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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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가로수길의 한 카페.
커피를 마시는 남자들의 시선이 한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에는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한 명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외모였다. 체구가 작고 귀여운 얼굴에 눈은 토끼 같이 동그랗고, 시력이 안 좋은지 얼굴의 절반을 가릴 만큼 큰 안경을 썼다. 다른 한 명은 세련된 복장에 품격 있어 보이는 모습이다. 갸름한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어디 하나 손 델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단발머리에 생기발랄해 보이는 백인여성.
아무도 몰랐지만, 첫 번째는 현재 네오틴에서 가장 잘나가는 웹툰 작가, 두 번째는 CL화학 사장의 딸, 그리고 세 번째는 무려 노르웨이 공주였다.
셋 다 예쁘지만, 그중에서도 양하나의 외모는 독보적이었다.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까지도 질투와 선망이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데.’
문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였다.
약간 통통한 체격에 한창 유행이 지난 검은색 뿔테안경. 입고 있는 복장은 SPA 매장에서 팔 법한 청바지에 티셔츠.
정말이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다.
남자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대체 쟤 뭐야?”
“그냥 백수 같아 보이는데.”
“그런데 왜 저 여자들과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거지?”
“여자들도 다 웃고 있잖아. 설마 쟤한테 호감이라도 있나?”
“형님, 저 새끼도 웃는데요.”
“냅둬. 즐거운 얘기라도 하나 보지.”
“혹시 돈이 존나 많나?”
“설마…….”
놀랍게도 정답이었다.
그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는 세계 두 번째 부자였다. 웬만한 중동 석유부자도 그에 비한다면 불우이웃이나 다름없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가운데, 20대 후반의 한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이름은 용준. 직업은 카프리아TV 인기 BJ.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
그의 시선은 아까부터 양하나에 꽂혀 있었다. 그녀가 같이 있는 남자를 향해 눈웃음을 보이는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저런 오타쿠 같은 놈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않겠어?’
* * *
원래 이 자리는 민하영이 오택규에게 웹툰 스토리를 상담하기 위한 자리. 때문에 주제는 역시나 로스트 판타지였다.
안네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웹툰 잘 보고 있어요, 언니. 너무 재밌던데요. 학교 친구들도 다들 재밌대요. 저 별점도 열심히 찍고 있어요.”
민하영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 고, 고마워요.”
양하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공주님은 언제 이렇게 한국어를 배웠어?’
안네케는 학교에서 낯을 가리지 않고 또래 학생들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그러다 보니 말을 배우는 것도 빨랐다. 게다가 그녀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어순이 같은 한국어를 더욱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이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다. 아직 발음이 좀 어눌했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말끝마다 ‘오빠’를 붙이는 게 거슬렸다. 대체 언제부터 노르웨이 사람이 오빠 동생 같은 호칭을 챙겼다고?
‘나도 오빠라고 안 부르는데.’
실수였다.
진작 호칭을 ‘택규 씨’에서 ‘택규 오빠’로 바꿨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부르면 너무 이상하려나?
로스트 판타지에 대해 속성교육(?)을 받긴 했지만, 이야기가 심도 있게 진행되자 역시나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엔딩 봤다고 너무 안심했어. 잡에 가서 한번씩 더 클리어 해야겠어.’
양하나는 자신이 잘 아는 주제를 꺼냈다.
“이번에 데이터센터를 만든다고 얘기 들었어요.”
“예. 시게루 옹께서 VRMMORPG를 위해 자체 서버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죠. 일단 로스트 판타지M이랑 온라인은 기존대로 ZWB에서 계속 서비스할 거예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했지만, 이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중요고객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AMZ와 MS의 주가가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OTK컴퍼니가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아직 위치는 안 정해졌죠?”
“물색 중이에요. 짓는다고 하면 오라고 하는 곳은 많겠죠.”
안네케가 말했다.
“노르웨이는 어때요, 오빠?”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것은 온도 관리. 24시간 돌아가는 서버는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다.
이 열기를 내보내고 내부를 식히는 데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런데 아예 추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만들면, 그만큼 발열을 제어하는 게 편해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바다 속에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방법 등도 연구되고 있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괜찮겠는데. 진후랑 한번 얘기해볼게.”
커피와 주스를 마시며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잠깐만 괜찮을까요?”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실제로 그는 잘생긴 외모로 수많은 여성 구독자들을 거느렸다.
갑작스런 외부인의 등장에 민하영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고, 양하나는 귀찮다는 표정을, 안네케는 호기심을 나타냈다.
“누구세요?”
용준은 2, 30대 사이에서는 웬만한 연예인들보다도 유명했고, 월 수익은 가뿐히 1억을 넘었다.
여자들에게 말을 걸면 대부분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테이블 사람들은 인터넷방송에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용준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카프리아TV에서 BJ를 하고 있는 용준입니다.”
택규는 그를 알아보았다.
“아! 그 BJ용준. 저 알아요.”
그런데 안네케는 화들짝 놀랐다.
“예? BJ를 한다구요? 정말요?”
용준은 웃음을 지었다.
“맞습니다. BJ.”
‘훗, 놀라는 게 당연하겠지.’
잘나가는 BJ란 선망의 직업. 특히 BJ용준하면, 카프리아TV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얼마 전에는 대세 걸그룹 소녀데이가 그의 방송에 출연해 신곡을 홍보한 일도 있었다.
안네케는 당황하며 물었다.
“남자인데 어떻게 BJ를……?”
카프리TV 초창기에는 예쁜 여자 BJ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BJ라고 하면 여자를 많이 떠올린다.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남자라고 BJ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여자 BJ 실력도 뛰어나지만, 남자 BJ 실력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오히려 남자라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구요.”
그의 얘기에 안네케는 납득했다.
“하긴. 취향은 다양한 거니까요.”
“그렇죠.”
대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용준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택규는 안네케가 어째서 이렇게 놀라는지 알고 속으로 씨익 웃었다.
첫째는 특정 단어의 해석의 차이, 그리고 둘째는 안네케가 아직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택규는 인사를 건네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자가 BJ 하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시네요.”
“하하,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BJ 하는 거 좋아하시나봐요.”
용준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남자였다.
“물론입니다. 제 직업이니까요. 항상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오, BJ를 즐기시는군요. 즐기는 자는 누구도 이길 수 없죠.”
“그럼요. 전 한번 할 때도 최선을 다 합니다.”
택규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BJ 엄청 잘하시겠네요.”
“남들만큼은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멀었죠.”
“너무 겸손하시네요. 저는 BJ는 용준 님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용준은 쑥스러워하며 손을 내저었다.
“어휴, 아닙니다. 저보다 BJ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택규는 양쪽 엄지를 치켜들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BJ하면 용준. 용준하면 BJ죠. 카프리아TV에서도 가장 잘 나가시잖아요. 그야말로 최고의 BJ.”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날 띄워주지? 혹시 내 팬인가?’
용준은 더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안네케가 택규에게 물었다.
“카프리아TV가 뭐예요, 오빠?”
“에이튜브 같은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인터넷에 접속하면 여기 계신 이 분이 BJ하는 걸 볼 수 있어.”
“하하, 맞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며칠 전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안네케는 놀라는 걸 넘어 기겁했다.
“그걸 인터넷으로 생방송한다구요!?”
용준은 이해가 안 됐다.
‘왜 이렇게 놀라지? 혹시 인터넷 방송이 없는 나라에서 왔나?’
안네케는 감탄하듯 말했다.
“모, 몰랐어요. 한국이 그 정도로 개방적인지. 노르웨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한국은 그게 가능했군요.”
택규는 옆에서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 선진국이잖아.”
“하긴 그러네요. 얼마 전 한국도 합법화 됐다고 들었어요.”
택규는 다시 그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둘의 대화에서 용준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거나 여기 온 목적은 하나.
그는 양하나를 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일행 분이 너무 예쁘셔서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니,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양하나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안네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언니가 마음에 든다구요? 좋아한다는 뜻인가요?”
이럴 때는 빼지 않고 당당하게 나가는 편이 좋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이상형이셔서요.”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당신은 남자를 좋아하잖아요.”
“제가요? 아니, 제가 남자를 왜 좋아하니까?”
안네케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게이잖아요.”
이번에는 용준이 기겁할 차례였다.
“예? 게, 게이요?”
“BJ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아, 예. BJ 하는데. 그게 왜…….”
대체 왜 이런 오해가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했다.
용준은 양하나를 보며 말했다.
“오, 오해입니다. 전 절대 게이가 아닙니다. 남자도 안 좋아합니다.”
양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쪽이 게이든 아니든 아무 관심 없으니, 돌아가세요.”
“그럼 핸드폰 번호 좀…….”
양하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일을 겪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좋게 거절하면 호감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 계속 들이대고,안 좋게 거절하면 화를 내거나 뒤에서 욕을 하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꺼지라고 하고 싶지만, 오택규가 있는 자리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양하나가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복 경호원들이 재빨리 일어나 용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쪽으로 가시죠.”
“자, 잠깐. 당신들 뭐야?”
용준은 끌려가듯 멀어지며 소리쳤다.
“전 게이 아닙니다! 여자 좋아해요! 아임 낫 게이! 아이 라이크 걸!”
안네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이가 아니라구요?”
택규는 영문을 몰라 하는 안네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한국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을 BJ라고 해. 방장, 또는 브로드캐스팅 자키(Broadcasting Jockey)의 약자로 스트리머나 크리에이터 같은 느낌이지.”
그제야 이해한 안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군요. 어쩐지 당당하게 BJ를 한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BJ가 그런 의미였구나. 큰 오해를 할 뻔했네요.”
민하영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BJ가 있어?”
“외국에서는 보통 다른 의미로 쓰이지.”
“뭔데?”
“검색해 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던 민하영은 깜짝 놀라 폰을 테이블 위로 떨어트렸다.
“마, 말도 안 돼. BJ가 블로…….”
택규는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응. 거기까지.”
민하영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양하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언니는 순진한 척 하는 거야, 진짜 순진한 거야?’
* * *
네 사람은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화가 멈추자, 어색한 공기가 주변을 휘감았다. 다들 어색한 표정을 한 채 조용히 술을 마셨다.
택규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음, 역시 현실에서 하렘 루트는 쉽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