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8
분신으로 절대무신 68화
종남검선의 패배의 파장은 대단히 컸다.
하기야 종남검선이 누구이던가?
오선오왕십군 중 오선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가 아니던가?
오선과 오왕중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으나, 대체로 사람들은 오선을 오왕의 위로 두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종남검선의 검이 꺾이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사람들의 흥미를 이끈 것은 그 검을 꺾은 자가 무왕의 진전을 이었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 소문이 돌았을 때 유별났던 요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들이 그 소문을 웃고 넘겼다.
지금이야 잔잔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명성을 얻기 위해 그런 주장을 벌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거기에 가짜 무왕의 장보도 사건이 두 차례나 있었으니, 이제 무왕과 관련된 소문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한데 그 후인이라는 자가 종남검선의 검을 꺾었으니, 이제 그 신빙성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인가? 무왕의 후인이 나타났다는 게!”
“어디 나타났다 뿐인가? 무왕의 사문을 잇는다고 하여 화산파라는 문파도 개파하였다고 하더군.”
“이거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군.”
자연 천하의 관심이 장일에게 쏠렸다.
대부분이 호기심이었으나, 일부는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화산파를 방문하고자 했다.
아직 세력이 없는 장일에게서 무왕의 무공을 빼앗고자 한 이들도 있었고, 명성을 얻기 위해 비무를 청하고자 오는 이들도 있었다.
이 외에도 천하의 기재들이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들었다.
소문이 틀리지 않는다면 무왕의 무공을 이을 절호의 기회였으니, 그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을 맞이하는 장일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태산거패 구웅이라 한다. 죽기 싫다면 무왕의 무공을 내놓아라!”
“내 검을 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비를 다투고자 하는 자는 비무대에 끌어 올려 그들을 맞이한 것이다.
이 중에는 태산거패 구웅과 같은 사파의 거두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달라지지 않았다.
-툭! 차아아악!
“크아아악!”
그 뜻이 불손한 자들은 저마다 사지의 하나를 잃거나, 심한 경우 단전을 파훼 당했다.
매서운 손속이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장일의 명성을 드높였다.
장일은 무심한 눈길로 무너진 구웅을 바라보았고 이에 그가 겁에 질려 물러나자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하지만 장일의 그 무시무시한 검과 그 매서운 손속을 보고 쉬이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그로 인해 처음 하루에도 열몇 번씩 있던 비무는 이제 며칠에 한 번 일어나게 되었다.
물론, 비무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들이 사파로 불릴 이유는 없었다.
“죽어라!”
비무로는 답이 없다 여겼던 사파인들은 힘을 모아 기습을 벌였다.
“으아아악!”
“괴, 괴물이다. 괴물이야!”
“끄으윽!”
그러나 이러한 일은 오히려 장일의 명성을 더 높여주는 일이 될 뿐이다.
장일의 검의 근간은 살검이라, 오히려 비무보다는 실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들을 도살하다시피 베어낸 장일은 이들의 머리를 거두어 사문의 주위에 걸었다.
경고의 의미였고, 이 효과는 확실했다.
백번의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흑심을 품은 이들은 그 살벌한 몰골을 보고 그 뜻을 거두어야 했다.
일부 정파인들의 장일의 손속이 지나치다고 했지만, 장일은 그런 이들의 말 따위를 넘겨 버렸다.
정파니 사파니 해도 결국 강호는 강자존의 법칙에 따라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도리를 따진들 강자가 정의인 강호에서는 그들의 말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처럼 장일이 사파인들에게 악명을 높여가는 한편 그와 반대로 장일은 많은 인재를 사문에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소속이 없이 떠돌던 강호인이 절반이나 되었다.
자신의 무공을 증명하고자 비무를 신청했다, 장일에게 패배하여 그 아래로 들어서기를 청한 자들이다.
말하자면 기명제자다.
기명제자는 문파에 이름만 올린 제자로, 사문의 무공을 가르침 받지 않는 제자를 말한다.
그들이 기명제자가 된 이유는 역시나 나이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들이 갈고 닦은 무공이 따로 있다 보니, 새로이 무공을 배우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아서다.
최악의 경우 기존의 무공을 지우고 새로이 쌓아 올려야 했으니, 이들이 기명제자로 남게 된 것은 그 이유였다.
그런데도 장일이 이들을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화산파의 전력을 크게 상승케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도법이다. 다만, 너무 힘에 치우쳐 있는 게 문제구나.”
“자네의 신법은 그 움직임은 제법이기는 하지만 변화가 부족하네. 칼에만 허수가 있는 게 아니네. 신법 또한 그 허수를 다루어야 하지.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자네의 신법은 절정을 훌쩍 넘어설 것이네.”
“제법 도가의 것을 흉내 낸 심법이군. 홀로 궁리하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네. 그러나 이대로라면 끝내 심마를 불러들일 것이니 수정을 하는 게 좋겠지. 다행히 이 부분은 내가 바로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군.”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말이 있다.
본시 불교의 용어로 모든 흐름은 하나로 통일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무학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일정 경지에 이른 무인은 다른 무학에서도 그 영향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본신이 끌어 올린 무왕까지는 아니어도, 유의 무학의 기틀을 잡은 지금의 장일은 검이 아닌 모든 무학에서 도통(道通)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기명제자들은 생각지 못한 기연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이어나갔다.
기명제자가 절반이라면 그 외 대다수가 정제자들이었다.
문파의 비기에는 접근할 수 없는 신분으로, 이들은 문파의 대표적인 무공을 배우는 게 가능했다.
이렇게 받아들인 제자가 스무 명에 달했는데, 모두 기재라 할 수 있는 이들이라 그 가르침을 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장일은 두 명의 진산제자를 받아들였다.
진산제자는 문파의 상승 무공이나 비전에 접근이 가능한 자로, 가장 제자다운 제자였다.
보통 이런 진산제자는 정제자들의 성취에 따라 받아들였지만, 아주 드물게나마 이처럼 진산제자로 바로 받아들이는 예도 있었다.
하늘로부터 재능을 받은 소위 천재라 불리는 자를 받았을 때이다.
그 예는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장일 본인이 그러했다.
천검문을 세운 문강이 장일을 본 순간 그를 진산제자로 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장일은 과거 문강이 그러했듯이 그 둘을 받아들였다.
일남일녀로 백준과 유화다.
나이는 15살, 16살로 유화가 많으나, 입문의 시기가 백준이 빨라 사형이 되었다.
이들은 각기 가문의 무공을 배웠던 이들이었다.
가문에서는 그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새로이 스승을 찾던 중 장일이 두각을 나타내자 바로 찾은 것이다.
과연 소문이 오히려 축소된 듯한 장일의 모습에서 그들은 바로 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를 청했고, 장일은 흔쾌히 이들을 받아들였다.
장일은 이들에게 천검문의 무공인 유운 검법과 청풍십삼식을 가르쳤다.
이후 진산제자에게는 자하검법을 가르치려 했으나, 장일은 백준을 달리 가르쳤다.
“살성을 타고 태어났음을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백운은 설마 대번에 그를 알아볼 줄 몰랐던 터라 놀라 하면서도 걱정을 보였다. 사파라면 모를까, 정파의 인사들은 이런 이들이 무공을 배우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장일은 의외의 말을 꺼내었다.
“너의 가문에서는 이를 알아보고 너의 성정을 누르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
생각지 못한 말이라 놀라는 그를 보며 장일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말을 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짓누른 성정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터지게 마련이다. 지금이야 어리니 견딜 만하다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그 또한 나의 일부라 여기며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
“…….”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라 백준이 말문을 잃고 말았다.
그런 제자의 모습에 장일은 옅은 미소를 잠시 지어 보이다 이내 살기를 끌어 올렸다.
살검을 다룰 때의 반의반도 안 되는 수준의 살기였고, 그 대상을 잡은 것도 아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백준을 크게 뒤흔들었다.
-덜덜덜…….
천살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타고난 살심으로 인해 태어나 두려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백준은 난생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범을 마주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거리지 않을 그가, 학질에 걸린 이처럼 온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려대는 것이다.
“호오?”
그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기 그지없었으나, 장일은 오히려 감탄을 흘렸다.
말로만 듣던 천살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본 것이건만, 설마 이 정도로 버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끝내 정신을 잃지 않은 제자에 장일은 고개를 주억이며 살기를 거두었다.
-쿠웅!
그제야 백준은 요란하게 무너졌고, 그런 그에게 장일이 다가와 일으키며 말했다.
“이것이 공포이고 두려움이다. 내가 너에게 내리는 첫 번째 가르침이니, 너는 지금의 감각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그리 말하는 백준의 얼굴에는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가끔 터지는 자신의 살기와는 차원이 다른 살기를 저처럼 통제하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일은 그런 백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가 배울 검을 말해주었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이라고 한다. 화산파의 전신인 천검문을 세운 문강 조사께서 만드신 검법으로 그분의 제자인 검존께서 다시 그 기틀을 닦아 무왕에 이르러 완성한 검이지. 실전에서 쌓아 올리는 검이라 살검을 지향하니 너에게 꼭 맞아들 것이다.”
“!!!”
설마 자신의 살기가 득이 된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백준은 침을 꼴깍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가 매화일검에 이르고 다시 그 살검을 완전히 너의 것으로 이루게 된다면, 너는 그때야 완전히 살기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검을 알 수 있겠지.”
그렇게 장일은 오랜 세월 장일 이외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던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전수할 이를 찾게 되었다.
그 대상이 천살성이라는 독을 품은 것이 문제였지만, 장일은 자신 있었다.
혈마도 상대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에 비하면 천살성은 만개를 한들 그에 미칠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 * *
-본신.
‘으음.’
잠에서 깨어난 장일은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데 힘을 써야 했다.
이미 수차례 겪은 일이지만, 이번 일은 여러모로 새로운 변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생각을 정리한 장일은 입을 열었다.
“설마 미래로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 일은 확실히 장일에게 호재였다.
더 이상 인과관계를 두려워해 몸을 사릴 필요도 없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닥칠 위기를 쉬이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다음 분신 또한 미래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장일은 얻게 되는 모든 카르마 포인트를 분신의 성장에 사용하는 게 옳았다.
3성의 분신으로도 이러할 것인데, 4성이 되고 그 이상의 급으로 올라간 분신의 권능이 어떨지는 감히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어쩌면 한 공간에 또 다른 내가 같이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두 명 이상의 분신이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
후자의 경우는 마냥 호재라 할 수도 없겠지만, 카르마 포인트를 모은다는 점에서 본다면 호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