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49
분신으로 절대무신 149화
-파아아아앗!
머리를 잃고 피분수를 뿌리며 무너지는 괴승의 최후는 적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하아. 하아.
괴승을 베어내는 데 모든 진력을 쏟아부은 듯 백송 진인은 더는 허장성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 확신을 가지기라도 한 듯 그간 뒤에서 수하들을 부리기에 바빴던 추적대의 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적대의 대장은 앞서 괴승에 비하면 확실히 급이 떨어진 자였으나, 능히 절대 무인의 반열에 이른 자라 단 왕자 측에서는 이제 그를 상대할 자가 없었다.
“괴승이 죽은 건 차라리 잘 된 일이지도 모르겠군. 덕분에 미적거리는 포달라궁이 이 전쟁에 뛰어들 명분이 생긴 셈이니.”
그 외에도 생각보다 큰 공적을 올리게 된 셈이라, 그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우두두둑!
쥐인 도에 무시무시한 공력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 도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백송 진인은 한 점 두려움조차 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추적대 대장은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괴승 때와 같이 그가 숨겨 둔 또 다른 한 수가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콜록콜록!
그러나 백송 진인이 숨이 거칠다 못해 기침까치 토해내기까지 하자 더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우르르릉!
곧 그의 도에서 우레가 이는 듯한 소리가 일더니 허공을 갈랐고, 이에 백송 진인은 허무한 마지막을 맞이하는 듯했다.
-서걱!
머리 하나가 허공 위로 튀어 오르더니 바닥을 뒹굴고 있던 괴승의 머리 옆에 떨어졌다.
괴승에게로 굴러간 머리는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럴 만도 했다.
그 머리의 주인이 백송 진인을 베려고 했던 추적대 대장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그 못지않게 그를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에도 의문이 가득했다.
분명 대기가 들끓는 듯한 기운을 담은 도를 펼친 자의 기운이 한 순간 사그라지더니 어느 순간 머리를 잃고 무너졌으니 당연했다.
혹시나 이번에도 백송 진인이 손을 쓴 것인가?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콜록콜록!
그때까지도 백송 진인은 내상으로 기침을 쉬이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백송 진인의 옆에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있었다.
이제 불혹은 넘었을까? 싶은 장년의 사내였다.
-툭툭!
그는 내상을 쉬이 잡지 못한 백송 진인을 툭툭 쳤고, 이에 거짓말처럼 백송 진인의 기침이 멎어 들었다.
“제법이로구나.”
“역시 사조(師祖)님이셨군요. 뜻하신 바는 이루셨습니까?”
자신에게 가르침을 내린 이가 사조인 장일이라는 것을 짐작한 백송 진인은 감명스러우면서도 크게 놀라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 물었다.
그러 사손의 모습에 장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삼극을 깨우쳐 북명신공의 완성을 해야 할 일이 남았지만, 그와 별개로 양의신공으로 천마심법을 구현화하는 데 성공했으니 뜻한 바는 이룬 셈이다.
“이만 쉬게나. 깨어나면 모두 해결 되었을 것이니.”
“무량수불…….”
사조의 그 말에 백송 진인은 저도 모르게 불호를 읊으며 정신을 잃었다.
백송 진인이 정신을 차린 것은 꼬박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달가닥달가닥!
그가 깨어난 곳은 요란스레 달리고 있는 마차 안이었다. 갑자기 눈을 뜬 그에 그의 옆에 있던 무당파의 제자가 서둘러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분께서는 이제 괜찮으실 거라고 말씀은 하셨는데.”
그 말에 백송 진인은 뒤늦게야 자신의 몸을 살폈고, 이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흘러야 했다.
“허어?”
“혹, 혹시 안 좋으신 것입니까?”
걱정하는 제자에 백송 진인은 크게 손을 저었다.
그가 탄성을 흘린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내부가 크게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쁜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이미 내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장 놀란 것은 검기의 무리한 운영으로 크게 위축되었어야 할 단전이 전보다도 반 이상 더 늘어났다는 점에 있었다.
“내가 영단을 취하였던 것이냐?”
그렇다고 해도 놀라울 일이었지만 정작 제자의 얼굴에는 황당함만이 가득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그저 한 시진 정도 내상을 살펴보셨을 뿐입니다.”
백송 진인과 달리 제자는 장일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가 자신들을 돕지 않았다면, 아니, 장무기로부터 받은 사문의 큰 손님임을 뜻하는 홍옥패가 아니었다면 그는 백송 진인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조를 그분이라 표하는 제자의 모습에서 그러한 사정을 알았기에 백송 진인은 더욱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무량수불!’
그러나 끝내 불호를 읊는 것을 끝으로 그는 더는 이해하는 것을 멈추었다.
이에 고민해 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서다.
그는 고개를 잘게 흔들며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물었고, 이에 제자의 답변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이…… 단 왕자께서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신 뒤, 다시 회군을 결정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타당한 일이었습니다.”
사문의 뜻에 반해 움직이게 된 탓일까?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제자에 백송 진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분께서 그리하시기로 하였다면 그러는 것이 옳은 것이지.”
“크흠. 그렇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신위(神威)셨지요.”
제자는 지금도 그 때 느낀 전율이 느껴진다는 듯 파르륵 떨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송 진인이 끝내 정신을 잃은 것을 보고 두려움에 주춤거렸던 적들은, 다시 악귀처럼 그들을 물어 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단 왕자를 잡는 것에 대한 공적도 적지 않았지만, 백송 진인의 머리를 취하면서 얻을 천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라서다.
하지만 이들의 탐욕은 장일이 그들에게 펼친 일검에 무너져 버렸다.
-콰르르릉!
가볍게 그어진 그의 검 너머로 정제되지 않은 혼탁스러운 기운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터지며 그 일대를 뒤엎어 버린 것이다.
단 일검에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이에 무거운 정적이 그 전장을 내누르게 되었다.
“계속할 것이 아니면, 물러나시게.”
-꿀꺽!
그 정적을 깨뜨리며 꺼낸 그의 한 마디에 그들 중 누군가 요란스레 침을 삼키더니 이내 서둘러 몸을 물리기 시작했다.
단 일 검이었지만 그들도 안 것이다.
한 점 흐트림 없는 그의 호흡에서 조금 전 그 무시무시한 일검도 그가 손에 사정을 둔 것임을 말이다.
개떼처럼 물러가는 그들에 장일은 그 뒤에야 목이 날아간 괴승과 추적대 대장의 몸을 잠시 매만지던 그는 그 뒤에야 백송진인을 살폈다고 한다.
“……무량수불!”
백송 진인은 이전에도 대단하셨던 조사께서 더 말도 안 되는 경지에 이르셨음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그를 찾고자 했고, 그런 그의 마음을 안 것인지 제자가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장일이 마차에 들어섰다.
“사조님을 뵙습니다.”
“몸은 괜찮으냐?”
“더 할 수 없이 괜찮습니다.”
“흐음. 잠시 살펴보겠노라.”
그리 말하며 맥문을 잡은 장일은 이내 백송 진인의 내부를 살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 바빴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물론 그 괴승의 기운이 상당히 순도가 높기는 한 덕분이겠지만.’
백송 진인이 끝내 이해를 포기했던, 검기를 무리하게 펼치기 전보다도 더 커진 단전을 취하게 된 것은 바로 장일의 북명신공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는 그가 북명신공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라 생각했던 북명신공의 또 다른 특성이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대상자의 의식이 끊겼거나 혹은 그보다 더 큰 내기를 다룰 수 있다면 그자의 내기 또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장일의 생각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제 그 갈 길을 잃기 시작한 괴승의 시신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7갑자에 달하는 괴승의 내공에서 무려 3할이나 되는 내공을 취한 것이다.
거칠고 혼탁스러웠던 기운만을 상대했던 외단전은 더없이 달가워하며 그 내공을 취하기 바빴다.
이어 6갑자에 이르는 추적대 대장의 내공 중 2할을 더 취한 장일은 그 것을 모두 백송 진인에게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북명신공을 익힌 본인이 아닌 그를 타인에게 그를 담게 한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장일을 이를 성공하는 데 이르렀다.
비록 절반 넘게 손실되기는 했지만, 백송 진인의 단전에 그 기운을 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장일이 북명신공을 만든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신비였다.
다만,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걱정을 했던 장일은 이내 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듯하자 그제야 크게 기뻐했다.
북명신공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걸 실전에서 사용한다면 적들은 정말 진이 빠지겠군.’
적들의 내기를 취하여 상대한다는 것은 적의 입장에서는 두 배 이상의 부담감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천마가 남긴 어느 마공보다도 더 마공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일찍이 전쟁에 끼어들어도 될 듯하구나.’
장일은 봉래산을 찾으러 가기 전 어지러운 중원에 질서를 잡아 줄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나라를 제국으로 끌어 올린 생각은 없었다.
“이곳의 옛사람들은 천하가 하나로 합칠수록 천하가 평화로워질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위정자(爲政者)이기 때문이다.”
위정자. 즉 정치를 하는 자를 말하나, 이는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아니었다.
이들 대다수가 대의보다는 사의(私意)에 따라 정치의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그 나라가 작다면야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이 백성들도 그리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하가 하나가 되면 어찌 될까?
패권자의 사의에 의해 천하 전체가 혼탁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 천하의 혼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진나라의 왕 진왕이 만약 천하일통의 야욕을 품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수십만 명의 사상자는 생길 리가 없을 것이다.
장일이 있던 본래 세상에서도 그 같은 사상자가 나올 전쟁은 혈마대전 정도의 일이다.
하여 장일은 강나라와 한나라를 합친 것보다 배는 더 큰 진나라를 나눌 셈이었다. 적어도 천하가 다섯 개 이상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 생각인 것이다.
“단 왕자는 그런 점에서 새로이 나라를 꾸려도 될 인물이다.”
마침 단 왕자는 한나라의 분쟁이 없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장일은 그가 만들어낼 천하의 나라 중 하나를 일으키게 밀어낼 생각이었다.
“그전에 진 왕을 만나야겠지.”
현 진나라의 왕은 기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가 죽인 황제의 막내 황손으로서 천하가 사지분열이 되어갈 때만 해도,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당시 그는 너무도 어린 데다, 그 본인의 재주도 대단찮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나라라는 소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황제의 핏줄이라는 그 대단한 혈통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형제들을 모두 베어내며 끝내 과거 황제가 차지했던 것 이상의 땅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황제를 연상케 하는 천하 영웅의 모습이다.
모두가 그에 감탄을 하였으나, 정작 장일은 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가지지 못했던 황제의 권능이 그에게 이어진 것 같군.”
그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없었던 변변찮은 진 왕이 이처럼 천하일통을 향해 달릴 리가 없었다.
물론 숨겨진 뛰어난 인물이 그를 보필할 가능성도 있었으니 단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손쉽게 한나라의 왕을 두 번이나 죽이고 그들의 왕세자 또한 두 번이나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에서 장일은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