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5
분신으로 절대무신 85화
31장. 검선(劍仙)
물론 망령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쿠르르릉! 퍼버버벙!
점차 줄어들어 가는 장일을 상대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자신의 공간에 펼쳐 들었다.
짙은 회색의 연무가 악령처럼 꿈틀거렸으며, 그들이 다루는 칼끝은 주변의 모든 것을 찢어 놓을 듯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장일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가 없음을 알았으니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내보인 일이었다.
일대가 그들의 힘에 짓눌려지는 모습은 대단한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 중 누구도 연대구품을 펼친 장일에게 피해를 주는 데 성공한 이는 없었다.
처참한 제자의 모습에 분노한 장일이 진심으로 펼친 연대구품이 겨우 그까짓 수작으로 흠이 날 리가 없던 것이다.
-서걱! 차아아앗!
하나둘씩 줄어들던 망령들은 처참한 몰골로 숨이 끊어져 버렸다. 어느새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갔고, 그때야 그들의 진형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왕에게 이자를 알려야…….”
아마 인성이 말살된 그들이라면 죽을지언정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광룡의 노기와 같은 그의 살의는 능히 영혼마저 찢어 놓을 듯했고, 이는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이제 겨우 십수 명밖에 되지 않은 망령들은 저마다 방향을 달리하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행한 일이었고, 그 상대가 다른 자였다면 확실히 그중 절반은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적은 장일이었고, 그의 연대구품은 능히 그들의 바람을 찢어 놓았다.
-후우우웅!
“끄아아악!”
“으으윽!”
거의 같은 시점에 도망치는 망령들의 뒤를 베어낸 신기를 보였던 것으로, 그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상가주 남궁자운은 물론 내성 무인들의 합류로 이제 망령들의 수족들을 모두 정리하게 되며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 외성의 무인들도 피로를 잃은 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던 건가?”
“저런 사술은 본 적이 없다. 아니, 사술이 맞기는 할까?”
“도대체 저자…… 저분의 정체는 뭐지?”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믿어 의심키 어려울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이였다. 그 등장만으로도 놀라울 것인데, 정말 놀라운 것은 감히 잴 수조차 없는 검이다.
그것은 일월합벽의 끝자락에 이른 남궁자운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기에 가장 격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치이익! 차아아앗!
그의 격정이 절정에 이르렀던 것은 장일이 허공을 격하고 십 장 밖에 있던 망령을 두 동강 내어 버렸을 때다.
보이지는 않았으나 분명 검에서 이른 무형의 기운이 망령을 갈라 버린 것인데, 남궁자운은 장일이 펼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검기! 설마 정말로 검기인가!”
남궁자운이 말하는 검기는 그저 검에서 이른 기운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검기상인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흉내나 내는 검기상인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감히 장일이 펼친 검기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검기는 상고 시대 신인들이 다루었던 재주로, 전설로 회자되는 이기어검과도 같은 반열에 있다.
심검을 외부로 표출하는 기운이라, 그것은 형체가 없고 하여 한계도 없었다.
상고 시대의 검선의 일화에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베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검기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전설을 믿는 강호인들은 없었다.
민간의 민화와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으며, 일부 믿는 자들 또한 도가의 가르침 너머 뜬구름처럼 여길 뿐이다.
한데, 그 전설이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남궁자운은 체통도 잊은 채 그 벌어진 입을 쉬이 다물지 못했다.
-퍼어엉! 철퍼덕!
순순히 검력만으로 마지막 남은 망령을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장일은 그제야 살의를 거두었다.
“하아!”
“꿀꺽…….”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는 듯 일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으나, 이마저도 나은 상황이다. 대부분은 여전히 그 기세에 눌려 침만을 꼴깍일 뿐이었다.
그렇게 전쟁에 승리하였음에도 환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승리의 주역인 장일로서는 다소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그는 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너무도 많은 피를 흘려 창백한 제자를 보살피는 데 열중했다.
그들이 뒤늦게 현실을 자각한 것은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 * *
성공적으로 망왕을 주살한 나는 그제야 무림맹에 발을 들였다.
남궁가에서 벌어진 혈교의 기습은 무림맹을 자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크게는 정파와 사파가, 작게는 그 무림맹을 구성하는 문파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던 것이 무림맹의 현주소였다.
이들이 그리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심중에 아직은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궁가가 통째로 지워져 버릴 뻔한 일이 벌어지자,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혈교의 기습에서 가장 큰 파장을 일게 한 것은 혈교의 그 같은 교활한 행패가 아니었다.
바로 혈교의 기습에서 남궁가를 구했던 두 영웅이었다.
그중 먼저 거론된 이는 바로 수라검(修羅劍) 조한이다.
철거인을 보듯 칠척을 넘는 거대하고 우람하여 그 외형만으로 큰 위압감을 주던 그의 검은 같은 편이었던 남궁가의 사람들에게마저 두려움을 안겼다.
남궁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끝없이 살의와 광기를 보이며 수백의 적을 앞두고 오히려 앞서 뛰어드는 그를 두고 절로 아수라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붙여진 별호가 수라검이었다.
수라검이라는 별호로 불리며 한순간 유명인사가 된 조한은 그도 모르는 사이 그의 위상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홀로 수백을 상대하여 그 절반을 죽였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하더군!”
“설마! 사람 하나 죽이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는가? 하물며 그들 중에 일류 아래가 없다는 말이 있던데.”
“나도 믿기 힘들었네만 알고 지내던 남궁가 사람이 정말이라 확인시켜 주었네. 오히려 소문이 사실에 비해 많이 축소된 바가 있다 하더군.”
“허어! 그게 정말이면 수라검은 능히 천하삼검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지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천하삼검과 비교하는 것은 과함이 아닌가? 듣자 하니 나이도 어리다고 하던데.”
“나이가 문제라면 검선은 말이 되던가?”
“허어. 검선이라!”
천하삼검 즉 검왕과 마검, 그리고 사파의 검존과 비견될 만하다는 이야기가 거론된 것만으로 사실 천하는 조한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시선이 채 쏠리기도 전에 그런 그의 업적마저도 미치지 못할 일을 한 이가 알려졌다.
바로 4년 전 불왕의 제자가 되어 소불왕이라는 별호로 유명세를 탄 장일이 그 주인공이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한 소문이 앞서의 수라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수라검과 함께 혈교의 수작을 막은 영웅으로서 이름을 높였을 뿐이다.
그랬던 그가 급부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남궁세가를 지우려 찾아 들었던 자가 혈교의 십왕 중 하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남궁세가를 멸하려 들었던 자들이 망왕으로 모시던 자로, 대불사의 기록에 의하면 사악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남궁세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가 홀로 망왕을 죽였기 때문이다.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뒤늦게 4년 전의 그의 행보가 알려졌던 것으로, 놀랍게도 그는 오행을 관하는 왕 중 하나인 화왕 또한 베어냈다고 했다.
“혈교의 십왕이라는 자들이 별것 아닌가 보군!”
“자네 소문이 늦나 보군. 듣지 못했는가? 석 달 전 흑룡파가 금왕에게 멸문당했던 것을 말이네. 듣기로는 금왕 홀로 이루어낸 일이라고 하네.”
“흑, 흑룡파라면 사파의 오제칠군구악(五帝七君九惡)중 흑악이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 곳을 홀로 멸하였다고?”
“흑악조차 겨우 목숨을 연맹하였을 정도로 괴물이었다고 하더군.”
혈교의 십왕에 멸문당한 곳은 흑룡파만이 아니었다.
아직 소문이 돌지 않았을 뿐, 그에 준하는 대문파 두 곳이 토왕과 목왕에 멸문을 당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견고하게 자리 잡아가는 무림맹을 흔들기 위해 십왕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아마 이 소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십왕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수직 상승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정파제일인인 불왕이 나선다고 해도 적수가 되기 어려울 적이라는 점이다.
장일은 그런 십왕 중 둘을 벤 것이다.
“남궁가의 태상가주가 말하기를 그는 검기를 다룬다고 하더군.”
“검기? 그거 도가의 전설 아닌가? 아무리 과장을 해도 그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아마 검기상인에 대한 이야기가 와전되었겠지. 하지만 일부 강호인들은 그를 믿기도 하더군.”
그처럼 전설로 알려진 검기를 다룬다는 이야기가 돌자, 자연 장일에 대한 별호는 검선으로 굳혀졌다.
어찌 보면 그의 별호에 대한 행보는 흥미롭다 할 수 있겠다.
불가의 소불왕이라는 별호로서 유명세를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도가의 검선이 된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불가에 가까운 강호인들은 장일을 제석천(帝釋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검선, 제석천과 같은 신화적 존재로 불릴 만큼 장일은 십육천의 오왕보다 한 수 높은 존재로 평가되고 있었다.
이는 천하제일인으로서 추앙받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홀홀. 검선이라. 참으로 대단한 별호입니다.”
“불왕께서도 참 짓궂으십니다.”
“아쉬워서 그러지요. 기왕이면 제석천이라는 별호로 유명세를 타면 좋았을 테니 말입니다.”
“…….”
장일은 불왕의 농에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장일을 보며 불왕 또한 오랜만에 거리낌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성녀를 통해 혈교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눈앞이 캄캄해졌던 그였다.
거기에 무림맹의 결성 또한 여러 잡음이 들려 그 시작부터 불안했다.
사왕의 장보도의 일을 수습하면서 겨우 잡음이 지워져 가던 찰나, 흑룡파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불왕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 자신이 나선다고 해도 흑룡파를 홀로 상대한다는 것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남궁세가가 변을 당했고, 이후 검존의 환생인 장일이 제자와 함께 그들을 구했다.
이어 뒤늦게 화왕과 망왕을 죽인 사실이 알려졌으니, 불왕은 최근에야 겨우 마음 한편에 일어나던 심마를 끊어낼 수 있었다.
-쪼로록.
장일은 그런 불왕의 마음을 알아보는 듯 그저 마주 미소를 보인 채 불왕이 준비한 곡차를 나눠 마셨다.
곡차라고 말하기에는 그 도수가 제법이었지만, 그를 마시는 장일도 불왕도 준비한 곡차를 비우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어느새 마지막 고차를 비워내었고, 그제야 불왕이 그를 초대한 이유를 꺼냈다.
“아미타불. 천살성을 제자로 들였더군요. 처음에 소승이 잘 못 보았는가? 의심했습니다.”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남궁세가의 일 이후 조한은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살인을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그의 천살성은 몇 차례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신을 차린 조한은 과거와는 달라져 있었다.
바로 그의 껍질을 부수고 나온 천살성의 살의가 그의 통제를 벗어나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이한 점은 그런데도 조한이 그 살의에 휘둘리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라는 것에 있다.
오히려 자신의 흘러넘치는 살의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그의 심력은 천살성에 휘둘리지 않았다.
장일은 제자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일찍 왔구나. 과도기(過渡期)일 뿐이니 놀랄 것 없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오해라면야 풀면 되는 것이지.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당당해지는 것이니, 너는 스스로의 모습을 외면하지 말거라.”
장일의 충고에 조한은 깨달은 바가 있던지 더는 이에 대해 당황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보다 조한이 천살성이라는 점에 대한 파장은 대단히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