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15)
긴급장관회의가 소집됐다.
각 부처의 장들은 헐레벌떡 총리관저로 달려왔다. 그들 중에는 공적연기금의 투자총괄책임자 나미키 코지도 있었다.
오카자키 총리는 소리치듯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피해금액이 얼마라고?”
“현재 종가 기준으로 2조1천억 엔입니다.”
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총리와 각 부처 대신들은 천문학적인 일본의 예산을 좌지우지한다. 그런 그들에게도 2조 엔은 경악할 만한 금액이었다.
이게 해킹이나 테러가 아니라, 주문실수로 벌어진 사고라고?
마쓰카타 류타로 재무상이 물었다.
“이상주문 감지 시스템이 있었을 것 아닌가?”
“이, 일전에 서버점검 때문에 오류가 날까봐 정지시켜놨다고…….”
“서버점검은 저번 달이었잖아!”
“다시 켜는 걸 깜빡했다고 합니다.”
“그, 그럼 승인절차는? 직원이 실수했더라도 위에서 확인하고 걸러냈을 텐데.”
“그, 그게…….”
매매를 등록하면, 몇 단계의 승인을 거쳐야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원래는 다섯 단계였으나,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며 세 단계로 줄였다. 그런데 그것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누구 하나라도 제대로 확인다면, 절대 일어날 리 없는 사고였다.
“대체 어디서 주식을 사갔나?”
“일단 골든게이트에서 매수한 것으로 확인했고, 지금 확인 중에 있습니다.”
순간, 다들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나마 일본 내에서 거래가 이뤄진 거라면, 거래를 취소하거나 회수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투기자본이 사갔다면? 그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띠리링!
나미키의 핸드폰이 울렸다. 오카모토 외무상은 호통을 쳤다.
“지금 회의 중에 뭐하는 건가!?”
“아! 니시다증권의 연락입니다.”
마쓰카타 재무상이 말했다.
“어서 받아보게.”
“아, 알겠습니다.”
나미키는 핸드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뭐? 그, 그게 정말인가?”
그의 얼굴은 한 순간에 사색이 됐다.
하야시 관방장관이 다급하게 물었다.
“뭐라고 하나?”
“골든게이트 한국지사에서 주문이 나왔고, 아무래도 OTK컴퍼니가 사간 것 같다고 합니다.”
“뭐? 1497만 주를 가져간 게 OTK컴퍼니라고?”
“그, 그렇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오카자카 총리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OTK컴퍼니라고? 그 강진후?’
오카자키 총리는 방금 전 리쑤웨이 상무부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강진후와 얽히면 좋은 꼴을 못 본다고 했던가?
최근 일본은 요시자와 마사루의 죽음을 이슈화시키며, 정치권까지 나서서 카로스와 강진후를 비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다.
‘하필 OTK컴퍼니라니!’
일본 내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거나, 일본기업과의 거래가 많은 기업이라면, 일본정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OTK컴퍼니는 일본과 큰 관련이 없다. 그나마 찾자면, 페이스잇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
게다가 강진후가 가진 자산과 워싱턴 정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일본정부가 쉽게 컨트롤하기 힘든 상대였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골든게이트 한국지사 연락해봤나?”
“고객정보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고, 정상적으로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는 자신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합니다.”
“OTK컴퍼니 쪽은?”
“연락이 안 됩니다.”
일부러 연락을 피하는 건가? 과연 강진후는 그 주식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든 주식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마쓰카타 재무상이 물었다.
“일시적으로 주식거래를 막을 방법이 있나?”
“법적근거가 없습니다.”
신흥국의 성장성은 선진국보다 높고, 주식 수익률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만 보면 자본이 다 신흥국으로 몰려가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전 세계 투자금 80퍼센트 이상이 선진국증시에 들어가 있다.
그 이유는 자본은 수익성 이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아무 근거 없이 임시조치를 취했다가는 일본금융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골든게이트가 한국 증권사라면 모를까, 미국 증권사라서, 미국 측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골든게이트는 세계최대 IB이자 미국증권사. 국제금융계와 미국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거래정지를 시킨다고 한들, 계좌 소유권 자체를 자전거래와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법인을 걸쳐 다른 곳으로 빼돌리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나미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닙니다. 강진후도 생각이 있다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할 겁니다.”
상황의 심각성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잘못 대처했다가는 목이 날아가게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식을 되찾아야 한다!
오카자키 총리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무리 주문실수가 발생했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좋게 매수한 거지?”
‘이건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지 않은가?’
마쓰카타 재무상이 말했다
“일단 거래내역을 조사해보겠습니다. 한국정부에도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오카자치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즉시 주한대사를 청와대로 보내게.”
“대사는 지금 한국에 없습니다.”
오카모토 외무상의 대답에 오카자키 총리는 호통을 쳤다.
“주한대사가 한국에 없으면 대체 어디 있다는 건가!?”
그러자 그는 당황하며 말했다.
“도쿄에 와있습니다. 총리께서 항의표시로 귀국시키지 않으셨습니까?”
“…….”
* * *
주문실수로 나간 물량이 전부 체결되자, 토요타 주식은 다시 14만5천 엔 선에서 거래됐고, 종가는 14만1천 엔이었다.
니케이지수는 -1.24퍼센트에서 마감했다. 장은 끝났지만, 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당장 유럽증시가 출렁거렸다.
인터넷과 TV에서는 긴급속보가 떴다.
[니케이지수 폭락! 원인은?] [니시다증권 주문실수 사고발생!] [(속보) 토요타 주식 약 15만 주, 1엔에 거래.] [공적연기금이 보유한 토요타 주식, 실수로 전량매도!] [손실액 2조3천억 엔 추정] [팻 핑거로 인한 최악의 금융사고!] [공적연기금과 니시다증권 모두 아직 입장발표 없어.] [누구의 책임인가?]일본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공적연기금이 어떤 곳인가? 일본 전역의 노동자들이 수십 년 동안 납입한 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금액은 무려 2조3천억 엔!
심지어는 세금도 아니고, 국민들의 노후자금이다! 그 천문학적인 돈이 한순간에 증발한 것이다!
한국 역시 경악하기는 마찬가지.
-와씨! 미쳤네.
-2조3천억 엔 주문실수가 말이 되냐?
-안 될 건 뭐임? 서성증권은 없는 주식을 110조 원 어치 발행했는데.
-그건 유령주식이고. 이건 실물주식이 거래된 거잖음.
-일단 일본공적연기금 쪽에서 구상권 청구 들어가겠지. 2조3천억 엔 물어내라고.
-니시다증권에 그 돈이 어디 있음?
-못 물어내면 파산각이네.
-ㅋㅋㅋ쟤들 진짜 어쩌냐?
-그래서 대체 어디가 사간 거야?
-저거 돌려받을 수 있나요?
-법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사간 곳이랑 잘 협상해서 돌려받습니다.
-알베르트 매니지먼트 같은 벌처펀드나 헤지펀드 같은 곳에서 사갔으면 답이 없는 거고.
-이거 완전 꿀잼인데.
* * *
일본 장마감 몇 시간 후.
우리는 골든게이트 한국지사 지사장실로 불려갔다.
직원들은 퇴근할 생각도 못한 채 정신없이 움직였다. 현주 누나는 진이 빠진 모습으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입에는 담배를 물고 손에는 라이터를 들었다. 다행히 아직 불을 붙이기 전이다.
괜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택규는 슬쩍 말했다.
“간접흡연은 우리 건이에게 안 좋아, 누나.”
“입 다물어.”
“넵.”
옆에 있는 엘리는 조심스럽게 금연껌을 내밀었다.
현주 누나는 담배를 물고있던 뱉어내고, 껌을 입에 넣었다. 새해부터 금연결심이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봐.”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택규는 마치 변명을 하듯 상황을 설명했다.
얘기가 끝나고 나자 현주 누나는 골치 아프다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눌렀다.
“그러니까 진후가 화장실 간 사이 니가 토요타 주식을 매수하려고 들여다보다가 뜨자마자 바로 클릭했는데, 그 상황이 벌어졌다고?”
“응. 바로 그거야. 역시 우리 누나는 이해가 참 빨라.”
현주 누나는 버럭 소리쳤다.
“그게 말이 돼!?”
택규는 특유의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시렁거렸다.
“아니, 말이 되든 안 되든 거래가 이뤄진 걸 나보고 어쩌라고? 주문실수는 그쪽이 냈는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해?”
엘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이상하네요. 주문실수를 방지할 여러 안전장치가 있었을 텐데요.”
“제대로 작동을 안 한 거지. 규정과 원칙을 지켰다면 사고가 왜 일어나겠어?”
맞는 말이다.
문득 예전에 책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났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죠.”
이 말을 누가 했더라?
엘리는 반색했다.
“아! 마크 트웨인 말이죠? 저 그 작가 좋아해요.”
어렸을 때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그는 금광에 투자했다가 재산을 다 날려먹고 큰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으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돈이란 창작의 중요한 원동력이지.
현주 누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난 택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얘가 이상하게 운이 좋은 거죠.”
예지를 봤기 때문이지만,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싸게 판다는데 안 살 사람은 없다. 토요타 주식이 1엔에 나오자 기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재빨리 주문을 넣었다.
어떤 곳은 0을 너무 많이 누르다가 늦었고, 어떤 곳은 100주, 200주씩 가져갔다.
주문은 0.0001초 차이라도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처리된다. 동시에 주문이 들어올 경우 주문량이 많은 쪽이 선순위를 갖는다.
우리랑 동시에 주문이 들어간 곳도 한둘이 아닐 테지만, 우리 물량이 가장 많았고, 운 좋게 쓸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돈 벌었으니 좋은 거 아니야? 생각해봐. 누나 지분가치도 그만큼 늘어난 거야.”
현주 누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2조3천억 엔이라니.”
산업으로 이 정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받고, 공장을 세우고, 사람을 뽑고, 물건을 만들고,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적어도 수년에 걸쳐서 100조 원 이상 투자해야, 이런 수익이 날까 말까다.
그런데 우리는 고작 1497만 엔의 자본금으로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들였다. 이런 게 금융이 가진 무서움이겠지.
“이 주식 어떻게 할 거야?”
“생각 중이에요.”
현주 누나는 안경을 올려 쓰며 말했다.
“당연하지만, 일본 쪽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지금 우리 쪽으로도 계속 주문취소하고 주식 반환해 달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어.”
증권사가 마음대로 고객자산을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송이 걸리는 것은 물론, 그런 일이 생기면 누가 골든게이트와 거래하겠는가?
“알고 있어요.”
일개 기업도 아니고, 일본공적연기금이 가지고 있던 주식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주식을 회수하려 들겠지.
“돌려주지 않으면, 일본과는 척을 지게 되겠죠?”
택규가 말했다.
“이미 척을 졌잖아.”
“……그러니까.”
이번 일이 있든 없든 간에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글렀다.
지금 중요한 건 토요타 주식 10퍼센트가 내 손에 있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내 뜻에 달려 있고.
난 현주 누나에게 물었다.
“일본이 이 주식을 못 돌려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누나는 다시 담배로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뭘 생각하는 거야?”
난 웃음을 지었다.
“일본에 이런 속담이 있잖아요. 독을 마시려면 접시까지. 어차피 적이 될 거라면, 제대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 * *
타노쿠라 마츠히로 주한일본대사는 즉시 한국으로 입국했다. 떠날 때는 항의와 유감을 표하며 동네방네 소문냈지만, 돌아올 때는 조용했다.
그는 바로 류정훈 국무총리를 만나 강력하게 항의했다.
“OTK컴퍼니가 취득한 주식은 주문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입니다. 그리고 그 주식은 일본국민들의 자산입니다. 명백한 오류였던 만큼 즉시 주문을 취소하고, 토요타 주식을 반환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한국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류정훈 국무총리는 한참 후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고, 일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타노쿠라 대사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입니다. 그럼 한국정부에서…….”
류정훈 국무총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런데 OTK컴퍼니는 법인소재지가 미국에 있는 미국기업입니다. 미국정부를 찾아가서 따져야지, 왜 여기 와서 이러시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