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21
분신으로 절대무신 21화
의외로 장일은 이런 우충의 예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검존에 올랐던 그의 분신은 말년에는 전 전대의 배분에까지 올랐기 때문으로, 그 기억을 공유한 장일은 이에 부담가질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본래라면 장일은 대단히 난감했을 것이다.
우충은 배분으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시골 출신 소년이 넘보기 힘든 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장일은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였고, 우충은 이런 장일의 태도에 호감을 가졌다.
정파인이 예나 법을 따지기는 하나 그것은 기본적 상식 수준에서다.
오히려 정도가 지나치면 눈살을 찌푸렸다.
중요한 것은 그 예와 법이 아닌 그를 행하는 이의 마음이라 보기 때문이다.
예와 법을 아무리 따져보았자 그를 행하는 이의 마음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가식이며 농락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우충은 장일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식의 해석이었지만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장일의 분신은 이러한 상황들을 많이 겪어보았던 터라, 우충의 예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충은 장일에게 그 받은 은혜의 일부라도 보답할 방법을 찾고자 했고, 그 모습에 장일은 무심코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쓸 만한 검 한 자루를 구해주십시오.”
“검 말씀입니까? 으음. 알겠습니다. 은공에게 맞는 검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잠시 장일의 허리춤의 검을 살피던 우충은 무언가 결심하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장일은 괜한 말을 꺼냈나 싶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제대로 된 검이 필요하기는 하다.’
활검의 끝자락에서 장일은 검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이는 절정에 이르러 기운의 발산이 자유로워짐에 육신과 검이 하나로 이어진 신검합일(身劍合一)과는 다른 것이다.
말 그대로인 것으로, 검에 자신의 존재를 부여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말했다.
말하자면 신검합일(神劍合一)이다.
그러니 찍어내기 식의 조잡한 칼도 그의 손에 들리면 천하에 다시 없을 신검(神劍)으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성숙한 육신에 삼류에 불과한 내공을 지닌 장일의 현 상황상 제대로 된 검이 필요했다.
그것은 우충의 명도를 만진 뒤부터 장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부담이 3할 정도로 줄었다. 아마 제대로 된 상태였다면 4할도 넘었겠지.’
그만하면 분신만큼은 아니어도 활검을 사용하는 데 상당히 거침이 없어진다.
아마 무리한다면 찰나이나마 말년에 그가 이룬 힘의 4할가량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분신이 혈마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보였던 칼이라 보면 되니, 이만하면 천하에서도 그 칼을 막을 이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본래라면 장일은 굳이 명검을 가질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었다. 아마 10년 정도만 흘러간다면 명검의 이점은 많이 퇴색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토벌에서 만난 대두령에게 혈교의 흔적을 보았던 장일은 혹시나라는 생각에 자신의 말을 물리지 않았다.
“중루교위.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것이네. 정말 고맙네.”
이미 파발마를 통해 앞서 장일의 공적을 알았던 성주는 장일의 손을 덥석 잡아 고마움을 표했다.
그저 사기를 올릴 모양으로 보여주기로 관직을 내렸던 장일이 상상한 것 이상의 공적을 올렸다. 그것은 곧, 성주의 안목이 높았다는 평가를 내리게 했다.
성주로서는 길을 가다 황금을 주운 셈이다.
그러하다 보니 성주에게 크게 치하받은 장일은 자연스레 성주가 연 연회의 중심이 되었다.
-쪼로로록.
장일은 잔을 비우기 무섭게 술을 채우며 편안히 연회를 즐겼다.
말년에 번잡한 것이 싫었던 분신과 달리 장일은 아직 어려서인지 이런 떠들썩함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성주가 마음먹고 내린 술은 귀한 명주라, 마실수록 혀 안이 즐겁기 그지없다.
다만 그런데도 마음 한 곳이 불편했다.
‘어머니도 동생들도 같이 맛보았으면 좋으련만.’
술과 함께 나온 음식들이 귀하고 기름질수록 그 불편함은 커지니, 결국 장일은 연회를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일어서야 했다.
다음 날 정오(正午)에 이르러 성주는 장일에게 이번 토벌에 대한 보상을 하사했다.
“으음!”
그 보상에 장일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사받은 보상품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대단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비단만 스무 필에 달했다.
그 품질이 상품(上品)이라 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이나, 군에서 받은 비단보다는 질이 높았다.
금으로 환산한다면 못해도 금 15냥은 받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사치품들을 받았다. 큰 도시에서 볼 법한 장인이 세공한 장신구 따위로, 이런 분야는 잘 모르는 장일도 감탄할 명품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가치는 그가 받은 비단 못지않을 것이다.
이외에 금으로 10냥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금으로 40냥을 받은 것이다. 아직 관직을 내려놓으며 받는 보상금이 책정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보상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저택을 받은 것이다.
비록 고루성의 중심지에서 바깥쪽에 위치한 저택이라지만, 이런 도시에서 저택이라 불릴 정도의 집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그가 앞서 받은 하사품을 다 합쳐도 가능할 리가 없는 일이다.
특히나 지금 시점에서는 웬만한 인맥으로는 구할 수 없었다.
봉월산 일대를 성공적으로 토벌했으니, 이제 고루성 전체의 땅값이 폭등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괜히 고루성의 주민들이 토벌대를 그처럼 열렬히 환영하는 게 아니었다.
성문교위는 장일의 보상을 들었던지 그를 찾아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무래도 성주께서 그대를 가까이하고 싶은가 보네.”
“저를 말입니까?”
장일의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고루성은 성문교위와 같은 고위 관직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문교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번 토벌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성주께서는 야심이 크시네. 아마 다시 중앙으로 복귀할 것이고, 그럴 때 자네가 옆에서 도와주었으면 한 것이겠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절정의 끝자락에 닿은 대두령을 베어낸 장일이었다.
그만한 실력자가 군에 발을 들인다면 중랑장(中郞將)에서 시작될 것이고, 성주가 조금만 힘을 보탠다면 어렵지 않게 장군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큰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종내에 상장군에도 오를 터.
그리된다면 그를 추천했던 성주의 입지는 더없이 탄탄해질 것이다.
분신을 통해 이미 군부에 들어 높은 자리에 올랐던 장일이었기에 성주의 의도가 이해되었다.
그렇기에 장일은 지금 가장 바쁠 성문교위가 시간을 내어 자신을 찾아온 속내를 알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관에는 뜻이 없습니다. 그리 전해주십시오.”
“크흐흠. 알겠네. 그리 말씀드리지.”
성문교위는 장일이 대번에 그 속사정을 알아차리자 얼굴을 붉히며 선선히 받아들였다.
일이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더는 설득하지 않은 채 물러난 성문교위는 떠나기 전 품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어 주었다.
“자네를 찾은 것은 성주의 뜻을 전해보려는 것도 있지만, 이 외에도 이를 전해주고자 해서네. 자네가 부탁했던 것이네.”
바로 장일이 고향을 떠나려 했던 주된 이유인 그의 스승에 대한 정보가 그 안에 들어 있다 하자 장일은 서둘러 그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니네.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군.”
덕담을 끝으로 그가 방을 나서기 무섭게 장일은 서신을 뜯었다.
서신의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장일은 한참이나 서신에서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서신에는 스승님이 살아 계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눈앞에서 너무도 허무하게 스승님을 잃었던 당시의 기억은 지금의 그도 침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한데 그 일이 이제 자신만의 기억에 불과하게 되었음을 알았으니, 그로서는 마음의 무거운 짐 하나를 치워 버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쁨도 잠시 장일은 서신의 내용에 흥미를 보였다.
“으음……. 스승님께서는 군에 투신하셨구나. 하지만 이번에도 천검문의 제자가 되었을지는 몰랐다.”
본래 장일의 스승 오문이 천검문의 제자가 된 것은 우연히 망했던 천검문의 사람과 연이 닿아서다.
그러니 장일은 바뀐 역사에서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의 스승과 천검문의 연은 짙은 모양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본 역사와 달리 천검문이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에 있다.
물론 그가 있던 시절처럼 천하에 호령할 정도는 아니나, 대문파로서의 모습은 보이고 있었다.
자연 그 제자가 되었던 오문 또한 군에서의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전장군(前將軍)에 위치했는데, 이는 상장군 바로 아래에 있는 오 장군 중 하나 직책이었다.
그 말은 오문의 경지가 절정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했다.
과거 생전 스승님이 얼마나 검에 집착했는지를 알던 장일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연이 닿는다면 다시 뵐 수 있겠지.”
그렇게 스승님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그제야 장일은 천검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분신이 평생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검문이 아니던가?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점차 그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고 그럴수록 사문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졌다.
‘한 번은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천검문은 강나라가 아닌 오나라에 있었으나, 다행히 오나라는 강나라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문이 오나라가 아닌 강나라의 군에 발을 들인 것은 의외이긴 했다. 그러나 워낙 말수가 없던 오문이었으니 장일이 모르는 또 다른 속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장일은 이번 기회에 방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토벌이 일찍 끝난 만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럼 잘 좀 부탁하겠습니다.”
“어휴. 부탁이라니요. 걱정 마십시오. 잘 전달하겠습니다.”
부탁한다는 장일의 태도에 손사래를 치며 답하던 이는 다름 아닌 고루성으로 자신을 초청했던 관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에게 장일이 부탁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바로 자신을 대신해 이번에 받은 하사품과 고루성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집에 전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무려 우마차 두 대에 달하는 물건이다 보니 보내는 게 쉽지 않았던 터라 그 관리를 찾은 것이다.
당연히도 관리는 이제 아주 높은 사람이 된 장일의 부탁을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장일이 따로 수고비를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성주가 장일에게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