천배 이상 높다.
“…축하하러 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오. 연회는 3일 동안 진행되니 편히 즐기다 가시오.”
국왕의 연설이 끝났다.
다음으로 귀족들이 국왕에게 생일 선물을 바쳤다. 이건 사전에 준비된 쇼였다. 귀족들은 특이한 선물이 나올 때마다 감탄했다.
선물 공세 시간이 끝나고 귀족들은 자유롭게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비비 헤올리스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그녀는 젊은 귀족들과 함께 있었다. 약혼자인 젠트는 다른 힘 있는 귀족들을 만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재밌는 대화를 하시고 있는 모양이군요. 저도 끼워주지 않겠습니까?”
“어머. 프루커스 남작님.”
“오오…! 최연소 오러 익스퍼트인 그 프루커스 남작님이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전 동쪽에 위치한….”
그들은 순식간에 내 주위에 모여 떠들어댔다. 나는 적당히 웃으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루커스 남작님! 바시브 메이켈드 남작입니다!”
사기꾼이 선량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메이켈드 남작. 헌데 제가 식견이 낮아서 바시브 메이켈드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군요. 어디 출신이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북동쪽에 위치한 산골 출신입니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조희 가문은 몰락했습니다. 작위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혈통을 제외한다면 널리고 널린 평민이나 다름없어서 조금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왕도에 찾아오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만… 국왕 전하의 탄신일인데 감히 불충을 저지를 수 없어 이렇게 왕도로 찾아왔습니다.”
“충성심이 엄청나시군요.”
“하하. 몰락했다곤 하나 국왕 전하에 대한 충성심까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아까 보니 여러분께서 대화를 즐겁게 나누시고 계시던데…. 어떤 주제의 대화였습니까?”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결국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약초에 관한 대화였습니다. 저는 현재 약초 재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