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5
분신으로 절대무신 95화
그가 소림에서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소림의 반장으로부터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을 전수받았다.
반야(般若)는 불가의 용어로 최상의 지혜를 가리킨다.
그것은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도를 깨우친 깨달음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 반야대능력에서 성취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이 반야대능력에 손을 대는 것은 소림에서도 나이가 지극한 고승들 정도였다.
이는 그 정도의 불도를 깨우치지 않고서는 그 지혜를 얻기도 불가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반야대능력은 무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관음보살의 거미줄인 것으로, 이를 공부한다 하여 내공을 얻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반야대능력을 반장이 장삼풍에게 전수한 것은 앞서 말한 두 가지와도 관련 있었다.
지계견고함에 이른 장삼풍이라면 여느 고승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첫 번째 이유가 그렇다면 두 번째는 장삼풍이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이라서다.
정확히는 내공을 다룰 수가 없는 몸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오. 마치 이 세상의 기운과는 결이 다른 것처럼 그 기운을 취하지 못하는구려. 이 또한 부처로서 다가갔기 때문인지…….”
부처가 된다는 것은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모든 인과를 벗어나 모든 세상의 연을 끊어버린다는 것이니, 반장이 그리 생각할 법도 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육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인과의 그물이 엮여 있다는 것이라서다.
그런데도 마치 세상이 그를 배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장삼풍은 이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세상의 배척이 진리 너머로 다가서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그 세상의 배척이 그에게 공(空)을 깨우치게 했다.
불가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연에 따라 생긴 가상(假相)이라 보았다. 영구불변의 실체가 없음이라 본 것인데, 본시 이를 온전히 깨우친다는 것은 인간의 탈을 벗어야 가능했다.
한데 세상의 배척을 실시간을 받고 있는 장삼풍이니 그 공을 온전히 깨우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누진통을 깨우친 것은 그 공을 깨우치는 과정에 이른 일이었다.
그 누진통에 의해 번뇌와 망상이 완전히 끊어지며 거대한 시야를 가지게 된 장삼풍은 이 천하 혼란 너머에 누군가 있음을 알았다.
“기괴하다. 마치 통제된 질서 위에서 끝없이 혼란케 하니…… 도대체 그 목적이 무엇이던가?”
누진통을 깨우친 장삼풍으로서도 알 수 없는 행보라, 그는 세상에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혼란을 이르게 한 자를 잡지 않는다면, 지난 난세가 차라리 나았을지 모르는 지옥에 현세에 이르게 될 것임을 알아서다.
장삼풍은 소림을 나서면서 불경을 내려놓았는데, 이는 불가의 가르침을 공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런 혼란의 근원적 존재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힘이 필요하다 여겨서다.
7년 전 소림으로 오는 과정에서 장삼풍의 활약이 대단했다.
손속에 일말의 정을 두지 않아 냉혈마검(冷血魔劍)이라는 별호를 받았을 정도다.
팔대시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일부는 장삼풍을 두고 이번 시대의 팔대시위 중 하나가 아닌가, 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갑자기 나타나 천하가 노리고 있는 한림왕을 도와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단한 신위로서 절대강자로서의 면목을 보였던 장삼풍이었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기를 취할 수 있다면야 소림사로부터 불경을 얻는 과정에서 배운 무공을 공부하였겠지만, 그것이 안 되니 그는 다른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장삼풍이 취하기로 한 것은 도경이다.
불경을 내려놓고 도가의 가르침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내기를 취할 수 없다면 다스리면 될 일이다.”
불가는 인과를 끊으려 하지만 무위자연을 지향하는 도가는 그 인과를 다루고자 함을 알아서다.
누진통을 깨우친 장삼풍은 이를 알아보았고, 이것이라면 그의 말대로 내기를 취하지 못해도 대단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선 옛 인연을 만나러 가볼까?”
장삼풍은 현 천하에서 가장 유명세를 맞이하고 있는 한림왕을 찾아가기로 했다.
한림왕을 찾으러 가는 과정은 과거 소림으로 가던 행적만큼이나 지난했다.
그는 원치 않은 분쟁을 몇 차례고 마주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오해를 사 큰 악명을 얻기도 했다.
그 악명이 정점을 이룬 것은 과거 그를 알아본 누군가 때문이다.
-냉혈마검이 세상에 다시 나왔다.
과거의 악연이 더 큰 피를 부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장삼풍은 흔들림이 없었고, 그의 손속은 과거의 그때보다 더 살벌했다.
어찌 보면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대자대비한 소림에서 7년을 공부하여 큰 불도를 깨우친 그가 아니던가? 한데도 그 칼을 드는 데 가차가 없으니, 기이하다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우친 장삼풍에게 있어 삶과 죽음 또한 허상에 불과했다.
한데도 그 가르침을 준 소림사가 대자대비한 것은 보살의 가르침에 이르렀을 뿐이라서다.
온전히 형에서 이른 연을 끊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장삼풍은 냉혈마왕(冷血魔王)이라고 불리며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으나, 장삼풍은 연연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행적 끝에 장삼풍은 한림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미 제국의 2할을 자신의 세력으로 내려놓으며 왕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한림왕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삼풍에게는 헤어지기 전 한림왕이 주었던 징표가 있었고, 이를 통해 어려움 없이 한림왕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참으로 무정하십니다. 이제야 저를 보러 오실 줄 몰랐습니다.”
“그간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약 6년 만에 마주하게 된 한림왕은 과거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소림에 있던 당시에도 한림왕은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던 뛰어난 무인이었다. 약관에도 이르지 않았던 당시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한림왕의 할아버지인 백련존자가 죽기 전 그에게 남긴 힘 때문이었다.
과거 한때 강호를 떠들썩거리게 한 의천검은 그 백련존자가 남긴 힘을 풀어내는 도구였을 뿐이다.
그 의천검을 빼앗기지 않은 덕분에 한림왕은 지난 6년 동안 백련존자가 남긴 힘을 모두 취할 수 있었고, 덕분에 그는 절대 무인의 반열에 이르게 되었다.
달라진 것은 무공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을 이끌고 기어이 하나의 나라를 만들게 되면서 한림왕은 능히 제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하기야 그 정도는 되었으니 그 거대한 한 제국과 맞서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삼이 그를 찾아온 것은 단순히 그의 지난 공적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혹시나 했건만 한림왕은 아니었다.’
바로 천하의 혼란 뒤에 있는 자가 한림왕이 아닌가? 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누진통을 얻은 그는 대번에 그가 그와는 상관이 없는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삼풍은 그로부터 2년을 더 한림왕의 진형에 머물렀다.
어찌 되었든 천하의 혼란을 일게 한 주역이 한림왕이었으니, 그 혼란의 주역과 관련된 자가 있지 않을까, 라고 예상해서다.
하여 그는 여러 전장을 나서며 백련교의 많은 이들을 만나고 살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곳에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자 장삼풍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한림왕을 뒤로한 채 다시 길을 나섰다.
“황제를 만나야겠다.”
장삼풍은 그와 같은 결심을 하였으나, 이는 한림왕을 만나러 가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천하가 혼란에 이르기 전에도 쉽지 않은 일이건만, 혼란이 이는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황제는 국교로 삼았던 백련교를 가차 없이 내쳐 버렸을 만큼 의심이 많은 이가 아니던가?
측근조차도 의심하여 대면의 자리를 잘 가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황제를 의심하였다.
그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이 같은 혼란을 일게 한 본인이거나 혹은 이 혼란에 의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다.
하여 장삼풍은 언제가 기회를 노리고자 황제가 살고 있는 북경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그 북경의 저잣거리에서 푸줏간을 열었다.
냉혈마왕이라 불렸을 만큼 유명세로 인해 그를 알아본 자가 많자 그 신분을 숨기고자 행한 일이었다.
어쩌다 보니 본신이 했던 일을 뒤따르게 되었지만, 확실히 신분을 숨기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그 누가 냉혈마왕이라 불릴 정도의 절대고수가 그 천하디천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까?
실제로 그 시장 바닥에서 장일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는 몇 되지 않을 정도였다.
* * *
-본신.
“…….”
잠에서 깨어난 장일은 오랫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가 알던 분신의 모습과는 달리 기억을 잃은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꺼림칙한 직감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너무도 보잘것없는 수준의 불이익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장일이 말문을 잃은 것은 분신과 달리 그 누진통을 통해 본 그 혼란을 조장하는 이의 정체가 짐작이 되어서다.
장일은 세 가지 점에서 그 정체를 짐작했다.
하나는 스스로 장삼풍이라 일컫는 분신이 사는 세상이다.
단순히 먼 미래라고 칭하기에는 그가 아는 세상과는 너무도 많은 것이 달랐다.
마치 달라진 무의 지향점에서 천년을 넘게 흘렀던 것처럼 그 펼치는 무공의 질과 흐름이 달랐다.
그것은 불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어난 문파인 대불사와 소림사를 통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속가제자이기는 하나 무공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 덕분에 장삼풍은 소림사의 방장으로부터 수많은 소림의 무공을 접하게 되었다.
불가의 가르침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 그 무공을 접하게 된 것인데, 이것이 장일이 그 장삼풍의 세상에 의문을 일게 했다.
두 번째는 바로 소림을 나와 세상에 떠돌게 되면서 보게 된 대륙의 모습이다.
남부, 중부, 동부, 북부, 서부 이렇게 다섯 대륙으로 나누어진 그의 세상과 달리 그 세상은 하나의 대륙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크기만 본다면 중부 대륙과 동부 대륙을 합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원의 크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족들이 사는 세상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이 광대해 보였다.
이 점에서 장일은 장삼풍의 세상이 자신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했다.
그 의심은 자연스럽게 장삼풍에게 일어난 그를 향해 세상의 배척의 이유를 밝히는 세 번째 이유가 되었다.
장삼풍이 내기를 축적하지 못할 만큼 세상의 배척을 받는 것은 그가 그 세상과는 동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 가지 점에서 장일은 장삼풍이 그와는 또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것이라고 짐작했다.
장삼이 말문을 잃은 만큼 놀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 그가 능력을 얻게 해주었던 존재 마카를 생각하면 다른 세상 아니 그 너머의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오랫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것은 바로 마카가 이야기했던 그 전지전능한 존재 모든 우주의 절반의 근원인 그분의 또 다른 후계자 후보가 그 세상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혼란을 조장하는 이겠지.”
바로 이 이유가 그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번잡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장삼풍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는 그 기억이 온전했다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직 그 후보자를 만나지 않았음에도 장일이 그리 장담한 것은 그만큼 그가 본 권능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다.
사실 장일의 권능 분신은 무력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시피 했다.
10성을 이룬 본래의 모습은 또 어떨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에 대해 간접적인 영향 정도만을 행사할 뿐이다.
그런데 그 후보자의 권능이 혈교의 율에게 받은 십왕과 비슷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혈마 못지않은 위험한 인물임을 뜻한다.
“그나마 가능성을 쳐본다면 분신이 도경을 온전히 깨우치게 될 정도인데.”
그로써 천둔검법과 같은 인과의 일부를 뒤흔드는 검을 다루게 된다면 가능성은 아예 없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장삼풍 또한 장일에 의해 그 존재감이 드높아진 만큼 그 상대 후보자가 율과 같은 신의 면모를 보인다 한들 상처를 입히는 게 가능했으니 말이다.
잠시 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장일은 고개를 저어댔다.
실패한다고 한들 그의 분신 하나가 죽는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무엇보다 그 세상의 배척으로 인해 누진통을 깨우친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지.”
어설프게 또 다른 무공을 얻는 것 이상의 성과다.
이는 그가 보는 무공의 끝에 이르는데 큰 조우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일어선 장일이었지만, 그의 한편에는 작은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억을 잃고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것 정도로는 그가 느꼈던 그 불안한 직감을 다 이야기할 수 없다고 확신하기에 이른 불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