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22
분신으로 절대무신 122화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초이는 끙끙거리다 눈을 떴다.
-타닥, 타닥!
의식을 차린 초이가 가장 처음 본 것은 피어진 모닥불 위로 구워지고 있는 꼬치에 꿰인 고기였다.
-꿀꺽.
사막행에 뛰어들기 전에도 고기는 사치스러운 음식이다 보니 초이는 절로 고이는 침을 참지 못했다.
“일어났느냐?”
“아! 가,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에 초이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그 목소리가 들린 곳에 대례를 내보였다. 그제야 의식을 잃기 전 자신이 어떤 꼴이었는지 기억해 낸 것이다.
“식복이 있나 보구나. 마침 고기가 다 구워질 때 깨어난 것을 보면.”
“아니, 안 먹어도 괜찮습니다.”
초이는 그 말에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쳐댔고, 이런 그의 모습에 장일은 볼을 긁적였다.
그야 전생의 연을 알기에 그처럼 농을 한 것이지만,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초이로서는 그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른 것이다.
덕분에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장일은 초이에게 구운 고기를 내어줄 수 있었다.
보통은 탈수로 죽기 직전까지 간 이에게 그처럼 기름진 것을 먹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일이 그가 의식을 잃고 있던 한나절 동안 수분을 보충시키며 몸을 회복시켰던 터라, 오히려 이 같은 고단백질 음식은 초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
이 같은 사막에도 짐승은 있었다.
드물지만 사막벌레 따위를 잡아먹는 작은 크기의 여우도 있었으며, 이외에도 이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잘 버티는 도마뱀들의 종류도 여럿이었다.
장일이 초이에게 내어준 고기는 바로 그 도마뱀을 잡아 만든 것이었다.
그만큼 육질이 거친 면이 있었지만, 고기를 너무도 오랜만에 취하는 초이로서는 그런 맛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걱우걱.
정신없이 준비한 꼬치고기를 모두 먹은 뒤에야 초이는 장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초이의 모습에 장일은 피식 웃음을 흘려야 했다.
그의 전생 문빈이던 시절 그가 꼭 저같이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생김새 정도인가? 이거 문빈이 알았다면 콧노래를 불렀겠군.’
문빈은 그 신분도 성격도 훌륭했지만, 외모만큼은 여러모로 아쉬운 면이 많았다.
“대장 정말이지 하루만 못생기고 싶습니다.”
“너의 외모는 그리 썩 훌륭한 편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말하지 않습니까? 하루만 못생기고 싶다고요.”
“……그게 그런 뜻이었더냐.”
덕분에 이성 문제에서만큼은 문빈은 한없이 약하디약한 모습을 보여댔다.
그랬던 그가 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이는 미소년이 된 것이니, 장일이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름이 무엇이더냐?”
“초이라고 합니다.”
“난 장일이라 한다. 괜찮다면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알고 싶구나.”
“그것이…….”
초이는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사막의 전갈로부터 도망친 자신의 비겁했던 일도 숨김없이 꺼내놓았다.
하지만 장일은 그 일로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영악하다고 할 수 있는 행동이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삶 자체가 고단했기에 벌어진 일일 뿐이었다.
그 증거로 자신을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는 그 속사정을 숨기지도 않지 않았던가?
“서장이라…….”
장일은 서장의 존재에 대해 들어는 알고 있었으나 달리 그곳에 대한 흥미가 없기에 아예 생각조차 않았다.
하지만 천마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현 상황이 흥미를 일게 만들었다.
사막이라는 이 거대한 장벽이라면 그가 혈마독을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간을 벌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렇게 장일은 서장행을 결심했다.
다음 날 장일은 초이에게 자신의 뜻을 보였고, 이에 초이는 눈을 반짝이며 크게 기뻐했다.
누가 보아도 비범해 보이는 장일과 함께라면 사막을 건너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이의 생각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어버렸다.
노련할 사막 여행자로 생각했던 장일이 사실은 초보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오히려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던 초이가 나서서 방향을 잡아야 했으니 그가 그리 실망할 법도 했다.
그로서는 어떻게 장일이 혼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을 지경이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이런 그의 실망은 경악으로 또 한 차례 바뀌게 되었다.
-후우우우웅!
그 시작은 사막의 전갈들을 만나면서였다.
“젠장! 어째서 또 저것들이…….”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또 한차례 사막의 전갈들을 만나게 되자 초이는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다.
저들에게서 도망쳐도 도망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겪어 알아본 바, 그는 이전처럼 몸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설사 도망칠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상단이야 그를 노예처럼 부려먹었던 자들이니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지만, 그를 살려준 은공을 두고 몸을 돌리는 것은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초이는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며 월도를 뽑아내고는 은공 앞으로 나섰다.
그 죽음의 공포를 앞둔 가운데에도, 적어도 자신이 죽기 전까지는 은공을 죽게 하지 않다는 결심이 섰던 것이다.
그런 초이의 모습에 장일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착한 아이로다.”
“에?”
-후우웅!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초이는 황당해 말조차 내뱉지 못했으나, 그런 그의 침묵은 그의 옆을 지나치는 무언가에 상당히 길어지게 되었다.
-투두두둑! 서걱. 서걱!
-으아아악! 라, 라단…… 라단이다!
초이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마치 나는 새처럼 홀로 날아간 검은 이내 마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마적들은 그에 저항하고자 칼과 방패를 들어 보였지만, 그 검 앞에서는 모든 게 무의미했다.
닿는 모든 것이 찢기고 부서졌던 것으로 그들이 사막의 악마라고 불리는 라단을 입에 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휘이이잉! 착!
그렇게 검은 마적들 열다섯 중 열셋을 죽여 버린 뒤에야 다시 장일의 검집 안으로 돌아왔다.
-툭.
그렇게 검을 회수한 장일은 다시금 초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길잡이가 생긴 것 같구나.”
“에?”
“따라오거라. 기껏 잡은 마적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전에.”
“…….”
그리 말하며 나아가는 장일의 걸음은 참으로 신기했다.
분명 급히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데 마치 땅을 좁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새 저만치 나아갔던 것이다.
“……사, 사람은 맞겠지?”
어느새 마적들이 타던 말 중 상태가 좋은 말 3필을 강제로 끌고 온 장일은, 자신을 보며 두려워하는 마적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떠들어대기 시작했는데, 장일은 그 둘의 말을 듣다 이내 오른쪽에 있던 마적에게 손을 휘저었다.
-퍼어엉!
가벼운 손짓이었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가 손짓하던 마적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아, 신이시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초이는 고단한 현실에 일찍이 저버렸던 신을 다시금 찾으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야 골백번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저 처참하게 죽어 나간 마적들 같은 꼴이 될까 싶었던 초이로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장일에게 다가가야 했다.
이런 초이의 불안한 마음을 모르는 듯 장일은 호쾌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하하하! 여기 이분께서 우리를 타할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고 하더구나. 참으로 잘됐지 않으냐.”
“아하하. 그, 그렇습니까?”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웃음을 보이던 초이였다.
그렇게 마적은 살기 위해서라도 장일과 초이의 훌륭한 길잡이가 되었다.
사막에서 살다시피 하는 자다 보니 더위를 피하는 법이나 식량 등을 조달하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를 두 곳이나 들렀을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즐기기 위한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편해진 몸과 달리 초이의 마음은 불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불편했다.
십 수명을 찢어 죽이다시피 했던 살인마와 함께 여정을 가고 있는 것도 불안한데,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오니 그야말로 피가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것이다.
갈수록 피가 말라가는 초이의 모습에서 장일 또한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때야 장일은 이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다.
“제자가 스승님을 뵙습니다.”
다행히 장일의 진심이 초이에게 전해졌고, 그제야 초이는 장일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되었으나, 자신들을 아는 이도 없는 서장에서 사승의 관계를 이룬 것이다 보니 초이는 그야말로 아버지 이상으로 장일을 따랐다.
장일 또한 그러한 초이를 아들처럼 여기며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이 제자를 위하니 낯선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들에게 별다른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특히나 초이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너무도 마음에 들어 했다.
키히란도 다양한 인종이 살지만 그래도 주가 중원인인 것에 비해, 이곳은 달리 주가 되는 인종이 없어 차별의 시선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사승의 관계를 맺으며 새로 태어난 것 같은 삶을 살게 되었으니 초이로서는 이곳이야말로 고향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느새 이곳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초이는 큰 스승이라는 직함을 받으며 이곳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타할리의 최고의 검조차도 쉽사리 제압하는 무력과 짝을 찾기 힘든 아름다운 외모, 거기에 뛰어난 학식까지 함께하니 존경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던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초이의 이 같은 생활도 얼마 가지 않아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보기 드물게 지난 며칠 동안 하늘을 보며 근심을 얼굴에 드러내던 스승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간 스승에게서 사형 이외 별다른 인척조차도 없다는 것을 알았던 터라, 초이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좋은 곳을 두고 어찌 다시 그 험난한 중원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장일은 그런 제자의 마음을 알아보았던 터라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느니라. 더는 내가 이곳에 있다가는 중원은 물론 이곳까지 큰일이 벌어질 것이니 그 이전에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야 너도 마음을 잡고 가정을 꾸리기로 마음먹지 않았더냐?”
“그런 것 따위는 중원에서 해도 됩니다. 어디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장일은 능청스러워진 제자의 말에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게 지난 이십 년을 궁리한 끝에 만족할 만한 혈마독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가 완성한 혈마독은 혈마 따위가 아닌 율 본인이 강신하여야 다룰 수준의 것이라, 천마가 아무리 수작을 부린다고 한들 장일은 그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이 없었다면 장일은 그의 아들 같은 제자를 그 위험이 넘치는 중원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섰을 것이다.
그렇게 장일과 초이는 무려 이십 년의 시간을 넘어 혼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원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