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9
분신으로 절대무신 69화
26장. 이무기
“우선은 해남도인가?”
잠시 분신에 대해 생각하던 장일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당장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그 일은 화산파를 개파한 뒤, 분신이 하오문을 통해 과거의 정보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린 정보였다.
해남도는 남부 대륙에서도 최남쪽에 있는 섬이다.
현재 인구 10만이 훌쩍 넘는 섬치고는 상당히 큰 섬이나 해수로 인해 농사가 잘 안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처럼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해남도에 큰 규모의 광산이 여럿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동부 대륙과 남부 대륙에 자리를 잡아 상선들은 이곳에서 새로이 재정비했다.
자연 대륙에서 동떨어진 섬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상업이 발전되었다.
이처럼 돈이 모이는 지역이다 보니 사파들이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의외로 이들에 대한 평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이는 그들이 상선을 노리는 해적들을 척살하는 데 힘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제법 많은 돈을 보호비라는 이름으로 빼앗기기는 하지만, 해적들에 의해 크게 곤욕을 치를 것에 비하면 상당히 싼 값이었다.
장일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잠시 내려놓고 이 해남도를 방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변방의 문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해남파가 혈마대전 이후 사파십대세력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혈교의 마수가 닿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장천진인(長天眞人)의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파임에도 색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남파의 전성기를 열었던 사파제일인 고손 이후, 그와 같은 고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단순히 역량의 차이 때문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장천진인의 유물이 그를 그 자리에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장일이 첫 번째로 해남도를 떠올린 이유다.
사파제일인에 오른 고손에 앞서 장천진인의 유물을 손에 넣으려고 한 것이다.
분신 또한 이 부분을 두고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보았던지, 고손이 이를 얻게 된 과정과 그 유물이 있는 장소들을 알아봐 주었다.
장일이 장천진인의 유물 중 가장 눈여겨본 것은 역시나 하오문이 말했던 것처럼 고손을 사파제일인으로 만들어준 것들이다.
그것은 높은 확률로 영단일 게 분명했으며, 그 말은 구음진경의 완성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 못지않게 장천진인이 남겼다는 무학에 흥미가 도는군.”
중견 문파이던 해남파를 천하십대문파로 끌어 올렸던 무학이다.
그것도 도가의 무학으로 이룬 결과였다.
아마 사파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이상의 빛을 발하였을지 모를 일이니, 장일이 이를 눈여겨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거기에 본 역사에서 자신이 도가의 무학을 통해 무의 무학을 이루었다고 한 점도 그의 관심을 끌게 했다.
유의 무학이 쉽사리 성취를 올리기 어렵다면, 그에 비해 성취를 올리기 쉬웠던 무의 무학을 다루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소를 잡는 칼을 다루기에 역량이 되지 않으니, 우선 급한 대로 닭을 잡는 칼을 다루어보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분신도 나와 다르지 않은 듯했지.”
실제로 분신은 일부의 시간을 내어 도가의 가르침과 그 무학을 살펴보고 있었다.
본 역사의 그처럼 전력으로 그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어차피 본신인 장일에게는 길어야 닷새 정도면 그가 얻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유의 무학에 대한 성취를 이루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으나 이 또한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정 안 된다면 또 한 번 이 분신의 권능을 다룰 수밖에.”
역사의 뒤틀림 이외에도 설정창의 정보에서 분신의 권능은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로 가능한 다루지 않으려 했던 장일이었다.
그러나 분신의 성장을 통해 생겨난 이 놀라운 가능성과 더불어 30년이라는 천하가 반파 당했던 2차 혈마대전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부담은 안고 가야 할 일이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일단, 이 해남도의 일을 어찌 풀어가느냐에 따라 행보가 달라지겠군.”
장일은 그리 생각하며 본래라면 오늘 취하였을 대환단을 다시 목관에 챙겨두었다.
이 대환단은 장천진인의 유물에 의해 반박귀진에 오르기 어려울 때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장일은 동부 대륙으로 가는 배편을 취소하고 남부 대륙으로 가는 배에 올라섰다.
* * *
대망(大蟒 : 이무기)을 마주했다.
용이 되다 만 녀석이라, 본래라면 준비를 하지 않은 이상 상대하기 힘겨울 녀석이었으나 다행히 녀석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해남도로 가는 길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고난하지 않았다.
남부 대륙과 동부 대륙의 상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해남도로 가는 배를 구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일은 닷새도 안 되어 해남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해남도는 여느 섬과는 달랐다.
배가 들어선 선착장 주변은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번성했는데, 이는 몰려든 상인들 탓이 컸다.
이들 상인들은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거래의 장을 열기도 했는데, 자연 그 시장의 규모가 도시 수준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야! 정신 못 차려? 손님들 왔으면 제대로 인도를 해야 할 것 아냐!”
“저 새끼 저거. 언제 사람 구실 하냐.”
“어이 거기. 그쪽 말고 이쪽으로 배를 대라고.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선착장 인근에서는 욕설이 난무했는데, 이는 이 선착장을 관리하는 이가 해남파라는 사파인들이라서다.
안 그래도 거친 바닷가 사람이 사파인이기까지 했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만 그럴 뿐, 실제로 손을 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말썽을 부리는 자들이야 호되게 손을 쓴다지만, 대부분의 일은 이처럼 욕설과 협박으로 일을 끝냈다.
-이히힝!
오랜만에 대륙을 밟게 되어 기분이 좋은지 땅을 긁어대며 울음을 흘리는 장군이와 함께 배에서 내린 장일에게 선장이 말했다.
“이틀 뒤. 동이 트기 무섭게 출발할 것이오. 그 이전에 오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 유의하시오.”
“알겠습니다.”
장일은 그리 답하기는 했지만, 이 배에 올라탈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고작 이틀로는 장천진인의 유물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분신이 알아주었던 장천진인의 유물이 있던 장소는 아홉 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이곳에 있다면 다행이지, 그렇지 않다면 제법 궁리를 하며 시간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우선 길잡이를 구해볼까?”
장일은 수소문 끝에 목적에 걸맞은 길잡이를 구할 수 있었다.
약초꾼으로 장일은 처음에는 그를 고용하는 것을 망설였다.
환갑을 넘긴 지 오래인 노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아니면 바닷바람을 많이 맞아서인지 나이보다 더 늙어 보였던 것뿐이었고, 실제로는 50도 안 된 중년인이라는 것을 알자 그를 고용했다.
그렇게 장천진인의 유물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의 생각대로 이틀이 지났음에도 장일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가장 큰 가능성을 보였던 해남파의 성지로 여기는 곳에서도 찾지 못한 뒤부터는 그 확률을 급격히 떨어져 장일도 내심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결국 나흘째가 넘어 분신이 말한 아홉 장소를 모두 둘러본 뒤에도 장일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
크게 아쉬움을 보이는 그에게 약초꾼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하나같이 험지를 찾아다니시는 것을 보면 기이한 장소를 찾으시는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장소라면 저도 알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약초꾼의 말에 장일은 별 기대가 없었으나, 이어진 약초꾼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저희 약초꾼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지요. 산길을 앞마당처럼 돌아다니는 이들도 종종 실종되기도 하는 곳이니 말입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도 그렇게 돌아가셨지요.”
“그곳이 어디입니까?”
장일은 직감적으로 약초꾼이 말한 곳이 자신이 찾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약초꾼은 잠시 답을 하는 것을 망설였다.
이 일이 이 고용주에게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여서다.
그런데도 이를 말한 것은 그간 장일이 보여준 재주가 너무도 놀라워서다.
평생을 산을 타고 다니던 자신보다도 더 가볍게 산을 타는 것은 둘째였다.
그가 가장 놀란 것은 길을 막아서던 거대한 수풀길을 단 일 검에 베어내었을 때였다.
마른 가지라면 모를까? 수분을 가득 먹은 수풀은 생각보다 쉬이 끊기가 어려웠다.
그 때문에 길을 열고 가려면 제법 인고의 시간을 보여야 했는데, 그것을 단 일 검으로 베어 날려 버리니 그로서는 대경실색할 일이었다.
그때부터 그가 장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돈이야 준다지만 어린 외형에 말로만 반존대를 하던 그는 이 일 이후 말로도 행동으로도 그를 극진히 대한 것이다.
그런 과거가 있다 보니 약초꾼은 망설인 것도 잠시 이내 장일이 바라던 대로 그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여기서부터는 저도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제부터는 저 혼자 들어가도록 하지요.”
“그럼 조심하십시오.”
약초꾼은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몸을 내빼었고, 장일은 전검을 펼쳐 보이며 그 장소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아가던 장일의 걸음이 어느 순간 멈추어 섰다.
그러나 멈추어진 걸음과 별개로 장일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벼려 있었다.
‘요괴?’
처음 약초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일은 자연스럽게 진법과 같은 기관진식 따위를 생각했다.
그것도 수준 높은 것이라 여겼고, 하여 전검을 펼쳐 그 특이점을 찾아보려 했던 것이다.
한데, 찾고자 했던 진법 따위는 어디 가고 요괴의 흔적이 그를 대신하듯 발견되었으니 장일은 자신이 잘못 찾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릉!
어찌 되었든 알지 못했다면 모를까, 약초꾼의 말대로 사람 맛을 들인 요괴라면 지금 척살하는 게 옳았다.
장일은 대번에 검을 뽑아 들며, 요괴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급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것은 그 흔적을 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쿠르르릉!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산맥 전체가 뒤흔들리더니 이후 장일의 발밑이 꺼져 버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장일은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다 이내 꺼진 거대한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요괴를 잡고자 했으니 요괴 굴에 가야 하는 법이다.
“하아.”
그러나 장일은 요괴 굴에 들어서기 무섭게 한탄 어린 한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제법 격이 높은 요괴라고는 예상했지만,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 끔찍한 놈이 그를 노리고 있어서다.
이무기였다.
그것도 이제 막 그 틀을 갖춘 이무기가 아닌 용이 되려다 실패를 한 대망이었다.
전설로 회자되는 요괴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대요괴를 이리 마주하게 될 줄 몰랐던 장일은 난감해하다 이내 눈빛을 번쩍였다.
“굶주린 데다 상처를 입었구나.”
-키히이이익!
그의 말에 답이라도 하듯이 울부짖는 이무기의 위압감은 대단했으나, 장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안 그래도 무검을 완성하여 이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 대상이 너라면 충분하고도 남겠지.”
사흘 전 무왕이 다루었을 무의 무학을 완성한 분신에 의해 그 또한 무검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유의 무학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내공을 필요로 하지 않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