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17
분신으로 절대무신 117화
“…….”
초오는 다음 날이 되어 찾아온 장일을 보고 말문을 잃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어젯밤과 달리 환한 대낮에 말을 끌고 그들이 묵고 있는 객잔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간 워낙 행적이 신비로운 데다 그가 보고 겪은 일 또한 그러하다 보니 오히려 평범하게 행동한 장일의 태도가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첫 번째 이유가 그렇다면 두 번째는 바로 장일이 제자라고 데려온 소년 때문이다.
만풍을 본 순간 초오는 물론 공동파의 모든 도사들이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가 칠악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칠악과는 달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가 다른 칠악으로 묶인 동료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장일은 동요하는 공동파의 도사들의 태도를 짐작했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만풍이라고 하오. 사정이 있어 마가에 속해 있었으나, 회개한 마음으로 그들에게서 벗어났으니 양해를 부탁드리오.”
“……!!”
확인사살을 시켜주는 장일의 말에 초오는 앞이 캄캄해졌다.
다른 건 떠나서 설마 조사가 남긴 진 복마검법을 이을 이라는 게 칠악의 하나일 줄 상상치도 못해서다.
넘어가는 초오를 대신하여 말을 한 것은 그의 사형이자 공동이검인 조경이었다.
“원시천존! 은공께서 참으로 곤란하게 만드십니다.”
“이미 각오한 바이니,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떻소.”
“으음. 식사는 하셨습니까?”
“이럴 것 같아 가볍게나마 먹고 왔소이다. 차나 한잔하오.”
“알겠습니다.”
그의 나이 일흔이 넘었으나 조경은 장일의 하오체가 거슬리지 않았다.
‘마치 반로환동이라 한 것 같다더니, 과연 그러하다. 무엇보다 그의 기도를 읽을 수가 없구나.’
반박귀진이라는 것이 본래 그러한 경지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반박귀진에 이른 절대무인의 경우에 적어도 그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반박귀진의 초입을 벗어나면 그 직감이 더욱 짙어지는데, 이를 통해 상대와 나의 격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육신의 경지와 별개로 무학의 깊이는 달리 이루어지는 법이니, 실제로는 붙지 않고서는 그 결과를 알아내기 불가능하기는 했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 무인이라면 그마저도 짐작해 볼 법한데, 장일은 그런 점에서 아예 느껴지는 바가 없었다.
어찌 보면 정말로 무공과는 거리가 먼 자인 것 같은 일반인처럼 보일 정도다.
‘마녀와 불괴를 일검에 죽인 이를 그리 볼 수 없는 일이지.’
그 말은 곧 장일이 그조차도 살필 수 없는 또 다른 경지의 무인이라는 말이었다.
하기야 이제 그마저 뛰어넘은 사제조차 알 수 없다 하였으니 새삼스레 놀랄 일은 아니다.
차가 나왔으나, 도사들 중 차에 손을 대는 이는 없었다.
애초 차를 마시자는 것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요식에 불과했으니 당연했다. 상황에 따라 칼부림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이가 있을 리 없었다.
-후르릅…….
그런 그들과 달리 장일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온 차를 즐겨 마셨다.
“차 맛이 나쁘지 않구려. 하면 이야기를 계속하외다.”
“원시천존. 괜찮다면 은공의 성함부터 이야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정체를 밝혀달라는 조경의 말에 장일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그리하오. 장일이라 하외다.”
“…….”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장일에 조경은 물론 초오 등 공동파 도사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장일은 조사의 스승인 무신의 존함이라서다.
물론 장 씨 집안의 첫째라며 붙어지는 이름이니 우연일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연이 이처럼 겹치면 둘 중 하나였다.
운명이거나 아니면 거짓을 말하거나이다.
당연히도 이 중 후자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무신의 진전을 이은 자가 무신과 같은 이름이라니. 그 확률은 터무니없을 만큼 낮았다.
자연 애초 그가 정말로 무신의 진전을 이은 것이 맞기라도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이들의 마음에 피어올랐다.
-탁.
그런 그들의 속마음을 짐작한 장일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백문불여일견이라 하니 말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오. 그대들이라면 아마 감당할 수 있을 듯하니 너무 놀라지 마시오.”
“그게 무슨 말……!”
-덜컹!
알 수 없는 장일의 말에 의문을 감추지 못한 초오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이내 그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한순간 그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는데, 그 사정은 그의 사형 조경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초오의 경우는 반응이라도 하였지, 아직 복마검법을 대성치 못한 조경은 반응조차도 하지 못했다.
아니,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자칫 입이라도 열었다가는 심맥이 찢겨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과 달리 장일은 여전히 태연한 신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공동파의 조사가 남긴 진 복마검법이오. 느껴서 알겠지만, 이미 마귀라는 기준을 넘어서 버렸소. 이만하면 염라검법이라고 하는 게 차라리 맞을 것이오.”
장일은 그 말을 끝내며 이들에게 펼쳐 보였던 진 복마검법의 살의를 풀어버렸다. 동시에 조경과 초오는 무너졌다.
“하아하아!”
“크흐음. 원시천존!”
참은 숨을 겨우 몰아쉬며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잠재우는 그들에 공동의 도사들은 알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다만 만풍은 그 고통을 짐작한다는 듯 창백한 안색으로 곁눈질을 보였다.
이미 장일이 만풍 그가 가야 할 길이라며 진 복마검법의 살의를 아낌없이 맛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장일이 염라검법이라고 말했을 만큼 그 살의는 가히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무시무시하였던지 최근 발작의 조짐을 보였던 천살성은 꼬리를 만 개처럼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조사께서 남기신 진 복마검법이란 말입니까?”
“그러하오. 아마 그대라면 그 근원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오.”
겨우 진정한 조경이 놀라 묻는 말에 장일은 다시 찻잔을 들어 보이며 긍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일의 말에 조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파의 살의는 마음에 자리 잡은 마귀에서 일어난 것이라, 그 색깔이 확실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장일이 펼친 진 복마검법은 그와 비슷한 근원이었다.
다만 그 격의 차이가 크다 보니 대번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한데, 어떻게 이것을 익힐 수 있던 것입니까?”
조경이 궁금한 것은 그것이었다. 장일이 진 복마검법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은 겨우 일주일이 안 되었다.
말하자면 그 일주일 사이에 장일이 진 복마검법을 대성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그의 상식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장일은 그 물음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
이에 조경과 초오는 크게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무신의 무공을 펼쳐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그들이 알 수 있을 리 없으니, 장일은 나름 그들에게 배려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장일이 펼친 것은 진 복마검법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것을 흉내 낸 것이었는데, 이는 아무리 만류귀종이라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를 흉내 내 보일 수 있던 것은 천살성과 복마검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검의 본질 또한 살검이라 그를 흉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시천존! 은공께서 무신의 진전을 이었음을 알겠나이다. 배려를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조경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인정하였고, 초오 또한 말없이 인정했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정체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자, 그 뒤의 일은 탄탄대로였다.
그런 그가 보장한 제자 만풍을 인정하게 되었고, 왜 장일이 그에게 진 복마검법을 익히게 하려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느껴 보아 알겠지만 진 복마검법을 얻을 수 있는 자는 천살성을 타고난 자만이 가능하오. 그조차도 어릴 때부터 천살성에 휩쓸리지 않는 훈련을 해야 겨우 시도라도 해 볼법한 데, 만풍은 그런 점에서 이미 준비되었다 할 수 있소.”
장일이 진 복마검법을 가르치면서 얻는 이득은 만풍만이 아니었다.
공동파에게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장일이 천살성을 타고난 자를 어떻게 훈련시키고 그 진 복마검법을 얻게 하는지에 대한 방도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 장문 사형께서도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조경은 이로 인해 얻는 이득이 한둘이 아니자 그리 말하였고, 그것으로 장일과 만풍은 공동행이 결정되었다.
“어휴. 드디어 고향이구나!”
“……저분은 참으로 여전하십니다.”
만풍의 말에 공동칠검은 얼굴을 붉혔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보이는 행동이었다.
등에 고풍스러운 검을 차고 도건을 높이 쓴 초오 사숙은 가만히 있으면 그야말로 그림에서 볼 법한 도사 같았으나, 저처럼 입만 열면 시장바닥의 가짜 도사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십 평생을 저처럼 살아온 이에게 달리 체통을 지키라고 한들 들어 먹을 리 없었으니, 주변의 도사들은 그러려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제자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알겠군. 귀기가 모이기에 최적화된 곳이로다.’
모이는 것은 귀기만이 아니었다. 산 자체가 호랑이가 웅크리는 듯한 형세라 가지각색의 기운들이 고이기에 적합했다.
이는 일반 수행자들에게는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으나, 공동파와 같은 고행을 하는 도사들에게는 최적화된 곳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형세와 달리 막상 오르게 된 공동산은 의외로 명산에서 볼 법한 기류를 보였다.
공동파가 자리를 잡으면서 귀기들을 취하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기류만이 남아돌며 생긴 일이다.
산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아 한 식경만에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공동파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공동파의 정문에는 이미 그들의 소식을 접한 도사들이 그들을 반겼는데, 그들 중에서 눈이 가는 이는 역시나 장문인으로 보이는 노도사였다.
“원시천존. 다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네.”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는 인자한 얼굴로 그들을 반겼고 이에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공동파의 도사들은 한 몸이 된 듯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나 그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휴. 장문 사형, 나 죽을 뻔했습니다. 이제 더는 나 부려 먹지 마십시오.”
“원시천존. 어째 달라진 게 없구나.”
장문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칠악을 베어 천하에 명성을 높였던 사제의 소문을 돋고 드디어 사제가 철이 들었건만, 여전히 철이 없으니 참으로 그게 아쉬운 것이다.
그런 장문 사형의 내심을 알아본 초오는 눈치를 보며 웃었다.
“하하하. 사람이 그리 변하면 되겠습니까?”
“……그보다, 이분들이 그 서신의 주인들이신가?”
장문인은 그런 초오를 무시하며 그간 고생했던 조한에게 물었고, 이에 조한은 긍정을 보였다.
“장일입니다.”
장일 또한 장문인이라는 직위 때문인지 말을 높였다.
장문인은 그런 장일의 잠시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감탄하며 그들을 사문 내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장일과 만풍은 공동파로부터 허락을 받게 되었다.
장일이 만풍을 공동파의 공동제자로서 받게 해준 덕분이었다.
이는 만풍에게 있어서도 좋은 일이었다.
마가에서 도망친 만풍에게 있어 공동파는 든든한 그의 새로운 배경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장일과 만풍이 공동파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마가는 의외로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은 참으로 의외의 일이었다.
여느 강호의 세력이었다면 칠악과 같은 절대고수가 무더기로 죽은 일에 대해 크게 노기를 보이거나 했을 것인데, 마가는 아예 반응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마치 칠악 따위가 죽은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한 느낌이기도 한 터라, 무림맹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주시하는 데 힘을 더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