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8
분신으로 절대무신 18화
젓가락은 잡목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수수깡처럼 부러지기 쉬웠다.
그런 것으로 가죽을 덧붙인 쇠로 된 손잡이를 뚫는다는 것은 우충 그라고 해도 쉽지 않을 신기다.
하지만 우충을 정말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나였다면 피할 수 있었을까?’
젓가락에 실린 힘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 움직임이 대단히 빨랐던 것도 아니었다. 일류 무인이라면 쉬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충은 자신할 수 없었다.
달리 말하면 그 정도의 힘으로 신기를 보인 것인 데다, 무엇보다 그는 찰나이나마 그 궤적을 놓쳤다.
찰나라고 하니 별것 아니라 볼 수 있지만, 생사의 순간에서 찰나는 승부의 행방을 뒤엎는 게 가능했다.
제삼자의 처지에서 보았음에도 그러했으니, 직접 마주할 때 어찌 될지는 뻔한 일이다.
그 또한 고통에 신음하는 우 씨 무인 같은 꼴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가 거기까지 생각이 일었을 때, 장일이 지루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물었다.
“후회하게 해준다더니 뭐 하는 거요?”
“…….”
그의 농락에도 우 씨 무인은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뒤늦게 자신의 손이 검 손잡이에 꿰인 것을 안 순간, 그는 전의를 상실했다.
상황이 그러니 그로서는 가문의 어른인 우충에게 고개를 돌릴 뿐이다.
장일 또한 그제야 우충의 존재를 알았다는 듯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자를 대신해 나를 후회하게 해주시겠소?”
“……하아.”
장일의 말에 우충은 침묵 끝에 긴 한숨을 흘렸다.
태산일도라는 별호로 불리기까지 그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왔다. 그 난관에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일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서슴없이 뛰어들었으며 끝내 살아남아 지금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런 그도 이번 일에서는 물러나야 함이 옳다고 판단했다.
알 수 없는 신기를 쉽사리 펼치는 장일의 수준을 재기도 어렵거니와, 먼저 잘못을 한 것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명분은 그에게 있는 것이다.
물론 힘이 없는 명분은 티끌만도 못한 것이지만, 장일은 이미 자신의 힘을 보였다.
이러니 우충으로서는 물러나야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중히 장일에게 포권을 보였다.
“우씨세가의 우충이라 하외다. 이번 일은 우리의 잘못이니, 부디 사죄를 받아주시기를 바라오.”
“흠…….”
정중한 우충의 사죄에 장일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신선했을 뿐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토벌을 같이해야 할 이들이기도 하니,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장일 또한 일어나 그에게 마주 포권을 보였다.
“용호대 소속 장일입니다.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조로운 토벌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이가 듣기에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지만, 당사자인 우충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바를 모를 리 없었다.
우충은 장일이 자신들의 의도를 안다는 것에서 염치를 느꼈던지 얼굴을 붉히며 다시 포권을 들어 보였다.
“장 소협의 말이 옳소. 다시 한번 양해해 주어 감사하오.”
“그리 말해주시니 저 또한 감사합니다.”
장일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젓가락에 꿰뚫렸던 무인에게 다가갔다.
-슥!
그러고는 가벼운 손놀림으로 젓가락을 회수하는데, 그 뒤가 참으로 놀랍다.
보통 이렇게 몸에 살을 찢고 구멍이 난 곳에는 피가 치솟게 마련인데, 약간의 피가 새어 나오는 것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어?”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구멍이 난 손이 생각보다 큰 상처가 아니라는 점이다.
뼈와 힘줄을 피했던 것인데, 이만하면 며칠 요양만 잘하면 칼을 다루는 게 가능했다.
-꿀꺽!
우충은 그를 알아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면 장일은 그가 어찌할 수 있는 자가 아닌 것을 알아서다.
출정을 앞둔 지 나흘 전, 우씨세가의 행패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단순히 행패가 사라진 정도가 아닌 그들은 정파인으로서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내어주었던 관사를 물려 용호대가 머무는 사저로 숙소를 옮긴 것은 물론, 이리저리 제멋대로인 용호대의 무인들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이외에도 이번 토벌대의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성문교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호인들에게 통하는 전술은 군에서 사용되는 것과는 또 달랐다. 근본적인 것은 같지만, 그를 다루는 자들의 수준이 다르고 그 지향하는 바도 달라 생긴 일이다.
경험이 많은 우충의 그런 조언은 이번 토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성문교위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당연히 성문교위로서도 그에 보답하고자 그에게 직위를 내어주려 했다.
중루교위라는 직위로, 간단히 말하자면 군영을 감독하는 자리였다. 성문교위가 토벌대의 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지만, 본래 중루교위는 성문교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리다.
우충에게 내어줄 자리로 그리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성주에게 추천하려 했으나, 이를 들은 우충이 그를 찾아와 사양했다.
“그 뜻은 모르지 않으나, 강호에 뜻을 둔 본인에게 이는 달가운 일이 아니오. 그러나 중루교위의 자리는 있는 게 옳다고 보니, 그 자리를 장일 소협에게 양보하겠소.”
“장일 소협 말입니까? 그가 그 자리를 책임질 수 있겠는지요.”
성문교위는 호 등급이어야 할 장일을 용 등급으로 올린 장본인이었으나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우 씨 무인들을 제외하더라도 용 등급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그도 감당하기 어려운 노회한 고수들이어서다.
그런 자리를 아직 소년인 장일에게 맡긴다니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한 번의 마찰을 통해 장일이 자신이 재기 어려울지 모를 고수라는 것을 안 우충으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니면 이를 감당할 이는 없을 거요.”
“으음. 알겠습니다.”
우충이 그렇게까지 말할 줄 몰랐던 성문교위는 묘한 표정을 보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태산일도께서 장일 소협을 잘 본 모양이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식구로까지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볼 때, 그 사실을 용호대에 흘리면 이들은 우충이 두려워서라도 장일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착각이었지만 이러한 생각은 성주 옥태도 다르지 않았다.
어차피 중루교위는 군이 구성되는 동안만 유지되는 자리라, 생색내기에 괜찮은 바라 우충의 의견을 따랐다.
“용호대 소속 장일에게 중류교위의 자리를 내리네.”
출정을 앞두고 훈련을 위해 모인 전날.
성주는 수천에 달하는 토벌대를 앞두고 장일을 불러 그에게 중류교위의 작위를 내려주었다.
임시직이라고 하지만 중류교위는 천인장과도 같은 자리라, 이에 대해 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어찌 된 일이지?’
장일은 이는 의문과 달리 기꺼워했다.
어찌 되었든 공식적으로 자리를 받은 만큼, 그만큼의 보상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중루교위의 직책에 대한 신분 패와 함께 임명을 받고 단을 내려가던 장일은 우충이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대략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짧게 묵례로 감사의 뜻을 표한 장일은 이후 성문교위에게 중루교위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사실 이리 말했지만, 이번 토벌대는 정식으로 군을 다루는 경우가 아니다 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네. 그저 자네가 보았을 때 군의 기강을 흩뜨리는 자에게 경고하거나 벌을 내리는 것을 족하지. 그런 점에서 용호대를 신경 써주시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믿겠네.”
장일은 그렇게 중루교위에 올랐다.
과연 임시라고 하지만 그 대접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래도 천인장의 신분이라서인지 그의 손발이 되어줄 교위 셋과 일백에 달하는 정병이 그에게 왔다.
이 외에도 그 재량으로 사용될 군수 물품이 왔으며 봉급으로도 금 두 냥이 나왔다.
교위들은 오랫동안 관에 있던 이들이라 장일이 달리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들의 일을 했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는데?”
갈수록 재물은 늘어나고 몸은 편해지니, 장일은 자신이 나랏일을 하러 온 것인지, 휴가를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도 출정한 지 한나절 만에 달라졌다.
-쿠구궁!
-아악!
바로 효월산 일대에 진입된 순간 적들의 습격이 시작된 것이다.
지형을 이용한 함정과 기습이 행해진 것으로, 이 때문에 그 진격의 속도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나마 적들이 제대로 병법을 다루지 않은 게 다행이네. 아니었다면 정말 오도 가도 못 하는 끔찍한 처지가 되었을 것이야.”
성문교위의 말에 장일은 동감했다.
그간 알아본 효월산은 험한 편은 아니었으나, 군데군데 그 가는 길목이 좁은 편이었다. 거기에 산세가 높았으며 큰 바위들과 나무들이 우거져 길을 잘못 든 초행자는 쉽사리 미아 되기에 십상이었다.
이러한 환경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장수가 있다면 적은 힘으로 큰 세력을 뭉개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봉월산의 산적들이 그런 병법들을 사용할 리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토벌대의 기세를 꺾어내는 데는 충분했고, 이 때문에 장일은 생각보다 일찍 중루교위의 일을 하게 되었다.
“미친! 질질 끌 필요 없이 쳐들어가서 저 쥐새끼들 죽여 버리면 될 일 아닌가! 난 더는 못 참겠네.”
“그려! 그래보았자 산적 나부랭이들인데 이렇게 겁쟁이처럼 굴어서야!”
바로 용호대에 속한 강호인들이 그 불안 속에 이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일어선 것이다.
장일은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들을 제지했다.
“군에서 항명은 큰 죄이다. 돌아가라!”
그의 경고에도 이들은 발을 돌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침 잘 되었다는 듯 장일에게 성을 냈다.
“흥! 어린놈이 배경 하나 믿고 설치는군!”
“꺼져! 이 애새끼야! 이 어르신에게 볼기짝 맞기 전에!”
“크하하. 그래 어미 젖이나 더 먹고 오거라.”
겉으로 보기에 호 등급에도 안 될 것 같은 어린 녀석이 용 등급을 받을 뿐 아니라 중루교위까지 올랐다.
물론 그 뒤에 우충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지금 보니 달리 우충이 나서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들은 더욱 거칠게 장일에게 항명했다.
저잣거리에서 들을 법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강제로 장일이 막은 병력을 뚫고 나아가려 하자, 장일도 더는 참지 못했다.
“하. 성격이 나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장일은 긴장하는 교위들에게 괜찮다는 듯 손을 젓더니 따로 검을 뽑아 들지도 않은 채 검집째 들고 나아갔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교위들은 몸을 떨어대야 했다.
-퍽! 퍽! 퍼버벅! 콰아앙!
그에 항명하는 십수 명의 용호대원들이 그에게 처참하게 처맞기 시작해서다. 그중에 용 등급이 둘이나 있었으나 이들도 다른 자들과 그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설프게 칼질을 한 것에 대한 벌로 배는 처맞아야 했다.
-꺼억! 꺼어억!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피가 나거나 뼈가 부러지는 불상사는 없다는 점이다.
그저 자색 빛의 멍들을 온몸에 새겼을 뿐이다.
장일은 그렇게 고기를 다지듯 패고는 침을 뱉으며 경고했다.
“퉤. 다음에도 이리 넘어가리라 생각하지 말게. 봐주는 것은 한 번이네.”
-덜덜.
그 말에 바닥에 너부러졌던 용호대원들은 온몸을 떨어댔다.
이게 봐준 거라면, 도대체 봐주지 않았을 땐 어떤 일이 생길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