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9
분신으로 절대무신 99화
“후우우…….”
40여 년 만에 황제를 다시 보게 된 장삼풍은 긴 한숨을 흘러냈다.
그 한숨 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역겨움과 분노, 혐오와 악의, 그리고 안도였다.
“성장하지 않았다.”
40여 년 전 저잣거리에서 보았던 그때와 지금의 황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마치 이미 완성된 존재였다는 듯이 그는 그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장삼풍이 그 감정들 속에 안도를 보인 것은 이를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황제와의 결전이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는 여전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으며,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는 천적이었다.
‘천하에 오직 나만이 저 괴물을 죽일 수 있다.’
천적이란 그런 것이었다.
마치 그것이 천명이라는 듯이 천적은 서로의 존재를 자각한 순간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황제에 비해 모든 것에서 뒤떨어져 있던 장삼풍이 그나마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사실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우위 하나로 지금에 이르게 했다.
-우우우웅!
-스르릉!
장삼풍이 깨어났을 때부터 그와 함께했던 검에서 청명한 울음이 일더니 스스로 검집에서 벗어났다.
천적이라 해도 다르지 않을 적수를 마주하며 마음을 새로이 다지는 주인에 동하여 생긴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그의 검이 과거 그때의 검과는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주인이 도경을 수련함에 따라 검 또한 그와 같은 도의 한 자락을 잡게 된 것이다.
이러니 그의 검은 진정한 신검(神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먼저 가겠소.”
장삼풍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쥔 채 그리 말하더니, 어디선가 부는 한 줄기 바람에 몸을 실었다.
-후우우웅!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바람 따라 나아가듯, 천지 아래 법칙마저 거스르는 그는 어느새 전장의 중심에 다다른 상태였다.
-쿠르르릉!
전장의 중심에 이르렀을 때 황제의 진형에서 검푸른 무언가가 그에게 쏟아졌다.
그 기운이 얼마나 강대한지 마치 하늘의 뇌전을 연상케 했다.
-스윽!
한 줄기의 바람에 실려 나아가던 장삼풍은 문득 멈추더니 이내 검을 내밀었다.
집채만 한 바위도 지워 버릴 그 거대한 힘을 상대로 그가 내민 다섯 척에 불과한 검은 너무도 미약해 보였다.
당랑거철이 우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스르르륵! 휘이잉!
그러나 정작 그 검푸른 힘의 폭풍은 장삼풍의 검에 닿기 무섭게 맥을 못 추렸다.
강대한 힘의 폭풍은 잔잔한 훈풍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명나라 측의 고수들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그 검푸른 폭풍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이미 수십 차례나 당했던 그들로서는 저 힘을 저리 지우는 광경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삼봉진인께서는 검선이 되신 걸까?”
장무기는 참은 숨을 억지로 삼키며 그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에 어느 누구도 부정의 뜻을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차라리 강맹한 힘으로 그 검푸른 폭풍을 맞섰다면 일말의 여지라도 있을 텐데, 장삼풍이 보인 것은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난 힘이라서다.
하지만 이들이 놀랄 광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크아아아!”
과거 장삼풍이 그랬던 것처럼 황제는 그를 본 순간 속이 뒤집힐 것 같은 혐오와 악의에 휩쓸려야 했다.
장삼풍의 경우는 그나마 누진통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를 하였다지만, 황제에게는 그를 통제할 만한 것이 없었다.
자연 악의와 혐오의 화신이 되었고, 그를 보좌하던 수하들마저 내팽개친 채 장삼풍을 죽이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펼쳐진 전투는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쿠르르릉!
-후우우웅!
황제가 일으킨 힘은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뭉개버렸다.
가벼이 일으킨 힘마저도 일장이 넘는 폭과 삼 장이 넘는 웅덩이를 만들어냈을 정도라, 그간 황제를 상대했던 명나라에 투신한 십이존자들 마저 질려 버린 기색이 가득했다.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미타불! 그는 이미 인간이라는 굴레를 넘어섰구려.”
“그렇기에 더 믿어지지 않네! 그를 홀로 상대하는 게 가능하다니…….”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알 수 없을 만큼 장삼풍이 펼친 검에 이른 신비는 모두의 상식을 뛰어넘고도 남았다.
앞서 장삼의 검이 황제가 펼친 검푸른 폭풍을 흐트러지게 했던 것처럼, 황제의 모든 저력은 그의 검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극강과 극유의 격전이었으며, 공과 수의 접전이기도 했다.
부수고 무너뜨리는 자와 흘리고 막는 자의 전투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겉으로 본다면 이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자는 황제다.
장삼풍의 검은 그야말로 그의 일신 이상을 보호하지 못했다. 워낙 황제의 기세가 강렬한 데다 그 펼쳐지는 힘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제라도 한 점의 빈틈만 보이면 와르륵 무너져 불안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다.
-후우웅! 우웅!
그러나 태극에 숨겨진 진리를 조금이라도 엿본 자가 이 자리에 있다면 그는 실상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이 전투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 것이다.
황제의 검을 막는 장삼풍의 검은 극유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장삼풍이 내기를 쌓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황제의 극강의 공격을 막아섰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삼풍의 검에 깃든 진의는 태극이었다.
비록 그를 배척하는 세상에 의해 태극을 품지는 못했으나, 그 태극을 검에 담아 풀어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쿠르르릉! 퍼버버버벙!
-스륵. 스르르륵!
황제의 공격이 무엇이든 어떤 강맹한 힘을 지녔듯, 장삼풍은 그저 태극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릴 수 있었다.
아마 황제가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었다면 그는 방식을 달리할 터였다.
아무리 반복된 회귀를 통해 반신과도 같은 격을 얻고 그 힘을 소유하였다지만, 어디까지나 육신을 지닌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루는 힘이 강맹할수록 그 파괴력도 대단했지만, 반대로 황제 또한 그 힘의 공백과 그 일으킨 힘의 반발력이 몸에 축적되고 있었다.
-피잇!
보이지도 느끼기도 어려웠던 무언가가 그 퍼부어진 힘의 폭풍을 뚫고 황제의 피륙을 갈랐다.
피륙을 갈랐다고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생채기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수준의 상처 따위였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큰 것이었다.
끝없이 태극을 풀어내고 있음에도 겨우 일신을 보호하는 게 다였던 그를 삼키려던 악의와 적의에 빈틈이 생겼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무지성으로 펼친 힘에 붙은 세금이 쌓일 대로 쌓였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장삼풍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풀었고, 그때마다 황제의 피륙이 갈라졌다.
-치이익!
-크으윽!
마침내 피가 터져 나올 정도의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오랜만에 느끼는 통증에 안 그래도 살의에 휩쓸린 황제는 광기에 미쳐 날뛰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장삼풍에게 오는 기회는 더 많아졌다.
-피익…… 차아앗!
움직임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큰 빈틈이 만들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치명상이라 할 정도의 상처를 내는 데 성공한 장삼풍은 이후부터 공격의 비중을 늘려 나갔다.
그전까지만 해도 수비에 치중한 것이 9할 9푼이었다면 9할로 내려간 것이다.
그 비중은 점차 내려가, 어느새 8할, 7할이 넘어갔고 끝내 5할에 다다랐다.
-크아아악!
장삼풍의 검이 그에 이르렀을 때, 더는 천하를 오시하는 황제는 없었다.
그저 피에 젖어 울부짖는 괴물 한 마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후우.”
그 괴물을 마주한 장삼풍은 긴 한숨을 흘렸다.
승기를 잡은 것과 별개로 괴물을 죽이는 과정이 지난하다는 것을 알아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황제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황군이었다.
정확히는 동창과 금의위들이 목숨을 도외시한 채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당연히 명나라의 군이 움직였으며, 십이존을 비롯한 고수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황제가 빠졌음에도 그 전력의 차이가 크다 보니, 이들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장삼풍이 황제를 죽이느냐 아니면 저들이 명나라의 저지를 물리치고 황제를 구하냐는 싸움이다.
-서걱!
-크르륵!
그리고 그 싸움의 흐름은 장삼풍의 검이 황제의 팔 하나를 잘라내면서 전자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 승기가 코앞에 다다르자 장삼풍은 기다렸다는 듯 더는 황제 못지않게 끓어오르는 악의를 내리누르지 않았다.
치솟아오른 그의 악의는 놀라운 일을 만들어냈다.
일순간 그의 검에서 이르던 태극의 흐름이 뒤집혀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역태극의 순환이 이른 것으로, 이에 장삼풍은 입가에서 짐승과도 같은 비명이 일었다.
“크으윽!”
순환되는 자연의 흐름을 한순간 뒤집은 것이었으니 어마어마한 반발이 그의 육신을 찢어내듯 강타한 것이다.
-콰드득! 끄드득!
그 여파는 끔찍했다.
장삼풍의 근골 전체가 기혈과 함께 뒤틀려 버린 것이다.
일부만 그리하였어도 큰 곤경에 펼쳐질 일이 전신에 이르렀으니, 장삼풍 그가 설사 살아남는다고 한들 산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장삼풍 또한 자신이 역태극을 그리는 순간 자신이 이런 꼴이 될 것임을 알았으나, 그럼에도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퍼어어엉!
그로서 펼쳐진 한 번의 검 끝이 황제를 완전히 죽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의 천명과도 같았던 천적을 죽이는 데 성공했으니, 그로서는 더는 여한이 없었다.
“…….”
그는 소리 없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흘려내다, 눈앞이 캄캄해져 갔고 얼마 가지 않아 마지막 숨을 어렵게 내뱉으며 험난했던 삶을 끝냈다.
* * *
-본신.
-권능 분신(分身)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분신이 쌓은 카르마가 본체에게 돌아갑니다.
-후보자 후보를 소멸시켰습니다.
-제대로 된 루트가 아닌 꼬여진 변수들로 인해 소멸시킨 후보자 후보의 권능을 축적하지 못합니다.
-후보자 후보를 소멸시킴으로써 500카르마를 축적합니다.
-552카르마를 손에 넣습니다.
장일은 깨어나 여러 번 놀라야 했다.
하나는 장삼풍이 끝내 이룬 천둔검법이었다.
“아니. 차라리 태극검이라고 이르는 게 더 맞는 말이겠군.”
그렇게 이루어 낸 태극검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내기를 다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직 태극을 그리는 것만으로, 과거 혈마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황제와 홀로 맞선 것이다.
비록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그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끝내 동귀어진을 선택한 장삼풍에 놀라기는 했으나, 그로서 얻은 것은 너무도 놀라웠다.
후보자 후보를 소멸시키면서 무려 500카르마 포인트를 손에 넣은 것이다.
여기에 장삼풍 개인으로서 쌓은 카르마가 합쳐져 552카르마에 이르렀다.
작정하고 카르마를 모으려 했던 화선이던 당시 그가 모은 카르마 포인트가 겨우 91카르마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건 엄청난 수치였다.
화선이었던 삶을 기준으로 해도 6번 이상을 겪어야 겨우 모을 수 있었으며, 검존의 경우로 치면 18번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수치였다.
비록 제대로 된 길이 아니었기에, 후보자 후보의 권능을 축적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나 이에 대해 장일은 아쉬움 따위 보이지 않았다.
권능 분신만으로도 버거운 그에게 새로운 권능을 손에 넣는다고 한들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