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0
분신으로 절대무신 70화
-우우우웅!
-카아아아악!
장일의 검에서 이른 검명이 이르자 이무기가 더욱 울부짖었다.
검의 울음소리가 그가 증오하면서도 바라던 용의 울음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장일을 경계하듯이 살피던 이무기는 결국 폭주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이무기의 입에서 푸른 빛의 독무(毒霧 : 독 안개)가 흘러나왔다.
-치이익!
닿는 모든 것을 괴사시켜버리는 부식독이었다.
산(酸)의 기운이 얼마나 지독한지 무기체인 바위마저도 형태를 일그러뜨릴 정도였다.
보통 이런 공격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검과 같은 날붙이는 이와 상성이 좋지 못했다.
그 공격의 형태가 선이 아닌 천수여래장과 같은 면으로 펼쳐지는 무공이어야 상대가 가능했다.
그마저도 상대가 가능한 것이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보통은 몸을 물리는 게 최선이며, 그것도 어렵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이 차선이다.
그러나 장일은 앞서 두 가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였다.
오히려 거세게 뿜어져 오는 독무를 향해 칼을 내민 것이다.
최악이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결과는 그 예측과는 달랐다.
-스르르르륵!
그의 검 끝에서 와류(渦流)가 일고 있었다.
마치 소용돌이를 치는 물속의 모습처럼 그의 검 끝에 붙잡힌 대기에서 그러한 와류가 인 것이다.
처음에는 겨우 장일의 몸 하나를 피할 정도로 작은 와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와류는 점점 커져갔다.
놀라운 것은 단순히 대기가 소용돌이쳤다는 점이 아니다.
-솨아악!
바로 독무를 형성케 하던 산이 장일의 검 끝을 따라 고여 든 것이다.
거대한 동굴을 장악하던 독무는 그렇게 수천 배나 줄어들다, 터무니없는 순도의 부식독을 만들어냈다.
-차아아악!
-키이익!
장일은 그렇게 만들어낸 부식독을 되려 그가 일으킨 와류를 통해 이무기에게 뿌렸고, 이에 이무기가 고통 어린 비명을 질러댔다.
칼 따위는 흠을 내기도 어려운 게 이무기의 육신이었지만, 독무를 농축시킨 부식독에는 크게 저항하지 못했다.
장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약해진 정도가 아니구나. 이대로라면 길어야 10년도 못 살겠어.”
10년이라면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천년도 우습게 살아가는 게 요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은 것이었다.
본래라면 그가 농축시킨 부식독이라고 해도 이무기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을 것이니, 장일이 그리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후우우웅! 쿠르릉!
그러나 이무기는 이무기였다.
자신의 독무가 장일에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자 육탄전을 벌이는데, 그 가볍게 내려치는 꼬리마저도 치명적이었다.
아마 이 거대한 동굴이 금속의 함유가 높은 광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무너졌을지 모를 정도다.
그 모습은 재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후우웅! 후웅!
그처럼 모든 것을 뭉개버리는 무지막지한 속도와 힘을 자랑하는 이무기의 공격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이무기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
분명 노렸고 내려쳤던 게 분명한데, 별다른 타격감을 느끼지 못하니 이무기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무기가 노려 쳤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금강부동신법에 의해 일어난 이형환위의 잔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입은 치명상에 의해 날아간 이성을 지금 이무기가 가지고 있었다면 이형환위의 정체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용에 되는 데 실패한 추악한 괴물에 불과하니, 아무리 동굴을 때려 부수듯이 공격을 퍼붓는다고 한들 장일을 건드리지 못했다.
장일은 이무기의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상대로 12성으로 체화한 금강부동신법을 시험해 보고는 만족해했다.
“무리한다면 잔상을 3개까지도 남길 수 있겠어.”
분신이 최고 5개까지 펼쳐 보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우나, 이는 그의 경지가 반박귀진에 이르지 못해 생긴 일에 불과했다.
그저 이무기의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하던 장일이 본격적으로 공세를 벌인 것은 그때쯤이었다.
-차아아아악! 서걱!
장일의 신형이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잔상을 남기며 이무기의 눈을 속였고, 그렇게 이무기를 속인 장일의 검은 어느새 그 거대한 이무기의 육신을 찢고 있었다.
-쿠웅!
-키이이익!
그 거대한 꼬리가 뜯기듯 잘려져 바닥을 뒹굴기 무섭게 이무기의 비명이 일었다.
아무리 죽어가던 이무기라고 하지만 그 육신이 이처럼 쉬이 찢긴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장일의 활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게 이는 마치 집채만 한 쇳덩이를 갈라 버린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그보다도 더 까다로웠다.
이무기의 기운에 보호되는 껍질은 강철 이상의 강도를 자랑했으니.
하지만 장일의 검은 그런 껍질을 아무렇지 않게 찢어버렸으며, 끝내 꼬리를 절단 내기까지 했다.
이전의 장일이었다면 분명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의 무학을 담은 유검(有劍)이라면야 문제도 아니겠지만, 지금 펼친 검은 유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장일의 청강검이 신검인 덕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가 펼친 검에 담긴 무학 때문이다.
말하자면 무검의 정수다.
이무기의 독무를 지워내던 와류가 응축되어 끝내 선(線)에 이른 것으로, 그 힘은 이처럼 강철 덩어리도 종잇장처럼 찢어버렸다.
놀라운 것은 이런 위력을 검에 담았음에도 그 내공의 소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마저도 반박귀진에 이르지 못해 이 정도이지. 반박귀진에 오른 뒤에는 내공의 소모가 2할 정도로 줄어든다.’
그 말은 유검과 달리 마음껏 무검의 정수를 펼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음진경을 다루는 장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유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검 또한 순도 높은 기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무검을 정수라 할 정도로 농축해 펼치는 것이니, 일반적인 토납호흡법으로 모으는 기운이라면 열 배 이상의 기운 소모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카가가가각!
예상했던 대로 무검의 정수가 이무기를 찢어버린다는 것을 확인한 장일은,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이무기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후두두두둑!
엄청난 양의 피와 내장 따위가 쏟아져나오며 순식간에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못이 만들어졌다.
당연히도 그렇게 날뛰던 이무기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어버렸다.
-……툭!
그렇게 숨을 거둔 이무기의 입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작은 무화과 크기인 하얀 빛을 스스로 흘리는 구슬이었다.
그 모습에 처음에는 야명주를 떠올렸던 장일이었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장일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서둘러 다가가 그 구슬을 쥐었고 이내 그의 눈가가 크게 떨렸다.
분신들로 인해 터무니없는 긴 세월을 살았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 장일이었다.
그의 평정심은 득도한 도사나 고승의 옆에 둔다고 해도 오히려 나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 그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정말…… 여의주(如意珠)!”
전설에서는 용이 물고 있는 영묘한 구슬을 말한다.
여의(如意)라는 이름처럼 모든 것을 뜻대로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용은 이를 통해 비를 뿌리고 바람을 다룬다고 한다.
그런 여의주가 장일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평점심이 뒤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용이 되려다 만 녀석이었단 말인가?”
잠시 여의주에게 시선을 빼앗기던 장일의 시선이 어느 순간 돌려졌다.
이무기가 죽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진식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서다.
“대단하구나!”
여의주에게서 시선을 돌렸을 만큼 나타난 진식은 장일을 감탄케 하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이무기에 의해 이목이 쏠렸다고 하지만 전검을 펼친 장일의 안목을 숨겼을 정도의 진식은 과거 만통존자 정도는 돼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여러 준비를 한 뒤에야 펼치는 게 가능했는데, 그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진식은 급히 펼친 것으로 보였다.
과거 검존이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서둘러 동굴에 펼쳤던 형태와 비슷한 것인데, 다만 그 격이 달랐다.
그때 그가 펼친 진식이 벌이나 나비 따위라면 이 동굴에 펼쳐진 진식은 봉황 정도일 만큼 차이가 큰 것이다.
“이게 이무기를 묶고 있었던 건가!”
장일은 상처 입은 이무기가 세상 밖으로 나가 회복을 꿈꾸지 못한 채 그저 간간이 길을 잃은 약초꾼을 잡아먹었던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 진식을 보자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무기의 기운을 이용한 자승자박 형태의 진식으로, 이무기가 죽자 그 기운의 근원을 잃은 진식은 그 쓸모를 다하고 무너지고 있던 것이다.
보이지 않던 진식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진식이 무너지는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겨우 반 각도 채 되지 않아 진식의 흔적조차도 없이 지워져 버렸던 것으로, 그렇게 지워진 진식 너머에는 새로운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
기괴한 일들이었지만, 장일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눈빛이었다.
그는 여의주를 품에 챙긴 뒤 생겨난 길을 따라 들어섰고, 그렇게 들어선 길의 끝에 나타난 공간에는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눈을 뜰 것 같은 모습이나, 장일은 알고 있었다.
그가 죽은 지 오래된 시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과거 검존의 시신에서 보았던 것처럼 이 시신도 그와 같았다.
다만, 그보다는 더 상태가 좋았는데 이 점을 본다면 그가 살아 있을 적 검존이던 그보다 더 높은 경지를 이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시신의 등장이었지만 장일은 달리 놀라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확신에 찬 태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이곳이 장천진인의 유물이 있던 곳이었다.”
해남파는 이곳에서 장천진인의 유물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사파제일인 고손을 만들게 해준 것은 바로 그의 품에 있는 여의주 덕분일 것이다.
“설마 여의주를 취한 것일 줄 몰랐지만, 그래도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사파제일인이 나오기에는 그간 이곳에서 보았던 해남파의 수준이 보잘것없어서다.
그들과 적대할 세력이 없어서인지 대문파에 달하는 규모와 별개로 해남파의 무인들의 수준은 대륙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대부분이 겨우 삼류를 넘은 이류 무인들이었으며, 간부들도 일류 무인이 주였다.
절정 무인은 그가 아는 바 두 명밖에 되지 않았으니, 중견 문파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다.
하니 아무리 장천진인의 유물을 손에 넣는다고 한들 사파제일인이 나온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여의주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장일은 장천진인이 남긴 재질을 알 수 없는 양피지로 만든 책 세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의 전면에는 각기 ‘도경(道經)’, ‘천둔검법(天遁劍法)’, ‘천둔술(天遁術)’이라 쓰여 있었다.
장일은 이를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장일의 시선을 끈 것은 의외로 도경이었다.
하늘로부터 자신을 숨긴다는 천둔검법도 천둔술도 대단했지만, 그조차도 도경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이는 그 도경이 여느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도경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상고 시대에서 이야기되던 도에 관한 내용이 그것으로, 지금은 실전된 도가의 가르침이 주였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바로 이 도경 자체가 심법이라는 것에 있었다.
아마 대부분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구음진경이라는 희대의 심법을 만들었던 장일이었기에 그는 대번에 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