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67)
〈 67화 〉 067. 뱀파이어 형사
067. 뱀파이어 형사
나는 최선미를 통해 적광 전담부와 한국 흑십자회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최선미가 내게 정보를 갖다 바쳤다.
적광 전담부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전담부에 속한 일원들은 적광이 아니라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가끔씩 적광이라 추정되는 용의자가 생기면 수사하는 것 정도가 하는 일의 전부다. 상층부도 적광에 대해선 거의 포기 상태라고 한다.
‘전담부가 해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적어도 적광 전담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겉으로는 적광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는 뜻이 되니까.’
경찰은 언젠가 사람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적광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라는 어필을 하기 위해 전담부를 이용할 것이 분명했다.
‘흑십자회는 아예 분위기가 장례식장이라지?’
실제로 장례식도 치렀다. 내가 죽인 뱀파이어 헌터들의 장례식이다. 나는 그 이후로 뱀파이어 헌터 암살 짓을 관뒀다.
한국 흑십자회에 남아 있는 뱀파이어 헌터는 이제 10명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적광뿐만이 아니라 다른 뱀파이어도 신경 써야 한다.
‘내가 두려워서 정신병 생긴 흑십자회 직원들이 좀 있다던데. 안 됐다.’
영국과 미국 쪽 흑십자회에 지원 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한 모양이다. 한국 흑십자회 본부장 이문현이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뭔가 하는 것 같다는 정보를 받긴 했는데, 걱정은 되지 않는다.
한국 흑십자회는 이미 영향력을 잃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뭣 모르고 날뛰는 뱀파이어들을 억제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문지혁은 칸트라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허탕만 치고 있지.’
애초에 문지혁은 한국에서 칸트라를 쫓고 있다. 한국의 뱀파이어들 중에서 칸트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극소수다.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생명의 구슬에 관해선 전혀 모른다.
지금 문지혁은 허공에 삽질을 하고 있는 꼴이다.
‘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어. 그래야 문지혁이 원작처럼 도리스를 뒤쫓지. 강욱성에 대해 알려줘야 하나?’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강욱성은 똑똑한 놈이다. 내가 문지혁에게 정보를 알려줬다는 사실도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강욱성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그런 편리한 브로커는 좀처럼 없으니까.’
고민 끝에 스마트폰을 꺼내 문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테이커 – 생명의 구슬에 대해선 어디까지 알아냈어?
문지혁 – 진전이 없다. 숨어 있는 뱀파이어 몇몇을 찾아내 물어봤는데 칸트라에 대해서도 모르더군.
문지혁 – 어쩌면 직접 유럽에 가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테이커 – 그 칸트라에 대한 정보가 있어.
테이커 – 이번에 칸트라의 간부가 일본에서 부 산쪽으로 밀항해 온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문지혁 – 그런 고급 정보를 얻었을 줄이야. 역시 테이커군.
문지혁 – 밀항의 정확한 날짜나 간부의 특징은?
테이커 – 몰라. 칸트라 자체가 유럽 쪽을 지배하는 뱀파이어 조직인지라, 정보 자체가 얻기 힘들어.
테이커 – 다만 칸트라의 간부가 진조인건 확실해.
문지혁 – 진조라면 초능력을 가지고 있겠군.
여기서 멈칫했다.
나는 당연히 원작을 통해 도리스 지글러의 초능력을 알고 있었다.
‘가르쳐 줘도 되나? 원작에선 몰랐어도 잘 추적했는데…. 지금의 문지혁과 원작의 문지혁은 조금 달라.’
원작의 문지혁은 여러 사건을 겪고 해결하며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허나 지금의 문지혁은 내용이 뒤틀리면서 해결한 사건이 별로 없었다.
‘특히나 저번 새벽 그룹 본사 폭탄 테러 사건 이후부터 좀 달라졌지. 순해졌다고 해야 하나? 독기가 빠졌어.’
지안석을 막지 못했던 게, 꽤 큰 정신적 충격이었나 보다.
테이커 – 이것도 소문일 뿐인데. 칸트라의 간부 중에는 순간이동 초능력을 가진 진조가 있다더라.
문지혁 – 순간이동이라고?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라면 굳이 배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
테이커 – 진조의 초능력에는 제약이 있어. 국가와 국가를 이동 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 이미 뱀파이어가 세계를 지배했겠지.
테이커 – 10M. 순간이동의 최대 거리가 대충 그 정도라 하더라.
문지혁 – 충분히 사기적인 능력이군.
문지혁 – 고맙다.
테이커 – 뭘. 이게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테이커 – 아, 추가로 문 형사를 뱀파이어로 만든 진조 말인데.
원래라면 얼마 전에 문지혁에게 잡혀야 했던 놈이다. 그러나 미래가 뒤틀리면서 지금도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에 숨어서 행동하고 있다.
문지혁 – 설마. 그 놈을 찾은 거냐?!
테이커 – 찾았어. 신원까지 조사해냈지.
테이커 – 이름은 임모운. 나이는 28. 가진 초능력은 변신이야. 낮에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고 밤에는 대략 3시간 동안 겉모습을 바꿀 수 있어. 여자로는 못 변하고, 목소리도 안 변해.
문지혁 – 대단하군. 그렇게 자세하게 조사했을 줄이야.
테이커 – 사실 놈에 대해 알게 된 건 좀 됐어. 확인하기 위해 놈의 근처 CCTV를 해킹해서 관찰 좀 했지.
테이커 – 거주지는 현재 신당역 근처 오피스텔.
문지혁 – 놈은… 죽여야 하나?
원작에서 뱀파이어가 잡히면 교도소에서 죽는다. 정부에서 알아서 뱀파이어는 비밀리에 죽여 버리기 때문이다.
교도소는 어디까지나 일반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뱀파이어를 넣어봤자 그 타고난 신체능력을 이용해 탈옥을 시도할게 뻔하다.
테이커 – 교도소에 끌려간 뱀파이어는 결국 죽어. 마음대로 해.
테이커 – 참고로 진조는 일반 뱀파이어 놈들보다 더 위험한 놈이야.
나는 문지혁이 임모운을 체포할 거라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체포했으니까. 뭐, 임모운은 교도소로 이송된 다른 뱀파이어처럼 결국 죽지만.
문지혁 – 죽여야겠군. 진조는 너무 위험해.
문지혁의 반응은 의외였다.
‘뭐지. 문지혁이 변했어. …적광 때문인가?’
테이커 – 마음대로 해.
•••
11월 19일.
임모운이 문지혁의 손에 죽었다.
은도금을 한 나이프에 가슴이 찔린 임모운은 즉사했다.
문지혁은 낮에 임모운의 집에 몰래 찾아들어가 그 심장에 냅다 나이프를 찌른 모양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복수를 끝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임모운을 죽인 문지혁은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밀입국으로 찾아올 뱀파이어 진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문지혁. 이 새끼 좀 냉정해졌네. 그리고 생명의 구슬에 묘하게 집착한다? 원래 이 정도로 집착하는 건 아니었어.’
이상함을 느낀 나는 문지혁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사실 조사라 할 것도 없었다. 문지혁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거니까. 문지혁의 번호를 알고 있기에 멀리 있어도 스마트폰을 해킹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럴 경우 해킹 유지시간이 좀 짧아진다.
‘아하.’
통화 내역과 채팅 내역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여자 주인공인 양정민 때문에 문지혁이 크게 변했어.’
원작에서는 적광 전담부가 아닌 형사과에서 일하며 일에 치여 산다. 계속 일어나는 사건에 연애를 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원작 드라마의 연애 비중이 매우 적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근데 적광 전담부에 들어오면서 시간에 여유가 생겼지.’
그 여유 시간으로 양정민과 연애를 했다.
나는 문지혁과 양정민의 통화 기록과 채팅 로그를 싹 다 훑어봤다.
형사의 직업병인지, 문지혁은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했다. 아무리 시시한 내용이라도 삭제하지 않고 저장한 것이다. 나는 문지혁과 양정민의 풋풋한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키스는 했는데 아직 빠구리는 안 했네.’
이해는 간다. 그 둘은 동정과 처녀다. 설상가상으로 연애도 처음이다. 진도를 빼기 힘들 것이다. 문지혁은 문지혁대로 선비 기질이 있는 놈이니까.
‘문지혁 이놈은 아예 양정민에게 푹 빠졌구만.’
내가 실실 웃었다.
지금 당장 양정민의 집에 쳐들어가서 양정민을 강간할까? 양정민의 부모는 내게 아무런 위험도 되지 않는다. 그 둘의 눈앞에서 양정민을 범할 수도 있다.
‘……아니, 아니야. 문지혁을 이용하고 난 뒤라도 늦지 않아.’
양정민이 강간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문지혁의 멘탈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돌발행동을 저지르면 내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꼴을 보아하니 올해 안에 섹스하기엔 글러 보이니까. …음. 아니지 크리스마스에는 가능성이 있으려나?’
나는 킬킬 웃으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살펴봤다.
요즘은 어떤 사이트든 적광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적광 님! 제발 제 직장상사 좀 죽여주세요!
-쓸모없는 경찰들은 또 삽질 중이냐?
-적광이니 뭐니. 그 살인마 새낀 도대체 언제 잡히는 거임?
-적광 잡히면 100% 사형일 듯. 초능력자인데 살려두는 게 말이 안 되지.
-적광의 칼끝은 빛나고 칼날은 심판을 내린다.
-아 ㅅㅂ 적광 빠돌이 ㅈㄴ 많네. 오늘 길거리에서 죄다 적광 가면 팔더라. 물론 나도 샀음.
-적광의 검술! 인천 천혜검술관에서 가르쳐 드립니다!
-슈퍼 히어로 적광! 요즘 잠잠하던데 뭐하는 중임?
인터넷은 평소와 같았다.
•••
‘찾았다.’
아침 8시경. 문지혁은 일본에서 오는 배를 타고 몰래 입국한 외국인을 발견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30대 중후반이다. 정장위에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겉모습은 매우 깔끔해서 영국 신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다.
문지혁은 100M 이상 떨어져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 그러나….’
문지혁의 왼손에 작은 수은 거울이 있었다. 아까 외국인과 스쳐지나가면서 수은 거울을 통해 확인했다. 외국인은 수은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즉, 뱀파이어다.
문지혁은 남자를 조용히 미행하면서 테이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문지혁 – 칸트라의 간부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자를 찾았다. 뱀파이어다.
문지혁 – (사진1) (사진2)
문지혁 – 서류 가방에 생명의 구슬이 들어있는 것 같다.
테이커 – 아. 얼굴까지 잘 찍었네. 잠시만. 조사해볼게.
‘상대는 적광과 같은 진조 뱀파이어다. 거기다 칸드라의 간부다. 감각이 예민하겠지. 더 거리를 벌려야겠어.’
200M를 벌렸다. 솔직히 이 정도 거리도 불안했다. 마음 같아선 500M 거리에서 미행하고 싶었다.
‘이 거리가 적정선이야.’
테이커 – 이름은 도리스 지글러. 나이는 외모와 다르게 60대야.
테이커 – 내가 전에 말했던 순간이동 초능력을 지닌 진조가 맞아.
문지혁 – 가방을 빼앗기 힘들 것 같군. 좋은 방법 없나?
테이커 – 저격으로 쏴 죽이는 거? 근데 그것도 힘들걸.
테이커 – 일단 미행해서 정보부터 모아. 지금 막 한국에 도착했을 테니 잔뜩 경계하고 있을 거야.
문지혁도 테이커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무리 지금이 낮이라고 해도 도리스가 순간이동을 사용해 도망가면 답이 없다.
‘일단 정보를 모은다. 저번에 순간이동의 거리가 10M 내라고 했다. 그 정도면 작전을 잘 짜면 대처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리볼버의 감촉이 느껴졌다. 테이커를 통해 구한 리볼버다. 리볼버에는 당연히 은탄이 장전되어 있다. 진조를 죽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반드시 생명의 구슬을 얻어 인간으로 돌아간다. 인간으로 돌아간 후에… 정민 씨에게 프러포즈 하자.’
도리스는 태연하게 한식집으로 찾아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이후에 차가 한 대 찾아와 도리스를 픽업하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문지혁 또한 그 차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지혁은 곧 얼굴을 찌푸렸다.
‘……들켰다. 날 따돌리려 한다.’
문지혁은 혀를 찼다. 아예 대놓고 접근할 수는 없었다. 상대쪽 차량에는 최소 3명 이상의 뱀파이어가 타고 있을 게 분명하다. 수적으로 밀린다.
‘여기선 일단 보내주는 수밖에.’
적당히 따라가다가 따돌림당한 척한 문지혁은 차를 멈추고 테이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문지혁 – 놓쳤다. 날 눈치 챈 것 같다.
테이커 – 차 번호 조회 끝났어. 생각대로 대포차야.
테이커 – 근데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목적지를 유추 할 수 있어.
문지혁 – 정말이냐? 목적지가 어디지?
테이커 – 설악산.
테이커 – 도리스가 가지고 있는 건 생명의 꽃이야. 생명의 꽃은 자연의 기운, 정기를 흡수해 열매를 맺어. 그리고 지금 시기가 한반도의 정기가 300년 만에 가장 충만한 시기야.
테이커 – 설악산은 한반도 정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곳. 정기를 흡수한다면 그곳이 제격이지.
문지혁 – 알았다. 지금 당장 설악산으로 향하지. 차는 버려두고 열차를 타는게 더 빠르겠군.
테이커 – 놈들은 차로 움직일 거야. 뱀파이어니까 결국 일의 진행은 밤에 시작하겠지.
문지혁은 순간 이질감을 느꼈다.
테이커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우연이겠지. 테이커는 믿을 수 있다. 지금까지 테이커는 내게 거짓 정보를 준 적이 없어.’
무엇보다 얼마 전에는 테이커의 정보 덕분에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임모운을 죽일 수 있었다.
‘지금은 나 혼자서 놈들을 상대할… 아니, 생명의 구슬을 빼앗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