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23
분신으로 절대무신 123화
“소문으로 들은 것보다 더 끔찍하군요.”
“…….”
장일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이는 서장과 가장 가까운 초이의 태생지인 키히란부터가 그러했다.
왕실은 그 권위를 상실한 지 오래였으며, 나라의 곳간을 뜯어먹을 쥐새끼들만이 곳곳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는 백성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세금을 걷겠다며 달려드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평작은 넘긴 농부는 열에 한둘을 겨우 가질 뿐이었던 것이다.
뼈 빠지게 농사를 하였음에도 자식들이 굶어 죽어가는 꼴을 보게 되니 그들로서는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저마다 농기구를 들고 일어섰고, 이는 또 다른 군벌을 성장케 만들었다.
이제 키히란 나라 아래에 군벌만 두 자릿수가 넘어간 상태였고, 덕분에 하루에도 전쟁이 나지 않은 적이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 키히란이 그나마도 서부 대륙에서 가장 사정이 나은 곳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서부 대륙은 다섯 대륙 중에서도 가장 상황이 나았다.
서부, 동부, 북부, 남부, 중부 대륙 순으로 혼란이 컸던 것으로, 이 중 가장 큰 혼란이 있는 중부 대륙의 경우는 아예 나라가 형식적으로 유지된 곳도 없었다.
말하자면 본 역사에서 중부대륙에 탄생되었던 용 제국이 나타나기 전의 모습과 유사한 꼴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은 강호무림도 피해 가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은 강호무림이 컸다. 그나마 국가라는 울타리가 그들의 욕심을 막아서 주었던 것이 이제 그 족쇄가 풀리게 되자 저마다 이권을 얻기 위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무림맹은 오래전에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며, 사파에서만 해도 이미 열 곳이 넘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런 모습은 사파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력이 나누어진 것은 정파가 더 많았던 것으로 한 대륙에만 두세 곳에 달하는 세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중 그나마 중립을 지키고 있는 강호 문파는 다름 아닌 개방이었다.
“정확히는 돈을 벌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만…….”
하지만 이들을 탓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는 그들이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이 혼란 속에 생겨난 고아들을 챙기는 데 쓰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방다운 행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그 개방에서도 문제가 일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이 혼란을 버티기 위해 억지로 몸을 불리는 과정에서 생겨난 파벌이었다.
돈이라면 서장에서 가져온 재물로 인해 넘칠 정도로 있던 장일은 이 전 대륙에 이르고 있는 혼란의 원인을 알기 위해 개방을 찾았다.
“퉤. 정말 더럽게도 많이 받는군요.”
“저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더냐.”
“그래도 그렇지. 시간을 내어 사람 좀 쓰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수십 배 넘게 받아먹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는 장일도 달리 비호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개방의 의로움을 알고 있는 그조차도 개방의 지금 같은 바가지요금은 과한 면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방이 가져다준 정보를 살피면서 장일은 그 돈이 아깝지 않음을 알았다.
“정보의 질도 대단하지만 그 분석도 탁월하군. 이 정도까지 살피고 있을 줄이야.”
개방이 가져다준 그간 대륙에 이른 혼란의 근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저마다 다 달랐다.
왕을 이을 후계자 싸움, 극단적인 정치 파벌의 등장, 간신에 의해 무너진 왕실 등 그럴 법한 이유들이 그 뒤에 있던 것이다.
그 이유들이 또 다른 혼란을 일게 만들었고, 그렇게 혼란은 다른 대륙에서 이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개방은 그간 정보들을 규합하고 분석하면서 현재 대륙에 이루어진 혼란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들은 이 혼란의 뒤에 마가가 있을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혼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이 마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스리고 있는 정나라 또한 이 혼란에 자유롭지는 못했으나, 지금에 와 결과적으로 보면 정나라는 이 대륙의 혼란이 일기 전에 비해 배는 더 넓은 영토를 손에 넣었다.
또한 갈수록 마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바, 이제 정나라의 백성들마저 자처하여 자신들을 다스려 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러한 개방의 생각을 장일은 동의했다.
아니, 그는 천마가 이 같은 일을 벌인 주범임을 확신했다.
“정말 징글맞게 미친놈이다.”
장일은 혈교에서나 해볼 법한 이 미친 짓거리를 천마가 한 이유가 그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은 인지했다.
공동파에서 하산한 뒤 그 행적이 모호해진 그를 찾을 수 없으니, 천하를 인질로 삼아 스스로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소한 정파인이라 자부하는 이라면 견딜 수 없는 짓거리이니, 아마 장일이 중원에 있었다면 이 혼란이 천하에 번지기도 전에 천마를 찾아갔을 것이다.
“내 죄가 크구나.”
이 죄악을 뿌린 것은 천마이니 그가 그리 자책할 필요는 없음이나, 그로서는 막을 수 있는 재앙을 막지 못한 꼴이라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천마를 만나는 시기를 앞당겨야겠군.”
장일은 그리 생각하며 그나마 중원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장일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북부 대륙에 위치한 공동연합이라는 곳이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파가 주체가 된 단체로 공동파의 속가제자들을 비롯해 그들과 관련된 대부분의 이들이 모여 만든 곳이었다.
현재 북부 대륙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이었고, 가장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는 10년 전 나라 두 곳과 힘을 합해 비대해진 사파연합에 의해 자칫 중부 대륙처럼 큰 혼란이 일 수 있던 일을 공동연합이 큰 희생을 통해 막아내면서다.
이 과정에서 공동칠검이 셋이 죽어 나갔으니, 이 당시의 전쟁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 이후 공동연합의 명성은 드높아져 그 소모된 전력을 복원하고도 남은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천마를 죽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천마를 죽인 뒤가 문제지.’
장일이 바로 마가를 찾아가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혈마독을 완성한 그는 천마를 죽이는 데 자신 있었으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그 자신 또한 죽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가 죽고 난 뒤 천하는 지금의 혼란이 차라리 평화로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혼란에 잠길지 모른다.
마가의 근원이 천마라지만 그 마가의 마인들을 공식적으로 세상에 풀어놓지 않은 것도 천마 덕분이었다.
한데 그 구심점이 사라진다면 어찌 될까?
마가의 마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날 뛰기 시작할 게 분명했다.
적어도 그가 만났던 꼭두각시 같은 놈이 하나만 있더라도 천하는 그 혼란을 진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여 장일은 자신의 사후 그런 마인들을 상대할 구심점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로 공동연합을 본 것이다.
“아니! 은공이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뵈오.”
현재 공동연합을 이끌고 있는 이는 과거 공동칠검이었던 도사였다.
공동일검이 사파연합과의 전쟁에서 죽은 뒤, 그의 대제자였던 공동칠검이 장문인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과연 공동연합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이끄는 자답게 그 또한 이 혼란의 뒤에 마가가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덕분에 장일은 여러 말 할 것 없이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천마를 죽일 생각이오.”
“그…… 천마를 죽인다는 말입니까?”
과거 공동혈사를 일으킨 꼭두각시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고 있던 장문인이었다. 그런 괴물을 다루는 천마를 죽인다는 것은 그로서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천하에 장일 말고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공동파를 홀로 지워버릴 뻔한 그 꼭두각시를 압도한 것이 장일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나 또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소.”
“……무슨 말씀을 하려는 것인지 알겠습니다.”
장문인은 대번에 장일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천마라는 존재가 사라지면서 마가가 날뛰기 시작할 것을 고민하고 있음을 알아본 것이다.
“공동연합을 북부연합으로 만드는 데 걸림돌들을 말해주시오. 해결해 주겠소.”
-꿀꺽.
담담한 장일의 말에 장문인은 침을 요란하게 삼켜대야 했다.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불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문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공동연합을 포함해 북부 대륙에 있는 다섯 단체가 거짓말처럼 반년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는 그들 단체의 수장들이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생긴 일로, 공동연합은 그로 인해 무너질 그들의 혼란을 기다렸다 이들을 통합한 것이다.
장문인은 이렇게 만들어진 연합에 무림맹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그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가장 큰 혼란이 일고 있는 중부 대륙에 진출한 것이다.
다른 대륙도 아닌 나라조차도 없는 중부 대륙에 가장 먼저 진출한 것은 이곳에 그들의 아군이라 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서였다.
현재 중부 대륙에서 가장 큰 세력인 연중연합이 그곳으로, 이곳은 연나라와 중나라의 강호인들이 통합되어 만들어졌다.
그런 연중연합이 이들의 아군이라 자처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이 연중연합을 이끄는 이가 바로 만풍이기 때문이다.
연 나라 왕실의 공주와 결혼하면서 연 나라에 영향을 끼쳤던 그는, 무너지는 나라를 어떻게든 복원하려 했으나 그 혼란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후 연나라의 무인들을 모아 연합을 만들었던 그는 그 과정에서 중나라의 세력 또한 함께하면서 지금의 연중연합을 만들게 되었다.
“스승님!”
“다행히 기대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 내었구나.”
그의 말대로 만풍은 지난 이십 년의 시간이 길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단순히 진 복마검법을 자신의 것으로 변형하는 정도가 아닌 반 발자국이나마 나아가는 데 성공한 것을 알아본 것이다.
아무래도 하루에도 서너 번 씩 일어나는 전쟁이 그를 이처럼 성장케 한 모양이었다.
다만 어려운 길을 걷다 보니 12성에 이르는 것은 지난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아마 평생을 두고 고민한다고 한들 그에 닿지 못할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장일의 입장은 달랐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라면 그가 나아갈 길을 찾고 그를 이끌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장일은 1년을 만풍과 함께 하며 그의 수행을 도왔다.
만풍이 자신의 검을 완성한다면 적어도 그 꼭두각시 같은 놈이 나타난다고 한들 능히 그의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아서다.
덕분에 외부적으로는 만풍과 장일이 나서는 일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으나, 다행히 중부 강호무림을 평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연중연합이 무림맹의 산하로 들어서자 과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달리 사람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찾아와 무림맹 아래에 있기를 청하기도 했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크게 활약을 보인 것이 바로 장일의 제자인 초이였다.
전생의 연이 현생까지 이어진 제자다 보니 장일은 초이를 키우는 데 크게 공을 들였다.
다행히 초이의 자질도 뛰어난 편이라, 그는 과거 검존이던 시절 수준의 무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가를 제한다면 정사를 막론하고 십대강자 중 하나에 꽂을 만한 절대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니 그 파장이 작을 리 없었다.
덕분에 장일과 만풍은 순조롭게 수행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마침내 만풍은 진 복마검법을 대성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생각하기는 했지만 너의 검을 보니 확신이 서는구나. 이 검법은 염라검법이라고 명해도 될 것이다.”
“하하하! 염라검법이라!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이제부터 이 검법은 염라검법이라 명하겠습니다.”
죽은 이들을 판결한다는 염라대왕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참으로 광오한 일이었으나, 그의 검법은 능히 그리 이름을 붙여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의 검은 장일의 살검에 비교가 될 정도였으며, 그런 검이라면 능히 천마의 꼭두각시라고 할지라도 벨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설사 천마와 동귀어진을 한다고 할지언정 그를 중심으로 한 무림맹은 마가와 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림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모이며 중부에서의 혼란이 잠들자, 동부와 서부에서도 무림맹에 편중하고자 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더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 장일은 그제야 마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이제 천마를 만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마가에 들어서는 과정은 대단히 순탄했다. 그를 막는 마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길을 안내해 주려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모시겠습니다.”
마가에 발을 들인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붉은 비단을 입은 대단한 미인이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손히 천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모습들이 장일에게는 불안케 만들었다.
이는 그만큼 그를 상대하는 것을 천마가 자신 있어 한다는 것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혈마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불안을 일게 한 존재가 또 다른 자신이라는 것에 장일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지만 장일은 여인을 따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는 물러서려고 해도 물러설 수 없었다.
“이곳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도착한 곳은 참으로 기괴한 곳이었다.
거대한 절벽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거대한 철문은 마치 민화에서나 볼 법한 요괴의 장원을 떠올리게 했다.
-끼이이익!
그 기괴한 모습에 잠시 시선이 빼앗긴 그에게, 한눈팔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철문은 요란스럽게 홀로 열리기 시작했다.
“……장관이로군.”
만약 천마를 죽이러 가는 길이 아니었다면 아마 제법 시선을 빼앗겼을 만큼 절벽 안쪽의 모습은 대단했다.
야광주를 받아 넣어 마치 햇볕 아래 있는 듯한 밝은 모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를 감탄케 한 것은 그 속의 엄청난 규모의 공간이다.
그 공간의 중심에는 작은 장원 한 개가 놓여 있었는데, 장일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들어섰다.
“이거 참 얼굴 보기 힘들군. 그렇게 애타게 찾았건만 참으로 너무하셨네.”
“…….”
투덜거리며 말하는 천마와 달리 장일을 말문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는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