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7
분신으로 절대무신 17화
“생각보다 보상금이 상당하겠어.”
전쟁의 규모가 크면 당연히 그 보상금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장일은 오히려 규모가 크다는 것에 만족했다.
너무 낙천적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나, 분신이 이룬 그의 경지를 생각한다면 사실 그는 이런 전쟁에 동원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내공도 삼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육신도 성장을 끝내지 못했으나 그는 혈마대전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구존 중 하나였다.
그마저도 활검을 얻기 전의 일이었다.
아무리 그를 담는 그릇이 조잡하다고 한들 그 정수의 일말이라도 풀 수 있다면, 그 검을 감당할 이는 나라 하나를 두고 보아도 몇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모양새는 동네 애들이 하는 전쟁놀이에 백전 장수 하나가 끼어들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장일이 이처럼 낙관론자처럼 보일 만큼 여유를 부리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덕분에 관리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하아.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모르는 모양이다.”
“다행 아닙니까? 그가 여기서 말을 바꾸었다면 여러모로 곤란했을 것입니다.”
그들 또한 안 것이다.
삼엄한 성의 분위기에서 이번 출정이 심상치 않으리라는 것을.
관리들은 이런 점을 장일이 어려 느끼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하여 장일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더욱 신경을 썼다.
이들은 징수 외에도 잡다한 일을 하는데 그중에는 귀빈의 대접도 있었다.
말하자면 윗사람들을 모시는 일에 익숙한 것인데, 재미있게도 시골 촌놈인 장일은 이런 대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칠은 동백기름으로 해주십시오. 그간 관리를 하지 않아 손이 많이 갈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나름 고급진 객잔에서 술과 음식을 대접할 뿐 아니라, 관에 들어서기 전 단정케 하기 위해 사람을 붙여주기까지 한 관리들이었다.
부담을 주어 나중에라도 사정을 알았을 때 마음을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장일이 대단한 가문의 자제처럼 수백 번 그런 것을 받아본 이처럼 당연히 여기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장일은 그들의 당혹을 뒤로 한 채 빌린 방에서 몸을 깨끗이 한 뒤, 정비를 마친 갑주를 입고 칼을 허리에 찼다.
“아!”
그 모습을 본 관리 중 하나가 탄성을 보였다.
어리숙해 보이는 시골 촌놈 대신 어엿한 장수 하나가 그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대접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 관리들은 서둘러 장일을 관으로 모셔갔다.
토벌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용호조(龍虎組)를 관리하게 되면서, 성문(城門)교위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용호조는 무림인들을 비롯한 무공을 익힌 자들이 속한 조직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통제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성주가 지시한 수준의 고수를 모집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강호 무림의 정보는 빨라, 효월산 부근에 자리 잡은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예로부터 강호인들은 관하고 일을 한다는 점을 꺼리는 성향이 있었으니, 그 모집이 쉬울 리 없었다.
그럴 때 장일이 관리들의 추천으로 온 것이다.
처음에 소년이라는 점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는 이내 그가 보인 전역증에서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백인장이라고?”
배경 없는 시골 소년이 고작 군에 들어선 지 1여 년 만에 이룬 일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를 데려온 관인보다 관군에 속한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서둘러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고, 며칠 뒤 그는 장일의 공적을 알아보고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적지에 홀로 뛰어들어 천인장을 잡았다니?”
이외에도 여러 백인장이 그의 칼 아래 목이 떨어졌다는 내용에서 다른 사람의 정보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확인을 위한 서신을 보냈으나,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하하. 자리 하나를 채웠구나.”
성문교위는 실적 하나를 챙긴 것에 기뻐하며 장일에게 용(龍) 등급을 매겼다.
용호조는 세 개의 등급으로 매겼는데, 용, 호 그리고 무급이 그것이다.
용은 일류 이상을 호는 이류 무인을 무급은 삼류에 속한 무인이다.
본래라면 백인장 출신인 장일은 호 등급을 매겨야겠지만, 일류 수준인 천인장을 베어낸 그였으니 당연히 용 등급을 받는 게 맞았다.
당연히 그 보상금도 그에 걸맞은 수준이라 장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금 다섯 냥이라니?”
은으로 치면 50냥에 달하는 돈이다.
한데 놀라운 것은 이게 계약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달리 크게 공적을 세우지 않아도 토벌이 끝나면 최소 금 다섯 냥을 또 받는다고 하니 그 배포에 장일도 놀랄 수밖에 없다.
‘성주가 작심을 했다고 하더니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놀라운 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용 등급의 무인은 따로 큰 독방이 주어졌고, 시비 하나가 붙었다.
떠나기 전 그의 가족들이 그의 고생을 생각해 눈물을 흘렸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안하리만큼 호사를 누리게 된 셈이다.
현재 용 등급의 무인은 그를 포함해 7명이었다.
목표치가 10명을 넘기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직 자리가 많이 남은 셈이었으나, 이에 대해서도 해결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시비에게 듣게 되었다.
“성주께서 옛 친우들에게 도움을 청하신 모양입니다. 우씨세가에서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우씨세가라면?”
분신과 달리 장일은 강호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림에 연이 없었다. 그러니 강호무림의 세력인 우씨세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다행히 시비가 그쪽에 귀가 밝았다.
“강나라 오대세가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십대세가로 두고 본다면 반드시 들어가는 가문입니다. 그들이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토벌은 이미 반쯤은 성공했다고 하는 이들이 많더군요.”
“……알겠습니다.”
“??”
십대세가에 드는 우씨세가가 움직인다는 말에 그리 달갑지 않아 하는 장일의 태도에 시비는 의문을 보였다.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신을 통해 강호 세가의 사람들이 얼마나 오만한지를 아는 장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특히나 그 정도 가문이 이런 작은 성의 일에 끼어든다는 점에서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물론 그만큼 확실한 전력이 추가될 것은 분명했지만, 애초 그런 전력 추가가 필요 없는 장일에게는 이득이 될 일이 아니다.
장일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우충이라 하오.”
우씨세가에서 거물을 보낸 것이다.
우충은 그가 활동하던 곳에서 태산일도(太山一刀)라는 광오한 별호로 불리는 이었다. 그의 가문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로, 그 위치는 가문의 장로에 비견되었다.
그는 자신 이외에도 가문의 사람 두 명을 데려왔는데, 둘 다 이제 약관에 오른 젊은 무림인들이었다.
하지만 둘 다 일류 경지에 이른 도객이라 이들 또한 용 등급을 받았다.
당연히 성문교위 정도가 감당할 리 없었다.
“저들과 같은 곳에 묵으란 말인가? 이는 우리 가문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 같소만.”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바꿔 드리겠습니다.”
성문교위는 관사 중 하나를 통째로 비워 그들에게 내주었다.
그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었으나, 그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성주 또한 직접 그들을 맞이했으니 뒤에 말이 나올 리 없었다.
자연 우 씨 사람들은 더욱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종종 사건 사고를 벌였다.
그 모습에도 관은 물론 용호조에 온 무림인들도 달리 별달리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존으로서 천하를 오시하였던 장일이 그런 그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뭐 사정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대가를 약속받고 온 것일 테지만, 십대세가 중 하나인 이들이 관에 협력한다는 모양새는 강호의 평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우 씨 사람들로서는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원해서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정파인이라 자부하는 그들이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장일도 그것을 알기에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달리 그들을 제재하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다짐이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귀가 안 들리는가? 자리를 옮기라고 하였네!”
“나한테 하는 말입니까?”
“그럼 네놈 보고 하는 말이지 누구보고 하는 말이겠는가!”
“…….”
오랜만에 사저를 나와 객잔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우 씨 가문의 무인이 시비를 건 것이다.
장패와 비슷한 나이대의 그가 보이는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어 웬만한 이들은 기가 죽어 나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장일에게 있어 이는 그저 신선함만을 주었을 뿐이다.
애초 장일의 분신은 이 같은 시비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년의 수련 끝에 군에 들어가 크게 호령했던 그였다. 시비는커녕 오히려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것은 혈마대전에서 검존의 자리에 오른 뒤에 더욱 커졌다.
그러니 장일로서는 불쾌함보다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 게 당연했다.
장일은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
“옮기지 않는다면 어찌 되오?”
설마 이리 반응할 줄 몰랐던 우 씨 무인은 어이없어하다 이내 살기를 풍기며 말했다.
“……후회하게 될 것이네.”
“궁금하군. 어디 한번 해보시오.”
마치 같이 술이나 같이 한잔하십시다, 라고 말하는 듯 대수로워하지 않는 장일에 우 씨 무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철컥! 푸욱!
날카로운 금속 비음이 일었고, 이와 동시에 북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터졌다.
“끄으윽!”
뒤이어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의 주인은 우 씨 무인이었다.
언제 움직인 것인지 그의 손에는 칼이 반쯤 빠져나와 있었다. 다만 그가 미처 칼을 다 뽑아내지 못한 것은 젓가락 하나가 그 칼을 쥔 손을 꿰뚫어버렸기 때문이다.
“으음!”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우충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 당장은 당했던 우 씨 무인도 알지 못했지만, 뒤에 있던 그는 볼 수 있었다.
그의 젓가락이 꿰뚫은 것은 단순히 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놀랍게도 젓가락은 손만이 아닌 그가 쥐고 있던 칼의 손잡이도 꿰뚫어 강제로 손과 이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