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6
분신으로 절대무신 56화
북부 대륙의 앞날이 눈에 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혈마대전 때를 생각하면 양호한 것이지.’
혈마대전 이전 혈교는 단일교를 주장하던 기괴한 종교였으나, 의외로 배척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불가나 도가의 신들을 제외한 민간의 신앙 중에서도 그 같은 신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괴할 뿐이었는데, 이러한 방심이 강호 전체에 피바람을 불게 만들었다.
이후 강호 무림은 알게 모르게 혈교를 배척하며 그들의 성장을 억제하였던바, 혈교는 결국 북부 대륙 너머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다.
이 점만 두고 보아도 혈마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 무림맹이 창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데도 장일이 우려하는 것이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혈교 또한 그들의 실패를 양분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혈마대전의 양상은 과거와는 또 다를 수 있다.
잠시 이리저리 생각하던 장일은 이내 고개를 털며 채워진 술잔을 비워내곤 중얼거렸다.
“성녀를 만나야 할 이유가 점점 많아지는구나.”
성녀는 혈교의 또 다른 모습인 광천교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니만큼 그런 장일의 우려에 확신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묵게 된 객점에서 하루를 쉬며 재정비하려 했던 장일은 끝내 밤을 지새우다 새벽이 일기도 전에 길을 나섰다.
장일이 문나라에 발을 들인 것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생각보다 북부 대륙 곳곳에 강줄기가 이어져 있던 데다, 장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강부동신법이 결정적이었다.
보통 이 같은 절기는 많은 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식적으로 큰 힘이 발휘되는 데에는 큰 힘이 필요한 법이니 사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궤를 달리하는 금강부동신법이라서일까?
아니면 장일이 금강부동신법을 대성하였기 때문일까?
장일은 겨우 한 호흡의 진기만으로도 금강부동신법의 묘용을 보법에 담아내었다.
한 호흡의 진기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만큼도 안 되었지만, 그런데도 장일은 오여 장을 나아가는 재주를 보인 것이다.
천리마를 타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장일이 겨우 사흘 만에 북부 대륙의 중심에 질주한 것은 이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문나라에 들어선 뒤부터 장일은 돈을 풀어 길잡이와 정보를 모았다.
그가 아는 곳은 수백 년 전의 장소다 보니 현재는 어떤 곳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부 대륙을 질주한 시간보다 그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다행히 사소한 기억 부분들을 긁어내고, 금 10냥을 풀어낸 결과 장일은 원하는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공자께서 찾는 곳은 여손이라는 지역입니다. 다만 이곳은 진족들이 자리 잡은 곳이라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진족이라면?”
“문 나라가 일어설 때 함께했던 이족들입니다. 태조께서 그 공을 인정하여 이들이 살 곳을 내어주셨지요.”
말하자면 대귀족에 준하는 영토를 하사한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렇게 융합된 이족(異族)들이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나 동부 대륙의 나라들이 이러했다.
당장 검존이 활동했던 요나라만 해도 강 족이 중원에 발을 들이며 세워진 나라였다. 이후 동부 대륙 전쟁에서 수많은 이족들을 끌어들였다.
보통 이렇게 끌어들인 이족들은 동화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드물게도 전통을 이어가려는 이족들이 있었고, 진족이 그러했다.
“이들이 그러는 데에는 장례와 그들이 믿는 종교 때문이 큽니다.”
보통 장례는 땅에 묻거나 태워 재를 뿌리는 식인데, 이들의 장례는 확실히 궤를 달리했다.
죽은 이의 시신을 잘라 너른 벌판 등에 뿌려 짐승들이 먹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례 절차가 중원에서는 반란을 일삼은 대역죄인에게나 할 법한 짓이었으니 동화되기 어려울 법도 했다.
여기에 카오사라는 하얀 늑대를 신으로 삼았으니,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말을 탈 줄 알았으며, 칼을 다루는 재주가 뛰어났다.
특히나 눈이 밝아 활을 잘 다루니, 문 나라에서 전쟁이 날 때면 그들이 크게 활약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문화의 차이가 크다 보니 접근이 어렵다는 말이 절로 이해가 되었다.
“그 근처까지만 데려다주시오. 그 뒤에는 알아서 하겠소.”
“감사합니다.”
길잡이가 진족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의 이유를 알기에 장일이 그리 말했고, 이에 길잡이는 크게 안도했다.
그렇게 찾아간 여손이라는 동네는 원시림(原始林)의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길마저 들어갈수록 옅어져 갔는데, 어느 시점에서는 아예 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홀로 움직이겠소. 그간 고맙소이다.”
“그럼 부디 하시는 일 잘되기를 빌겠습니다.”
길을 안내하던 길잡이는 장일의 말에 서둘러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산 채로 머리 가죽을 벗긴다는 둥 워낙 흉흉한 소문들이 많이 돌던 진족이다 보니 겁이 난 모양이다.
장일 또한 그간 야생에 가까운 진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그 태도를 달리했다.
“여기서부터는 전검의 감각을 연다.”
검존 때의 전력을 회복한 지금 날아오는 눈먼 화살도 그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촉에 독이 발라져 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제법 고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족의 영역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일은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늦은 건가…….”
전검으로 인해 확장된 그의 시각에 경공의 흔적들이 그의 시야에 들어섰다.
그가 본 것만 수십에 달했으니, 실제로는 열 배에 달하는 인원이 동원된 셈이다.
그 숫자도 숫자지만, 그 구성원들이 더 문제였다.
그 흔적 중 최소가 일류이니, 이만하면 한 나라의 군대가 동원된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정파로는 영웅맹 정도일 것이며, 사파에서도 사도맹과 같은 연합이 아니고서는 동원되기 어렵다.
이외 하나가 더 있다면 다름 아닌 혈교다.
장일이 늦었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의 예상대로 이곳에 있는 비처에 성녀가 몸을 숨겼던 것은 맞았으나, 아쉽게도 이미 혈교가 먼저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야말로 며칠 차이로 보였기에 그것이 장일을 너무도 아쉽게 만들었다.
-까아앙!
돌려야 하는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저 너머에서 울린 인위적인 굉음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장일은 굉음이 귀에 들리기 무섭게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스스스슥!
극성의 금강부동신법이었고, 이에 곳곳에서 그의 신형이 남겨졌다 사라지를 반복했다.
-피이잉!
화살이 꿈틀거리며 쏘아졌다.
살에 담긴 그 기세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모든 것을 꿰뚫을 것처럼 보였으나 아쉽게도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캉!
칼 하나가 그 화살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캉! 캉! 캉!
첫 화살이 막힐 줄 알았던지 뒤이어 속사가 이루어졌으나, 그마저도 그 내민 칼 하나를 넘어서지 못했다.
저마다 꺾이고 부러진 화살들이 주변을 널리 어지럽히는 가운데, 그를 쳐내던 중년의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이런 놈이 남았던가? 정말 징글징글맞군!”
이곳에 동원된 교의 무인들만 사백에 달했다.
그것도 오기(五旗) 중 적기 이상의 이들로 구성된 인원들이었다.
오기는 혈교의 무인들의 급을 나누는 기준으로, 이들은 청, 적, 흑, 백, 무(無) 다섯으로 나눈다.
청은 이류, 적은 일류, 흑은 절정, 백은 초절정이다.
그 이상의 등급은 의미가 없기에 없을 무로 쓰며, 이들은 저마다 장로에 준하는 신분을 가졌다.
그러니 말하자면 이곳에 일류 이상의 무인 사백 명이 동원된 것이다.
물론 모두가 적기의 무인이 아니었다.
이 화살을 막은 자만 해도 흑기의 신분이었다.
그런 자들이 이 작다면 작을 진족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하루 만에 진족들을 몰아내고 그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진족들은 너무 우습게 안 처사였다.
“벌써 나흘이다.”
그들은 무려 나흘이나 진족들과 싸워야 했다.
워낙 독하게 손을 쓴 탓에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린 마을만 여섯 개가 넘었으며, 죽어 나간 이들은 오천 명이 넘었다.
그중에서 그들이 죽인 진족의 전사는 천 명에 가까웠으니, 진족의 입장에서는 대재앙을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그들을 친 혈교도 생각 이상의 피해를 봐야 했다.
아무리 전력에서 차이가 난다지만, 원시림을 자신의 집처럼 살아가는 그들이다 보니 지형적 이점이 컸던 것이다.
거기에 보기 드문 명사수의 기질을 지닌 진족의 활 끝은 대단히 날카로웠던데다, 독을 다루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으니 백 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마저도 성녀의 흔적을 쫓는 데 전력을 다하던 흑기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결과였다.
덕분에 성녀의 흔적을 쫓아가던 일도 진전이 더디어졌으니, 혈교로서는 여러모로 일이 꼬인 셈이다.
“이 악독한 놈들!”
마지막 화살마저 쳐내는 흑기에 진족 전사는 비명과도 같은 노기를 토해내며 칼을 들어 보였다.
-타다다닥!
자신이 이곳에서 죽더라도 홀로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담긴 그의 진격이었다.
물론 그를 대하는 흑기의 얼굴 어디에도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진족이 상대하기 어려운 것은 어디까지나 화살과 독 때문이지, 그것을 제외하면 청기만도 못한 것이 그들이었다.
그는 귀찮은 벌레를 쫓으려는 태도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동시에 시커먼 피보라가 이르며 갈라진 몸뚱어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어? 어!”
바닥을 뒹군 것은 진족 전사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를 베고자 했던 흑기가 몸이 양단이 난 것으로, 생각지 못한 결과에 진족 전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퉤. 징글징글 맞는군!”
그런 그의 앞에 장일이 그가 베어낸 시신에 침을 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
그제야 장일의 존재를 자각한 진족 전사는 허둥지둥 몸을 뒤로 물렸다.
그야말로 귀신에 홀린 듯한 경험을 한 것이다 보니, 결사 항쟁의 뜻을 보던 그가 그같이 놀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탁.
장일은 검을 검집에 거두고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 도움?”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는 태도에 진족 전사가 안정을 찾자, 장일은 이 흉흉하게 죽은 시신을 발로 차며 말했다.
“이것들의 목적을 방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 목숨이라도 드리지요.”
악귀들을 괴롭힐 일이라는 말에 진족 전사는 결사 항쟁의 뜻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장일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이 여손의 어느 특이한 지형을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할 뿐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어떻게든 찾겠습니다.”
그리 말했으나 진족 전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