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14
분신으로 절대무신 114화
“…….”
믿기 힘들다는 부릅뜬 불괴의 눈처럼 놀란 것은 공동오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펼치던 심검이 사실상 상(象 : 코끼리)을 더듬는 장님과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사가 남긴 복마검법이 체계적이고 뛰어난 터라, 그럼에도 넘어갈 수 있었으나 그 한계는 명확했다.
일부를 만지고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그 엉뚱한 것을 아무리 세워보았자, 그것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었다.
그러던 것이 그 형을 보게 되자, 그제야 그는 진정한 심검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엉터리는 아니구나…….
그를 질타하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이 나오자 그제야 그는 자신이 복마검법을 대성하였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끼히히히!
불괴는 한순간 달라진 도사의 검에서 귀곡성(鬼哭聲)과 같은 섬뜩한 환청이 일어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공동의 마귀?”
잘린 손에서 이른 불에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이 그를 괴롭힘에도 불괴는 그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공동파에는 마귀가 세상에 나오면, 사마는 지리멸렬하리라…….
과거 흘려들었던 공동파의 전설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설은 사실이기도 했다. 비록 방심을 하였다고 하지만 그의 금강체(金剛體)를 꿰뚫고 손 하나를 베었으니 말이다.
여느 대마두였다면 그 전설이 자신 앞에 펼쳐진 것을 두고 두려워했겠지만, 불괴는 달랐다.
“으흐흐.”
그는 더할 수 없이 즐겁다는 듯한 얼굴로 금강신공을 극성을 끌어 올리며, 마귀를 담은 검과 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쿠카가가강!
-!!!
그리고 벌어진 이들의 일전은 혼잡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주변의 모든 이들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강(姜)과 살(殺)의 대결이었고, 서로를 잡아먹고자 하는 두 신비의 몸부림이었다.
-쿠우우웅! 퍼서석!
그 파장은 일대의 바위와 거목을 수없이 부수고 무너뜨리니 그야말로 가히 절대자들의 일전이라 할 만했다.
“하아. 하아. 내가 미친 건가? 저 게으름뱅이 녀석이 갑자기 왜 저래.”
공동이검은 어릴 때부터 농땡이에만 그 좋은 머리를 쓰던 사제가 장문사형이 보여주었던 마귀를 검에 담자 쉬이 믿기 힘들어했다.
믿기 힘들어하는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제자들이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 특히나 다음 대의 장문인으로 예정된 공동칠검의 심정은 그 이상이었다.
복마검법을 다루는 만큼 그의 게으른 사숙이 무엇을 얻은 것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오 사숙께서 마귀를…… 얻으신 게 맞습니까?”
“아무래도…….”
말끝을 흐리던 공동이검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한 답이 되고도 남았다.
그렇게 공동오검이 마귀를 검에 담게 되자 얼마 가지 않아 전장의 흐름이 달라졌다.
-차아앗!
-끄윽!
그를 상대하던 불괴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손 하나를 잃지 않았다면 그처럼 쉬이 밀리지는 않았겠지만, 설사 두 손이 온전하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끼히히히!
“제길!”
상대하면 할수록 그를 제압하는 마귀의 손짓은 더욱 거칠어지고 억세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벼이 휘두른 검 끝만으로도 그의 금강체의 육신이 갈라질 정도라, 더는 불괴 혼자서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공동오검도 공동파의 도사들도 마냥 좋아하지는 못했다.
공동오검의 각성으로 그들의 전력이 크게 상승하였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제압할 정도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참. 손에 피 묻히기 싫었는데.”
칠악의 하나이며 청순한 절세가인의 외모와 달리 그 손속이 끔찍하기 그지없는 마녀(魔女)가 전장에 끼어든 것이다.
-화아앗!
싫다는 말과 달리 전장에 뛰어든 그녀는 적극적이었다.
들어서기 무섭게 붉은 기류를 흘렸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색에 미쳐 버리게 하는 색혼(色魂)이라는 기운이었다.
-으음!
그 기운이 얼마나 지독하던지 공동오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공동파의 도사들의 눈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졌다.
“어머나? 공동의 도사님들이 참 대단하네!”
그 일을 벌인 마녀는 되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생을 도를 닦은 도사라고 할지라도 색혼기에는 쉬이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공동파의 근원이 복마검법인 만큼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는 수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접근하기 힘든 살의를 마주하여 수행하기 어려우니 그 대신 오정(五情)을 기반으로 두고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동파를 북부제일문으로서 자리 잡게 한 수행의 비결이었고, 그 효과는 이 마녀의 색혼기마저도 저항하기에 이르렀다.
-부르르!
그러나 완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칼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색혼의 기운에 그들이 뿜어낼 수 있는 예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온전히 심검을 깨우친 공동오검의 경우는 그 정도가 적었으나, 그 상황은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쿠르르릉!
-사사사삭!
불괴와 마녀가 그를 죽이기 위해 합공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마녀의 재주가 물리적인 공격에는 미약한 편이라는 게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반박귀진의 절대고수이다 보니 그 하나하나의 공격이 매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끝없이 그의 심상을 뒤흔드는 색혼기였다.
결국, 이대로는 자신들은 몰살이라는 것을 아는 공동오검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쳐야 했다.
“그…… 그만 좀 도와주십시오!”
바로 복마검법을 대성케 한 목소리에 도움을 청한 것인데, 그 사정을 모르는 주변의 모든 이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공동의 도사들 중 가장 상황이 낫기에 더욱 그 시선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카가가강!
“제발!”
하지만 이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동오검은 자신에게 몰아치는 합공을 겨우 물리치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흐흐. 미친 건가? 미친 도사는 처음 먹어보는데.”
“동생 아무거나 먹으면 탈 나요.”
누가 봐도 미친 자처럼 보이는 공동오검의 언행에 인육을 즐기는 불괴는 혀를 널름거렸고, 마녀는 그런 그를 다독였다.
다시금 이들의 합공이 공동오검에게 몰아치기 시작했고, 공동오검은 절망과 원망이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어떻게든 그들의 칼을 흘려 넘기고 베며 마귀를 날뛰게 했다.
하지만 한 번 기세를 잃은 마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채 끝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하아. 어찌 자신의 검을 믿지 못하는 건가! 참으로 천하의 보검이 엉뚱한 이의 손에 쥐였구나!
다시 목소리가 들리자 공동오검은 침을 꼴깍이며 서둘러 소리쳤다.
“제가 아둔하여 그렇습니다. 부탁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어쩔 수 없구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에 공동오검은 불안해하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이려 하던 차, 불호가 그 일대를 뒤흔들었다.
-무량수불!
그리고 그 불호는 공동의 도사들의 숨통을 갈라내려던 칠악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마녀였다.
“아아아!”
그녀는 내상을 입기라도 한 듯 창백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그 불호에 담긴 기운이 그녀가 펼친 색혼기를 한순간 지워냈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색혼기에 흔들리던 공동의 제자들은 뒤늦게 평정을 찾았다.
물론 완전히 평정을 찾지는 못했다. 그 불호에 담긴 기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사제!”
자연 공동이검은 이 불호가 사제가 좀 전까지 벌인 괴행과 관련되었음을 알고 그를 쳐다보았으나, 정작 공동오검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서걱!
그는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한 인영이 마녀의 머리를 베어내는 것을 말이다.
다른 자도 아닌 그 마녀가 그처럼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것이라 공동오검은 자신이 보고도 믿기 어려워했다.
그가 본 것을 그와 가까이 있던 다른 칠악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네, 네놈은 누구지!”
“흥!”
불괴가 놀라 그의 정체를 물었으나, 그는 대꾸할 가치를 모르겠다는 듯 코웃음을 흘리더니 검을 휘둘렀다.
별다른 기교도 없이 그저 내려치는 그의 검에 불괴는 발끈 한 모습으로 금강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대항했다.
그 실린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순간 대기가 놀라 얼어붙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 괴인이 펼친 검은 애초 불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차아아아앗!
기교 따위가 왜 필요가 없는지를 말해주듯이 검은 닿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불괴의 극성에 이른 금강기 따위는 고려의 대상조차도 안 된다는 듯이 그 어떤 것도 검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지 못했다.
-후두두둑. 쿠우웅!
불괴의 몸이 세로로 갈라지더니 이내 내장 따위가 쏟아짐과 함께 엉망이 된 시체는 요란하게 무너져 내렸다.
“저것들은 자네들이 처리하게.”
“아! 네.”
공동오검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의 나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젊은 사내라는 것을 알아봄에도 순수히 그 뜻을 따랐다.
강호의 기인들 사이에서는 그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자들이 많다는 것을 직접 겪어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가 죽인 마녀만 해도 칠순을 넘긴 노괴였다.
공동오검은 돌아가는 상황을 믿기 어려워하는 칠악 중 노인의 모습을 한 환괴에게 뛰어들었으며 다른 공동의 제자들은 중년인의 모습을 한 나태마군에 전력을 가해갔다.
그렇게 전장을 정리한 장일은 그제야 첫 등장에서부터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에게 몸을 돌렸다.
소년을 바라보는 장일의 눈빛은 믿기 어려워하는 빛이 가득했는데, 이는 그 소년이 품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기괴한 짓을 했구나.”
칠악 중 어딘가 결이 다른 분위기를 가진 소년에 흥미를 보이던 장일은 이내 그 소년이 천살성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조한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라 그것이 그에게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는 그 의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천살성을 임의로 만들어내다니…….”
하늘이 내려준다는 천살성을 누군가 임의로 재현을 한다는 발상은 그조차도 감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놀란 것은 그가 아니었다.
소년은 장일이 등장하였을 때부터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것은 시간이 흐른 지금 경악 어린 시선으로 바뀌었다.
“가…… 가주가 아니라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악의는커녕 혼란스러움의 극치에 이른 소년의 엉뚱한 말에 장일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손을 펼쳤다.
-툭!
그와 함께 소년은 맥없이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
끝까지 저항하지 않은 소년 덕분에 쉬이 그를 혼절시킬 수 있었던 장일은 그를 챙겨 들었다.
아무래도 이런 전장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휘이익!
다행히 공동의 제자들이 남은 칠악을 잡는 일은 어려울 것이 없어 보였기에, 장일은 더는 미련 없이 소년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