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28
분신으로 절대무신 28화
11장. 약왕(藥王)
아직 혈교 첩자의 심문도 끝내지 않았음에도 분신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아무런 연도 없는 천애 고아 출신이라면야 오히려 분신이 크게 날뛰는 것을 반겼을 것이다.
만약을 위해 아직 사용해 보지 않았다지만, 세상에 영향을 끼칠수록 얻게 되는 카르마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입장에서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니 망정이었지, 자칫 최악의 일이 벌어질 뻔했다.
그것을 잘 아는 장일로서는 새로운 분신이 어떤 일을 벌일지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권능의 발현 때를 생각한다면, 이를 알아볼 수 있는 확신한 방법은 잠을 취하는 것이다.
그로서 분신의 지난 1년의 생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를 생각한다면 당장에라도 잠을 청하고 싶을 마음이나, 앞서 말대로 아직 혈교 첩자의 심문이 남아 있었다.
그 과정을 생각한다면 오늘 밤은 상당히 길 것이 분명했다.
“상태창.”
장일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불렀다.
이후 바로 정보확장을 활성화한 그는 사용자 항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용을 아래로 내리니 흑점의 사람들의 술수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부분이 나왔다. 아마도 평소였다면 부끄러움을 느꼈을지 모르나 그는 무심히 그를 지나 빠르게 아래의 내용을 살폈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그저 흑점에서 벌인 그에 대한 학살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아!”
그럼에도 장일은 탄성을 흘렸다. 혹시나 했던 두 번째 분신에 대한 내용이 아주 짧게나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초나라 강 족의 전쟁 속에서 장일의 분신이 눈을 뜨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살펴보던 장일은 나름의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단 한 줄이었지만 그 내용에서 장일의 두 번째 분신이 어느 시대에 깨어났는지 대략적으로 짐작이 되어서다.
“동명의 부족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강 족은 요나라의 전신이 되는 부족이지. 그리고 초나라는 그 요나라 있기 이전 이곳에 영향을 끼쳤던 고대 국가이고.”
이 말은 즉 앞서 첫 번째 분신보다도 몇백 년 전에 그가 깨어났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장일이 안도한 것이다.
강나라가 세워지기 전 동부 대륙 전쟁이 뒤틀린 역사를 얼마나 정화해주었는지 알았으니, 웬만큼 일을 벌이지 않는 이상 그의 시간대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최악을 지나 평타보다도 높은 경우라는 것을 알게 되자 장일은 더 이상 분신에 대해 신경을 껐다.
“그럼 어디 심문을 시작해 볼까?”
마침 심문에 필요한 준비물은 이 흑점에 널려 있었다.
처음 혈교의 첩자를 잡았을 때만 해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여겼으나, 그것은 혈교를 우습게 안 것이다.
오히려 혈교의 첩자가 이중으로 꼬아 준 정보 탓에 결사대 한 대대가 전멸하고 말았다.
이에 연합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첩자에게 가한 심문의 정도는 인륜적으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어 나갔을 것이며 웬만한 심력의 소유자도 정신이 파괴되어 버릴 게 분명했다.
당연히 연합으로서는 그 고문 끝에 입을 연 첩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결과는 이러했으니, 그 터무니없는 첩자의 모습에 공포를 느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한 혈교 첩자들의 모습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이 저렇게까지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아무리 광신도라고 해도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고문과 유희가 섞인 심문을 마주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당연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당시 이십이왕 중 하나인 법왕이 이유를 알아냈다.
“피의 율법이라는 고대의 주술의 일종이 걸린 듯하네. 이 율법이 무서운 이유는 주술의 대상자의 영혼이 이미 율법에 달리 묶여 있기 때문이지. 말하자면 이들은 실혼인이라고 무방하지.”
영혼이 결핍된 존재라는 말로, 이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존재에게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심문이 통할 리가 없었다.
“방법은 있습니까?”
“하나뿐이네. 이들에게 펼쳐진 피의 율법을 잘라내는 것이지.”
일만 개의 술법을 다룬다는 법왕답게 그는 그에 대응하는 술법을 만들어 내었다.
법왕 그 본인이 한다면야 굳이 그런 술법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겠지만, 그가 모든 전장에 참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그 또한 혈교에 갚아주어야 할 복수의 대상이 있던 만큼 이렇게라도 해주는 것만으로 고마울 일이다.
술법을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파사의 기운이 깃든 성물을 통해 펼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만한 성물은 한 문파를 대표하는 물건이라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방법을 보통 따랐는데, 문제는 이 방법이 연합 입장에서 꺼려질 일이라는 점이다.
바로 피를 통해 그 율법을 끊는 것으로, 반드시 죽은 지 하루가 되지 않은 피를 사용해야 했다.
문제는 짐승의 피는 소용이 없다는 것에 있었다.
오직 인간을 죽여 피를 받아야 했는데, 만약 상황이 조금만 좋았다면 이 방법을 따르는 데에 많은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그런 반발을 우습게 눌러 버린 만큼 좋지 않았던 터라, 장일도 그를 통해 혈교의 첩자를 심문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흑점에는 그 재료가 넘쳐났다.
첩자의 수준에 따라 소모되는 피의 양은 다른데, 최소 두 명에서 열 명이 넘기도 한다.
비공식적인 기록에서는 스무 명의 피를 소모해서야 그 율법을 끊었다고 하는 말도 있었다.
“이걸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장일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익숙하다는 듯 빠르게 술법 준비를 마쳤다.
애초 재료가 많은 만큼 그는 시작부터 열 명의 피를 받아 준비를 끝냈고, 이후 그는 기절한 첩자를 깨웠다.
“으음.”
의식을 차리기 무섭게 첩자는 신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죽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 두 다리에서 밀려오는 고통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보통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기절을 하게 마련이었지만 그는 끝내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채 장일에게 말했다.
“자네의 말대로 나는 위대한 성교의 사람이네. 원하는 것이 무언가? 내 말해주지.”
“그래? 공짜는 아니겠지. 말을 해주면 나는 무얼 해줘야 하나.”
“살려달라고 하지 않겠네. 그만 나를 모욕하고 나를 죽이시게.”
“하하하.”
장일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혈교 첩자의 기만과 지독함에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이러했으니, 법왕이 방법을 찾기 전까지 연합은 어쩌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정말 지긋지긋한 자들이라는 생각에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만, 어디 자네를 믿을 수 있어야지. 일단 심문부터 시작하지.”
“…….”
심문을 한다는 말에 혈교의 첩자는 역시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장일 또한 그의 의사를 물은 것이 아니라, 그는 본격적으로 피의 율법을 끊는 술법을 다루기 시작했다.
장일은 첩자를 반쯤 잠겨 놓은 피에 손을 넣고 법왕이 가르쳐 준 진언을 읊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자연스레 장일의 기운이 그 진언에 동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동해진 기운은 피에 깃들기 시작했다.
‘으음. 몸을 재정비한 뒤에 하길 잘했어.’
이 한 번의 주술에 10년에 가까운 내공이 소모되었다. 이마저도 재료가 넉넉했기에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으면 몇 배의 기운을 소모해야 했을 것이다.
보통은 그 절반 정도를 소모할 뿐이었는데, 이 정도라는 말은 이 첩자가 생각보다는 거물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일각(15분) 정도가 흘렀을까?
혈교 첩자에게서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끄…… 끄으윽.”
나지막하지만 비명을 흘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피의 율법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였고, 장일은 그 모습에 술법의 흐름을 더욱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끄아아아악!”
장일은 바라기 그지없던 고통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변한 것은 비명만이 아니었다.
덤덤하기까지 했던 혈교 첩자의 얼굴에는 공포와 두려움 따위가 가득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기야 피의 율법을 받은 뒤부터 느끼지 못한 인간성이 돌아왔으니, 그가 저 같은 꼴이 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였으니 유화책을 통해 심문하는 것이 보통이나, 장일은 그러지 않았다.
-사아악, 사악.
그는 혈루비의 칼날들을 마주 가다듬으며 본격적으로 고문을 시작했다.
혈교 첩자 십 수명을 상대해 본바, 거물급의 첩자는 쉽게 정보를 내뱉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처절한 비명 소리가 늦은 밤까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퉤.”
장일은 인간이었던 덩어리에 침을 뱉으며 인상을 썼다.
거물 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한 건. 이 미친놈들이 또다시 금기에 손을 대었다는 것이지.”
그는 자신의 우려가 현실이 되자 그 갑갑함에 짜증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처럼 장일이 말한 금기는 혈마대전의 그 터무니없던 혈마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혈교는 두 명의 신을 믿는데 하나는 빛의 신 온이고 다른 신은 어둠의 신 율이다.
이 두 신이 추구하는 바는 달랐으나 그 목적은 같았다.
바로 세상을 자신의 아래로 내려놓는 것이다.
그나마 빛의 신 온을 믿는 쪽은 말이라도 통했지, 어둠의 신 율 쪽은 따르지 않는 자 파멸뿐이었다.
“뭐, 생각해 보면 그간 운이 좋았던 거지.”
혈마대전 이후 수백 년 동안 또다시 혈마대전이 일지 않은 점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다만 두 번째 혈마대전의 조짐이 본신의 생에 일어난다는 게 불만일 뿐이다.
“이거 정말이지 하루빨리 본신의 무위를 되찾아야겠어.”
혈마의 끔찍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일은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 * *
깨어난 시대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나는 이 혼란에서 한발 비켜 흘러갈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운 좋게 이룬 첫 번째 분신이 벌인 일에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자리를 잡아 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이라는 것이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었다.
* * *
-분신.
-카가가강!
-으아아악!
온갖 끔찍한 소음 속에서 장일은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후웅!
누군가 누워 있는 그를 향해 날카로운 창끝을 세웠기 때문이다.
장일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옮겼지만, 아쉽게도 그의 칼은 존재하지 않았다.
칼이 없다는 것을 알자 장일은 날아오는 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우두둑!
마치 물처럼 자연스럽게 창끝을 비켜 흘리며 다가섰고, 이후 장일은 창을 쥔 자의 팔을 기이한 방향으로 꺾어냈다.
-퍽! 우둑!
그와 동시에 몸을 반 바퀴 회전하더니 어느새 발은 적의 목을 차고 있었다. 내공이 깃든 일격이라 그 한 번의 발길질에 적의 목뼈는 부러져 머리 전체가 덜렁거리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을 노리는 적을 순식간에 처리한 장일이었지만 아직 한숨 돌릴 여유조차도 부릴 수 없었다.
-하아압!
또 다른 적의 칼날이 그를 노려댔기 때문이다.
-빡, 탁.
장일은 그 칼날을 피함과 동시에 창대를 부수어 단창을 만들었다.
-사아악. 푹!
그리고 좀 전보다도 더 부드러운 움직임이 장일의 손에서 펼쳐졌다. 장일을 노리는 데 실패함으로써 중심이 무너진 적에게 그가 쥐고 있던 단창의 칼끝이 그의 전신을 유린하더니 이내 심장을 꿰뚫어버린 것이다.
-탁.
그렇게 두 번째 적을 죽이는 데 성공한 장일은 이후에서야 칼 한 자루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청동으로 만든 칼이라 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활검을 펼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