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0
분신으로 절대무신 60화
23장. 동맹(同盟)
그렇게 조우한 성녀 일행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성녀는 물론 그 일행들 모두의 몰골은 한눈에 보아도 엉망이었다.
-화르르륵!
그리고 이런 그들에게 새벽녘마저 집어삼키던 거대한 검은 불길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후우웅!
장일은 그 상황을 자각하기도 전에 움직였고, 어느새 뽑힌 그의 검은 그 검은 불길을 향해 뻗어갔다.
하지만 사실 그 거대한 검은 불길에 칼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그 불길을 뒤트는 정도였으며, 그마저도 일월합벽의 고수 정도는 되어야 시도해 볼 법할 일이다.
그마저도 지금의 마검으로서는 버거울 일이었으니, 이들의 처참한 몰골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화왕의 흑염을 상대로 펼쳐진 장일의 검은 달랐다.
화가 금을 제압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건만, 장일의 검은 놀랍게도 그 이치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르륵. 사락. 스르륵!
장일의 검이 가를 때마다 흑염은 팔다리 하나를 잃은 것처럼 눈에 띄게 사그라들더니, 종국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
당연히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나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던 마검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마검은 검의 극의를 바라보는 자였고, 특히나 검을 보는 안목은 천하에서도 첫째가 아니라면 서러울 수준이다.
그런 그였기에 장일이 펼친 검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막연히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것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그 검의 진의를 보았을 뿐, 어떻게 장일이 화왕의 흑염을 지워 버릴 수 있었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너…… 넌 누구지?”
그것은 화왕도 다르지 않았다.
장일의 정체를 묻는 그의 얼굴은 참으로 낯선 것이었다.
처음으로 미지를 본 사람의 얼굴이었고, 이는 곧 오만한 그의 태도가 장일이라는 존재 앞에서 달라져 버렸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화왕의 모습에 장일은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나?”
“……그게 무슨 말이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화왕의 모습에 장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는 두 가지 경우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화왕이 실제로 기억을 하지 못한 경우를 말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존재가 화왕에게는 그리 기억조차도 남지 않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물론 화왕과 싸우던 당시의 장일은 오십을 넘었을 때였으니, 그 나이 차이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장일은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화왕이 그를 아예 모른다고 여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저처럼 낯선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
“기억을 잃었나?”
“기억……. 설마 교의 사람인가?”
십왕이 수백 년 전의 십왕과 같은 존재라는 것은 교에서도 간부급이나 아는 사실들이었다.
화왕이 그리 말할 만도 했다.
그가 듣고자 했던 답 대신 물음이 나왔으나, 장일은 이미 답을 들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정하지 않는 그의 태도나 상황을 고려할 때, 십왕은, 아니, 적어도 화왕은 과거의 기억을 대부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십왕의 기억들은 온전치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는 아주 최악의 상황은 걸러낸 것이라는 것을 뜻했다.
덕분에 장일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금 이를 드러냈다.
이제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게 된 지금, 이제 이성보다는 오랫동안 묵어 두었던 그의 분노가 폭발할 시간이다.
-우우우웅!
그런 주인의 심정을 아는 것인지, 청강검에서 터져 나오는 검명 또한 사나웠다.
마치 역린을 건드려 미쳐버린 용의 울음을 연상케 했는데, 실제로 그 검에서 일어난 살기는 인세에서 보기 어려울 만큼 농밀했다.
“천검문 제자 장일. 오늘 오랜 악연을 베어 억울한 원혼들을 달랠 것임을 천지신명께 맹세하겠나이다!”
“미친!”
화왕의 입장에서는 절로 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교의 사람인가 했건만 그도 아닌 이가 갑자기 천지신명에게 맹세하며 자신을 꼭 죽이겠다고 하니 아무리 담대한 그라도 마음이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이가 그러했다면 그는 오히려 비웃었을 것이다.
벌레 따위 발악을 한 것이라고 여길 것이며, 그중에서도 나름 담대한 간담(肝膽)을 드러내는 이는 산채로 찢어 그가 한 결단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확인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장일은 그렇게 여길 수 없었다.
벌레로 여기기에는 그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라, 그런 그가 자신에게 그 같은 결단을 내보이니 그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화왕 그도 율의 힘의 대리하는 자라,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크게 성을 내며 힘을 끌어 올렸다.
“네놈의 정체 따위야 이제 아무래도 좋다. 어디 이번에도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라.”
-화르르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좀 전과 격이 다른 흑염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길의 크기만 따진다면 그리 크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화기는 최소 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장일은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과거 그의 수하들이 당했던 것으로, 흑염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힘이었다.
거대한 고목조차도 대번에 지워버리며, 그 쇠 또한 녹여버리니 그 흑염을 막을 수 있는 방도는 몇 되지 않았다.
불왕의 천수여래장과 같은 형태의 무공이 아닌 이상은 맞서 싸운다는 것은 손해인 것이다.
기이한 일이 별처럼 많은 강호에서도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상식의 선이었다.
하지만 장일은 무모하리만큼 흑염의 정수를 향해 검을 마주 펼쳤다.
매화일검이었다.
화왕을 잡기 위해 그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얻은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정수였다.
그것을 처음 얻었을 때만 해도, 장일은 더 이상의 매화일검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만이며 편견이었다.
혈마대전 이후 깨우친 활검은 끝이라 생각했던 매화일검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일까?
약왕이 만들었던 구음진경 또한 다시 한번 그 한계를 뛰어넘게 했다.
그리고, 불왕의 가르침 속에서 깨우친 인과율은 끝내 매화일검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화아악!
그렇게 그의 검 끝에서 매화 한 송이가 피어났다.
무(無)에서 유(有)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오직 장일만이 가능한 새로운 무학이었다.
그렇게 검 끝에 맺힌 한 송이의 매화는 믿어지지 않는 신비를 내보였다.
-스으으으.
엄청난 굉음이 일었던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파장이 이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한 송이의 매화가 이른 변화는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왕이 자랑하는 흑염의 정수가 장일이 피워올린 매화에 닿기 무섭게 그 자취를 감추어버렸기 때문이다.
앞서처럼 별다른 과정이 있던 것도 아닌 닿기 무섭게 존재가 사라진 것이었다.
“!!!!”
주변 모든 이들이 그 기사에 말문을 잃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펼친 장일은 그리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실전에서 처음으로 펼친 매화일검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기운을 잡아먹는다.’
연습으로 할 때야 그 대상이 없었으니, 몰랐지만 흑염의 정수를 상대로 펼친 매화일검은 장단점이 참으로 극명(克明)하게 갈렸다.
이 모든 것은 그 깨우친 인과율을 통해 구음의 격이 강제로 끌어 올려지면 생긴 일이었다.
구음은 세상 모든 것을 존재케 하는 힘이다.
형체가 일정치 않은 불조차도 그 영역 아래에 있었으니, 흑염의 정수라는 그 거대한 불길을 지우는 데 소모된 구음의 기운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대환단을 취하기를 잘했구나.’
대환단을 통해 완전히 몸을 회복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막대한 내공의 소모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걱.
-크으으윽!
무언가 베는 소리가 일었고, 이내 짐승과도 같은 울림이 일었다.
흑염의 정수를 지우며 생긴 그 공허함을 파고든 장일의 검이 화왕의 팔 하나를 베어내면서 생긴 일이었다.
-툭! 후두둑!
엄청난 쾌검이었다.
베어낸 지 수 초가 지나서야 화왕의 팔은 피를 토해내며 떨어져 나갔을 정도이니, 그 쾌검 하나만으로도 그 검을 받을 이는 손에 꼽을 것이다.
하지만 장일의 검이 무서운 것은 쾌검만이 아니었다.
진짜 무서운 것은 활검의 극의에서 피어오른 살검이었다.
-툭…… 툭.
“이 무슨!”
바로 검에 베인 상처가 도무지 지혈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혈을 눌러 지혈을 하려 해도 그 양이 주는 정도에서 그칠 뿐, 상처는 오히려 악화되어 갔다.
-치지지직!
“으아악!”
결국, 화왕은 자신의 불길로 상처를 지져서야 그 상처를 잡을 수 있었다.
과거 장일이 불왕을 상대로 실전이라면 해볼 만하다 여겼던 것은 바로 이러한 살검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상처도 결코 지혈되지 않은 채 악화될 뿐이니, 아무리 불왕이라고 한들 답이 있을 리 없었다.
화왕이야 위협을 느끼고 그 상처를 지져 지혈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싸움의 끝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신경이 타는 고통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위에 있는 고통이니, 화왕은 그 자체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다 죽어라!”
-화르르륵!
결국. 화왕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열 개가 넘는 불길로 이 일대를 화염의 바다로 만들어 버리려는 것이다.
-으악!
그 과정에서 그의 수하들도 휘말렸지만, 이미 동귀어진을 각오한 미친 그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리 없었다.
“흥!”
그러나 이런 화왕의 발악은 오히려 장일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스르르륵. 스르륵…….
흑염의 정수 정도라면 모를까? 고작 이런 흑염은 활검에 피어오른 구음으로도 쉽사리 지워버릴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서걱!
그는 담담히 칼을 휘둘러 그 흑염을 지워내며 화왕에게 다가갔고, 마치 실과를 따듯이 그의 머리를 베어내었다.
-……퍼어엉!
그렇게 바닥을 뒹군 화왕의 머리를 바라보던 장일의 얼굴이 순간 악귀처럼 일그러지더니 이내 그의 머리를 밟아 터뜨렸다.
“겨우 이따위 놈에게…….”
차라리 좀 더 사내다운 자였다면, 왕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자였다면 좋았을 것이라 장일은 생각했다.
그는 이런 보잘것없는 놈에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그의 사질들과 동료들이 그저 불쌍할 따름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복수와 목적을 이루었던 장일이었지만, 그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 * *
드디어 정파 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지부진하게 흘러갈지를 알고 있기에,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나를 따르겠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
화왕을 잡은 뒤 성녀 일행은 별다른 설득을 할 필요도 없이 장일에게 합류했다.
이 때문에 장일은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사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더 골치 아플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장일의 생각이 무색하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그를 따르니 장일은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찝찝함을 금치 못했다.
다행히도 이런 그의 심정을 알아본 성녀가 그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다.
“온께서 당신을 따르라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던 성녀에 장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찌 되었든 목적을 이루었으니 그걸로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