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20
분신으로 절대무신 20화
8장. 천검문
-캉! 캉! 콰아아앙!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轟音)!
그것은 극한의 수련 끝에서야 올라설 수 있는 절정 고수들의 정수가 격돌하면서 이른 파장이었다.
적어도 우충만큼은 그러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도에 담았다.
우충의 도법은 우씨백도천하도법이라는 것으로, 그의 가문이 오랫동안 염원을 담아 완성해가고 있는 미완성의 도법이었다.
이 도를 완성하는 날, 천하에 우 씨가 있음을 알리겠다는 뜻이 담긴 도법인 것이다.
그런 만큼 미완성이라 할지라도 우씨백도천하도법을 다루는 우충의 도는 도(刀)가 담을 수 있는 모든 무의를 담고 있었다.
-쿠우웅!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도는 거칠기 그지없는 대두령의 도를 어찌하지 못했다.
-주르르륵!
내기가 진탕되어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나왔으나, 우충을 힘들게 한 것은 그따위 육신의 괴로움이 아니었다.
무의고 뭐고 할 것 없이 그저 무지막지한 힘으로 내려치는 도 앞에,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룬 무의들이 한낱 종이 쪼가리처럼 찢겨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정말 악몽보다도 끔찍한 현실이었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콰아아앙!
-푸우웃!
또다시, 자신을 양단할 듯 내려치는 대두령의 도를 가까스레 막아선 우충은 결국 피를 뿜어냈다.
안 그래도 힘든 전투에 이가 나간 그의 도처럼 몸은 망가져 가건만, 지독한 진실에 정신마저 무너져 가니 내상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창백한 안색만큼이나 공허한 그의 눈을 본 대두령은 혀로 입가를 적시며 아쉬워했다.
“쩝! 잔재주가 제법 재미있었건만…….”
“…….”
대두령의 말은 무너진 우충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 또한 자신처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건만, 알고 보니 그에게 자신은 한낱 유흥의 놀잇감 따위였던 것이다.
‘차라리 내 손으로 죽겠다.’
우충은 이 비참한 현실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도를 들었다.
-탁.
그때 누군가가 그의 손에서 도를 탈환했다.
장일이었다.
“쯧.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자가 뛰려고 하니 안 되는 것입니다. 아니 애초 바탕부터 잘못 잡았다고 해야 할지.”
장일은 그 말과 함께 이가 수 개는 나간 도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이 녀석은 쓸 만한 놈이군요.”
이렇게 처참한 꼴이 되었음에도 날의 예기가 죽지 않았다. 그것은 명도의 반열에 이른 도라는 것이었고, 이 상태로도 그의 검은 범접할 수 없었다.
‘활검의 묘리를 억지로 담을 필요도 없겠다.’
그럴 필요도 없이 이 정도의 칼이라면 그의 존재를 다루는 활검을 어느 정도 견뎌 받아낼 테니 말이다.
갑자기 나타나 망가진 우충의 도를 빼앗아 만족해하는 장일에 대두령은 야생의 동물과 같은 누런 이를 드러냈다.
“흐흐흐. 안 그래도 네놈에게 시선이 갔던 참이다.”
그만큼 우충과의 전투에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었고, 이는 대두령이 우충보다 두세 수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장일은 대두령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우충에게 말을 꺼냈다.
“잘 보십시오. 아마 지금의 당신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장일의 말에 우충의 눈이 그에게 향했고, 이후 그는 말문을 잃어버렸다.
장일이 믿기지 않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바로 우씨백도천하도법의 기수식이었다.
미식을 탐하듯 우충이 쌓은 무리를 농락하며 즐겼던 대두령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이 건방진!”
사정이 있어 이 외진 곳까지 흘러들어 왔던 대두령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만큼이나 자존심이 높은 자였다.
-스으으윽!
진심으로 분기를 토해낸 듯 순간 그의 주변 공기가 스산하게 바뀌었다.
놀라울 일이다.
이는 기의 발산이 여의에 이르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해서다.
그것은 절정의 끝자락에 발을 담갔음을 말한다.
“!!”
우충은 크게 놀라면서도 허탈했다.
자신이 어떤 이와 싸웠던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그제야 이 터무니없던 전투가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
놀라는 우충과 달리 장일은 다른 의미로 감탄했다.
“기운이 남아도는가? 확실히 젊은 게 좋은 거군.”
“미친놈이로고!”
새파랗게 어린 그가 할 말이 아니었으나, 장일로서는 진심이다.
그의 분신은 대두령의 나이 때 혈마대전에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후우우웅!
자신을 농락한다 여긴 우충은 일갈과 함께 그 자신의 진력이 담긴 도를 휘둘렀다. 우충과의 전투에서 보인 적 없던 일격은 능히 장일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듯했다.
-우우웅!
장일의 도에서 한 차례 울음이 일더니 이후 대두령의 도를 마중했다.
“……?”
그리고 그들의 전투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우충의 눈에 의문이 일었다.
당연히 그가 그랬던 것처럼 큰 파공음이 따를 것이라 예상했건만, 어째서인지 금속의 비음마저도 일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칼이 따로 엇갈린 것도 아니었다.
벌써 다섯 차례 부딪혔음에도 그러했다.
그러다 뒤늦게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전율했다.
“화경(化勁)!”
화경은 정통으로 무공을 수행하는 자라면 한 번씩은 접해보는 무리다.
공격하는 상대의 힘을 이끌어 소멸시키는 것으로. 적은 힘으로 큰 힘을 상대하는 데 적합하다.
하지만 문제라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실전으로 풀기가 어렵다는 것에 있다.
사전에 맞춰 대련하는 것과 달리 실전에서는 상대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찰나에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 고려해야 할 게 많은 화경을 어찌 풀어낸단 말인가?
이 때문에 화경을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무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지에 이른 화경은 신비를 느낄 정도라고 하더니…….’
우충은 떠도는 강호의 속설(俗說)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대두령의 그 무지막지한 거력이 담긴 도의 흐름이 번번이 뒤틀려 사방으로 풀어져 무산되었다.
-으드득!
그럴수록 대두령은 이를 갈며 더 큰 힘을 도에 실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장일이 도를 통해 풀어내는 화경이라는 벽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
그 모습에 우충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문의 비전인 우씨백도천하도법의 문제점을 깨달은 것이다.
‘너무 과했다!’
천하에 통한다는 목적을 두었던 탓에 우씨백도천하도법은 과한 욕심을 부렸다.
도법의 그릇은 한정적이건만, 그 안에 온갖 무리를 가져다 집어넣으려고 했으니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결국, 억지로 쑤셔 넣는 만큼 손실될 것들이 상당수였다.
물론 이전의 우충이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담을 수 있는 게 한정되어 그 일부를 다룰 뿐이라는 건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것에 대한 문제를 못 느끼는 것은 그 무리의 정수를 뽑아내었으니 다를 바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정수를 뽑아내 다른 무리의 정수들과 연동한다는 것이 답이라 보았다.
하지만, 고작 장일이 칼에 담은 화경이라는 무리에 그 끔찍했던 대두령의 칼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것에서 그는 가문이 잘못된 길을 간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의 정수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팔다리 없는 병신에 불과했다.’
그 말대로다.
우씨백도천하도법은 애초 과한 욕심으로 인해 그 시작부터가 잘 못 되었다. 백 개의 무리를 도에 담겠다는 욕심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욕심을 덜고 하나의 무리에만 집중했다면, 어쩌면 지금쯤 천하에 통할 도법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깨달음에 그가 전율을 맞이할 때, 장일의 칼에도 변화가 일었다.
발경(發勁)을 더한 것으로, 장일은 그 발경에서도 화경과 잘 어울리는 차력타인(借力他人 : 상대방의 힘을 빌려 타격함)의 무리를 더했다.
화경이 강맹한 대두령의 힘을 흩뜨리기만 했다면, 발경이 더해진 지금 장일은 흩트렸던 상대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그렇게 펼쳐진 장일의 칼날에 대두령은 끔찍한 고통에 휘둘려야 했다.
-픽! 픽! 픽! 파아앗…….
무시무시한 힘으로 펼쳐진 칼날이 그를 찢어 발겨댄 것이다.
대두령은 어떻게든 상황을 돌려보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오히려 그럴수록 그의 전신에 새겨진 칼날의 흔적은 더욱 많아졌다.
-서걱!
처음에는 피륙만 찢었던 장일의 칼은 어느새 살을 뚫더니 이내 뼈를 끊었다.
-툭!
떨어진 그의 팔이 크게 피를 뿌려대며 대지에 뒹굴었으나 대두령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귀신에 홀린 상황에 공황(恐惶)상태에 놓여 완전히 내면에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걱! 툭…….
장일은 생의 의지마저 끊긴 대두령의 머리를 수확하듯 거두고는 그것을 떨구어진 대두령의 칼에 꽂아 높이 들며 외쳤다.
“대두령의 머리가 여기 있다. 살고 싶은 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어 부정하던 산적들이었으나, 정말로 대두령의 머리가 칼에 꽂혀 있음을 확인하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안 그래도 밀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야말로 두령들의 겁박에 억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인데, 대두령마저 죽어 나갔으니 이들이 싸울 이유 따위는 없었다.
-후두두둑!
-와아아아아!
쥐고 있던 무기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곳곳에 들려오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함성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졌다.
전쟁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후우.”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장일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역겹기 그지없던 피 냄새가 거북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죽인 대두령에게서 혈교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나 이런 외진 곳까지 혈교의 흔적이 발견했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생각이 많아진 그는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털고는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사문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거짓말처럼 그리움이 차올랐다.
고민 끝에 나는 마음이 시키는 바를 따르기로 했다.
성공적인 토벌을 마치고 돌아온 토벌대는 대단히 큰 환영을 받았다.
성의 주민들이 모두 나온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수많은 인파의 환호에 병사들은 그간의 고됨도 잃어버린 채 환한 웃음을 지어 댔다.
그것은 성문교위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으로 수천에 달하는 대군을 다루었음에도 크게 승리하였으니, 한껏 고양(高揚 : 기분 따위가 높이 북돋음)될 수밖에 없었다.
하얀 말 위에서 쉴 새 없이 환호에 맞춰 손을 흔드는 모습만 보아도 그가 지금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용호대의 사람들 또한 성문교위 못지않게 고양된 모습을 보였다.
강호무림인들 그중에서도 정파인들은 명예를 중시하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명예를 높였을 뿐 아니라 이 같은 환영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그 가운데 있던 장일 또한 기뻐하기는 했으나, 그들처럼 크게 고양되거나 하지 않았다.
분신을 통해 수없이 마주했던 경험이다 보니 그처럼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장일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우충이었다.
“너무도 기쁜 날 아닙니까? 은공께서도 같이 즐기시지요.”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보다 내상은 좀 어떠하십니까?”
“하하.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면 이제 칼을 잡아도 될 정도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모든 게 은공 덕분이지요.”
“……하하.”
그날 이후 우충은 장일을 극진히 대하였다.
단순히 목숨을 구원받았던 것을 넘어 가문의 오랜 비원(悲願)에 크게 한발 다가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장일이 대두령을 상대로 보인 그 압도적인 무위를 생각한다면, 나이를 떠나 그를 은공으로 높이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