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24
분신으로 절대무신 124화
“넌 누구지?”
“으흐흠…… 아하하하하!”
장일이 정체를 묻자 천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웃음을 흘려댔다. 낭랑한 웃음소리와 달리 그 안에 담긴 광기는 수많은 세월을 경험한 장일조차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천마의 웃음소리가 거슬리던 장일이 끝내 웃음을 막지 않은 것은.
덕분에 천마는 마지막 감정의 파편마저 웃음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광기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겉으로 드러나던 감정이 지워지자 그의 광기는 노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글쎄? 내가 누구일까……. 누구지.”
“…….”
장일은 그자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놀리고자 저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말없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과거 만풍의 말처럼 천마는 장일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을 살피면 여러 가지가 달랐다.
천마의 육신은 만풍을 만났을 때쯤의 나이대였는데, 이 점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수백 년을 살다시피 한 괴물이었으니, 그런 기괴한 재주가 없는 게 더 이상할 일이다.
그보다는 이상한 점이라면 그의 육신이다.
장일의 육신은 과거 이무기의 내단을 취하여 원영신과 다를 바 없는 경지를 이루어 냈다.
한데 천마의 육신은 그 원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장일이 원영신을 이루기 전의 육신과 유사할 따름이다.
그 기억을 잃고 타 차원으로 가버린 장삼풍마저도 그 육신만큼은 원영신을 이룬 상태였다.
자연 이 일은 장일이 과거 천마의 정체를 두고 생각했던 가장 큰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배제하게 만들었다.
천마가 본신이었던 장일일 가능성과 죽음의 부작용에 의해 생겨난 분신이라는 경우가 이로 인해 지워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천마의 몸속에 있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천이통을 다루게 된 장일은 알 수 있었다.
천마의 몸속에 들어 있는 영혼은 장일 그가 아닌 어떤 무언가라는 것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끔찍한 무언가였고, 하여 그것이 풍기는 광기는 장일마저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장일은 혈마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느꼈던 그 괴리감을 다시금 받게 되었다.
그의 사고가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광기를 토해내던 천마의 시선은 어느새 장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광기 어린 눈으로 장일의 물음에 답했다.
“자네가 어찌 볼지 모르나 나는 자네처럼 장일에게서 나온 존재이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지.”
“그대는 장일이 아니네.”
“크하하하! 내가 언제 장일이라고 하였는가? 말하지 않았는가? 장일에게서 나온 존재라고.”
“…….”
장일은 천마가 말하고자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그가 앞서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천마는 그의 네 번째 죽음의 부작용에 의해 생겨난 괴물이었다.
다만 그뿐, 장일조차도 어떻게 지금의 천마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별달리 유추할 수조차도 없었다.
다행이라 할지 천마는 스산한 광기 속에서 자신의 행적들을 장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 스스로를 자각할 때 나는 육신도 기억도 없는 그저 순수한 악의였다. 뭐, 그때는 그것이 악의라는 것도 모를 때이기도 했지.”
본래라면 그는 탄생할 수 없어야만 했다.
하지만 타락한 장일의 영혼의 소멸에 시스템이 개입되면서 장일이 복원되었고, 그 과정에서 타락한 장일의 영혼의 한 자락도 복원되고 말았다.
갈가리 찢겨버린, 하여 이제 영혼이라고 할 수 없는 누더기인 그것은 악의 그 자체라고 부름 직했다.
그런 그 악의가 어느 한 죽어가는 자의 육신을 취하며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은 별개의 어떤 힘에 의해서였다.
천마는 그 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금도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진 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생각해 볼 것이라면 본신이었던 장일이 개입된 게 아닌가, 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
장일은 천마의 탄생이 본신이었던 장일의 개입이 있다는 점에서 쉬이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려웠다.
천마 본인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 아닌, 실제로 본신이 그랬다고 한들 그가 그리 선택한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이러한 천마와 같은 기괴한 존재를 어째서 탄생토록 돕는다는 말인가?
본신이 눈앞의 천마처럼 미쳐 버렸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누진통을 깨우친 존재가 그처럼 미치기란 부처가 불성을 저버렸다는 말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일이 완고하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아니고서는 천마의 탄생에 영향을 끼칠 존재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장일의 마지막에 대한 기록은 다른 분신들에 비해서도 여러 가지 의문이 있었다.
천마는 장일이 긍정하지도 않지만 부정하지 않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육신을 가지기는 했지만, 너희들과 달리 나는 연약했다. 달리 전생에 대한 기억도 없었지.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내가 탄생한 곳은 전장이었다.”
천살성이 살의를 먹고 성장을 한다면 그는 천리에 어긋난 악의를 취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러한 악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다름 아닌 전장이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히려 결과만이 정당할 뿐인 전쟁은 그런 그가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는 처음 전장에 뛰어들었던 장일처럼 한낱 보잘것없는 어린 병사에 불과했으나, 그 두각을 드러내는 데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겨우 1년도 되지 않아 천인장까지 올라선 그는 이후에도 수많은 전공을 올리며 장군이 되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군도 가리지 않고 제거한 끝에 상장군까지 올라선 그는 끝내 자신의 고국마저 난세로 이끌었다.
전장의 악의가 그를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일자 그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라를 몇 곳이나 난세로 몰고 가며 악의를 쌓아갔던 그는 어느 순간 멈추어 섰다.
“이제 이 정도의 악의로도 성장할 수 없게 되었구나.”
인간에게서 얻을 수 있는 악의가 한계가 있음을 깨닫기 무섭게, 그는 자신을 성장케 할 악의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나는 답을 찾았다. 바로 하늘이었다.”
정확히는 천리(天理)를 말함이었고, 그는 그것을 역행하면서 얻어지는 악의가 자신을 다시금 성장케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마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는 수많은 인간들을 실험을 통해 천리를 뒤엎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대마두들이 탄생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천마라 불리기 시작했고,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마인들은 그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 백 년이 훌쩍 지났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보잘것없는 천리의 역행에서 오는 파장을 좀 먹는 놈에 불과했지.”
그랬던 그가 천마라는 이름에 걸맞은 자가 된 것은 갑자기 나타난 어느 한 존재에 의해서였다.
“그는 내가 본 첫 번째 장일이었다.”
“!!!”
천마의 말에 장일의 눈은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이는 그간 자신이 생각했던 생각들을 정면으로 뒤엎어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선이라 불리던 분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점에 대해 장일은 크게 생각지 않았다. 그저 역사가 달라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본 것이다.
어찌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장일이 죽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던 그로서는 그리 받아들일 만했다.
하지만 사실은 화선이라 불리는 분신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천마는 놀라는 장일을 보며 크게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그를 잡아먹었다. 그의 육신도 그의 기억도 그가 지닌 존재감조차도…….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
그러나 수많은 천리를 역행하며 얻은 그의 격은 그 장일에 비할 만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힘은 능히 장일을 압도했다.
“유검, 그것에 죽을 뻔했지. 하지만 운 좋게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그 녀석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
그것이 진정한 천마의 시작이었다.
장일의 존재감을 취하였을 뿐 아니라 그가 다루던 구음까지 다루게 되자, 그제야 그는 진정한 천리의 역행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만큼 높아진 존재감과 구음은 수많은 것을 가능케 했다.
과거였다면 혈교의 십왕을 재현한 칠악을 만드는 데 수십 년이 걸렸겠지만, 이제 몇 년만 허비한 것만으로도 그들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나 만풍과 같은 인위적인 천살성조차도 재현이 가능해졌고, 그것으로 인해 그는 오랫동안 다루고자 했던 자신의 분신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짐작했겠지만, 꼭두각시에 깃든 것은 인위적으로 나의 혼을 본 따 만든 것이지. 비록 효율이 좋지 않은 데다 자네가 상대했던 꼭두각시는 그중에서도 실패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그 꼭두각시들을 만든 이유가 뭐지. 만약을 위해 몸을 갈아타기 위해서인가?”
“그래,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 본신과 같은 성장을 바라기 위해서지. 솔직히 너무하지 않은가? 분신이 이룬 모든 경험에 이어 존재감마저 올릴 수 있는 카르마마저 얻을 수 있다니. 아마 내가 그 힘을 가졌다면…….”
말끝을 흐리던 천마는 이내 질투와 시기심이 가득한 광기 어린 눈으로 장일을 바라보았다.
“그건 자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아무리 실패한 물건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잘 만든 것이건만 그처럼 압도적으로 밟아 버리다니.”
그 말과 달리 천마는 크게 들떴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장일을 취할 수 있다면 이제 정말로 파천(破天)을 행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그 말은 곧 이 세상을 그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스르릉!
장일은 탐욕과 악의를 흘려 보이는 천마에 말없이 칼을 뽑아 들었다.
-쿠르르릉! 콰가가강!
그의 칼은 뽑히기 무섭게 터무니없는 힘을 천마에게 토해내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있던 작은 전각은 한순간에 반파되더니 이내 무너졌다.
그것은 태극을 담은 무검으로 그 혈마의 혈마벽마저도 찢어버렸던 검이기도 했다.
그 검을 천마는 그대로 맞아 들었으니 자연 기뻐해야 할 일이건만, 장일의 안색은 그렇지 못했다.
그와 별개로 저 멀리서 나뒹굴며 피를 토해내던 천마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쿠에엑! 퉤. 자네 발전하지 않았군. 하기야 그럴 때도 되었지.”
엉망이 된 몰골로 그리 말하는 천마의 모습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장일은 그리 생각할 수 없었다.
장일이 그리 생각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하하하. 이미 자네가 들어온 순간 자네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네.”
바로 그의 뒤에서 또 다른 천마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확실히 홀로는 자네를 상대할 수 없겠지. 하지만 열이라면 어떨까?”
그 말을 끝으로 사방에서 천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열 명에 달하는 천마들이었으며, 그들 하나하나는 장삼풍이 상대하였던 황제와 비할 만했다.
황제가 과거 일차 대전의 혈마에 준했던 자임을 생각한다면 그런 자를 열이나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장일이라고 해도 이 싸움의 끝은 낙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우. 정말 징글맞군.”
여러 경우를 생각했지만, 설마 자신을 잡으려는 수가 이런 것일 줄은 상상치 못한 장일은 그들을 살피다 곧 고개를 저어댔다.
저들 중 누가 진짜일지를 찾아보려 했으나, 이내 그것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몸을 갈아탈 수 있는 천마였으니, 장일은 그들 모두를 죽여야 했다.
그 같은 결심이 선 것과 동시에 장일은 이미 검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후우우웅!
그 시작은 연대구품이었다.
장일의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에게 좁혀오는 아홉 명의 천마들을 향해 각기 몸을 날린 것이다.
“이형환위를 아홉이나?”
내상을 입은 천마는 장일의 연대구품에 놀랐으나, 그뿐 달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사사삭!
장일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화선의 기억을 이은 천마들도 저마다 이형환위를 둘 수 있던 탓이다.
그것도 저마다 셋에 달하는 이형환위를 보였으니, 아홉이던 장일은 서른 명에 달하는 천마를 상대해야 했다.
첫수가 막혔으나, 그렇다고 한들 장일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천마들이 늑대 무리라면 그는 그 늑대들을 상대하는 호랑이다. 늑대들이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면 호랑이는 호랑이만의 사냥 방식이 있기 마련이었다.
-서걱!
핏물이 튀어 올랐고, 이내 팔 하나가 떨어졌다.
장일이 연대구품을 극성으로 펼치면서까지 내기를 토해내며 다루었던 것은 바로 그 천마들 중 하나를 무력하기 위해서였다.
-쿠르르릉! 카가가가강!
하지만 팔 하나가 떨어진 천마는 신음 소리 한 번 흘리지 않은 채 천마장을 펼쳤고, 이는 다른 천마들도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장일이 있는 일대가 심연과도 같은 검은 빛에 물들어졌다.
하나도 아닌 열 명에 달하는 천마가 펼쳐대는 천마장은 장일이 펼치는 유검을 뛰어넘을 만한 것이었다.
-츠……피익!
그런 절대적인 어둠의 한편에 아주 미세한 금이 가는가 싶더니, 이내 그곳에서 섬뜩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검기였다.
-푹!
설마 자신들의 천마장을 버티는 것을 넘어 반격까지 할 줄 몰랐던 탓일까?
아주 작은 틈 속에서 튀어나온 그 검기는 방심한 천마 중 하나의 머리를 관통했다.
-쿠웅!
아무리 기괴한 힘을 다루는 천마라고 한들 뇌가 터져 나가버린 것에는 어쩔 도리가 없던지, 천마 중 하나는 그대로 절명하였다.
열이던 것이 아홉이 된 탓일까? 아니면 그리 허무하게 천마 중 하나를 잃을 줄 몰랐던 탓일까?
-스스스슥!
순간 천마들이 펼친 천마장이 기세를 잃자 어둠은 어느새 장일이 피어 올린 매화들에 그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