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4
분신으로 절대무신 84화
“차라리 도망을 치지 않았다면 이처럼 허무하지 않았을 것을.”
끝내 자신의 최면도 술법도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망왕은 그렇게 천하디천한 백정의 칼 아래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을 바라보던 장일은 무심히 망왕의 머리를 베어냈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망왕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그의 모습은 본래의 거한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것은 그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이히히힉! 뭐, 뭘 한 거지!”
“아이고. 내 마차!”
바로 망왕의 최면에 홀렸던 저잣거리의 모든 이들이 최면에서 벗어난 것이다.
문제는 그 최면에 걸렸던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건 그들에게 차라리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장일은 망왕의 수급에 더해 그가 다루던 곰방대 또한 챙겨 들었다.
칼도 아닌 곰방대가 검수인 그에게 무슨 가치이겠냐마는, 그럼에도 장일은 이를 소중히 등에 매달았다.
이는 십왕의 무기답게 그 곰방대가 별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물이 될 조짐이 보이는 녀석이기도 했지만, 장일의 손에 들어온 곰방대의 운명은 뻔한 것이었다.
은은히 마기를 흘리던 곰방대는 장일이 손에 쥐어지기 무섭게 꼼짝달싹하지 못한 모습이 되었으니, 이제 그의 손에 정화되어 새로운 무기로 재탄생될 것이다.
-화르륵!
그렇게 망왕의 머리와 곰방대를 챙긴 장일은 손에서 불길을 일으켰다.
삼매진화였다.
보통 이렇게 피어 올린 삼매진화는 그 화기가 강하지 못해 붉은빛을 띠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장일이 일으킨 삼매진화는 그와 달랐다.
푸른빛을 띤 것으로, 이는 그 다루는 화기가 금속마저 녹여 버릴 정도로 강하다는 이야기였다.
-휘이익. 화르르륵!
과연 그의 손짓에서 흘러나온 삼매진화는 순식간에 망왕의 시신을 삼키며 시커멓게 태워 나갔다.
갑자기 시신에 거대한 불길이 붙었으니,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저잣거리는 더욱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혼란을 방패 삼은 장일은 어느새 사람들의 속에 섞이더니 이내 그 자취를 감추었다.
-콰드득! 퍼어엉!
-이히히히!
사람을 부수다 못해 터뜨려 버린 그 모습에 남궁가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깃든 눈빛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적을 홀로 절반 이상을 죽인 영웅이니 본래라면 그에게 추앙의 눈길을 보내야 할 게 옳았다.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영웅이 아닌 마귀였다.
아무리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인간의 살육을 즐기는 마귀를 두고 기뻐하며 추앙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모습은 마귀를 상대하는 망령들도 다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들 망령들은 자신의 영혼의 절반 이상을 율에게 받친 자들이었다.
애초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쉬이 느끼기 어려운 것인데, 그럼에도 이같이 두려워한다는 것은 마귀가 자신들의 천적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어서다.
마귀를 중심으로 상황은 점차 안 좋아지는데, 이제 망령들의 수족들도 3할도 채 되지 않았으니 그들은 결정을 해야 했다.
“저 미천한 것 하나가 이렇게 일을 일그러뜨리다니. 이래서야 그분이 오실 때까지 버티는 것도 어렵게 되었군.”
“그렇다고 물러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오.”
“어쩔 수 없지. 대계를 위해서라도 일을 앞당길 수밖에.”
“왕께서 질책하시겠지만, 어쩔 수 없지.”
“율법을 개(開)한다!”
율법을 개한다는 뜻에 동의한 망령들의 눈에 핏빛에 가까운 빛이 일었고, 그로 인해 전장의 상황이 달라졌다.
-쿠궁! 쿵…… 털썩!
마치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망령들이 다루던 수족들이 숨이 끊기며 너부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으흐흑?”
-퍼걱!
마귀는 갑자기 자신이 잡은 먹이가 죽어버리자,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너부러진 시신을 벌레를 짓밟듯 밟아 터뜨렸고, 이내 가볍게 휘두른 그의 검에 아직 쓰러지지 않은 망령의 수족들의 머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갔다.
그러나 그의 검 끝에 죽어 나가는 망령의 수족들보다 망령이 다루는 율법이 더 빨랐다.
망령들은 남은 수족들 중 절반이 넘는 수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끝에 율법을 개하였다.
율법은 망령의 수족들의 영혼과 생명을 바치는 대가로 일시적으로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는 게 가능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절정의 무인은 초절정의 무력을 다루는 게 가능한 것이다.
망령들은 술법을 다루는 자들이지만 망왕을 가장 가까이 모시는 자답게 이들은 무공에서도 능했다.
피의 율법을 통해 그만큼 큰 재능과 지원을 받기도 한 자들로, 이들 대다수가 절정의 끝자락에 다다랐으며 몇몇은 초절정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 망령들에게 율법이 펼쳐진 것이다.
당연히 망령들의 전력은 그들이 이끌었던 수족들을 크게 상회했다.
일월합벽에 이른 자만 다섯이나 되었으니, 망령들과의 전투에 크게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게는 이보다 끔찍한 소식은 없었다.
“크하하하!”
그러나 가장 지쳐 있을 마귀는 이 새로운 적의 등장에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의 칼날이 자신을 찢어 베어낼지언정 보기 힘든 만찬이라는 것을 알기에 보이는 태도였다.
-후두둑!
마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수족 하나의 머리를 그대로 뒤틀어 뽑아내고는, 이내 새로운 만찬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런!”
마귀의 돌발 행동에 그나마 저력의 여지가 남아 있던 남궁가 내성의 사람들은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저 마귀가 없다면 저들을 상대할 방도가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 뒤를 쫓는다!”
태상가주 남궁자운은 그를 잘 알고 있었고, 하여 그는 서둘러 그와 같은 명을 내렸다.
내성의 무인들은 외성의 무인들에게 남겨진 수족들을 맡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이제 한계점을 넘긴 외성의 무인들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상황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그들은 이를 악물고 칼을 들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전장에서 그들 두 집단의 숫자는 비슷했다.
하지만 전력의 차이는 최소로 쳐도 배 이상이었다.
그들 중 가장 뛰어난 고수인 태상가주 남궁자운은 본래라면 일월합벽의 무인 둘을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화와 이미 앞서의 전투로 인해 힘이 빠진 상태라, 일월합벽에 올라선 망령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 사정은 다른 남궁가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들은 두셋이 하나가 되어서야 초절정에 이른 망령 하나를 겨우 상대했다.
자연 남궁가의 전력의 핵심이 합류하였음에도 전력의 7할 이상을 마귀가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남궁가가 마지막 투지를 불태워서야 가능한 일이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7할이 8할이 되어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쿠르르릉! 서걱!
-크르륵!
자연 홀로 일월합벽의 고수 넷과 열셋의 초절정 고수를 상대하게 된 마귀의 입가에서 신음과도 같은 울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마귀의 검이 일대를 뒤흔든다고 하지만, 전력의 차이가 월등히 나니 그 상처가 늘어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마저도 마귀가 상상을 초월하는 살의로 망령들의 천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미 저들이 펼친 그물에 꼼짝달싹하지 못한 채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으아아악!
-서걱!
그러나 마귀는 마귀였다.
이제 완전히 올가미에 걸려 조이기 시작한 마귀였지만, 그럼에도 끝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살의는 기어이 망령 하나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교의 앞길을 어지럽히기에 충분한 괴물이로군.”
“확실히 저 마귀를 이 자리에서 만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
“어차피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상태.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옥죄인다.”
베어진 망령이 초절정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 자라는 것을 아는 그들로서는 그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크으윽!”
그로 인해 마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가 된 채 그 몰골은 처참하게 무너져 갔다.
그의 터무니없는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 흘린 피만으로도 오래전에 졸도하였을 만큼 마귀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좋지 않은 것은 그를 돕기 위해 뛰어든 남궁가의 사람들이다.
태상가주 남궁자운이 그나마 버티고 있다지만, 그를 제외한 남궁가의 무인들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들의 뛰어난 합벽진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마귀를 두려워한 망령들이 과감하게 손을 쓰지 못한 덕분이 컸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하아하아. 이게 남궁가의 마지막이라니!”
남궁자운은 이처럼 터무니없는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비록 무림맹에 가주와 남궁가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이렇게 무너진 가문을 재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근원지가 몰살당하고 그로 인해 평판이 바닥을 긴 상황에서 가문을 새로이 재건한다고 한들 중견 가문의 하나가 되는 게 고작일 터.
이마저도 살아남은 남궁가의 사람들이 크게 공을 세웠을 때의 이야기였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남궁세가의 세를 탐하던 이들에 의해 하나도 남김없이 물고 뜯겨 갈가리 찢겨 버릴 것이다.
그 절망적인 앞날에 그도 꺾여가는 가운데, 놀라운 반전이 일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웅!
그 시작은 청아하리만큼 맑은 울음이었다.
전설 속의 용이 울음을 연상케 하는 울음은 그들을 수족으로 잡으려던 망령들의 마수를 단번에 떨치게 하였다.
“으윽!”
실제로 단순한 착각만이 아닌 듯, 망령들도 그 울음에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갑자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가장 큰 감정을 보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마귀였다.
“으하하하하!”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신음을 간간이 흘리던 마귀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안 그래도 자신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울음에 짜증이 난 망령들로서는 그런 마귀의 행태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 죽어라!”
그들 중 하나가 날카로운 칼끝을 세워 마귀를 찔러갔다.
자신의 심장을 찢으려는 칼을 앞둔 마귀였지만, 그는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달리 손을 쓰지도 않았다.
이에 망령들은 저 마귀가 이제 저항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한계가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자연 다른 망령들도 저 마귀의 숨통을 완전히 끊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판단이 틀렸다.
-촤아아악!
놀랍게도 저 하늘에서 홀로 날아온 검이 마귀를 찔러가던 망령을 세로로 갈라버린 것이다.
“!!!”
그 망령이 초절정에 이른 자임을 생각한다면 그가 그리 죽은 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탁!
하지만 정말 믿기지 않은 것은 그 망령으로 인해 크게 더럽혀진 대지에 갑자기 나타난 사내다.
어떻게 한 것인지 수십 장에 달하는 그들의 경계를 무시한 채 마귀의 앞에 나타난 그는 놀라는 주변인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눈살을 찌푸렸다.
“참으로 미련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무리하면 어찌하느냐. 힘들다고 생각하면 몸을 물릴 것이지.”
“스, 스승님께서 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아. 이만 쉬거라.”
-툭.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믿는 제자에 장일은 가볍게 손을 펼쳤고, 이에 마귀는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죽여!”
-후우웅!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을 직감한 것일까? 망령 중 하나가 다급히 그들을 향해 칼을 펼쳤으나, 그의 칼은 거짓말처럼 허공을 베어 넘겼을 뿐이다.
“???”
“주, 주술인가!”
자신이 벤 것이 환영이라는 것에 자연히 그들의 왕처럼 주술을 떠올렸으나, 정작 제자를 데리고 이형환위를 펼쳐 피한 장일은 그들에게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서걱!
어느새 그의 검은 태상가주 남궁자운이 상대하던 적의 머리를 날려 버린 상태였다.
아무리 남궁자운에 신경이 빼앗겼다고 하지만, 일월합벽의 고수가 그처럼 쉬이 죽음을 맞이한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놀라다 못해 경악하는 그에게 장일은 혼절한 제자 조한을 맡겼다.
“제자를 잠시 맡기겠소.”
“……제자?”
“얼마 안 걸릴 거요.”
장일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고, 어느새 전장은 그를 중심으로 새롭게 판이 짜지고 있었다.
남궁가의 무인들과 싸우던 망령들마저 동원된 상태.
당연히 그에게 몰아치는 위압감은 무시무시했지만, 장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후우우…….”
오히려 가슴속의 분기를 참기 힘들다는 긴 한숨을 토해낼 뿐이다.
-그르르릉!
그리고 그 긴 한숨의 끝에서 마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끔찍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미쳐 날뛰는 광룡의 분노였고, 그로 인한 살의는 앞서 전장을 뒤흔들었던 마귀의 것보다 배는 더 끔찍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더 무서운 것은 그 살의에 한 점 흔들림이 없는 장일의 태도다.
그는 처음과 같은 맑은 눈빛으로 담담히 검을 들어 올렸고, 그것으로 망령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했다.
-스르르륵!
장일의 몸이 불완전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신형이 둘로 나누어졌다.
“또 그 주술인가!”
“어차피 하나는 환영이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환영의 술법이라고 여겼지만, 그 환영이 둘에서 셋이 되고 넷이 되다 끝내 아홉이 되자 이들은 모두 닥치고 말았다.
저런 환영술은 들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서걱! 차아앗! 카아앙!
하지만 정말 끔찍한 것은 환영이라 생각되던 이들 아홉이 모두 환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극성에 이른 연대구품(蓮臺九品)의 전설이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 인해 마귀처럼 장일을 포위하던 망령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그에게 포위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