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16
분신으로 절대무신 116화
장일 그가 깨우친 구음을 정의하자면 그것은 미시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작은 힘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영역에서 끼치는 힘을 이야기했다.
가벼운 것은 위로 무거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힘과는 별개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 힘으로 인해 인간이나 동물, 바위, 나무 심지어 저 하늘의 해와 달 등이 구성되고 그것들이 각기 독립적인 존재로서 유지될 수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어떤 한 무언가를 존립하게 하는데 끼치는 결정적인 힘이다.
모든 것을 지워내는 그야말로 인과를 거스르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장일의 유검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구음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그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장일이 다루는 구음의 순도는 낮았고, 하여 그 부족한 순도를 메꿀 것이 필요했는데, 장일은 무검과 유검의 무리를 통해 이를 대신하여 다루었다.
그러나 이 구음의 순도를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다면, 아니, 무검과 유검의 무리처럼 또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면 천마가 행했다는 그 천살성의 조작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장일이 구음을 다루는 자신이라면 가능하다고 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하여 장일은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를 만나는 것에 대해 일단은 보류를 해야겠어.’
아마 소년의 그 기괴한 인위적인 천살성을 보지 않았다면 장일은 두말할 것 없이 천마를 만나보려 했을 것이다.
분신과 분신이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과연 실제로 마주하면 어찌 될지 궁금하기도 한데다, 그 진실을 알고 싶기도 해서다.
하지만 비인간적인 일을 벌였던 것은 둘째라 하더라도 끝내 소년에게 천살성을 인위적으로 일게 한 점만 보아도 구음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 천마는 그를 뛰어넘었다.
장일이 꺼리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를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도가에서 말하는 도를 깨우치고 불가의 공(空)에 다가선 그는 미답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율의 대리인인 혈마마저 그의 손에 죽었을 정도였으니, 천마라고 한들 죽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마를 만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은 구음의 변수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가 천마에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파장은 또 어떨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격을 천마가 삼킬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생각을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안 만나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장일은 그 뒤에야 소년이 눈치를 살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자각했다.
지금만큼은 그 나이대 소년의 모습이라, 오히려 그 모습에 장일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마가로 돌아가고 싶으냐?”
그 말에 소년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 이번 일에 지원한 것도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서였습니다.”
“……너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텐데?”
장일이 본 소년의 실력이라면 칠악의 손에서 벗어난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기에 물었고, 이에 소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것이, 천살성을 제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흐음. 무슨 말인지 짐작이 되는구나.”
그들 스스로 신공이라고 하는 마공에 사로잡힌 칠악들과 달리 소년은 애초 그와 같은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
애초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천살성의 살의를 끌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 못지않은 힘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이 경우 그의 첫 번째 천살성 제자처럼 그 천살성의 살의에 미친 마인이 되겠지만, 소년이 처한 특이한 상황이 그런 최악을 면하게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악을 면하였을 뿐이었고, 소년은 마가를 나선 뒤에야 자신의 문제를 인지했다.
주기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인격인 천살성이 그의 본성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천살성에 미쳐 날뛰는 자신을 제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년은 그때부터 칠악에게서 크게 멀어질 수 없었다.
잠시 공동파의 도사들에 기대를 하기는 했으나, 그 당시 그가 본 공동파의 도사들은 칠악에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장일은 그러한 사정을 알아보았고, 하여 소년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기에 장일은 참으로 운명이라는 것이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참으로 기묘하게도 주인을 찾아가는군.’
장일은 제자가 남긴 진 복마검법의 주인이 세상에 나서기 무섭게 주인을 찾은 것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장일은 여전히 눈치를 살피는 소년을 보며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만풍입니다.”
“나는 장일이라고 한다. 자세하게 말해주기는 어려우나 네가 아는 천마와 관련이 있다면 제법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필연적인 악연이라 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달리 갈 곳이 없다면 나를 따라가겠느냐?”
“……그래도 되겠습니까?”
장일의 제안에 만풍은 반겼다.
그 칠악을 마치 하잘것없이 죽여댄 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라면 자신의 천살성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만풍으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풍은 장일과 합류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뒤 정식으로 장일의 제자가 되었다.
초오라는 이름보다 공동오검이라는 별호로 더 불리고 있는 도사는 늦은 밤 찾아온 불청객에 침을 꼴깍 삼키기 바빴다.
우내이십이존을 우내이십삼존으로 만든 장본인이 그처럼 긴장을 하는 모습은 실로 믿기 힘든 것이었으나, 그 불청객의 정체를 생각하면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를 찾아온 이는 무왕산에서 사실상 칠악을 죽이고 그의 경지를 끌어 올려주었던 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이 기묘하다 보니 그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못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알려져 무림맹의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입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무림맹에 나서기 무섭게 마주하게 되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은공.”
잠시 멍하니 있던 초오는 서둘러 공손하게 예를 갖추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 경지에 이르지도 못하였을 것은 둘째 치고, 그와 사문의 제자들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환갑을 넘긴 지 오래인 그가 이제 약관을 넘어선 듯한 그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은 이색적이었으나, 그 예를 받는 장일의 태도는 자연스러웠다.
무신에 자리에 오르기 전에도 그의 분신들은 하나같이 천하인들에게서 공경을 받는 위치이다 보니 그에게 이런 예는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초오는 그런 장일의 태도에서 그가 보이는 것과 달리 그 자신이 예측한 것처럼 노강호인이라 확신했다.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착각 속에서 장일은 바로 그를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대를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 공동파의 허락을 받을 일이 있어서요.”
“허락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복마검법과 관련이 있소.”
갑작스러운 복마검법의 거론에도 초오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무왕의 생전에 남긴 기록을 통해 무왕의 장보도를 찾았던 그들이었으나, 이미 누군가 무왕의 유물을 가져갔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장일이라는 것을 짐작하였으니, 사실 장일이 찾아왔을 때부터 그가 복마검법을 거론할 것임을 예상했다.
장일은 그런 초오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었다.
바로 그의 제자가 직접 서필한 진 복마검법이 적힌 서책이었다.
초오의 시선은 그 낡은 서책에서 쉬이 떨어지지 못했고, 장일은 그런 그의 솔직한 모습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제자에게 무왕이 남긴 이 진 복마검법을 익히게 할 생각이오. 그 허락을 받고 싶소이다.”
그리 말하던 장일은 별개로 그것을 초오에게 내어주었고, 그를 얼떨결에 받아들이던 초오는 이내 장일의 말을 떠올리고는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공동파의 제자가 아닌 자에게 다른 것도 아닌 사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복마검법을 익히도록 허락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라서다.
그것도 무왕이 직접 남긴 진 복마검법을 익히게 하는 일이었으니, 아무리 은공이라고 한들 이는 들어주기 어려웠다.
그런 초오의 심정을 안다는 듯 장일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나 또한 공동파와 관련이 없지는 않소. 어쩌면 한 식구라고 해도 다르지 않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 공동파와 관련이 없다니……. 혹시 은공께서는 사대도문의 사람이십니까?”
“하하. 사대도문이라.”
장일은 사대도문이라는 말에 웃음을 흘렸다.
실제로 그 사대도문이라는 곳도 장일과 관련이 없지 않았다.
공동파를 비롯해 현 천하에 이름 높은 열 개의 도문 중 공동, 종남, 청성, 그리고 곤륜을 따로 묶어 사대도문이라 이야기했다.
이는 이들이 무신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세운 도문이라서였다.
아무래도 그들의 성향이 도가에 있다 보니 그 위주로 가르침을 내려 천검문과는 그 결이 다르기에 생긴 일이었다.
물론 사대도문이라고 하여 그들의 명성이 공동파와 동일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종남파가 십대문파에 준했으며, 이 외 다른 세 문파는 대문파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무신의 제자가 세운 문파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십대도문에 언제나 들어갔다.
“그보다는 무신의 진전을 이었다는 게 맞을 것이오.”
“!!!”
장일의 말에 초오는 저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무신께서 유물을 남겼을 줄이야!’
워낙 무신의 행방이 모호한 터라, 유물을 남겼을 가능성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니 그를 쫓고자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음에도 여태껏 그 흔적을 발견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로부터 400년이 흘렀으니, 사실상 없다고 여기고 있건만 그 유물은 얻었다 주장하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아마 다른 자가 그리 말했다면 초오는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검을 다루었던지를 보았던 초오로서는 오히려 그 말에 크게 신빙성을 가졌다.
“그, 그 말이 정말이라면 확실히 저희 공동파와 연이 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정받기는 쉽지 않지만, 좀 강하게 따진다면 그의 조사 조한의 사형제 격이라 할 수 있으니 초오로서는 그리 말할 법도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저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라 장문 사형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것이라 생각했소. 하면 내일 다시 찾아오리다.”
장일은 그 말과 함께 일어서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반박귀진에 이른 그의 기감에서마저 한순간 사라져 버린 장일에 초오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마 그 손에 들린 진 복마검법이 아니었다면 그리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초오는 현실을 자각하자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반쯤 포기하다시피 했던 조사의 유물을 얻게 된 데다, 그 못지않은 큰일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서둘러 사문의 식구들과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