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4
분신으로 절대무신 64화
-이히힝!
짐을 맡겼던 객점을 찾아간 장일에게 장군이가 애교를 부려댔다.
사흘 만에 찾아온 주인이 참으로 반가운 모양이다.
물론 장일의 입장에서야 달랐다.
사흘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하루도 채 안 되어 장군이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부활의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장일로서는 그저 의식을 차리니 이틀이 흘러 있었다.
장군이의 애교를 받아주던 장일은 사흘 전 점소이에게 돈을 주고 부탁한 것을 받아들였다.
“여기 있습니다. 생각보다 돈은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며 남은 돈에 대해 은근히 욕심을 부리는 점소이에 장일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간단히 몇 가지만 묻겠네. 대답이 마음에 들면 잔금을 가져도 좋아.”
“헤헤.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기뻐하는 점소이에게 장일이 물은 것은 별것이 아니었다.
나라의 연호가 어찌 되느냐를 비롯한 이나라에 대해 귀동냥하는 이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사실 따위였다.
그리고 이는 점소이에게 돈을 주고 받은 책자와도 같았다.
책자에는 이곳 나라만이 아닌 동부 대륙의 최근 역사에 대한 것이 적혀져 있었다.
갑자기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장일의 모습은 이해가 되기 쉽지 않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또 그렇지 않았다.
분신이 과연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장일이 동부 대륙에 가기 전, 중부 대륙에서 분신의 권능을 발휘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다행히 점소이의 말도 그렇고, 책자의 내용도 그런 듯 그가 미리 알아보았던 역사와 다른 것은 없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인가?”
안도의 한숨을 흘리는 장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도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가 안 것은 중부 대륙의 역사였으니, 분신이 다른 대륙으로 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어서다.
다행히 그를 아는 방법이 그에게 있었다.
“설정창.”
약왕 때에도 그랬듯이 장일은 이번에도 이를 통해 분신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를 알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분신 장일이 용 제국에서 정신을 차린다.
생각지 못한 문구 때문이었다.
“제국(帝國)? 이게 뭘 말하는 거지.”
국(國)이라고 하니 용이라는 나라라는 것을 짐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라는 글자는 그가 처음 보는 글자였다.
물론 그가 학식이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기반은 수백 년 전의 것이었다.
그러니 그사이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을 수도 있었으니 이 점을 생각한다면 그가 의문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그가 의문을 드러내는 것은, 시스템의 글자는 그가 이해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알려준다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기존에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장일은 잠시 이 부분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알 방도가 없었다.
“결국, 겪어봐야 한다는 건가?”
본래라면 이번에 새로 얻은 대환단들을 취할 생각이었으나, 이처럼 의문을 일게 하니 장일도 도리가 없었다.
그는 조금은 이른 시간에 잠을 청하기로 했다.
* * *
-분신.
“여기는?”
장일은 눈을 뜨기 무섭게 자신이 분신이라는 자각했다.
그도 그럴 게 주변의 모습들이 너무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없던 처음 보는 나무들이 우거진 모습은 둘째였다.
그가 있었던 도관의 흔적은 아예 보이지도 않은 점을 두고 본 장일은 자신이 이번에도 상당히 먼 과거에 떨어진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우선 판단을 한 장일은 이내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청강검을 허리에 차고 다른 세 자루의 명검을 다시 뭉쳐 등에 지었다. 그렇다 보니 둔해 보일 만큼 상당한 짐을 등에 지게 된 꼴이 되었다.
-타다닥!
그러나 그만한 짐을 지고도 산을 내려가는 장일은 조금도 둔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짐이라는 요소가 가속도를 내면서 그 움직임은 한층 더 빨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산 아래 있던 도시를 발견하면서였다.
“이런 대도시가 있었다고?”
지형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니 어느 때이든 도시가 형성되는 일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큰 대도시는 적잖게 천하를 주유했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지어 올린 것인지 성벽은 이십 장에 달했으며, 그 성문으로 향하는 대로는 마차 여덟 대가 움직여도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더불어 그 대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대략 그의 눈에 보이는 이들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하니, 이만하면 이 대도시에 사는 백성은 족히 천만은 넘을 터였다.
인구 백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대도시라 불렀음을 생각한다면 그에 열 배에 달하는 초거대도시다.
“이거 터무니없는 시간대에 떨어진 것 같은데…….”
길고 긴 대륙의 역사를 그가 모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우려로 공부를 중부 대륙의 역사를 알아보았던 장일로서는 이런 초거대도시가 있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잠시 느려졌던 그의 걸음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가까이 갈수록 감탄을 일게 하던 거대한 성문과 달리 그 경비 수준은 낮아서다.
하기야 저처럼 많은 이들이 오가는데, 그들을 일일이 살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흐음!”
그렇게 들어선 도시는 밖에서 본 것보다 더 거대했으며 화려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 올린 건물들이 곳곳에 즐비하였는데, 자세히 보면 그 구간이 정확한 것이 계획적으로 지어 올렸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가는 길과 마차가 움직이는 길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이런 모습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이 거대한 도시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구나.”
그것은 동부 대륙에서 가장 큰 경제를 자랑하는 이나라라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못해도 백 년 이상을 천문학적으로 돈을 쏟아부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보통 나라가 패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이거 어서 알아봐야겠어.”
알면 알수록 이런 초거대도시가 역사에 남겨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현재 장일은 금괴만 5개를 지닌 거부였다.
여기에 또 금 오십 냥에 달하는 돈을 별 개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아마 검존이나 약왕 때 이런 돈을 들고 있었다면, 장일은 대단한 거부로서 행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 돈의 가치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금의 경우는 비슷하였으며, 은의 경우는 오히려 크게 낮아진 상태였다.
잘해야 3할 정도가 고작이었으며, 이마저도 장일이 가진 은의 순도가 낮아 2할 정도로밖에 쳐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본신의 시대보다 지금 그가 있는 시대의 연금술이 월등히 높은 탓이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일이 떨어진 세상은 본신의 시대보다도 못해도 백 년 이상은 흐른 시대였기 때문이다.
“…….”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기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장일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주문한 음식과 술이 나온 뒤에야 그는 사색에서 깨어났다.
“아무래도 분신이 3성에 이르면서 생긴 일인 것 같은데.”
본래 그럴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장일이 이리 생각한 것은 권능의 발현 이전에 설정창에서 본 새로운 문구 때문이다.
권능 분신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다는 것이 그것으로, 당시에는 이를 별달리 생각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의 결과를 보면 그 완화가 되었다는 것은, 미래로 갈 가능성이 열렸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장일에게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컸다.
장일은 흥분에 은은히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약왕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지.”
검존 때야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 하고 싶은 대로 움직였다.
그에 비해 약왕 때에는 그 본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변수를 쳐내려고 했었다.
아마 구음진경이 아니었다면 약왕이었던 분신은 그에게 의술을 가르쳐 준 독괴와 비슷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검존 때와 달리 그는 분신이라는 권능에 대해 알고 있으며, 약왕 때처럼 몸을 사려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역사를 크게 뒤흔들어야 한다.”
본 역사를 뒤틀수록 얻을 수 있는 카르마 포인트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짐작하는 장일로서는 지금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몇 번을 분신을 다루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도 분신이 미래에 떨어지리란 보장이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가 미래로 오면서 얻을 수 있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정보를 본신에게 알려줄 수 있다.”
성녀의 경고로 인해 2차 혈마대전에 대해 우려가 많았던 그가 아니던가?
그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의로 권능을 발휘한 것은 그 우려의 일부를 종식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2차 혈마대전에 대한 기록들을 끌어모아 본신에게 알려준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불사를 방문한다.”
그가 대불사를 떠올린 것은 당연했다.
정의맹을 유지하면서까지 2차 혈마대전을 대비했던 대불사가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라면 정의맹은 몰라도 3차 혈마대전에 대해 대비를 하였을 가능성은 높았다.
다만 장일은 이 시대에서는 외지인이라, 그 정보를 손에 넣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그만큼 대불사가 보유했던 혈교에 대한 정보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끝내 거부한다면 다른 방법도 있었다.
바로 개방을 이용하는 것이다.
본신의 시대에서 개방은 이제 자리를 잡아가던 문파였다.
그런데도 개방은 십대문파 안에 들었을 정도다.
그런 개방이 최소 백 년이 흘렀다면 어떻게 될까?
혹자는 천검문처럼 도태되거나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장일은 그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보았다.
그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개방의 근간이 무소유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세가 의협을 내세우다 잠시 약화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은 이내 세를 복원하며 전보다 더 높이 오를 것이 분명했다.
집착할 것이 의(義) 이외에는 없는 집단은 잡초와 같아,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더욱 번지고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개방을 먼저 방문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급한 대로 필요로 한 정보를 모으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었다.
장일은 자신의 짐작이 맞기를 바라며 개방을 찾았다.
그리고 그의 짐작대로 이 시대의 개방은 과거보다도 더 큰 명성과 세를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