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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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입법기관이고,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들은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전처럼 직접적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일은 많이 사라졌지만, 방식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정치인은 기업에 특혜를 베풀어주고 대가를 챙겼다.
자녀의 취업을 부탁한다거나, 임기가 끝난 뒤 해당기업의 사외이사, 자문위원 등으로 들어가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거나.
만약 이런 문제를 다 털어서 고발한다면 멀쩡할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강진후가 새정치당 비리를 털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찔리는 게 많은 의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즉시, 새정치당 당사에서 회의가 열렸다. 담배연기가 좁은 회의실 안을 가득 메웠다.
자리에 모인 의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들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대체 우리는 뭔 잘못이야?’
잘못을 한 것은 명진욱 의원 한명인데, 당 전체가 피해를 보게 생겼다.
강진후가 새정치당 정치인과 맞붙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숙사 건설문제를 놓고 원상훈 서울시장과 공개토론까지 벌인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는 양상이 전혀 달랐다.
원상훈 시장은 이미지 타격을 받았을 뿐,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강진후는 명진욱 의원의 비리를 까발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원상훈 시장은 비주류에 속하는 반면, 명진욱 의원은 친허계 좌장으로 손꼽힐 만큼 당내 핵심인물이다.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거나 요직을 맡지 않은 것도 차기대선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두 정치인이 갖는 무게감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전체 숫자로 보면 주류보다는 비주류가 많지만, 주류인 친허계는 당권과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만약 명진욱 의원이 패배하거나 물러서면, 당내 친허계 세력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때문에 새정치당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의식도 남달랐다.
여론은 강진후를 처벌해야 한다는 쪽과 명진욱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렸다.
새정치당 입장에서는 다행히 강진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대놓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유력 정치인과 그 가족들을 털겠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언론은 도덕적 문제를 지적했고, 시민단체들은 OTK컴퍼니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문제는 명진욱 의원은 여론을 신경 써야 하지만, 강진후는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싸움은 잃을 게 많은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장현준 원내대표는 처음 강진후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특별히 부탁까지 했었지만, 강진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문위원들의 비리를 까발려 청문회장을 뒤집어놓고 돌아갔다.
그런 꼴을 당하고도 또 일을 벌였으니, 이쯤 되면 학습능력이 없다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국민들은 가끔 정치인들이 어이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땅 투기한 사실에 대해 추궁 당하자 자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땅을 샀다고 변명하질 않나, 해외연수 가서 접대부가 있는 노래방 데려가 달라고 가이드를 폭행했다가 걸리자 밤눈이 어두워 노래방책을 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손을 올리려다가 실수로 뒤통수를 건드렸을 뿐이라고 주장하질 않나, 기자들 앞에서 국민들은 개돼지라고 말하질 않나.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대체 왜 저러나 싶지만, 정치인은 정말로 그게 납득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장현준 원내대표는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탈원전 논란을 덮기 위해 하필 강진후의 모친을 저격하다니.’
어쨌든 이미 일이 터진 만큼, 누군가는 나서서 수습을 해야 했다.
장현준 원내대표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제가 일단 강진후를 만나보겠습니다.”
* * *
장현준 원내대표는 직접 OTK컴퍼니 본사를 찾아갔다. 빌딩 앞에서는 새정치당 지지자들과 시민단체가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정치인 사찰 중단하라!”
“명진욱 의원을 지켜내자!”
“강진후는 사과하라!”
주변에는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바쁜 사람들이 자기 할 일 안하고 이렇게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자회견 한번에 이 난리가 난 것만 봐도 강진후가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타고 있는 차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혹시 만나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강진후가 미팅실로 내려왔다.
장현준 원내대표는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강진후 대표님.”
“안녕하세요.”
“하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예. 오랜만에 뵙네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나요?”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장현준 원내대표는 머뭇거리며 얘기를 꺼냈다.
“새정치당과 관련해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진후는 발뺌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소문이 퍼졌나요?”
“좀 과한 것 아닙니까?”
“정경유착 없는 깨끗한 나라 만들자는데 과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요?”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명진욱 의원님이 새정치당에 계시니 연대책임 지셔야죠.”
“아니, 이게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같은 당이라고 연대책임을 지라는 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그의 항의에 강진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그런데 어째서 저희 어머니는 같은 골프모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연대책임을 진 건가요?”
“…….”
강진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명진욱 의원님이 새정치당 의원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최근 여당은 강진후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고 그에 대한 불만이 큰 상태였다.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말리기는커녕 동조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연대책임을 묻겠다고 나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옛말에도 부모의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 어머니가 뭔가 죄를 지었다면 모를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정치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고, 언론에 조리돌림 당했습니다. 그런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그게 불효 아니겠습니까?”
장현준 대표는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저도 노모를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강진후 대표께서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저희 쪽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아시겠지만,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신 일은 불법적 소지가 큽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단히 황당한 일이다.
이제까지 정치인이 민간인을 사찰한 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민간인이 정치인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사찰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강진후는 웃음을 지었다.
“적당히 하고 물러날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기꺼이 처벌받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명진욱 의원님과는 끝을 봐야겠죠. 그래야 다시는 누구도 제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요. 불똥 튀는 게 싫으시면 비켜 계시면 됩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표정을 본 장현준 원내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타협의 여지가 없으니, 더 이상 설득해봐야 소용없다.
결국 그는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돈이 많아지면 적도 많아진다.
재벌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과 친분을 쌓고, 여러 방법으로 통제를 한다.
우는 아이 젖 주는 심정으로 언론사에게는 광고를 주고, 정치인에게는 후원금을 주거나 지역구에 투자를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우는 아이 젖 주면 버릇만 나빠져.”
명진욱 의원 본인은 변호사 출신이고, 아내는 현재 음대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녀는 아들과 딸 하나씩.
딸은 바이올린 전공으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아들은 현재 군복무 중이다.
상엽 선배는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대체로 깨끗하네. 크게 걸릴 만한 건 없어.”
“큰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 전 정권에서 탈탈 털렸겠죠.”
드러난 것만 봐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어 보이지만…….
“열심히 털다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요?”
기자회견 이후 여기저기서 제보가 날아들었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내용이나 장난도 많았지만, 개중에는 쓸 만한 것들도 좀 있었다.
보스턴에서 날아온 메일 중에는 명진욱 의원의 딸 명나희가 포르쉐 911을 타고 다닌다는 내용이 있었다.
상엽 선배가 물었다.
“포르쉐 타고 다니는 게 무슨 잘못이야?”
“잘못은 아니죠. 그래도 딸이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고 하면, 국민들 보기 안 좋지 않겠어요?”
내 말에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같은 골프모임에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되는 세상에서는 뭐든 걸면 문제가 되지.”
상엽 선배가 물었다.
“제보가 100퍼센트 사실은 아닐 거 아니야? 틀린 내용이 있으면 어떡해?”
난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의혹제기니, 아니면 말고죠.”
택규는 옆에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정치인들도 맨날 헛소리한 다음 ‘아니면 말고’ 시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거 없지.”
제보라는 게 말만으로는 성립이 안 되고,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바로 제보비를 지급해주기로 했다.
사소한 제보들부터 제보비를 지급해주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와! 내 친구 제보해서 500만 원 받았다함!
-1천만 원 아니었어?
-가족들은 반값입니다. 별 거 아닌 걸로도 제보비 줍니다! 진짜 줍니다!
-명진욱 의원 딸이랑 같은 고등학교 다닌 사람입니다. 고 2때 같이 짜고 컨닝했는데, 이거 제보해도 되나요?
-주민센터 직원입니다. 명진욱 의원 어머니라는 사람이 와서 아들이 국회의원이라며 이거저거 해달라고 공익들 부려 먹습니다.
-일단 무조건 제보하세요. 받으면 어차피 꽁돈 아님?
-명진욱 의원 아들 후임입니다. 그동안 짬질 당했던 거 다 까고 한 밑천 챙기고 싶은데, 남은 군생활이 꼬이지는 않겠죠?
-형이 충고하는데, 다른 후임이 찌르기 전에 니가 먼저 찔러라. 먼저 제보비 받는 놈이 승자다!
-명진욱 의원 구속시킬 만한 건 없나? 100억 원이면 대박인데~
-요즘 로또 1등 돼봐야 겨우 10억임. 100억이면 한방에 인생 피는 거지.
-제보비 받으면 세금은 누가 내나? 세금도 강진후가 대신 내주려나?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세요.
* * *
여기저기서 제보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며, OTK컴퍼니로 제보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OTK컴퍼니는 중복제보를 막겠다는 이유로 제보비를 지급한 건에 대해 바로바로 공표했다.
아들이 고등학생 때 담배를 피웠다, 군대 후임에게 욕설과 부당한 지시를 했다, 클럽을 자주 갔다,여자와 부킹을 했다, 딸이 미국에서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음대 입학할 때 특혜를 받았다,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위조해 유학서류로 제출했다 등등.
기자들이 달려들어 관련사실에 대해 묻자 명진욱 의원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대체 제 딸이 유학 가서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게 뭐가 문제가 됩니까?”
그러자 질문한 기자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의원님께서는 강진후 대표의 모친이 김세연 씨와 같은 골프모임에 있다는 것을 문제 삼지 않으셨습니까?”
“뭐요?”
“그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하신 겁니까?”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명진욱 의원은 페이스노트에 글을 올리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건 명백한 정치인 사찰이고, 탄압이며, 구태의연한 진보정당 죽이기입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이고,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국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이런 식으로 여당 정치인을 괴롭히는 건 말도 안 된다!
-즉시 강진후를 구속하고, 진보정당 탄압을 중단하라!
-ㅋㅋㅋ 진보정당 죽이기 좋아하시네.
-강진후 종북좌파인데, 뭔 소리야?
-이 새끼들 아직 덜 당했네. 양심이 있다면 자유국민당이 그동안 당한 걸 생각해봐라!
-맞아. 진보정당 죽이기라고 하기에는 그동안 보수정당만 너무 까지 않았나?
-각하는 지금 감방에 계신다, 이놈들아!!!
-역대 가장 청렴한 박시형 대통령을 석방하라!
각종 시민단체와 새정치당 지지자들은 특수협박죄,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사생활침해죄 등으로 강진후를 검찰에 고발했다.
워낙 혐의가 확실하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검찰은 바로 강진후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