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25
분신으로 절대무신 125화
그렇게 천마들의 합격을 물리친 장일의 모습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라도 한 듯 그의 전신은 찢겼던 것으로, 그 흘러내린 피에 그가 입은 옷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어디 그뿐일까? 입과 코는 물론 눈과 귀에서도 핏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그가 상당한 내상을 입었음을 드러냈다.
제법 큰 부상을 입은 것인데, 이마저도 그의 육신이 원영신에 이르렀기에 이 정도에 그친 것이었다.
아마 그가 원영신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는 천마들의 합격에 핏물 한 방울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을 것이다.
아니, 천마들이 다루던 천마장이 유검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면 장일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화선을 취한 천마가 유검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천마가 유검을 장일에게 펼쳐 보이지 않은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천마는 유검을 펼치지 않은 것이 아닌 유검을 펼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천마는 역천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검은 구음이 없이는 다루지 못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불가의 가르침을 통해 형성되는 힘이기도 하다.
무위자연을 따르고자 하는 도가와 달리 인과를 베어 그를 넘어서고자 하는 불가는 어찌 보면 천마가 말하는 역천과 유사한 면이 있다.
과감한 면은 그렇지 모르나, 실상은 이 두 사이는 큰 차이가 있다.
불가가 천리(天理)를 초월하고자 한다면 천마의 역천은 천리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그를 지배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애초 방향이 다른 것으로, 이런 이유로 천마는 유검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유검이 다루는 힘이 터무니가 없을 뿐이지, 천마장의 힘 또한 그 못지않았다.
구음을 나름 구현화시킨 힘이며, 그것이 열에 이르자 장일의 유검조차도 제대로 버텨낼 수 없었다.
다행히 하나가 죽고 둘이 부상을 당해 천마들이 펼치는 천마진기의 힘이 제법 반감되었다고 하나, 장일 또한 큰 부상을 당했으니 실상 장일이 이번 첫 접전은 그의 손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얻은 것이 없는가 하면 또 그것은 아니었다.
천마들이 다루는 천마진기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것으로,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장일은 손해의 상당 부분을 메꿀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천마들이 다루는 힘이 그저 역태극이라 여겼다.’
천리를 따르는 도가의 가르침의 끝자락에는 태극이 있었다.
장삼풍은 그 태극을 깨우치고, 이를 역으로 돌리어 황제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장삼풍도 그 힘의 파장에 의해 죽기는 하였으나, 이는 그가 구음을 다루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천마들은 구음을 다루었으니, 장일은 자연 천마가 역태극을 품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런 장일의 생각과 달리 천마들이 다루는 힘은 그와 별개의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나의 예상이 틀릴 수밖에 없었다. 역태극 또한 결국 천리의 규칙에서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역태극이 유검과 흡사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천마가 다룰 힘은 아니었다.
‘천마가 다루는 힘은 혼돈이다.’
질서를 뒤틀고 바른 것을 그르게 하는, 인과로 말한다면 그 원인과 결과를 달리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악의와도 맞아떨어지는 힘이며, 천리를 무너뜨리기에 이르니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려는 천마가 이 힘을 다루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겠다.
장일은 천마가 다루는 게 혼돈이라는 것을 알자, 이내 그의 검에 담긴 무리를 바꾸었다.
지금까지 그의 검이 태극을 기반으로 유검을 펼치었다면, 바뀐 장일의 검에 깃든 무리는 황극(皇極)이었다.
태극은 우주로 이야기한다면 정적 우주라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음양의 이치 속에서 우주는 변화 없는 상태를 유지하게 되니 정적 우주는 바로 이를 말함이다.
그에 반해 황극은 팽창의 이치를 말한다.
우주의 만물이 팽창한다는 것으로, 이는 만물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이야기하며 농도가 옅어진다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
우주로 이야기한다면 죽어가는 우주라 할 수 있다.
태극이 음양의 조화 속에 유지된다면, 황극에서 보는 만물은 결국 본질을 잃어버린 채 사라지는 질서를 말함이다.
장일은 이 황극을 기반으로 삼은 것은 천마가 다루는 혼돈의 힘의 본질을 흩뜨려 버리기 위해서다.
태극과 혼돈은 상극이라 볼 수 있어 그 둘이 부딪힌다면 그 힘의 우위에 따라 한쪽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체적으로 천마에 비해 전력이 부족한 장일에게 있어 대단히 불리한 일이다.
그나마도 불가의 힘이 함께한 덕분에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그가 한 두수 정도가 부족했다.
이러니 장일이 황극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황극이라면 굳이 혼돈을 무너뜨릴 필요도 없이 그저 흐트러뜨리게 할 뿐이니, 그 힘의 격차를 두어도 능히 황극만으로 천마들의 혼돈을 상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황극이 유검을 담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인과를 베는 유검과 팽창의 이치를 담은 황극은 확실히 어울릴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그가 깨우친 황극으로는 유검을 담아내기가 부족했다.
장일이 깨우친 황극은 그저 태극을 온전히 깨우치면서 알게 된 형태 정도에 불과했다.
이 말은 황극의 무리를 담은 그의 검이 유검과 어울리기 힘들다는 것이고, 이는 곧 장일 그에게 큰 부담감을 준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장일은 황극을 검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후르르륵…… 서걱!
이는 장일에 의해 팔이 날아갔던 천마의 머리가 허공 위로 띄워진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천마들이 펼치는 혼돈을 그들의 천마지기는 황극의 무리를 담은 장일의 검에 닿기 무섭게 흐릿해졌다.
아홉이었던 힘이 서넛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그것은 곧 장일의 유검이 그들의 합격을 부수고 나아가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음을 말한다.
천마 중 하나가 그처럼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욱신욱신!
그러나 앞서 말대로 이는 장일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달구어진 칼에 내장이 지져지는 듯한 고통과 다르지 않았고, 이에 그의 목구멍 너머로 내장 조각 따위가 섞인 피가 올라왔다.
-꿀꺽!
물론 장일은 그 피를 토해내 자신의 상태를 이들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억지로 올라온 피를 삼키며, 뜨겁게 달구어진 심장의 고동을 뒤로 한 채 다시금 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과연 누가 괴물인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으흐흐. 탐이 나는구나!”
“그래 보았자 달라지는 것은 없네. 반항은 그만하게나!”
“크하하하!”
열이었던 천마들이 어느새 넷으로 줄어들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장일의 우위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장일은 천마들이 지껄여대는 말에 대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온몸을 적실 정도로 흘린 피로 인해 체력은 바닥을 찍고 있었으며, 진기 또한 무리한 유검의 운영으로 겨우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그의 검이 장일의 격에 영향을 받아 진정한 신검으로서 변모하지 않았다면, 그의 검은 천마들이 뿌리는 혼돈에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잘해야 두셋인가?’
냉정하게 현 상황을 두어 보며 계산한 장일은 지금의 상태로는 천마 셋을 죽이는 게 고작임을 인지했다.
이 또한 그가 동귀어진의 각오로 싸웠을 때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천마 하나가 남았다.
그 말은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천마가 그를 삼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변수!’
암담한 미래 속에서 천마들이 펼치는 공격을 황극을 담은 검으로 흩트리던 장일은 이내 변수라는 글자에서 잊고 있던 한 가지를 기억해 냈다.
-과거 신을 죽이며 신성을 얻은 칼입니다. 부정의 기운을 품고 있지요. 율을 죽일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래라면 혈마를 죽이는 데 사용했을 신살을 품은 칼이 그의 품에 여전히 있음을 떠올린 것이다.
물론, 그래 보았자 천마들 중 하나를 죽이는 데 사용할 수 있을 뿐인 데다, 그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적잖은 부담을 안아야 했다.
그러니 사실 이것이 그의 품에 있다고 한들 여전히 천마 하나가 남았다.
그럼에도 장일의 눈은 어느 때보다 빛이 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무언가 답을 찾았다는 것을 뜻했다.
-후우우우웅!
-퍼어엉!
장일은 답을 찾기 무섭게 다시금 몰아치는 천마들의 혼돈을 흩뜨리며 이내 그들 중 하나를 죽였다.
더는 기운을 아낄 것도 없다는 듯 과감한 그의 손속에 천마 중 하나가 가슴 위의 모든 것이 터져 나갔다.
“크하하하!”
그만큼 장일의 상태도 급격히 좋아지지 않았으니, 남아 있는 천마들은 이제 곧 자신의 손에 들어올 장일에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장일 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너 같은 괴물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가?”
“뭐?”
현 상황에 장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일까?
처음으로 남아 있던 천마들 중 한 명만이 그에 반응을 보였다.
-푹!
장일은 아마 그가 본신일 것이라며 생각하며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이내 품속에 있던 신살을 품은 칼 조각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자살을 하는 그의 모습에 천마들은 달리 손을 쓰는 것을 거두며 크게 비웃었다.
“흥! 생각한 게 겨우 자살인가?”
“멍청한 놈이로군. 그렇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느니라!”
“하하하하!”
그러나 그런 천마들의 말을 들으며 죽어가던 장일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만이 가득했다. 마치 천마들이 그처럼 비웃으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는 그들의 비웃음이 곧 절망이라고 바뀔 것임을 알며 생의 마지막 의식을 거두었다.
설마 이 전투의 끝이 자살로서 끝맺음이 이어질 줄은 몰랐던 탓일까?
천마들은 대단히 기꺼워하며 장일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이들은 동시에 장일의 시신에 손을 올렸다.
아무래도 장일의 마지막 미소가 꺼림칙하다 보니, 혹시나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쳤던 모양이군!”
“하기야! 아무리 수를 쓴다고 한들, 결과는 같을 뿐이니.”
그러나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자, 그들은 더는 기다릴 것도 없이 장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의 존재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
천마들이 일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깨달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크아악! 커허헉!
-쿨럭쿨럭!
-푸우웃!
이들은 저마다 영혼이 찢길 것 같은 고통에 휘말렸다.
고통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저마다 사지 전체에 펼쳐진 경력이 꼬이기도, 얼굴과 손가락이 뒤틀리기도, 내장이 꼬여 한 말이 넘는 피를 토해내기도 했다.
바로 장일이 남긴 함정이 발동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장일은 마지막 구음의 기운을 긁어모아 신살이 담긴 칼에 혈마독을 내재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칼에 담긴 신살이 발현됐다.
아마 천마가 그를 취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었다면 이들은 그 함정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다 보니, 그들은 더는 기다릴 것도 없이 움직였고 이것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어느새 꼭두각시 둘이 죽어 나갔고, 사지의 경력이 꼬이던 본신인 천마만이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신살과 혼돈된 혈마독의 마수에 벗어나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육신이었고, 다음은 그가 이루었던 격이었다. 그럼에도 신살을 담은 혈마독은 집요하게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결국 천마는 자신을 자신으로 자각게 하는 존재의 의의마저 흩뜨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그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수백 년 동안 쌓은 기억들도 적잖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과연 거기까지 이르자 혈마독도 더는 그를 쫓지 않았다.
‘……억울하다.’
천마는 그 기억을 끝으로 다시금 숨이 막힐 듯한 혼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처음이 그랬듯이 천마는 언젠가 다시 자신이 깨어나기를 기원했다.
무림맹이 결성되고 난 뒤, 천하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천마에 의해 통제되던 마가가 천하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들의 힘을 천하에 보인 마가는 능히 천하를 두렵게 하기에 충분했다.
만약 무왕이 아니었다면 무림맹은 이들 마가에 의해 찢겨 다시 혼돈이던 시절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왕의 활약으로 인해 끝내 마가를 몰아넣는 데 성공하니, 그제야 천하는 마가와 협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야 마가를 지워 버리고 싶었던 게 그들의 속사정이지만, 문제는 그리하기에는 그들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그 결과 남부 대륙의 3할이 마가의 아래에 놓였다.
이후 마가는 새로이 재편성을 하였고,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 바로 마교였다.
마교의 목적은 하나였다.
자신들을 탄생케 해주었던 마의 근원인 천마의 부활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커다란 불안을 뒤로 한 채 천하에 이른 혼란들은 잡히며 새로운 질서가 생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