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55)
〈 55화 〉 055. 코드: XTK
055. 코드: XTK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전설의 블레이드를 15분 동안 해킹 할 수 있습니다.]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해킹은 일단 연결되어 있다면 사이트나, 게임 같은 걸 내 마음대로 해킹 할 수 있었다.
나는 테이커 캐릭터를 바꾸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레벨이 순식간에 200이 된다. 능력치는 전부 99999가 되었고, 장비한 아이템은 게임 최고의 아이템들로 바뀌었다.
캐릭터의 몸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 오오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GM테이커: 이래도 못 믿어?
애니띵: 테이커 님. 아무래도 직접 만나야 될 것 같군요.
•••
래플스와 약속을 잡은 나는 일단 현실로 돌아왔다.
코드: XTK 유희 세계에서 당장 내가 해야 할 건 없었다. 나는 자동 진행을 실행했다.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자동 진행으로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약간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이번 실험은 자동 진행에 관한 것이다.
아바타는 내 행동과 태도,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 뱀파이어 형사의 아바타는 자동 진행을 시키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여자부터 찾는다. 영혜정에 가거나 헤라와 최선미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싸구려 광대 가면을 쓰고 뱀파이어 헌터를 암살하러 움직이지.’
즉, 자동 진행을 하는 아바타는 내 생활 패턴을 따라하는 것이다. 변수가 생기면 마치 나처럼 대응한다. 내가 유희 세계에서 사용한 스킬이나, 특성을 아바타 또한 사용할 수 있다. 신체 능력도 나랑 똑같다. 그러나 인벤토리는 사용하지 못 한다.
‘문제는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것. 짧은 자동 진행은 상관없지만,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해.’
여기서 의문점이다. 내가 유희 세계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실의 나처럼 행동할까? 아니면 아바타의 원래 설정대로 행동할까.’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걸 알아두면 나중에 이용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스마트폰을 지긋이 쳐다보며 코드: XTK의 아바타, 박유진의 행동을 지켜봤다.
아침 7시. 박유진과 룸메이트가 일어나 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 8시. 공장에 출근. 관리부장으로 불리는 중년 남자가 직원들을 불러 모아 오늘 스케줄에 관해 짧게 알려준다. 그리고 곧바로 일을 시작한다.
하는 일은 기계 부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품을 만드는 건 기계가 한다. 사람이 하는 건 기계를 관리하고, 재료를 넣고, 만들어진 부품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박유진은 유난히 관리부장에게 불려가서 잔소리와 구박을 받는다. 내가 볼 땐 박유진이 실수한 건 없었다. 애초에 그가 하는 일은 단순한 반복 작업이니까. 일이 어려운 건 없었다.
박유진은 그냥 관리부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다.
오후 12시.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일을 한다.
오후 2시. 여기서 이변이 발생했다. 박유진이 해킹 스킬을 사용해 관리부장의 스마트 워치를 살펴본 것이다. 박유진은 그가 원자재 일부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판매해 부당이득을 보는 걸 알아차렸다. 박유진은 그 자료를 공장 사장에게 전송했다.
오후 3시. 사장이 관리부장을 찾아왔다. 둘은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했고 언성이 높아졌다. 관리부장은 자신이 잘못 했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사장은 사장대로 관리부장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났다.
직장 내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결국 사장은 경찰을 불렸고, 목에 힘을 주고 버럭 화를 내던 관리부장은 순식간에 쭈구리가 되었다. 이 세계의 경찰은 대상이 조금이라도 반항한다 싶으면 다짜고짜 총을 꺼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박유진은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관리부장을 보며 아무도 모르게 낄낄 웃었다.
오후 6시. 퇴근했다. 저녁은 숙소 근처 가게에서 먹고, PC방으로 가서 게임을 시작했다. 해킹을 사용해 자신의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고는 양학을 하고 있다.
“……박유진은 내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어.”
해킹은 썼지만 그것뿐이다.
만약 내가 박유진이었다면 처음부터 공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관리부장?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었다면 기계를 해킹해 사고사로 죽여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은행을 해킹해 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코드: XTK에선 해킹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확실해. 내가 유희 세계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바타는 원래 설정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내가 성실하게 행동한다면 아바타도 내 영향을 받아 성실하게 행동하겠지.’
아바타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편할 텐데.
‘래플스와의 약속 시간은 오후 9시. 이제 슬슬 래플스를 만나러 가볼까.’
[유희를 시작합니다.]•••
피시방에서 눈을 뜬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해킹의 쿨타임이 2시간 45분 남았습니다.]‘이… 개썅!’
박유진이 양학하려고 게임에 해킹을 쓴 탓에 쿨타임으로 당장 해킹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9시에 래플스 놈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쿨타임이라니!’
지금 시각은 오후 7시 10분. 쿨타임이 끝났을 때는 거의 10시다.
‘래플스 놈들이 해킹 능력을 보여 달라고 할 게 당연하잖아. 이렇게 된 이상 1시간 정도 늦게 가야겠다.’
늦을 것 같다고 애니띵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PC방에서 나왔다.
“…윽.”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도시는 시끄러웠고 금속 냄새가 났다. 여긴 서울의 외곽 쪽의 공장지대다. 썩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가로등도 존재한다. 근데 건물 자체가 크고 죄다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어두운 분위기를 흘리고 있다.
거리에는 1M 크기의 캔 깡통처럼 생긴 청소로봇이 왔다갔다 거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공기 개썩었네! 시발!’
보니까 일부 사람들은 얼굴에 방독 마스크를 쓰고 있다.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나는 어느 한 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 새끼들은 왜 웃통을 까고 편의점 벽에 기대고 있어? 기술은 발전했는데 시민 의식은 반비례로 떨어졌나.’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상체에 문신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나 팔에는 어디 쓰는지 모를 기계가 달려 있다. 이 세계는 인체 개조가 흔했다.
‘단지 멋있다는 이유로 멀쩡한 몸에 기계를 다는 세계지.’
아예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꾸는 것으로 생활이 편해지니까.
그들이 나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이다.
그들이 낄낄 웃더니 나를 향해 중지를 세웠다. 나는 피식 웃으며 현실에서 가져온 권총을 자켓 주머니에서 꺼내 그들을 겨누었다. 그들이 깜짝 놀라더니 편의점 옆 골목길로 헐레벌떡 사라졌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나는 재차 주머니에 권총을 넣었다.
코드: XTK의 한국은 총기 소유가 합법인 세계였다. 아니, 총기 소유는 애교 수준이다. 팔에 중기관총을 다는 놈들도 있다.
나는 거리를 걸었다. 도시의 공기는 씹창나 있었는데 반해, 도시의 건물들은 네온사인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꽤 볼거리가 있었다.
‘진짜 웹툰 세계에 들어오게 될 줄이야.’
거리를 돌아다니던 나는 어느 한 가게 앞에서 멈췄다.
블레이 건 마트.
건 마트(Gun Mart). 꽤 유쾌한 이름의 가게다. 그리고 이름 그대로 총을 파는 곳이었다. 나는 별 고민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크기는 대충 고깃집 수준이었는데 벽은 강철로 되어 있고, 내부에 경비를 서고 있는 인원만 해도 5명이 넘었다. 5명 모두 사이보그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가 나를 쳐다봤다. 오른쪽 얼굴 절반이 기계로 덮여 있었다. 빨간 기계 눈동자가 빛을 내며 지긋이 나를 쳐다본다.
“애송이군. 호신용 총이라도 구입하러 왔나? 원한다면 초보자도 사용하기 쉬운 권총을 추천해주지.”
“여기. 총기도 삽니까?”
“총을 팔러 왔나? 뭐, 제대로 된 물건이라면 못 살 것도 없지. 한 번 꺼내봐.”
나는 그의 앞에 권총을 올려놨다.
HK USP.
HK사의 범용 자동권총.
나는 딱히 권총의 모델을 가리지 않는다. 이것도 대충 쌓여있는 총기 중에 휴대하기 편해서 가져온 것이다.
“와…. 플라스틱? 완전 골동품이군. 설마 이런 걸 가져오는 놈이 있을 줄이야. 내 가게 경력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거 좋은 총인데요.”
“좋기는 개뿔이. 이딴 건 관상용이야. 관상용. 희귀하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 아무것도 없다고.”
권총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권총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한다.
그는 기계로 된 오른팔로 권총을 집고선 이리저리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우. 개조도 안 된 진짜 골동품이구만. 5만원… 아니, 이건 골동품으로서 희귀 가치를 쳐줘야겠군. 상태도 거의 새거나 다름없고… 190만원. 그 정도야.”
“……어, 190만원이라고요? 생각보다 비싸네.”
“이건 개조도 하지 않은 진짜배기 골동품이니까. 총기라면 일단 수집하는 놈들이 적진 않거든. 그 놈들이라면 이것도 군침을 흘리며 사려고 하겠지. HK는 이미 사라진 회사고 말이야. 아마 십년 정도가 지나면 최소 7배는 오를 거다. 진짜 지금 팔 거냐?”
“전 미래가 아니라 오늘만 보고 살거든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나 하지마라.”
나는 그에게 권총을 팔았다. 결제는 스마트 워치로 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데 그의 이름은 ‘김 블레이’였다. 일종의 별명인가 싶었는데, 진짜 본명이 ‘김 블레이’다.
“호신용으론 이 권총을 추천 해주지. 메일 사의 최신 자동 권총이다. 물에 집어넣어도 고장은 아예 안 나는 수준이고 반동도 적어. 애송이에겐 딱이지.”
그가 꺼낸 권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너무 작잖아요.”
“작은 게 좋은 거야. 어차피 호신용이잖아?”
“전 호신용이 아니라 전투용을 원합니다.”
블레이가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는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너 노말이잖나. 몸은 그럭저럭 단련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결국은 사이보그가 아니면 전투용은 다루기 힘들어. 전투를 할 거면 몸부터 개조하지 그러냐?”
노말.
몸에 기계가 없는 일반인을 말한다.
“저 힘셉니다.”
“뭐, 우리 집 개새끼 보단 힘이 셀 것 같긴 해.”
“전 손님입니다.”
“…어이쿠! 그걸 깜박했군.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어. 그래서 애송이 손님. 어떤 전투용 총을 원하나?”
블레이가 태도를 바꿨다. 이게 맞다. 나는 손님이고 그는 내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인이었다.
“범용적인 걸 원합니다. 그리고 위력도 좀 강했으면 좋겠고요.”
“그럼 이걸 추천해주지. 블랙 카이트F.”
“블랙 카이트F? 어떤 총입니까?”
“이런 총이다.”
그가 권총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검은색 권총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UPS와 흡사하게 생겼다. 세세한 부분이 좀 다르긴 하다.
“겉모습은 네가 가져온 골동품이랑 비슷하지. 넌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근데 내부는 완전히 달라. 한 달에 30분 정도 배터리를 전기로 충전해줘야 돼. 탄창은 9mm라면 골동품에 사용하는 것들 까지 포함해 대부분이 들어가지. 위력은 네놈이 가져온 총보다 최소 2배는 더 뛰어나지.”
나는 권총을 들었다. 그립감이 상당히 좋았다. 무엇보다 권총 뒤쪽, 해머 대신에 있는 전자 스크린이 마음에 들었다. 스크린을 통해 장탄 수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좋네요. 얼마죠?”
“700만원. 내가 직접 개조한 물건이라 좀 비싸. 대신 안정성과 내구도는 최고 수준이지. 다른 종류의 특수 탄환을 전부 사용할 수 있고, 1,000발을 연속으로 쏴도 발열 문제도 없지. 네가 원하는 최고의 범용성을 가진 총이다.”
“좋네요. 구입하죠.”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이런 권총 하나쯤은 수집용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까. 거기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간단히 결정하는군. 비실해 보이는 놈이 배포가 대단해. 서비스로 폭렬탄 10발을 주지.”
“이름이 블랙 카이트 F? 무슨 뜻이라도 있습니까?”
“카이트는 내 친구야. 흑인이지. 원래 그거 그 친구가 주문한 물건이거든. 완성되기 전에 갱스터랑 싸우다 뒈져버렸지만. F는 프라이데이. 그 친구가 뒈진 요일이지.”
이름의 유래가 좀 뒤숭숭한 것 같다.
뭐, 내겐 아무래도 좋았다.
“특수 탄환은 뭐가 있나요?”
“폭렬탄, 동결탄, 철갑탄, 가시탄, 전격탄 등이 있지. 그 중에서 폭렬탄이 가장 비싸. 개당 3만원이다.”
“일반 총알은요?”
“개당 400원. 100개 사면 10개가 서비스야.”
“혹시 여기에 단검도 팝니까?”
“나이프는 몇 개 팔긴 한다만, 여긴 총기 전문이다.”
결제를 끝내고 가게를 떠나는 내게 블레이는 말했다.
“네가 어디서, 어떤 놈에게 방아쇠를 당길지는 관심 없다. 그래도 내 손님인 만큼 충고를 해두자면, 괜히 인간의 육체에 의미를 달지 마. 몸을 기계로 바꿔. 그게 더 효율적이다.”
잔소리였다. 나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예. 예. 많이 파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