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27
분신으로 절대무신 127화
이 일은 북부 대륙의 징치의 약화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던 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장일이 무림맹에 받은 직함은 태대무왕(太大武王)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직함이 가지는 권위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무왕의 앞에 태대(太大)라는 글자가 붙을 수 있는 것은, 모든 나라의 왕들이 그를 인정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왕마저 우러러보는 자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장일이 이 직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북부대륙을 침공했던 연합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아마 본 역사에서처럼 황제라는 말이 사용되었다면 무황이라는 직함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일이 정리가 되었을 때쯤, 장일은 더는 망설임 없이 무림맹을 나섰다.
그런 장일의 뒤로 조한 또한 망설임 없이 뒤를 따랐다.
“이제야 집에 갈 수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벌써 8년이 흘렀군요.”
새삼 세월의 그 무정한 흐름에 놀란 제자의 모습에 장일은 미소를 지었다.
그 어리숙했던 소년이 이제 천하인들이 우러러보는 무왕이 되었다. 그는 이제 노련한 지휘관이자 강호인이기도 했다.
하여 장일은 그가 자신을 떠나는 것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나를 따라올 필요가 있느냐?”
그가 장일을 따르지 않고 이곳 무림맹에 남는다면 그는 얼마 가지 않아 맹주의 자리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추측은 결코 과함이 아니었다.
실제로 조한이 맹주로 오르기에 부족한 것은 연륜 그 하나뿐이었다.
그 지닌 무위는 그 스승을 제한다면 능히 짝을 찾을 수 없었으며, 그가 이룬 공적 또한 장일을 제한다면 압도적이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나 그의 배경이다.
태대무왕의 직함을 받은 무신이 그의 스승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음 대 맹주의 자리를 노리던 사파조차 꼬리를 말아야 했다.
야망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당연히 무림맹에 남아야 하는 게 옳다.
그러나 조한은 이에 대해 한 점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는다는 태도로 말했다.
“저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스승님께 배워야 할 것이 많으니 부디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너를 내칠 리가 있겠느냐?”
그 말에 조한은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칼부림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나중에 어찌 될지는 몰라도 지금은 쉬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이니라.”
장일은 쉬고 싶다는 조한의 말에 대단히 기꺼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다른 이도 아닌 천살성을 타고난 이가 그리 말했다는 것은 그의 수양이 이제 경지에 이를 대로 이르렀음을 말하기 때문이라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족하다는 듯 장일은 더는 말을 하지 않은 채 제자와 함께 고향길에 올라섰다.
그렇게 그들이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별다른 잡음조차 일지 않았다.
혈교로 인해 천하가 난세에 이르렀을 때야 산적들과 해적들이 곳곳마다 창궐해 많은 이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혈교가 무너지고 이제 안정을 찾은 지금 곳곳에서 토벌이 일고 있으니, 감히 잡음이 날 리가 없었다.
있다면 혈교의 잔재로 인한 소동 정도였으나, 이마저도 그 규모가 작아 장일과 조한이 엮이기 어려웠다.
그렇게 무림맹을 떠난 지 보름 만에 강 나라에 들어설 수 있었고, 다시 닷새가 지나서야 이들은 고루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 본 사이 참으로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서신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나.”
조한과 장일은 저마다 놀랐는데, 이는 8년 전 그들이 떠나기 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발전한 고루성 때문이다.
우선 성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저 여느 성들처럼 돌을 깎아 올린 성벽에서 산지와 물가를 이용한 천혜의 성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의 모습은 비용적으로도 방어를 하는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루성이 그동안 그러지 못한 것은 그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서다.
산지와 물가를 성지로 이용하는 만큼 그만큼의 관리를 해야 했던 데다, 무엇보다 그 전체를 관리할 정도의 군사를 운영하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타고난 이점을 버렸던 것인데, 지금의 고루성은 그러한 이점을 능히 감당하고도 남았다.
다섯 배 이상으로 늘어난 성의 영역을 넘어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의 숫자는 열 배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넘보고 있던 것이니, 장일과 조한이 그처럼 놀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고루성의 성장은 단순히 고루성만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과거 장일의 고향인 마을까지 그 영향을 끼쳤으며, 이 외에도 주변의 수많은 마을과 도시들 또한 그 혜택을 받아 성장을 거듭했다.
겨우 8년 만에 이같이 극적인 성장이 이룰 수 있던 계기는 단순히 고루성의 성주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성문이 열리는 아침부터 새로이 만들어진 광장(廣場)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석상에 절을 올리기 위해서다.
석상은 무게만 십만 근에 달했으며 그 높이는 오 장에 이르렀다. 보통 이 정도로 큰 석상은 그 형태가 문드러지게 마련인데, 이 석상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상당히 많은 장인들이 달라붙어 공을 들인 덕분인지 그 육신은 물론 얼굴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일 만큼 뚜렷했다.
“이게 그 유명한 무신상(武神像)이군요!”
“크흠.”
지금이야 무신상이라 불리지만 1년 전만 해도 이 석상은 검선상으로 불리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무신상은 과거 장일이 행방불명 되던 때 그를 기리고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성주가 이를 주도하였는데, 이는 그가 진정 장일에 대한 마음이 크게 있어 행한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검선의 이름이 높아지며 얻어지는 이득이 상상 이상이자, 이를 마지막까지 짜내어 보려 행한 일이었다.
실제로 이 무신상으로 인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고루성으로 몰려들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던 것이 장일이 부활하고 무신으로서 명성을 날리자 이후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다.
조한은 스승의 모습을 담은 석상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절을 올리는 장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때 한 소녀가 그런 조한의 옆에서 코웃음을 흘렸다.
“흥! 무신은 무슨. 다들 바보 같아!”
“??”
그 코웃음 속에 작게나마 적의가 있음을 알아본 조한은 의아한 눈길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 쳐다본 소녀는 어린 여인답지 않게 웬만한 사내만큼 컸으며, 그 눈빛은 총명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태양혈이 두툼한 데다 칼을 찬 것을 보면 그 나이대에서는 보기 드문 성과를 이룬 강호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강호인이라 한들 비정상적으로 큰 조한의 덩치와 무시무시한 생김새를 태연히 마주하기란 어려운 법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칼밥을 먹은 강호인일수록 더욱 부담을 느꼈는데, 이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그 너머로 풍기는 피 냄새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녀는 이러한 조한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한 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크게 부라리며 조한에게 소리쳤다.
“뭘 쳐다봐!”
“어……?”
이 같은 반응은 생전 처음인지라 조한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런 조한의 반응 또한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할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닌 스승의 석상이 모욕을 받은 데다 그의 지난 경험과 직위를 생각하면 어린 소녀가 대담하다 한들 쉬이 꾸짖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데도 조한은 난감하다는 태도를 보였고, 그런 조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소녀는 다시금 코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잘생겨서 봐준다. 운 좋은 줄 알아.”
“……엉?”
조한의 자신이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타고나기를 우락부락하게 태어난 터라 그는 자신이 쉬이 호감을 가지기 어려운 외모를 가졌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보고 잘생겼다고 말하니 조한은 이것이 자신을 놀리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어느새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고, 조한은 잠시 멍해 있다 이내 스승이 저 멀리 걸음을 움직인 것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오라버니! 정말 오라버니세요?”
“형님!”
“어디 아픈 곳은 없더냐?”
장일은 실로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들의 모습에서 새삼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인지했다.
그저 어리게만 보았던 다숙은 어느새 엄연한 여인이 되어 있었으며, 그의 차남인 장이 또한 이제 사내대장부의 기질을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 또한 그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한 듯 하얀 머리가 많이도 일어 있었다.
그나마 그가 가르친 장생법에 그 노화가 더디어졌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장일은 안겨드는 가족들의 등을 도닥이고,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절을 올린 뒤에야 뒤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작은 아이를 안은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 사내는 조금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담긴 표정을 보이며 조심스레 그에게 예를 차렸다.
“우, 우호가 무신을 뵙습니다.”
사내는 바로 현 강나라 삼대 가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우씨세가의 소가주 우호였다.
가족이 모일 자리에 그가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그가 바로 장다숙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장남인 그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그의 여동생과 혼인을 한 것이었으니 우호로서는 두려워할 만도 했다.
그러나 장일은 은은히 두려움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미소와 함께 묵례를 보였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본가의 걱정을 덜 수 있었네.”
“아,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하지만 장일은 자신의 예를 거둘 생각이 없었다.
서신을 통해 장일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흔들리고 있던 집안을 크게 도와준 이가 그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숙이 쓴 서신에서 그가 얼마나 남편으로서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려주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장일은 그에게 감사의 뜻을 거둘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강직한 태도로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던 아버지가 이처럼 당황해하는 것을 처음 본 탓일까?
아비의 품에 있던 어린아이는 이상하다는 듯 장일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우일인가?”
“아, 그렇습니다. 뭐 하느냐, 어서 인사드리지 않고. 큰 아버지이시다.”
서둘러 인사를 시키는 아비에 우일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땅에 발을 내리더니 곧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우일이라고 합니다.”
“그래. 아버지를 닮아 참 잘생겼구나.”
“흐음. 오라버니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장일의 말에 다숙이 얼굴을 붉혔다.
도회지에서 온 잘생긴 우일에 첫눈에 반해 버렸던 다숙이 아니었던가? 고백조차도 그녀가 먼저 하다시피 한 것을 장이로부터 들은 바가 있기에 다숙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애 엄마가 되었음에도 소녀 같은 다숙의 반응이 재미있던지 장일은 껄껄 웃다 그 뒤에야 아까부터 의문이었던 것에 대해 물었다.
“한데, 다미는 어디 있더냐?”
다미를 입에 담자 다숙은 물론 장이 또한 난감하다는 얼굴을 보였다. 그것은 어머니도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장일이 의아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마침 저 대문 너머로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족들의 재회를 위해 잠시 뒤로 물러 있었던 조한은 광장에서 만났던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니! 당신이 왜 우리 집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거야?”
“어…… 음!”
스승님으로부터 이제 능글맞다고 듣고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자신의 말문이 막힌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