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15
분신으로 절대무신 115화
39장. 천마
강제로 칠악의 하나가 되었던 소년은 깨어나기 무섭게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나와 녀석은 처음 보는 사이이건만, 그 같은 모습을 보이니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의문을 알아본 것인지, 소년은 그 혼란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나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마치 전염이 되듯이 나 또한 소년의 혼란에 빠져 버린 것이다.
* * *
-분신.
혈겁을 예상했던 무왕의 장보도는 예상과 달리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장보도의 정당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공동파의 도사들이 최종적으로 그 유물을 쟁취하였기 때문이다.
이 일은 많은 이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아무리 북부제일문이라 불리는 그 공동파라고 하지만, 그 상대는 마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12년 전 칠악혈해로 천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칠악이 나선 일이었다.
당연히 모든 이들이 그 칠악의 손속 아래 공동파의 도사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 예상했건만, 정작 죽어 나간 것은 칠악이었다.
믿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그 잔혹하게 갈라진 시신들은 누가 보아도 칠악이었다.
칠악을 잡았을 뿐 아니라, 그 명분에서도 우위에 있었으니 아무리 불나방 같이 몰려든 강호인이라 할지라도 감히 달려들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번 일로 인해 공동파의 명성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북부제일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군!”
“공동파의 복마검법은 사마의 존재들에게 유독 사납다고 하더니 그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네.”
“그나저나 마가가 어찌 나올지 걱정이야.”
“듣기로는 무림맹에서 중재를 나선다고 하니 쉬이 움직이지 않겠지.”
“이 사람 참. 애초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마인이라고 부르겠는가? 더구나 마가는 이제 천하 마인들의 근원과도 같은 곳이 아닌가.”
“부디 일이 크게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공동파의 명성만큼이나 마가의 보복에 대해 우려를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간 마가가 하고자 하는 일이 실패로 끝난 것은 비공식적으로는 몰라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문이 무성한 그 천마가 모습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겨우 이틀도 안 되어 도시 전체가 떠들썩거리고 있는 가운데, 이 일의 숨겨진 공로자라고 할 수 있는 장일은 반쯤 무너진 도관에서 자신이 잠재운 소년을 살펴보고 있었다.
누군가 소년에게 인의적으로 천살성을 품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는 그것이 어찌 가능한 일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장일이 약왕의 재주를 품지 못했고 또한 두 명의 천살성을 제자로 두지 않았다면 소년의 천살성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소년의 천살성은 진짜와 비교해도 다른 면이 없었다.
그런데도 장일이 대번에 알아본 것은 그 천살성과 소년의 본성이 따로 놀고 있음을 알아보아서였다.
그것은 마치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간 듯한 모습이었고, 이는 수많은 신비를 접했던 장일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어찌 되었든 칠악의 하나일 거라 예상되는 소년을 이처럼 납치하여 살피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벌써 하루가 넘어갔음에도 장일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살피면 살필수록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틀린 게 아닌가 하는 결론에 가까워지는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처럼 태어난 천살성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자 결국 장일은 손을 들었다.
비인간적인 방도를 다룬다면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를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닐 가능성도 큰 데다 도가의 도를 깨우친 그에게 있어 이는 그리 내키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리된 이상 역시나 물어볼 수밖에.”
-툭…….
장일은 그 말과 손을 썼고, 얼마 가지 않아 소년은 의식을 차렸다.
-타닥!
소년은 의식을 차리기 무섭게 경기 어린 경계를 보이며 몸을 물렸다. 한순간에 일장 너머로 몸을 피하는 소년의 재주에 장일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소년이 깨우친 경지가 드높다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능히 그가 가르침을 내려 끌어주었던 공동오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재주와 달리 소년은 뱀 앞의 쥐새끼 마냥 꼼짝달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장일이 혼절시키기 전 그랬듯이 소년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만이 가득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이 장일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으나, 이내 그는 자신의 의문을 묻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칠악은 과거 혈교의 십왕을 흉내 낸 듯하더군. 자네도 그러한가?”
“…….”
벙어리가 된 듯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그 말에 긍정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 긍정하는 소년의 눈은 조심스럽게 장일을 살피고 있었다.
장일은 그런 소년을 보며 다시 질문을 이어나갔고, 그때마다 소년은 말없이 그 물음에 답하였다.
그러던 소년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장일이 천마를 입에 담았을 때였다.
“자네를 포함한 그 칠악이라는 녀석들이 다루는 마공은 그 천마라는 자가 만든 것인가?”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뭘 말인가?”
떨리는 목소리로 모르냐고 묻는 소년에 장일이 다시 의문을 보이자 소년은 그제야 확신이 섰다는 듯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내용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인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마가의 모든 것은…… 천마 그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마가에는 칠악은 물론 십마를 비롯한 수많은 거마들이 넘치지요. 누군가는 천마가 이 같은 마두들을 만드는 것이 과거 혈마가 그랬듯 천하를 손에 넣고자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뭐가 다르다는 건가?”
“그가 마가를 세우고 마두들을 기른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바로 천리(天理)를 뒤엎기 위해서이지요. 아니, 정확히는 천리를 뒤엎을 힘을 얻고자 행하는 일입니다.”
“으음.”
천리를 뒤엎는다는 소년의 말에도 장일은 생각보다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그와 같은 존재인 혈마를 만나보았기도 한 데다, 그런 그를 홀로 죽이기까지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소년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이어진 그 말부터는 장일조차도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저 또한 그의 실험의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대인께서 알아보셨듯이 저의 태생은 기괴합니다. 본래 저는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과정에서 저만이 살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것을 유도한 것이 천마였던 것이지요. 어찌한 것인지는 모르나 저의 쌍둥이 형제의 영혼을 조작하여 천살성을 인위로 만들어 저에게 주입했습니다.”
“허어?”
그 말에 장일은 그제야 이 기괴한 소년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을 품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영혼을 조작하여 그것으로 천살성을 만들었다는 천마의 재주에 장일은 섬뜩함을 느꼈다.
‘천리를 뒤엎는 힘을 얻고자 하다더니,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니었군.’
이 점 하나만 두고 보아도 천마는 대단히 위험한 인물인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정말로 천리를 뒤엎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어진 소년의 말에 비하면 놀랄 일조차도 아니었다.
“덕분에 저는 다른 칠악과 달리 천마의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 단 한 번에 불과했지만 저는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자는 대인의 얼굴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 천마와 내가 얼굴이 비슷하다는 말인가.”
생각지 못한 난데없는 말에 장일은 당연한 결론을 내렸으나, 소년은 고개를 크게 저으며 이를 부정했다.
“아니, 분명 천마와 대인은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마치 쌍둥이를 보는 듯이 같더군요.”
그리 말하는 소년은 몸을 잘게 떨어댔다.
쌍둥이라고 했지만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아는 것만 해도 천마는 백 년 전부터 존재하던 괴물이었다.
그런데도 천마는 그의 눈앞에 있는 대인과 그리 다르지 않은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달리 역용을 한 것 따위가 아닌 시간을 거스른 젊은 그 자체였기에, 소년은 그 괴물을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소년은 두려움 어린 시선으로 장일을 바라보았다.
쌍둥이 이상으로 같은 모습을 한 그가 당장에라도 웃으며 사실 자신이 천마가 맞다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년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그 소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아본 장일이 말문을 잃고 말아서다.
그의 혼란은 생각보다 컸는데,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상황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서다.
차라리 분신이라는 권능이 관련이 없었다면 이처럼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생이라는 게 실재한다는 것을 그의 아내의 환생을 통해 알아본 바였으니, 단순히 그와 연관되어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분신이라는 권능을 다루는 장일이기에 그의 초점은 이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침묵은 소년을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했으나, 또한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만들기도 했다.
장일의 태도에서 그가 천마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 알 수 없는 현상에 소년은 두려움을 마저 거두지 못했다.
“흐음!”
짧지 않은 침묵 속에서 장일은 나름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다.
비록 그 시간이 짧았다지만 장삼풍 이후 그의 오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덕분에 제법 그럴듯한 경우의 수를 꼽아볼 수 있었다.
이 중 장일은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천마의 정체가 본신이라는 거다. 기록에 의하면 무왕과 달리 무신에 대한 기록은 어느 순간부터 모호하기 그지없다. 일부는 신선이 되었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없다.’
그가 단순히 도가의 가르침만을 따랐다면 그러했을 것이나, 문제는 그가 불성을 깨우쳤다는 것에 있다.
그가 아는 바로는 불성을 깨우친 자는 도가가 말하는 선(仙)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장일이 본신이 천마일 가능성을 둔 것이다.
실제 본신이라면 그 시스템을 통해 그 후계자 후보 대전에 뛰어들었을지 모르지만, 권능이 발현된 뒤 지금의 세상에서의 그는 더는 시간 축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리 생각한다면 천마가 그일 가능성은 높았다. 원영신을 이루었다고 과언이 아닌 그였으니, 작정하고자 한다면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천마가 저처럼 천리를 뒤엎는 마공에 빠져든 것은 그 살아온 세월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그 천마라는 존재가 네 번째 권능의 부작용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는 장일이 생각하는 경우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또한 그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네 번째 권능의 발현 이전 그의 직감을 불안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기괴한 일은 벌어질 법도 했다.
‘죽음에 의해 영혼이 끝내 타락한 것이다. 본래라면 소멸이어야 했으나, 다만 권능이 그 시스템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지.’
하여 시스템은 아마 영혼의 단계에서 복구하려 했을 것이고, 그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부활한 것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복구의 작업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장삼풍이라는 존재가 기억을 잃고 별개의 차원에 떨어졌으며, 이외에도 타락한 영혼의 한 자락이 그의 권능을 벗어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천마는 타락한 영혼의 또 다른 그였던 것이며, 그리 생각한다면 이 소년에게 벌어진 이 인위적인 천살성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자신이라면 영혼을 천살성으로 조작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그가 구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