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41)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정부와 여론은 OTK부대표의 발언을 실현 가능성 없는 엄포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그건 오택규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OTK컴퍼니의 주도 아래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5대 게임사를 포함해 30여 개 게임사들은 한국법인 분리와 본사 해외이전의 구체적 시기와 방안을 검토했다.
당장 모든 인력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발과 서비스를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주회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한편, 거래소에 상장폐지 의향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보통 주주들이 반발하기 마련.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여가부의 강경한 입장과 게임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로 게임회사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법안이 통과돼 매출의 1퍼센트를 기금으로, 과징금으로 5퍼센트를 내게 된다면, 순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를 보게 될 것이다. 때문에 주주들은 두 손 들고 해외이전을 찬성했다.
게임회사들의 집단이주 발표는 즉시 경제와 증시에 충격을 몰고 왔다.
포르노는 애초에 한국에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든 말든 산업에 아무런 타격이 없다. 그저 불법다운로드 받기 힘들어질 뿐.
그러나 게임은 이미 IT산업의 중요한 축이다. 때문에 엔플, 구블, 페이스노트, 마이크로스프트는 게임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고.
게임회사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난리가 났고, 주변 집값마저 요동쳤다. 중개업소에 집주인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판교와 분당 일대 부동산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일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계약을 파기했다.
-엑소더스네ㅋㅋ 모세가 유대민족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떠났듯, OTK컴퍼니 부대표가 게임회사들 이끌고 떠남.
-그만큼 박해가 심했으니까. 과연 어디에 디아스포라를 건설할 것인가?
-그런데 허창민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게임을 중요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하지 않았나?
-정부에서 핵심산업으로 키우지만, 여성가족부에서 규제하고 돈은 걷습니다.
-탈원전이랑 비슷한 거지. 한국은 탈원전하지만, 원전수출은 장려하는.
-그런데 이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국내 게임들 다 서비스 종료하는 건가?
-어차피 상관없어요. 외국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하듯 서비스하겠죠. 그리고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규제 들이밀거나 돈 걷겠다고 하면, WTO에 제소하면 됨.
-미국으로 이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한국은 게임청정국이 되어서 좋고, 미국은 게임산업 육성하고 고용창출해서 좋고, 여가부는 게임업계 내쫓아서 좋고.
-이야! 여가부 속 시원하겠네.
-ㅋㅋㅋ게임회사들 불러다가 큰소리도 치고, 갑질 좀 해보려고 했는데, 규제대상이 통째로 사라짐.
-규제 핑계로 삥 좀 뜯으려 했더니. 게임업계들 다 떠나면, 기금은 누구한테 걷나?
-걱정 마세요. 웹툰하고 만화 규제하면 됩니다. 만화 포함시켜서 4대 중독을 5대 중독으로 바꾸면 모든 게 해결됨.
-이젠 뽀로로 두드려 패며 돈 뱉어내라고 할 듯~^^
-여가부라면 그러고도 남지. 다음 희생양은 뽀로로다!
-기다려봐라. 이제 여가부 지원단체에서 뽀로로 보면 뇌가 망가지고, 폭력성이 증가하고, 정자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 쏟아낸다.
-뽀로로중독치유센터 건립! 각 유치원마다 뽀로로중독 전담교사 배치!
-인간적으로 뽀통령은 건들지 말자 ㅡㅡ;
* * *
한국 게임회사들 집단이전 발표에 전 세계가 술렁거렸다.
자동차의 경우 A나라에서 만들어 B나라에 팔 경우, B나라에 관세와 부가세를 낸다. 그러나 게임을 비롯한 스포트웨어는 어디서 팔든 법인이 있는 곳에만 세금을 낸다. 그래서 어플스토어를 운영하는 엔플과 구블의 경우 어플스토어를 분사시켜 아일랜드에 법인을 두고 있다. 아일랜드가 EU에서 법인세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즉, 게임회사를 유치하는 나라는 엄청난 세수를 거둘 수 있다!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미 수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게임도 많고, 뛰어난 개발자들도 많다.
유치하기만 하면 엄청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이중에서 디트로이트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디트로이트는 모두가 알다시피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그러나 빅원으로 실리콘밸리가 붕괴하고, 카로스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며 연계된 IT업체들을 끌어들여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자동차뿐 아니라 IT산업단지로 급부상했다.
카로스와의 협력을 위해 도쿄에 있던 OTK게임즈가 디트로이트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시에서는 아예 내친 김에 게임 클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엑소더스 움직임을 보이자 미시건주 주지사와 디트로이트 시장까지 유치에 나섰다.
“디트로이트를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습니다!”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을 검토하고, 기숙사와 부지를 무상 제공하겠습니다!”
로날드 대통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즉시 투윗을 날렸다.
[한국게임사들의 미국행을 환영한다. 미국인들은 게임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 무엇보다 미국에는 여성가족부가 없다!]게임회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모두가 아는 만큼, 마지막 말은 조롱이나 다름없었다.
* * *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피해 한두 개 기업이 이전한다고 발표해봐야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전체가 집단이주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OTK컴퍼니는 국내 게임사들을 전부 해외로 이전시킬 만한 자금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보이콧이나 엄포라고 보기에는 상황이 심각했다.
유럽순방을 가있는 허창민 대통령을 대신해 류정훈 국민총리 주재로 장관회의를 열었다.
모든 부처의 장관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가부 장관만 빼고, 모든 장관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제조업 이익률이 10퍼센트가 안 되는 상황에서 게임업계 이익률은 20퍼센트가 넘습니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큰 산업입니다.”
“게임은 작년에만 80억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올해 수출액만 봐도 작년 동기에 비해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매년 20퍼센트가 넘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산업인데, 통째로 외국으로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인재유출은 어떻게 할 겁니까? 게임개발자들 한 명 한 명이 국가적인 인재입니다. 핵심인력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 한국 게임산업은 외국에 종속되게 될 겁니다.”
“다른 나라들은 게임산업을 못 키워서 안달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이번 일은 해외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완전히 국제적 망신입니다.”
“당장 세수손실도 문제입니다. 게임회사들 다 빠져나가면 세금은 누구한테 걷습니까?”
굳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정부에게는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사상이나 이념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
지금 한국은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고, 실업률 증가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 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그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정부의 잘못이다.
산업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모든 부처가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게임회사들이 일제히 한국을 떠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수출감소, 세수감소, 실업자 증가, 고용률 감소, 인재유출, 산업경쟁력 상실 등등.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지율 폭락이다.
소형게임사는 직원이 수백 명, 대형게임사는 수천 명의 인력이다. 직접 고용인력만 수만 명에 연관 산업까지 생각한다면, 수십만 개다!
괜한 고집과 특정업종에 대한 반기업 정서로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 어느 국민이 좋아할까?
당장 이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게임회사들이 본사를 이전하면 핵심인력들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말했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에 비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약합니다. 정말로 게임업체들이 전부 떠나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이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신전미 장관이 반박했다.
“게임과 소프트웨어산업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게임업계가 떠난다고 해서 마치 국내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게임개발자가 게임만 만드는 줄 아십니까? 게임제작에 쓰이는 언리얼 엔진이니 스크랩트 엔진이 하는 것들이 다 소프트웨어예요! 게임개발자가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소프트웨어개발자가 게임 개발합니다. 제발 모르면 입 다물고 있어요!”
“…….”
장관들의 발언이 끝나고 나자, 류정훈 국무총리가 입을 열었다.
“여성가족부가 가지고 있던 문화산업 규제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로 넘기고, 앞으로는 여성가족부는 여성과 가족 문제에만 집중하세요. 그리고 문체부 장관께서는 게임업계와 접촉해 빠른 시일 내에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신전미 장관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과 여성보호를 위해서는 여가부에 반드시 규제권한이 필요합니다.”
참다못한 류정훈 국무총리는 노기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 규제대상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는데, 규제권한이 무슨 소용입니까!? 잘나가는 산업 죽이겠다고 난리쳐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아직도 할 말이 남았습니까? 대통령님 지시사항입니다. 불만이 있으면 직접 대통령님께 따지세요!”
* * *
장관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는 문화산업 규제권한을 문체부로 일원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 장관은 바로 게임회사 CEO들을 만나 어려움을 청취하기로 했다.
일단 이렇게 해서라도 게임업계를 달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신전미 장관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보전했다.
네티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 저러고도 안 짤린다는 게 말이 돼?
-ㅅㅂ 사과 한마디 안 하네.
-대체 왜 저렇게 신전미를 싸고돌아? 뭔 약점이라도 잡혔어?
-여성단체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니까~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원래 이런 정부인 거 모르고 뽑았음?
-ㅋㅋㅋ미치겠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음.
-정권 바뀌기 전까지는 자리 지킬 듯.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 가만히 놔두면 또 지랄함.
-이번 기회에 확실한 대응 부탁드립니다!
-그냥 탈조선하겠다고 전해라~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 오히려 법인분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였다.
이전이었다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OTK컴퍼니가 나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단지 OTK컴퍼니가 돈이 많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대표는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지원할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OTK상을 만든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규제에 지리멸렬하게 대응하던 게임업계는 하나로 똘똘 뭉쳤다.
“부대표님이 다 해주실 거야! 희망이 있잖아, 희망이!”
“맞아. 그동안 희망 없이 살았는데.”
“부대표님 믿고 끝까지 투쟁합시다!”
대화하겠다고 나서면 당연히 응할 거라 생각했던 정부는 당황했다. 김국천 장관은 직접 OTK컴퍼니 부대표를 만나 설득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단호했다.
“저희는 오직 신전미 장관님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해서 떠나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한국 게임산업의 뿌리를 몽땅 뽑아 외국에 심은 다음 화학비료 듬뿍 줘서 잘 키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바라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김국천 장관의 물음에 오택규 부대표가 말했다.
“게임개발이라는 게 일은 많고 연봉은 짜요. 그런데도 다들 재밌는 게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같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 일합니다. 대체 그분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대접은 못 해줄 망정 최소한 무시하지는 말아야죠. 그런데 어떤 분께서는 게임개발자들을 도박판 벌이거나, 마약 제조하는 것처럼 취급했단 말이죠. 그런 분이 계속 요직에 계시면 대화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 * *
청와대가 압력을 가하고, 당내에서도 비판을 쏟아냈지만, 신전미 장관은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여가부 장관을 대신해 류정훈 국무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무리한 규제와 과격한 발언으로 상처를 입으신 게임업계 종사자 분들 및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부는 게임이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산업이고, 향후 미래를 이끌어나갈 핵심산업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올바른 규제와 성장을 위해 게임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한편,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유럽순방 중인 허창민 대통령은 서면으로 신전미 장관을 경질했다. 새로운 장관을 인선할 때까지 차윤혜 차관이 장관업무를 대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