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5
분신으로 절대무신 65화
“문제는 개방의 지부가 어디에 있는가인데.”
거지들을 쫓으면 되지 않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하에 어디 거지가 한둘이던가?
전쟁, 전염병, 홍수, 사기 등 수많은 이유로 패가망신을 당해 길거리에 나 앉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 1할만 모으면 나라 하나를 세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개방이라고 한들 그 책임질 수 있는 비율이 높을 리 없었다.
다만 남부 대륙은 몰라도 중부 대륙에서만큼은 개방이 책임지는 거지가 2푼(2%)에 달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천하제일방이라 불릴 만했다.
이러하다 보니 그 거지들 중 개방의 문도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개방의 버는 돈 대부분이 고아나 노약자 등의 사람들에게 소모되는 만큼 눈에 띄는 곳에 지부를 마련할 리 없었다.
보통 도시 외곽에 위치했으며 그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 산속에 굴을 파 마련했다.
그러나 의외로 답은 가까이 있었다.
“개방 지부라면 제가 압니다만.”
말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점소이였다. 차를 내오다 장일의 혼잣말을 들은 모양이다.
“자네가 안단 말인가?”
“헤헤. 사실 제가 활빈원(活貧院) 출신입니다.”
“활빈원?”
가난을 구원한다는 이름처럼 활빈원은 개방이 지역의 유지들과 함께 고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흐음!”
장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까지 거지들을 구원하는 개방의 뜻이 참으로 놀라웠기 때문이다.
점점 개방에 대해 호감을 느끼던 장일은 이내 점소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안내해 주겠는가? 사례는 하겠네.”
“감사합니다.”
점소이는 그걸 노리고 한 말이라 장일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렇게 찾은 개방 지부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성문을 나서야 하는 것은 맞았으나,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마을 외곽에 위치해 있던 것이다.
허름한 전각이었는데 자세히 보면 관리를 아주 잘해 고풍스러움 멋이 묻어났다.
생각보다 멀쩡한 곳에 멀쩡한 모습이라 장일은 과연 자신이 개방 지부에 온 곳이 맞는지 잠시 의문이 일었다.
그러나 그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거지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방의 문도들이군.’
하나같이 정통으로 무공을 익힌 자들이라는 것을 안 장일은 잠시 그들에 눈길을 보이다, 이내 전각으로 시선을 돌렸다.
-끼이익!
곧,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환갑을 예전에 넘긴 듯한 백발이 성성한 늙은 거지였다.
여느 거지들이 그렇듯이 늙은 거지의 몰골도 비루하기 그지없었으나, 다만 그런데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눈빛 때문이다.
오랫동안 도를 닦은 도사에게서나 볼 법한 맑고 깊은 눈빛을 지녔던 것인데, 실제로 그가 풍기는 기도는 그 못지않았다.
“으음!”
그러나 놀란 것은 오히려 늙은 거지였다.
아무리 많이 쳐주어도 약관을 넘기 힘들어 보이건만, 그 눈빛이나 은은히 흘리는 기도가 범상치 않아서다.
늙은 거지의 얼굴에 호기심이 일었다.
“못 보는 얼굴이군? 무슨 일 때문에 왔는가.”
“정보를 사려고 합니다.”
“……들어오시게.”
늙은 거지의 말에 경계를 보이던 거지들은 그제야 어슬렁거리며 물러났다.
힘을 뺀 그들의 모습은 게으른 거지를 보는 듯했지만, 장일은 그들이 허허실실의 묘를 깨우쳤음을 알아보았다.
‘개방이 추구하고자 하는 무(武)의 방향이 이해되는군.’
허를 찔러 실을 챙긴다는 것은 실전에서 당연히 다루어야 하는 상식이다.
그러나 개방만큼이 이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애초 거지는 가장 비천한 존재였으니, 이들은 위장 아닌 위장을 한 셈이다.
늙은 거지를 따라 들어선 전각은 외관보다도 더 고풍스러웠다.
비록 고급스러운 가구가 있거나 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책자들이 꽂혀 있는 모습은 마치 대학자의 방을 연상케 했다.
“그래, 무슨 정보를 사려 하는가?”
“용 제국의 역사, 현 천하의 판세 그리고 2차 혈마대전에 대한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다른 정보야 값에 따라 달라지네만, 혈마대전에 대한 정보는 제법 비싸네.”
그 말에 장일은 망설임 없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보였다.
금괴였다.
“이것으로 충분할지 모르겠군요.”
“허허. 충분하외다.”
“…….”
강호의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듯하던 그가 금 100냥짜리 금괴 하나에 태도를 바꾸니 장일은 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여 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에 장일은 그의 태도가 우습다 여기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요.”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아, 두꺼운 책 두 권을 가져온 그는 이를 내어주며 말했다.
“이 중 더 두꺼운 것이 혈마대전에 대한 정보외다.”
안을 슬쩍 살펴보니 손톱보다 작은 세필로 쓰인 글씨들이 가득했다.
이만하면 실상 서너 권 분량이라, 장일은 내어준 금괴가 아깝지 않았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2차 혈마대전이 일어난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용 제국이 200년쯤이 되었으니, 250년쯤 될 거요.”
“감사합니다.”
250년이라는 말에 장일은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용 제국이라는 이름이 심상치 않아 더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했던 탓이다.
개방 지부를 나선 장일은 객점에 돌아오기 무섭게 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두 책 중 장일이 먼저 손을 댄 것은 역시나 혈마대전에 대한 것이었다.
-탁!
워낙 많은 양이 쓰여 있던 터라, 그 책을 모두 읽었을 때에는 한나절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책을 다 읽었던 장일은 한참이 지난 뒤에도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혈마대전의 내용이 쓰인 책 자에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내용들이 적지 않아서다.
2차 혈마대전은 1차 혈마대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천하가 고통 받았다.
10년을 소모했던 1차 혈마대전과 달리 2차 혈마대전에 소모된 시간은 무려 30년에 달했던 것이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중부 대륙이었다.
정의맹이 성공적으로 정사의 인사들을 화합해 무림맹을 세워 혈교와 대립하자, 중부 대륙 전체가 전쟁의 중심이 된 것이다.
중부 대륙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 전쟁의 여파에 휩쓸려 무너져 내렸는데, 그 상황은 강호무림도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죽어 나갔고, 수백에 달하는 문파가 멸문을 당했다.
장일은 이 부분에서 쉬이 책자를 넘기지 못했는데, 이는 그 멸문을 당한 문파 중에 대불사와 천검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천년을 넘게 버텨오던 대불사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날 줄도 몰랐고, 그의 사문 천검문이 그 뒤를 따르게 될 줄은 몰랐다.
그처럼 활활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이 진정을 하게 된 것은, 그때까지 살아남았던 이십이왕이 필사의 각오로 마침내 혈마를 죽이는 데 성공해서다.
그리고 이 성공의 뒤에는 장일이 있었다.
불왕의 제자였다 검성이 되었던, 끝내 일왕의 자리에 오른 무왕(武王) 장일이 없었다면 아예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무(武)를 주관하는 왕이라는 그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별호였지만, 이 당시의 장일은 그 별호와 가장 잘 어울렸다.
무신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여느 이십이왕과는 차원이 다른 무공을 갖추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악마와 같았던 혈마에 비할바가 되지 못했다.
“……성녀의 말대로구나. 내가 아는 혈마와는 다르다.”
달라진 것은 혈마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불왕과 사존의 수준이면 홀로도 상대가 가능했던 사악을 주관하던 왕들의 힘은 그가 알던 수준을 넘어섰다.
반박귀진에 오른 이가 셋은 되어야 겨우 밀리지 않을 정도다.
화왕과 같은 오행을 주관하는 왕은 그보다 낮았으나, 그래도 둘 이상은 나서야 상대를 해볼 법했다.
왕들의 수준이 그처럼 무시무시하니 자연 그 왕을 따르는 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러니 무림맹이 결성되었다고 한들 혈교와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도 장일의 활약으로 일찍이 무림맹이 결성되었으니, 그나마 버틴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중부 대륙 정도가 아닌 천하가 그처럼 파탄이 났을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가?”
장일은 쓰디쓴 미소를 입에 담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가 죽었고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용 제국은 그렇게 파탄이 난 중부 대륙에서 일어섰다.
나라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어진 중부 대륙 전체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 것이다.
초거대 국가의 탄생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불리는 이름도 다른 나라와 달라져야 했고,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 제국이었다.
상고 시대에 인간의 왕이었다는 오제(五帝)의 칭호를 가져온 것이다.
“황제라.”
제국의 왕을 칭하는 이름 또한 달라야 한다면 오제에서 따 와 황제로 불리게 되었으니, 이로써 천하는 제국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서성거리며 혈마대전에 대한 정보들을 떠올리던 장일은 그 끝에서야 본신에 대한 의문을 떠올렸다.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혈마와 싸웠던 본신의 상태가 온전치 못했다는 점인데 어째서이지?”
당시 무왕이라 불리던 장일은 오른팔이 없었다.
대불사가 멸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싸우다 잃고 만 것인데, 우수검을 다루던 장일에게는 이는 상당히 큰일이었다.
그렇기에 장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권능이라면 능히 그 오른팔을 복구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분신의 권능이 없다면 모를까, 왼팔로 다시 처음부터 검을 잡아야 하는 수고를 할 이유는 그에게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권능이 발현된 순간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본신은 대불사 멸문 이후 분명 권능을 발휘했을 것이다.”
장일의 이 가정은 사실과 다르지 않았다.
이로써 장일은 설정창에서 나의 정보에 대한 이야기 중 유일한 시간 축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를 깨닫자 장일은 그제야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다.
과거가 현재를 바꾸듯이, 현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으니 그의 세상에서는 일어난 일이 본신의 세상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의 일에 크게 집착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본신이 바랐던 것처럼 유의 무학을 완성해 나가는 것과 혈마대전 당시의 정보를 끌어모으는 일. 그리고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게 역사의 큰 변곡점들을 만드는 일. 일단 첫 행보는 반박귀진에 오르는 것이겠군.”
그런 점에서 대환단 다섯 알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장일은 한동안 거처를 이곳에 잡기로 했다.
대도시답게 물가가 상당했지만, 그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방 지부와도 가까운 만큼 혈마대전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들을 얻는 일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거처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천하의 중심은 용 제국이니만큼 용 제국은 변곡점을 만드는 데 여러모로 유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