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0
분신으로 절대무신 150화
-진왕은 황제의 권능을 이었다.
“어쩌면 그는 지금 당혹스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장일이 그리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장무기의 등장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진나라에서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 십천구악의 열두 명의 절대무인들을 내놓았다.
아마 본래의 역사였다면 장무기는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가 남긴 무학을 이어 이를 자신의 것으로 승화한 도기인 장무기는 과히 천하제일인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장무기의 진가는 어디까지나 무공이 아니었다.
도기는 그저 도에 모든 중점을 둔 존재라, 그의 무공에 대한 재주는 그리 대단치 못했다.
그 깨우친 도에 열에 하나 정도를 다루는 게 고작일 만큼 그의 근골은 하품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장무기는 무검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자유롭게 검기를 다루지 못했다.
장일은 그를 알아보았고, 하여 태극혜검을 그에게 전수한 것이다.
혜검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가 깨우친 태극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과연 장일의 생각대로였다.
태극혜검을 깨우친 장무기는 온전히 검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써 십천구악의 절대무인들도 그를 감히 넘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근골이 조금만 더 뛰어났다면, 오히려 그는 십천구악의 절대무인을 능히 압도하였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무검은 공(攻)보다는 수(守)에 비중을 둔 셈이다.
애초 태극을 담은 무검이 그러한 면목이 있기도 했지만.
여하튼 이러한 장무기의 활약으로 인해 거센 저항이 일자 진 왕은 당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이번에도 왕과 왕세자를 암살할 것일 터였다.
이미 회귀를 맛본 그에게 있어 한 나라의 실태는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황제처럼 많은 회귀를 겪은 것은 아닌 것 같군.”
장일이 그리 단정하듯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황제처럼 수많은 회귀를 겪은 자였다면. 그는 십천구악들로 장무기를 상대하기보다는 그 스스로 적을 상대하고자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일은 그간 분신들을 통해 경험을 공유받으면서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는 죽음을 통해 그의 오성이 특별해진 덕분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의 말대로 경험의 공유 덕분이 컸다.
경험은 그 자체로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니,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진 왕이 황제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준할 정도로 특별한 강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진나라의 본신은 제국인만큼 황제가 남긴 절학을 취한 것만으로도 진 왕은 그와 같은 반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장일은 진왕을 죽여 그 권능을 취할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
굳이 분신을 다루는 그가 회귀라는 저급한 1성짜리 권능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어떻든 간에 회귀를 다루는 존재는 결국 그 힘에 취한 괴물이 되게 마련이었다.
이에 장일을 진왕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로써 천하를 혼란케 하고 있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데다, 그를 바탕으로 진나라를 쪼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고, 2년이 넘게 이어졌던 진한대전은 갑자기 끝이 났다.
과거 황제처럼 진나라를 사실상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진왕이 급사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갑작스러운 병환을 맞이하여 죽었다고 알려졌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 진왕의 죽음은 참혹했다.
침상에 진왕은 머리만이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절대 경지에 이르렀다는 진왕의 머리를 그처럼 벤 것도 놀라울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머리를 제외한 육신의 행방이었다.
그렇기에 진왕의 죽음에서 많은 이들이 섬뜩함을 느꼈고 하여 그들은 항복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진한대전을 서둘러 끝낸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진한대전을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진왕을 잃은 진나라는 거짓말처럼 진한대전을 유지할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제국처럼 진나라가 크게 분열되기 시작한 것인데, 그 수준은 과거 한 나라의 왕자들의 난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진한대전 이후 삼국은 과거와는 다른 형국을 맞이했다.
가장 약소국이던 강나라가 상국으로 오르게 된 것이다.
한 나라에게서 약속받은 성들과 더불어 진나라가 패전을 이야기하며 내어준 패물과 땅으로 인해 생긴 결과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진나라의 국력이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진왕의 급사 이후 진나라의 분열이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 강나라가 상국에 오른 것에 대해 반발한 이들은 없었다.
강나라가 상국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단 왕자를 노나라의 왕으로 만들어낸 일이다.
“과거 노나라의 땅을 단 왕자에게 내어주겠노라. 그리하여 과거 제후 회의를 새로이 부활시킬 것이다.”
과거 춘추시대에는 많은 나라의 제후들이 모여 가장 강력한 제후를 뽑아 그를 패자로 부르며 그 뜻을 따랐다.
천하를 위협하는 분쟁이 일 때면 패자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각 나라는 그의 뜻을 따라 군사를 모아 그를 징치하거나 그 분쟁을 해결하곤 했다.
강왕은 이 제후 회의를 부활코자 한 것이다.
천하 만민의 평화를 위해 천하일통을 이야기했던 옛 선조들의 말이 틀렸음을 이미 역사로부터 배운 그는 옛것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다.
노나라의 왕이 단 왕자는 당연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이는 한 나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나라로부터 많은 것을 은혜 받았던데다, 무엇보다 눈에 가시 같은 단 왕자를 나라 밖으로 쫓아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로서는 당연한 지지였다.
하지만 고작 성 서너 개에 불과한 것으로 제후로서 대접을 받기 어려웠기에 단 왕은 강나라의 분쟁에 뛰어들었다.
대의로는 고대 노나라의 땅을 되찾겠다는 것인데, 사실 천 년도 넘은 옛 땅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억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패자인 강나라가 용납하였고 그를 제지할 진나라는 힘을 쓰지 못하니 그 대의 아래 노나라는 점차 커져갔다.
이후 5년이 채 되지도 않아 진나라는 열한 개의 소국으로 나누어졌다.
강왕은 이들의 세가 크게 약화되자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서둘러 그들에게 사신을 보내었다.
-패자로서 더는 천하를 혼란케 하는 전쟁을 허락하지 않겠다. 만약 이 말을 어기고 분란을 일으키는 자는 반드시 징치할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대단히 위협적인지라, 결국 그들은 들고 있는 칼을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중원은 일강이중십일약으로 나누어졌다.
“이만하면 뜻한 바는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구나.”
이 천하세력의 재편성 뒤에 있던 장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결과에 만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이러한 장일의 행보는 카르마 포인트를 얻는 데 불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카르마 포인트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던 장일로서는 황제에 이어 그 아들에게 농락당한 이곳의 백성들에게 그와 같은 보상을 내어준 것이다.
“그보다 이번에야말로 권능을 얻게 되었을지 궁금하군.”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것은 본신에게만 적용이 되기에 분신인 그로서는 이에 대해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를 얻고자 진 왕을 죽인 것도 아니었기에,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그는 진한대전이 끝이 나고, 선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장무기와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도기답게 장무기는 원영신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하늘로부터 날짜를 받아 그 부름에 따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두 번째로구나. 천선에 입조를 하게 된 제자를 두게 된 것은.”
그러나 첫 번째인 만풍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던 데다, 실제로 그 과정을 보지도 못했다.
장일은 하루가 다르게 인세의 인과의 그물이 흐려지는 장무기를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탈을 벗는다는 것이 단순히 육신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놀라워하는 눈빛을 보인 것은 장무기였다.
천선으로서 입조를 앞두며 하늘의 뜻을 보게 된 그로서도 도무지 자신의 스승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라서다.
이 세상의 모든 인과가 애초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던 것인데, 스승에 의해 불가에도 적을 둔 장무기로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승님께서는 혹시 불세존(佛世尊 : 부처님)이십니까?”
“하하하!”
장일은 장무기의 그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서는 생뚱맞기 그지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선을 앞둔 그라면 그리 오해할 수 있다 싶은 터라 장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네. 그저 세외(世外)에서 왔기에 그리 보인 것일 뿐이지.”
세외는 세상 밖이라는 말이 있지만 보통은 속세를 떠난다는 말을 뜻했다. 하지만 장무기는 스승의 말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님을 알기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말 그대로 세상 밖에서 왔다는 뜻일 것이다.
그 깨달은 도가 지극하여 하늘에 다다랐던 장무기였지만 스승의 존재는 여전히 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네가 떠나면 나 또한 더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네. 그전에 작게나마 무당파에 선물을 내어줄 생각일세.”
“??”
의문을 보이던 장무기였지만, 장일은 더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나 장무기는 육신을 벗고 원영신을 취해 천선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가 벗은 육신은 한순간 먼지로 변해 세상 속에 녹아들었는데, 장일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북명신공을 다루어 그의 기운을 취하였다.
“과연 천선에 오르는 이의 기운이라서인가? 구음 못지않은 순도로구나.”
구천(九天 : 가장 높은 하늘)의 기운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일 것이라 여긴 장일은 이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장일은 이 중 절반을 다루어 그간 봐두었던 무당파의 어린 제자 중 소요라는 이에게 그 기운을 취하게 해주었다.
아직은 감당하지 못해 그중 1할만을 취할 수 있을 뿐이었으나, 훗날 도가의 깨달음이 높아진다면 그를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 하면 무당파는 또다시 백 년을 천하제일문으로서 위명을 떨칠 수 있을 터.
장일은 그것으로 무당파와의 연을 끝내기로 하였다.
“그럼 어디 봉래산으로 가볼까?”
장무기가 우화등선한지 닷새가 되던 날.
장일은 소란스러운 사문을 뒤로한 채 동쪽으로 그 길을 잡았다.
봉래산에 도착한 장일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과거 만났던 큰 조의선인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큰 조의선인이 한 말이 무슨 말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삼극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싶다면 봉래산으로 찾아오십시오. 어쩌면 진인께서는 연이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조의선인이 말한 삼극과 관련된 연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봉래산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알게 된 것이다.
봉래산 곳곳에 태극과 황극, 무극에 대한 조화를 다루는 자만이 알 수 있는 신비가 남겨져 있던 것이다.
장일은 그 신비가 범상치 않다 하여 쫓았고, 그 결과 그는 상고 시대의 신인이 남긴 지도를 찾을 수 있었다.
장일은 그 지도를 따라 봉래산을 떠나 묘향산이라 불리는 곳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어느 이를 모를 암벽에서 그조차도 깨우치기 힘든 심묘한 내용이 담긴 가르침을 마주하게 되었다.
“천부경(天符經).”
그리 찾은 천부경의 내용은 많지 않았다.
겨우 81자에 불과했는데, 놀랍게도 81자만으로 조화의 원리. 즉 천지창조의 이치가 그 안에 온전히 담겨져 있었다.
이는 곧 삼극을 말하는 것이라, 장일은 자신이 찾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것임을 알게 되었다.
장일은 이곳 묘향산에 터를 잡아, 평생 그 가르침을 쫓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조의선인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과거 무당파의 도사들처럼 천하로 나서기도 했다.
끝내 몇몇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일조를 하였고, 이후 이들은 장일을 모시고자 했다.
그러나 묘향산을 넘어 천하 곳곳에서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여기며 그를 위해 매년 제사를 올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