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00)
세계 포르노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굴까?
휴 헤프너? 래리 플랜트?
미국은 청교도국가인 만큼 초기에는 금욕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둘은 정부와 맞서서 표현의 자유와 포르노의 합법화를 이끌어냈다.
이후 포르노산업은 미국의 호황기와 맞물려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둘은 플레이보이즈와 허슬러라는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웠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서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포르노 제국이 등장했다. 바로 페이스잇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OTK컴퍼니다.
플레이보이즈 기고가 닐 더든은 이렇게 평가했다.
“만약 강진후가 적기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페이스잇은 그저 그런 포르노 사이트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포르노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 * *
페이스잇은 창업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포르노업계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유료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수익 역시 크게 늘었다.
페이스잇은 그 수익을 계속해서 신산업에 재투자했다. VR포르노, 버추얼섹스, 댄싱래빗 인수, 자체 콘텐츠제작 등등.
다른 제작사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하는 콘텐츠는 페이스잇 외에도 다른 여러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된다. 그러나 페이스잇이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오직 페이스잇을 통해서만 서비스된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포르노는 남녀 배우와 실내공간만 있으면 된다. 때문에 포르노 제작사들 상당수는 영세한 규모였고, 적은비용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찍는 것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이룬 페이스잇은 달랐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었고, 이제까지 보지 못한 양질의 포르노를 만들었다.
이에 AVN 어워드(미국에서 열리는 포르노 시상식 행사, 일명 포르노의 오스카상)를 페이스잇이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자체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페이스잇 유료가입자는 계속 증가했으나, 시장지배자로 올라선 지금에는 증가세가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만족해도 되겠지만, 창업자인 토비 스트롱과 제라드 베이컨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포르노를 보여줘야 하는데.”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다음에는 무슨 포르노를 내놓을까 기대하고 있어.”
작년에 인수한 성인용품 회사 댄싱래빗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고, AI와 유명 여배우의 음성이 삽입된 섹스돌 등도 제작하는 중이지만, 당장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콘텐츠 투자를 계속 늘리기 위해서는 유료가입자를 더욱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새롭게 등판한 인물이 바로 한국계 미국인 제인 정. 원래 투위터의 임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얼마 전 페이스잇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IT회사에서 포르노회사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두 가지. 토비와 제라드의 비전에 흥미를 느꼈고, 포르노산업의 성장세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페이스잇 CCO(최고 콘텐츠 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녀는 둘에게 말했다.
“가입자를 늘리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않나요? 페이스잇은 미국인구의 절반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는데, 왜 나머지 절반은 공략하지 않는 건가요?”
여기서 나머지 절반은 바로 여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페이스잇에 여성가입자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포르노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남성가입자가 압도적이었다.
반신반의 하는 둘에게 제인 정은 딱 잘라 말했다.
“세상에 포르노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다만 볼만한 포르노가 없을 뿐이죠.”
그녀의 주도 아래 페이스잇은 본격적으로 여성향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투자자들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과연 여자들이 포르노를 봐봐야 얼마나 보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OTK컴퍼니 부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투자금이 더 필요하면 지원해줄 테니, 진행해보세요.”
제인 정은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성가입자들이 많이 본 영상들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시나리오를 짜고, 감독과 배우를 뽑았다.
다짜고짜 옷부터 벗는 기존 프로노와는 달리 스토리에 맞춰서 진행됐다. 영상뿐 아니라 여성 음악감독을 따로 섭외할 정도로 음향에도 크게 신경 썼다.
이러다 보니 제작비는 웬만한 인기 드라마나 B급 영화와 맞먹을 정도로 크게 불어났다. 주변의 우려에도 제니 정은 성공을 자신했다. 그리고 페이스잇은 여성향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해 콘텐츠를 선보였다.
바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여성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존 디키(가명)는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 그리고 (침대 위에서)매너 있는 행동 등으로 인해 미국 중년여성들의 (포르노)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영상을 보기 위해 4, 50대 여성가입자가 몰릴 정도였다.
다음 영상은 언제 올라 오냐는 문의가 빗발쳤고, 제니 정은 존 디크를 주인공으로 한 시즌제 포르노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 * *
포르노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인터넷에서는 공방이 이어졌다.
-만약 포르노가 합법화 되면, 페이스잇이 한국에 진출하겠네.
-그럼 강진후만 이득 보는 거 아니냐?
-설마 이러려고 규제개혁하자고 말한 건가?
-누가 종북좌파 아니랄까봐 문란하네. 자유니 뭐니 외쳐도 결국 방종을 원하는 거지.
-강진후는 싫어도, 페이스잇의 한국 진출은 환영이다.
-언제까지 불법으로만 볼 건데?
-안 보면 되지 않나요?
-사람이 어떻게 밥 안 먹고 삽니까?
TV에서는 긴급하게 관련 토론을 편성했다. 나에게 토론자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거절했다.
이제 포르노 얘기는 그만 좀 하고 싶다.
포르노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본사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처음에는 여성단체가 중심이었으나, 유교단체, 종교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합류했다.
좋은 광화문광장이나, 시청광장 놔두고 굳이 여기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OTK컴퍼니가 세계 최대 포르노업체인 페이스잇의 대주주이기 때문.
난 한숨을 내쉬었다.
“환장하겠네.”
어째 요즘 들어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는 것 같다.
택규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시위를 하려면 여기가 아니라 페이스잇 본사 앞에 가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미국은 먼가 보지.”
참고로 페이스잇 본사 앞에서는 미국 여성단체의 시위가 자주 벌어진다. 토비와 제라드는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지만.
‘안전하게 아이 키우는 학부모 모임’ 일명 ‘안아키’ 회장이 확성기를 든 채 소리쳤다.
“저는 이 자리에 안아키의 회장으로서 나온 게 아니라, 중학생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나왔습니다! 제 아들들은 야동이 뭔지도 모른 채 안전하고 건전하게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호기심 많습니다! 호기심 천국입니다! 그런데 포르노가 허용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오로지 야동만 보지 않겠습니까? 야동은 불건전하고 자극적입니다! 공부할 시간에 야동 보다보면 시험문제 하나 풀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수능도 못 보고, 대학도 못 갈 것입니다! 그럼 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택규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과연 엄마의 믿음대로 애들이 야동을 안 보고 있을까?”
“흐음.”
아마 몰래 보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작 학교 다닐 때 야동 많이 본 너는 한국대에 잘만 들어갔잖아.”
“……별로 안 봤어.”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해? 렛츠 페이스잇. 토비와 제라드를 생각해봐.”
“…….”
그 둘은 너무 솔직하지 않나?
익명의 네티즌의 청원으로 시작된 논란의 불씨는 이제 국회로 옮겨 붙었다. 이유는 이정혜 의원이 발의한 포르노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때문.
이미 법안발의에 필요한 요건은 갖춰졌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진행될 것이다.
벌써부터 네티즌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 통과될 수도 있겠는데.”
이 법안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단체에서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반대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
택규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아스팔트 위에도 장미가 핀다고, 국회에도 용자가 한 명쯤은 있을 법한데.”
* * *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 현재 법사위원장은 새정치당 홍의화 의원이다.
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회의 자리에서 이정혜 의원은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음화제조, 음화반포, 불법정보의 유통금지법 등, 음란물을 규제하는 법률이 엄연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불법음란물의 온상이 되는 동안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건전한 성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법을 강화해 불법음란물을 근절시켜야 합니다.”
법안을 만든 건 이정혜 의원이지만, 새정치당 의원들도 발의에 참여한 만큼 별 문제없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바로 남성귀 의원이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지지난 총선에서 새정치당 비례대표 19번에 이름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새정치당은 1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아슬아슬하게 탈락하나 싶었는데, 비례대표 7번이 개인사정으로 탈당하고, 15번이 비리로 제명되며 다음 순번인 그가 운좋게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지난 총선에서는 경기지역에 출마했고, 자유국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0.3퍼센트라는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이겨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모든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였고, 네티즌들은 그에 럭귀가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대체 성인이 포르노를 보는 게 뭐가 그렇게 큰 문제입니까?”
이제까지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던 그였던 지라 법사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국민들이 바보입니까? 정부가 포르노 금지시키고 단속한다고 하면, 안 볼 것 같습니까?”
정신을 차린 이정혜 의원이 말했다.
“그러니까 법을 강화해서 못하게 막아야죠.”
“그럼 그동안은 처벌이 약해서 포르노를 봤겠습니까? 천만에요. 처벌과 단속을 강화할수록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 겁니다. 성욕은 식욕과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걸 합법적이고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구요. 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정혜 의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인터넷상의 불법포르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입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어요!”
남성귀 의원은 차분하게 반박했다.
“여가부도 그렇고, 의원님도 그렇고 불법촬영물과 리벤지 포르노를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포르노를 동일시하며 얘기하고 있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뭐가 다릅니까?”
“그럼 사람을 패는 폭행영상과 주인공들이 싸우는 액션영화가 같습니까? 불법촬영물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포르노는 제작사가 성인남녀에게 출연료를 지급하며 제작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의원님. 그 여성들이 포르노를 찍고 싶어서 찍었겠어요?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찍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들도 피해자입니다!”
이는 여성단체가 주장하는 논리와 똑같았다.
당사자가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 자체가 권력관계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원님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포르노를 규제하지 않아 수많은 여성들을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건데, 여성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의원님께서 로날드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항의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아, 아니, 그건 미국 얘기구요. 여기는 한국이에요.”
“좋습니다. 그럼 에로영화와 누드화보 찍은 여자들도 다 피해자일 텐데, 이건 왜 규제하지 않는 겁니까? 에로영화 제작사 사장들 다 처벌하실 겁니까?”
“그건 실제로 성행위를 하지는 않잖아요!”
“래리 플린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살인은 불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하면 퓰리처상을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하면 감옥에 간다’라고. 선진국들 중 포르노를 불법으로 규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성적인 욕구를 지닌 성인이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입니까? 그래서 인권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포르노를 허용하는 겁니다.”
남성귀 의원은 서류뭉치를 꺼내들었다.
“제가 가지고 온 자료는 세계 포르노산업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미국에서만 연 20조 원 규모입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포르노산업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고, 고용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만 갈라파고스처럼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금 남성귀 의원님께서는 포르노를 합법화하자는 겁니까?”
“저도 당장 전면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무조건 불법으로 막기보다는 합법화시켜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규제 아래 합법적으로 제작되고 유통되는 포르노를 보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건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증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정혜 의원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국민들이 음란한 포르노를 막 보고, 음란한 상상을 막 하고. 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러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안 봤습니까?”
“뭐, 뭐라구요?”
“정부가 국민들의 성욕까지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게 금주법과 다를 게 뭡니까?”
할 말이 없어진 이정혜 의원은 버럭 소리쳤다.
“이보세요! 성귀남 의원님!”
남성귀 의원 역시 소리치며 맞받아쳤다.
“성귀남이 아니라 남성귀입니다. 국민들이 법안발의에 서명한 의원님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십선비라고 부릅니다, 십선비.”
이정혜 의원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
“뭐예요? 십선비? 어디서 나한테 쿠사리야! 사퇴하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