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4
24화. 고순과 엮이다.
시작합니다.
고순과 성의가 나누는 웃음소리. 나는 그것을 뚫어지게 보았다.
아무리 내가 어리다고 해도, 나는 성의의 주인이고, 마가장의 소가주다. 나를 앞에 두고 소개조차 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었다.
오지게 쳐다보는 눈빛.
어린 꼬마가 고순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런 내 눈빛을 알아본 까닭일까? 성의가 아차, 싶어 나를 소개했다.
“고순 형님, 소개가 늦었습니다. 이분은 저희 상단의 소가주로 제가 충성을 맹세한 주인이십니다.”
“충성? 어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어린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했어??”
고순은 혀를 찼다. 성의의 사내다운 패기를 보았고,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군부도 아닌 상단에 몸을 맡겼다니 대번에 내뱉은 한탄이었다.
하지만 성의가 눈짓으로 인사하라고 주의를 주자 고순은 마지 못해 읍을 해 보였고, 뒤이어 나도 인사했다.
“상단을 이끄는 마대라고 합니다. 유명한 호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말에 고순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유명하다니요? 저는 변변치 못한 객장에 불과하지요. 또한 전장 경험이라면, 황건적 토벌에 잠시 임했던 백인장에 불과합니다. 그런 저에게 호걸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지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인 고순이 너털 웃었다.
어린 나를 향해 하대하지도, 그런다고 극상의 예를 갖추지 않았다.
어찌 보면 성의의 눈치를 보며 적당한 선에서 보이는 예의랄까?
“일단 제 소개부터 하지요. 병주 오원군 사람 고순입니다. 병주 사람인 제가 이곳에 머문 이유는, 동탁 군이 병주를 지나칠 때
황건적 토벌에 자원한 인원을 모집하기에 그리된 겁니다.”
고순의 사정. 우연히 동탁군에 자원했고 동탁군 중에서도 평판이 나름 괜찮은 장제의 백인장으로 종군했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른 말로 병주 자사 정원은 황건적 토벌에 움직이지 않았고, 서량 만큼이나 무인이 많은 병주에서 자원한 자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 고순의 설명으로 병주에 관해 배웠다.
병주의 외곽으로 이민족의 약탈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주로 흉노와 오환의 족속들이 변란을 일으키니 어찌 보며 병주의 사정과 서량은 참 많이 닮았다.
하지만 다른 걸 꼽으라면, 병주 자사 정원과 서량 자사 경비의 정치적 역량의 차이가 확연했다.
지금껏 고순의 말에 군벌이라는 단어가 나온 적 없고, 군벌이 없다는 건 병주의 정원이 모든 군권을 꽉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고순의 말속에 그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걸 눈치챘고, 황건적 토벌에서 물러난 지금은 이렇다 할 내용 없이 객식구에 불과했다.
“백인장이 임시직이었다면, 지금은 어디에 소속된 곳이 없겠습니다.”
내 말에 성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 난 뒤에 도움을 주듯 말하기도 했다.
“형님, 저희와 함께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희 가주님을 만나시면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그말에 고순이 손사래를 휙휙 내젓는다.
“허어-! 그만하게. 나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상단 호위장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나??”
“형님.”
“그만하래도. 그리고 자네도 장사치를 따르는 일은 그만하게. 원한다면 내가 병주의 관료 중에 소개할 사람도 있어.”
“형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분명 제가 마가장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네는, 자기가 가진 잠재력을 몰라? 차라리 나를 따르게. 내가 자네의 출셋길을 열어줄 테니.”
“형님.”
저들의 말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순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가진 자원 사이에 차이가 컸다. 그는 상단에 머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고순을 두고 풍류대에 오라고 했다면 대번에 거절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듣다가 보면 기회가 없는 게 아니었다.
일단, 고순이 성의에게 호감을 보였고, 마가장의 본영이 있는 농서에 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기회를 노려 마가장이 아니면 다른 곳을 소개할 수도 있었다.
나는 저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끼어들었다.
“상단 호위가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곳도 있습니다.”
“다른 곳?”
“있지요. 그리고 아직 말씀을 안 했는데, 제가 상단을 이끄는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돈 때문이 아니다?”
고순은 미묘하게 웃었다. 상인이 돈을 원하지 않는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하고 턱밑을 수염을 슥슥 매만졌다.
일단 그의 관심을 끌어낸 것은 되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나는 고순이 집중하는 걸 보고 말했다.
“지금껏 마음속 이야기를 꺼낸 적 없지만, 성의를 몰아세우니 할 수 없이 말하지요.”
그 말에 또 웃는다. 아마도 어린아이의 속내가 궁금해 웃는다는 표정.
“하하하. 그러시군요. 마가장의 소가주께서는 비밀이 많으시군요. 어디 들어봅시다. 소가주의 이야기를 듣고 발설하지 않을 테니.”
“….”
고순의 표정과 말투.
어린아이를 바라보니 저 얼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나인 것을.
나는 한나라에 관해 말했다.
전란을 계속될 것이고 황건적 토벌이 끝난 이후는 또 어떻게 변할지? 그 변화될 세상에 준비하고자 군마를 사들이고, 병사를 양성하며 앞으로 있을 파국을 넘어서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가 끝나자 고순이 턱수염을 슥슥 매만지며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처음에 보인 웃음끼는 사라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가주께 한 말씀 묻겠습니다.
혹여? 군병을 모으는 건 자립을 원하시는 겁니까? 상단의 재력과 풍류대의 역량으로 서량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서량을 갖는다면…”
“답해보시오. 소가주! 그대의 역량이 그만한 크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까?”
단순하고도 과격한 언사.
그가 내게 보였던 예의가 사라져 있었다.
고순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가? 하고 그를 뚫어지게 보았고 그가 내게 한 질문에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서량을 나 혼자의 힘으로 가질 수 있을까??
가능이나 할까?
역사를 안다고 자부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내게 일어난 일만 해도 그렇다.
성의를 얻었고, 성공영을 부하로 두었다. 역사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그런 내 힘만으로 서량에 영지를 가진 한수, 이각, 곽사, 동탁까지 밀어내고 차지할 수 있을까?
그건 미지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노릇. 또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중 목표를 두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수 있다.
무엇이 두렵던가?
그리고 지금껏 잘해왔다.
내게는 성의가 있고, 성공영도 있으며 강력한 무장인 화웅이 나를 돕고 있지 않은가. 나로 인해 세상은 변해간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순을 바라보았다. 고순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할 테지.
혹여, 고순이 제의를 거절하더라도 내가 아닌 마씨 가문의 사람이 되어도 괜찮을 테지. 그것이 비참하게 죽어버릴 고순에게, 더 나은 인생이고,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품고 고순에게 입을 열었다.
“물어보는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영웅적 기질이 있는지?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
“아신다고요? 허허허. 그거 어려운 것인데.”
“어리다고 해서 섣부른 판단을 가졌다고 말하지 마세요. 거기다가 저희 마가장이 아니면, 다른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다른 곳?”
“숙부께서 충분히 역량을 가지셨습니다.”
내 말에 성의가 동조했다. 그가 생각한 마등은 그 정도 그릇은 있다고 끄덕였다.
고순은 성의의 표정에 웃었다.
“그렇습니까? 그것 다행입니다. 그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성의의 얼굴을 보아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그 말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되었다. 성공했다. 괜찮은 무장이 숙부에게 갈 수 있다. 고순이 합류한다면 분명 역사가 크게 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고순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소가주께 한가지 충고하자면…”
“충고요?”
“그렇지요. 귀를 씻고 들어야 할 테요. 자기 근본도 모른체 변란을 주도한다고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목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그, 무슨 말씀을!!”
“그러니 다음에 말할 때는 자기 속내는 반드시 숨기셔야 할 겁니다.”
고순의 말에 표정을 구겼다. 그는 날 어린아이 취급했다. 분명 발설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평가했고, 끄덕였으며 종국에는 목을 친다고 과한 언사를 내놓았다.
그것에 성의는 놀란 얼굴을 했고, 나와 고순 사이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순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자 그것에 맞섰다. 내 의지를 포기하기도 싫었고, 지금 그에게 밀리면 숙부를 만나겠단 말도 번복할게 뻔하기에 더 그랬다.
그러자 고순이 흥미로운 눈으로 더한 기운을 내뿜는다. 어린아이를 기세로 눌러보겠다고.
그걸 바로 맞았다.
휘청. 강한 기세. 눈이 떨렸다. 미증유의 기세가 내 작은 몸을 옥죄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식은땀이 뚝뚝. 하지만 비슷한 경우를 화웅에게 당했기에 지지 않았다.
그래 와봐라.
내가 질 것 같으냐.
두 눈을 부릅뜨고 고순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시험인가.’
그런 내 생각과 다르게 고순의 더한 목소리로 꾸짖기도 했다.
“어린 것이 철이 없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지. 하지만 함부로 역성을 말한 것에 대가는 따른다.”
그 말에 항변했다.
“그건 서량을 몰라서 하는 말이요. 그대가 우리 마씨 가문이 처한 상황을 알았다면 그런 말 하지 않았을 테요. 그리고 몇 년만 지나가면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이해할 날이 있을 테지요.”
“흥! 아직도 이상한 소리를 아는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안다고 착각하는가?”
“압니다. 나는 알고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기백은 훌륭하군. 어린 몸으로 맞서는 것도 훌륭하고. 이래서 성의가 주군으로 모신 건가?”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해내야 할 일이 다르지요. 그리고 숙부를 만나겠다고 약속했으니 번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남아로서, 사내 대장부로서 약속입니다.”
“좋다. 어린 소가주가 이렇게 버티는데 약속을 거절할까?”
“좋소이다. 역시 대장부요. 그리고….”
덜덜덜. 몸이 떨렸다. 어린 내 몸에 과부하가 온 듯싶었다. 맹장의 기세를 정면으로 맞고 이만큼 버틴 것도 대단했다. 그만큼 숙부가 내게 해준 무예 수련은 훌륭했다.
성의는 나와 고순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 중간을 막고 보호했다.
“그만하시오. 형님. 이제 이야기가 끝난 것 아니요. 소가주를 몰아세우는 짓은 그만합시다.”
성의의 적극적인 보호. 그의 결의에 찬 얼굴에, 고순이 표정을 달리했다.
어떻게 든 내 무릎을 꿇리고 싶었겠지.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약속까지 받아냈고 버텼으니 이 승부에서 패배한 건 고순이었다.
고순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는 억압할 수 없고, 성의가 팔까지 벌려 막았으니 끝내야 했다. 고순은 너털 웃음을 흘렸다.
“허허허. 그 주인에, 그 부하다. 내가 졌네. 내가 졌다고.”
그 말에 성의가 눈을 부릅뜨고 답했다.
“고순 형님, 너무 하셨소. 내 주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과하게 행동하다니.”
“우리 병주에서 흔한 일이야. 아마도 서량도 비슷할 테지. 이민족의 변란이 빈번한 이곳도 강자존이 아닌가?”
“일상이지요. 하지만 다 큰 사내와 어린아이의 싸움은 아니지요. 형님은 부끄럽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허어-. 이거 민망하게 되었네. 나는 아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장수라고 생각하고 맞섰는데. 자네는 아니었나 봐?”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알았네, 알았어. 미안하네. 나는 자네의 주인과 논담을 주고받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어.”
고순의 기색이 죽었다. 불같이 밀어붙이다가 다시금 차분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성의가 예의를 갖춰주기를 원하자 고순은 나를 바라보며 포권을 취했다.
미안하다고.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그리고 약속은 꼭 지키고 갈 거라고.
그 말에 끄덕였다. 고순이 순순히 응할 사람이 아닌 걸 알았지만, 이렇게 약속받았으니 되었다.
“논답이야 언제든 환영이지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이후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내가 성장한 이후를 말했다.
오늘처럼 쉽지 않을 거라고.
반드시 고순을 이겨보겠다고.
그런 내 말에 고순이 웃는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표정으로 허허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습니다. 소가주께서 늠름하게 변해가는지 지켜보지요.”
“꼭, 그렇게 될 겁니다.”
확답했다. 밀리고 싶지도, 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고순과 떨어져 나왔고,
성의와 고순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술 이야기.
농서에서 유명한 술집이야기.
그리고 성의에게 이어진 사과까지.
나와 별개의 이야기가 있었다.
“미안하네. 내가 농서에서 술 한 잔 사지.”
“고순 형님. 무례한 행동은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알았네. 알았다고, 그러니 그런 엄한 표정은 그만이야.”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주워 넘겼다.
이것도 인연인가?
고순과 성의, 그리고 숙부에게 이어지는 인연.
고순과 방덕이 맞붙었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어른으로 성장한 마초와 고순의 승부라면 또 어떻게 변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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