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7
분신으로 절대무신 67화
중부 대륙을 떠나 찾은 동부 대륙은 과거와 여러모로 달랐다.
혈마대전의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용 제국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본신의 시대에 존재했던 국가는 하나뿐이었다.
그 하나조차도 용 제국에 사대하며 명맥 정도를 유지하는 소국이니,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그의 고국인 강나라를 중심으로 사문이 있던 오나라, 성녀가 말한 비처가 있던 고나라, 이나라 일부가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동부 대륙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거대국가인 요나라를 연상케 할 정도인데, 실제로도 이 나라의 이름은 요나라였다.
중부 대륙을 일통한 용 나라의 모습에서, 과거 정복 욕심이 그 못지않았던 요나라의 초대 왕이 야망을 품고 그 이름을 계승한 것이다.
하지만 이나라를 비롯해 생각보다 거센 반발에 이들은 겨우 요나라 때의 영토를 얻었을 뿐이다.
이후에도 몇 차례 정복의 의지를 가졌으나, 이미 그때에는 용 제국이 그 세를 과시하던 때라 그들에 의해 번번이 꺾이고 말았다.
“호전적인 것만큼은 그때의 요나라 못지않구나.”
요나라의 상장군이었던 장일은 설마 다시 요나라를 보게 될 줄 몰랐던 터라, 잠시 말문을 잃어야 했다.
그렇게 요나라에 들어선 장일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역시나 그의 고향이었다.
본신이던 장일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야심만만하던 성주의 계획이 성공해서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대도시로 성장해 있었다.
그가 머물었던 초거대도시인 대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대도시인 것은 분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벌써 20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본신인 장일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무왕의 고향이라니. 낯 뜨거운 일이다.”
이 도시에는 장천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보다도 무왕의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리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그를 추모하던 비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의 집은 그를 모시는 사당이 된 지 오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크기가 4장(12m)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이 도시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일게 했다.
과거 검존을 수호신으로 모시었던 천검문 때의 일이 아니었다면, 장일은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멀고 먼 용 제국에서도 이 무왕의 고향을 방문하고자 오는 여행객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정도였다.
하기야 무왕이 없었다면 혈마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일이었으니 그처럼 천하인들이 그를 추모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 때문인지 그를 신으로 모시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불가의 신들은 물론 민간의 신들도 자신들의 품에 끌어들이던 도가에서는 장일을 천강성(天罡星 : 북두칠성의 다른 말)을 주관하는 이라 하며 천강검선이라 이르기도 했다.
난데없이 도가에서 그를 천강성을 주관한다고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본시 천강성이 위치한 자리는 흉방에 있지만, 그 가리키는 곳은 길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운이 쇠하여 천하가 부족해지는 것을 막고자 그가 세상에 내려왔다는 이야기였다.
“과하구나. 과해.”
장일은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 고개를 저어야 했다.
이외에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그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생각했던 것보다 혈교의 기세가 심각하자, 장일이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게 한 것이다.
어디로 도피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혈마대전이 끝나고 무왕의 동생들이 다시금 이곳을 찾았다고 하는 말을 보면 무탈하게 지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고향을 잠시 둘러 보던 장일은 바로 그의 두 번째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사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찾은 사문은 그의 고향이 있던 장천만큼은 아니어도 대도시로 성장해 있었다.
무왕의 사문이 있던 곳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현 요나라의 물류 중 일부가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검문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도 없었다.
당연히도 무왕이 이 지역과 연이 있다는 것을 이곳의 토박이들도 알지 못했다.
장일은 고향과는 다른 극단적인 그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끼며 사문이 있던 산을 올랐다.
기운이 따스한 탓인지 산의 지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문이 있던 산은 사시사철 꽃을 피운다고 하여 화산(華山)이라 불리고 있었다.
특히나 지금은 매화가 그 주를 이루는 시기였고, 이 때문에 장일은 아련한 시선으로 산을 보며 올라서야 했다.
그렇게 천검문이 있던 곳에 오른 장일은 크게 낙담(落膽)하고야 말았다.
각오는 했다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처참한 몰골이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길고 긴 세월이 그 흔적을 차츰차츰 지워내어 나아진 것이라는 것을 알자 내심 품었던 의문이 풀어졌다.
“왜 본신이 사문을 재건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야 알 수 있겠구나. 이 모습을 보고 어찌 그런 뜻을 품겠는가?”
그와 다르지 않은 존재이기에 누구보다도 당시의 본신을 마음을 알 수 있던 장일은 복잡한 시선으로 사문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찾아온 어둠 속에서 장일은 모든 것이 부서진 가운데 별다른 파손이 없었던 검존의 청동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그리 바라보다 끝내 처연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저 기틀 정도만을 남기고자 했건만, 이제 그걸로는 마음에 차지 않게 되었어.”
그 말을 끝으로 장일은 더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장일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이 화산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달리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밭을 일구기에도 어중간한 산이라지만 도시와 가깝다는 이유로 인해 그에 쓰이는 자금은 상당했다.
금으로 이백 냥을 요구했다.
그만한 돈이면 도시에서도 상가 하나를 올리고도 남을 돈이었으니, 사실상 사기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장일은 별다른 말 없이 그 금액을 주고 화산을 사들였다.
아니, 화산 일대마저도 그 두 배의 자금을 주고 사들였다.
돈이 문제가 아닌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그의 품에 있는 돈이 엄청났기에 행한 일이었다.
바로 태망과 그 일파를 덤으로 죽이고 챙겨둔 어음 덕분이다.
그저 보이는 것만 챙겼을 뿐인데도, 그 거둔 돈은 금 오천 냥에 달했다.
이 점만 보아도 태망이 용 제국에서 얼마나 큰 권세를 보였는지를 알 수 있을 일이었다.
그런 큰돈을 보유한 장일은 그야말로 돈을 뿌리는 모양새로 사문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건되는 사문은 과거의 사문보다도 배는 더 크고 견고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현판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어느새 그 입구는 재건된 상태.
그를 책임지던 목수가 묻는 말에 장일은 여러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을 말했다.
“화산파(華山派). 화산파로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본래 처음에는 천검문의 이름을 쓰고자 했었으나, 처참한 마지막을 맞이한 사문의 아픔을 더는 떠올리기 힘들었다.
하여 장일은 화산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 산의 이름과 더불어 천검문의 갈래를 이었다 하여 화산파라 명명했다.
그렇게 화산파라는 현판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무왕의 유지를 이은 후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은 특히나 요나라에서 크게 활개를 쳤다.
무왕의 고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그들에게 있어 무왕이라는 이름은 매우 특별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 소문의 진실을 알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화산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요나라 제일문파인 종남파라는 곳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종남파야 말로 천강검선의 뜻을 받든 곳이다.”
이들이 무왕이 아닌 천강검선을 칭하는 것은 그들이 도가의 색을 띠어서였다.
그 소문의 중심인 장일은 종남파의 그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내 그들의 역사를 알자 이들이 그리 주장할 만도 하다 여겼다.
무왕인 장일을 따랐던 이들 중 혈마대전의 끝까지 살아남은 제자는 셋이었다.
본시 그는 천검문이 있던 자리에 사문을 지어 이으려 했으나, 무왕이 크게 낙담하자 그 뜻을 물렸다.
결국, 그와 같은 산맥에 위치한 종남이라는 산에 문파를 개파하니 그것이 바로 종남파의 시작이다.
비록 무왕이 그 종남파에 머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무왕의 제자가 개파했다는 점에서 종남파는 확실히 무왕의 뒤를 이었다 할 수 있겠다.
생각지 못한 비사를 뒤늦게 알게 되었던 장일이었지만 자신의 뜻을 무르지 않았다.
마냥 그의 뒤를 이었다고 하기에는 도가의 색이 너무도 짙었기 때문이다.
“종남을 개파한 종사는 본시 도사였던 이였구나.”
정확히는 도가의 한 자락을 이은 무가의 사람으로, 무왕은 그 도가의 색을 살린 무공을 그에게 전수해 준 모양이었다.
그러니 종남파는 무왕의 뒤를 이었을지언정 그가 원하던 천검문의 뒤를 이은 문파는 아니었다.
이와 별개로 종남파는 천하십대문파에 꼽히는 문파였고, 그를 대표하던 종남검선이라는 이의 검은 능히 이 시대의 절대무인이라 할 만했다.
“마치 하늘처럼 검고 땅처럼 무겁구나.”
시비 끝에 종남검선과 비무를 하게 된 장일이 그의 검을 보고 그와 같이 평가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가 도가의 색이 짙은 무공을 창시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혈마를 죽이기 위한 수단으로 도가의 가르침을 따른 것인가?”
세속에서 검을 깨우쳤던 장일은 이후 불가의 가르침을 통해 유의 무학에 눈을 떴다. 한데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몰라도 자신은 다른 힘을 얻고자 했다.
불가와는 또 다른 가르침이 필요로 한 것이었는데, 도가는 이를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장일은 종남의 검에서 그가 도가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위(無爲)이다.
무위는 인위적인 것과의 반대적인 것으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로써 세상 모든 문제에서 초월하게 되는 데 이를 소요유라 하며, 이런 경지를 천균이라고 했다.
끝내 혈마를 베어내는 데 성공한 것을 보면 본신인 장일은 이 천균에 이르렀던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무(無)의 무학이라는 거군.’
유의 무학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학이었다.
그러나 이 둘 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냐고 묻는다면 장일은 유의 무학이라 단정할 수 있었다.
애초 인위적으로 이른 것을 자연 그대로 돌려 버리는 무의 무학과 그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유의 무학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격이 맞지 않았다.
‘이유는 역시나 본신이 권능을 발휘하지 못해서겠지.’
그가 본 유의 무학은 그가 한평생을 다한다고 해도 크게 얻기는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도가의 무위에서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니, 그가 무의 무학을 얻고자 한 것은 필연이었다.
유의 무학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혈마를 죽이는 데 큰 일조를 한 검이었다.
이 때문에 장일은 종남검선을 제압하기보다는 그 검 속에 담긴 진의를 보고자 했다.
-쿠가가가강!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일류 무인 정도는 되어야 겨우 그 여파를 감당했는데, 그마저도 백 장을 뒤로 물린 곳에서였다.
아마 지근거리에 있었더라면 그것만으로도 휘말려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처럼 장일과 종남검선의 비무는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강렬했다.
이러하다 보니 처음 무왕의 비전을 이었다는 말에 장일을 크게 의심했던 사람들은 그제야 그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마, 마치 이야기로 듣던 무왕께서 현신한 것 같군!”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네.”
무왕이 혈마대전에서 처음 천하에 자신을 알렸을 때 겨우 약관을 넘긴 나이였다.
한데 그 무왕의 뜻을 이었다는 이 또한 그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니, 사람들이 그리 말을 할 만도 했다.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비무는 점점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퍼버버벙!
그 여파도 점점 커져 일대가 흙먼지에 완전히 잠겨 시야를 삼켜 버리기 시작했다.
그 때문일까?
더 이상 천지를 뒤흔들던 굉음은 울리지 않았다.
비무가 중단된 것이다.
-후우웅!
다행히 어디선가 분 바람에 흙먼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종남검선의 얼굴은 그 놀라운 검을 보였던 것과 달리 씁쓸함이 가득했다.
“그대가 무왕의 후인임을 인정하겠소.”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오.”
처음에는 알지 못했으나 비무가 중간을 넘어서면서 종남검선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삼백 합을 넘어선 뒤부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장일이 손속에 사정을 봐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를 알았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은 종남검선은 사문의 마지막 비기까지 동원했으나, 끝내 장일의 검을 넘지 못했다.
아니, 그의 진가를 끌어내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군.’
이번 일로 인해 그의 위명은 추락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종남검선은 이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이 한 번의 비무 덕분에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싹을 틔웠던 오만함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종남의 검이 다시 나아갈 계기가 될 것이다.
종남검선이 장일에게 감사의 뜻을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