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6
분신으로 절대무신 66화
25장. 화산파(華山派)
그가 거주하는 도시는 대울이라는 곳으로 장일이 예상했던 대로 인구 천만을 훌쩍 넘긴 초거대도시였다.
그 자체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더욱 놀랄 일은 용 제국은 이런 규모의 도시를 다섯 곳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시 자체가 가진 역량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를 책임지는 이도 특별했다.
황가의 사람들이 이곳을 책임지었는데, 이렇게 대울과 같은 초거대도시를 책임지는 이는 왕(王)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말하자면 용 제국은 다섯 명의 왕이 황제를 사대(事大)하는 현상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다.
용 제국 내부에서만 다섯 명의 왕이 사대하는 것이며, 다른 대륙에서도 아홉 명의 왕들이 용 제국을 사대했다.
나라의 힘도 힘이지만, 그 힘을 바탕으로 주변의 나라들을 엮어 올린 엄청난 경제의 규모가 그들을 그리 만들었다.
“알면 알수록 놀랍다.”
장일은 용 제국에 대해 알아볼수록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 제국의 모습이 우연이 아닌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사마우라는 이는 정말 대단한 자였군.”
이 모든 계획의 큰 그림은 사마우라는 이가 만든 것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질병을 내내 앓고 살았으나, 뛰어난 지혜들을 끝없이 쏟아내며 수많은 전공을 취했다.
초대 황제는 그를 알아보았고, 하여 그를 자신의 지우(知友)로 삼았다.
한때 용 제국에서 황가 다음으로 꼽혔던 가문이 사마세가였을 정도다.
“물론 사마우가 죽은 이후 사마세가가 급속하게 몰락하게 되었지만.”
그나마도 사마우가 살아생전 자신의 가문의 사람들을 한직으로 몰아내는 등 권력에서 물러나려 했으니 멸문은 면한 것이었다.
형제자매는 물론 부모와 자식도 비정케 하는 권력의 잔인한 면목을 알았기에 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보다 권력은 더욱 비정했다.
2대 황제는 자리에 오르기 무섭게 사마세가를 견제하였던 공신 가문 다섯 곳을 멸문했으며, 사마세가조차도 멸문을 시키려 했다.
하지만 끝내 사마세가를 멸문치 못했는데, 이는 초대 황제의 핍박에 밀려났던 사마세가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4대 황제 때에서야 그 멸문의 명을 거두었는데, 그 뒤에도 사마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비정하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구나.”
왕이 다스리는 나라 정도만 해도 온갖 비정한 일들이 판을 쳤다.
한데 그것의 스무 배가 넘는 경제에 열 배에 달하는 나라라면 어떻겠는가?
이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려면 권력을 어떻게든 손에 놓지 않아야 했다.
“쉽지 않겠군.”
개인이 이런 거대한 제국을 흔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할 정도의 사람을 모아야 했다.
-화아아악!
거대한 기운이 순간 방안을 뒤엎을 듯 일어났다.
침구 말고는 별다를 게 없어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방 전체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무려 반나절을 이어나갔고, 그 끝에 이르렀을 때 한순간 그 일대를 뒤흔들던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후우우.”
장일은 반 시진이 더 지난 뒤에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눈을 떴다.
그렇게 눈을 뜬 장일의 모습은 전과는 달랐다.
빛이 일던 안광은 사라졌으며, 은은히 풍기는 기도는 어디로 간데없이 그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무공을 익히기 전으로 크게 퇴보를 한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외적인 모습과 달리 장일은 크게 진보를 한 상태였다.
그것도 큰 일 보 정도가 아닌 열 걸음은 족히 나아간 진보였다.
“드디어 구음진경을 완성했다.”
이는 반박귀진의 끝에 도달했음을 말했다.
아마 반박귀진에 올랐던 절대고수들이 장일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반박귀진에 발을 들어서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배는 더 어려운 것이 그 경지에서 나아가는 것이다.
정파의 십육천(十六天)은 물론 특히, 사파가 오제칠군구악(五帝七君九惡)으로 반박귀진의 절대고수들을 나누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들 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데 장일은 반박귀진에 들어서기 무섭게 그사이의 벽들을 훌쩍 뛰어넘기를 반복했으니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아무리 한 번 올라섰던 길이라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믿기 힘든 기사였다.
장일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날을 위해 남겨둔 대환단 세 알을 취했던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구음진경의 묘용 덕분이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부족했다면 못해도 약왕의 경지를 회복하는 데 2년의 세월이 더 필요로 했을 것이다.
3년도 안 되어 전력을 회복한 장일에게도 뜻깊겠지만, 사실 그 파장은 천하(天下)에 더 크게 일 것이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 다섯 글자가 주는 여운은 천하의 모든 이들을 뒤흔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일에게는 새로운 시작점에 불과했다.
“이제야 유의 무학을 바로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가 유의 무학에 대해 궁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무공은 이론과 실재(實在)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에 있었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무공은 특히나 수많은 변수가 발생했으며, 그 변수를 수정하고 지우고 완성해 나가야 했다.
문제는 유의 무학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불리했다.
그 근간이 인과를 보고 베는 것인 데다, 그 힘을 현상케 하는 구음 또한 겨우 겉을 핥을 정도다.
이러니 이론보다는 부딪히면서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데, 이전까지는 워낙 기운의 소모가 크다 보니 그 진도가 매우 더뎠다.
하지만 약왕의 경지를 회복한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단순히 소모되는 기운만 따졌을 때 5배였으며, 여러 점을 고려하면 10배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게 가능했다.
그가 이제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이 때문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 3년간 아무런 성과가 없었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성치를 이룬 것은 다름 아닌 금강부동신법이었다.
유의 무학을 쉬이 실재를 다루기 어렵다 보니, 인과와 관련된 금강부동신법에 시선이 돌아가게 되면서였다.
그 결과 10성의 성취를 넘어서는 데 이르렀고, 끝내 12성에 다다랐다.
그만의 금강부동신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로 인해 얻은 것은 대단했다.
금강부동신법에 의해 생겨난 형상인 이형환위가 둘이 된 것으로, 이만하면 신법에 한해서는 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이가 없다고 보아야 했다.
2차 혈마대전에서 모습을 보였던 혈마는 몰라도 1차 혈마대전에서 마주한 혈마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것은 가능할 정도다.
“좀 더 이른 시기에 혈마대전에 뛰어들어야 할 본신에게는 큰 선물이 되겠군.”
이 외에도 지난 3년간 장일은 여러 가지 정보들을 끌어모았다.
다만 그 정보를 모으는 일에 사용된 곳은 개방만은 아니었다.
“하오문(下午門)이라?”
바로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알게 된 곳이었다.
하오문은 개방이 정보단체로서 승승장구하자 그를 눈여겨본 사파가 그를 본떠 만든 단체다.
그래서인지 하오문은 개방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개방이 최하층인 거지로부터 정보를 모았다면 하오문 또한 최하층이라 할 수 있는 인사들에게서 정보를 모았다.
도둑, 사기꾼, 소매치기, 점장이, 기녀 등이 그들로 거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는 자들이었다.
여러 분야의 직업군에서 정보가 모이다 보니 정보는 참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개방과 달리 하오문은 크게 성장을 할 수 없었다.
하오문의 성장이 자신들의 이익을 줄이게 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사파가 그들을 압박하며 부려먹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오문은 그 규모는 여느 대문파 못지않았으나, 그 실리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정보의 질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데도 장일이 하오문에 눈을 돌린 것은 그 다양성 때문이다.
개방과는 다른 시선에서 보는 혈마대전의 정보들은 그 질은 낮을지 몰라도 본신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음을 알아서다.
그리고 이런 장일의 생각대로 하오문은 개방에게서 얻었던 정보의 열 배가 넘는 양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돈이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천하 곳곳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긁어모아 판 탓이다.
그러고도 금괴 1개 정도를 소모하였을 뿐이라 장일로서는 상당한 이득을 챙긴 셈이다.
그렇게 잠룡처럼 터를 잡고 웅크렸던 장일이 천하로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로부터 다시 3년이 더 지난 뒤였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나서기로 한 것은 수련에 큰 진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시기에 용 제국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황제가 갑자기 급사하며 황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황태자가 새로운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문제는 그의 기반이 약하다는 것에 있다.
제국 초기였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 제국이 일어난 지 벌써 2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앞선 황제들이 벌인 몇 번의 실책과 간신들로 인해 황실의 힘이 약화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황제를 올린 태망이라는 늙은 환관이다.
황제가 갓난아기 때부터 업다시피 하며 키운 장본인이었고, 그로 인해 황제가 태망에게 가는 신망은 대단했다.
문제는 이 태망이 그리 좋은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심(私心)이 많은 데다 뱀과도 같은 교활한 지혜가 있어 수많은 청류의 인사들이 그의 손에 죽어 나갔다.
그렇다고 그를 제거하는 게 쉬운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태망이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무공이기 때문이다.
황실제일고수를 가릴 때 반드시 손에 꼽히는 이가 태망이었을 정도였다.
하오문에 의하면 사파 전체로 보았을 때도 두 손 안에 꼽는 절대무인라고도 했다.
이렇다 보니 용 제국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황실을 노려볼 만한 명분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황실을 교란하는 태망을 죽여 황실을 바로 세운다는 이 명분 앞에 오랫동안 욕망을 품고 있던 제국의 인사들이 그간 갈고닦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장일이 나서기로 한 것은 이 혼란을 해결할 수 있다 자부해서다.
“태망이라는 자가 문제라고 했던가? 그럼 그자를 죽이면 되겠군.”
가볍게 말하는 장일이었지만, 사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망은 절대 경지에 올랐음에도 경계심이 강했으며, 그가 손수 일군 환관들로 이루어진 금의위들로 자신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그 숫자가 일천에 달했으며 그중 1할이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를 뚫고 그를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를 장일 그가 모를 리 없었으나, 그런데도 장일은 마치 맡겨 둔 물건을 찾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뜻을 품은 그가 천하에 나선 지 열흘이 되었을 때.
천하는 큰 진동을 마주해야 했다.
태망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사지가 찢긴 죽음으로, 그나마 머리만이 겨우 남아 덩그러니 그의 침상에 올려져 있었다.
무시무시한 것은 그 위에 쓰인 글자였다.
-천하의 악인을 죽여 천하를 바로 세운다.
태망의 피로 쓴 듯한 이 글은 천하에 경고를 하고 있었다.
천하에 분란을 일으키는 자는 이 태망과 같은 꼴이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일어서려던 군웅(群雄)의 뜻을 꺾기에 충분했다.
삼엄한 경계 속에서 태망과도 같은 절대고수조차도 흔적도 없이 죽여 버린 이였다.
그런 그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단언컨대 태망과 같은 절대고수들로 호위를 두르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일은 강호무림 전체를 진동케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이들은 아는 것이다.
이 일이 가능케 한 인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인지를 말이다.
이는 곧 자타공인할 천하제일인의 등장이라, 강호의 인사들은 모였다 하면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단 한 번의 출행으로 역사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낸 장일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천검문이 있던 동부 대륙이다.
비록 암살이기는 했으나, 이 한 번의 실전에서 자신의 성과를 확인한 장일은 그제야 그간 미루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 *
다시 찾은 나의 또 다른 고향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다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문 주변을 만개했던 매화였다.
장일이 천검문이 있던 곳을 찾기로 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바로 새로이 천검문을 세우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는 천검문의 멸문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품었던 결심이었다.
그가 그리 결심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천검문은 여러모로 장일에게 애정의 대상이었다.
하기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천검문의 시작을 그가 같이했다고 해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상 그가 그 기반을 세웠다고 할 수 있었으니, 장일이 천검문에 그리 애정을 보이는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