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에론 대륙 사절단이 다시 광화문 광장에 섰다. 롤랑 황제와 남현수 대통령은 서로 악수를 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대접 잘 받았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저도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죠. 혹시 대통령님께서도 제국을 방문하실 건지.”
“그야 당연하죠. 폐하께서 직접 방문하셨는데 반드시 답방해야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소한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신경을 거슬리는 상황이 있었다. 집회를 불허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들이닥친 시위대들.
“하나님께서 다른 차원을 창조하셨다는 말씀은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저게 다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불신자는 지옥으로!”
“아멘! 불신자는 지옥으로!”
“이 세상에서 오로지 유일하신 분은 바로 주님뿐입니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리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계명입니다!”
“아멘!!”
장강헌 목사와 그의 광신도들이 경찰 폴리스 라인을 뚫고 광화문 광장에 기습적으로 나타났다. 에론 차원에서도 신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저들은 그걸 부정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신은 하나여야만 된다. 그래야 밥 먹고살기 때문이다.
울그락불그락 표정이 망가지는 남현수 대통령, 롤랑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걸 보니 정말 자유로운 나라임은 틀림없군요.”
“…네, 상당히 자유롭긴 합니다.”
이게 무슨 창피스런 일인가!
정당한 근거를 가진 비판이었다면 말도 안 한다. 성경에 안 나온다고 거짓말이라?
그것도 운호가 악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알려졌는데 아직도 저렇게 집요하게 버티고 있으니.
‘공권력이 너무 물러졌어.’
남현수 대통령은 결심했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정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저들이 비밀리에 들어온 불법 자금으로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무소불위의 독재 정권이었다면 찍소리도 못하고 던져 주는 밥이나 주워 먹었을 인간들이 온건한 정부를 만나니 눈에 뵈는 것 없는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드워프 사절단들은 짐이 한가득, 주로 산업용 공구들, 에론에서 가지고 온 드워프산 상품들을 경매에 올려 번 돈이 얼마인가?
아공간에 쓸어 담은 것도 모자라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가득 들고 있었다. 사실 아공간에 든 것은 죄다 맥주, 그들에겐 술이 1순위고 다른 건 아무리 신기해도 2순위지.
엘프들은 옷들과 가방, 그리고 신발 등의 패션 상품들을 가지고 갔다. 드워프들과 달리 돈 주고 산 것도 아니다. 엘프들은 그렇게 욕심이 많지 않다.
하지만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발 한 번만 입어만 달라고 그들에게 억지로 떠넘겼다. 온화한 성품 탓에 거절도 못한 엘프들, 선물 받은 것이라 두고 가지도 못하고.
아무튼 새로운 가능성의 확인, 모두가 만족했던 만남이었다. 짧은 일정이라 미련도 남고 아쉽지만 이젠 가야 할 시간, 그렇다면 차원 이동문을 열어 줘야 하는데…….
순간!
어디선가에서 나타난 고양이 두 마리, 그중 한 마리는 인솔자로 나타난 짬타였다.
“냥!”
“야옹.”
기자들의 플래시가 고양이에게 집중되었다.
촤차차착! 촤착!
“정운호 헌터 고양이다!”
“어? 뿔도 없고 날개도 사라졌네.”
“사라지긴!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걸.”
“맞아! 죄 없는 고양이에게 그런 끔찍한 누명을 씌워!”
“그런데 저 옆에 하얀색 고양이는…….”
“오, 미인, 아니 미묘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도도하게 걸음을 옮기는 짬타와 천산설묘, 에론 대륙인들도 예의를 갖춰 짬타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네요, 대공님.”
“허허, 짬타 공. 우릴 안내하려고 그대가 직접 왔구먼.”
“너무 귀여우셔요. 제가 안아 드려도 될까요?”
“캬악!”
내 거 건드리지 말라는 듯 표독스럽게 경고하는 천산설묘, 인기 있는 고양이의 삶은 이리도 힘들다.
짬타는 에론 대륙인들을 던전 안으로 이끌었다.
“또 봅시다.”
“선물 잔뜩 챙겨서 싸서 방문할게요.”
스우웅.
그리하여 에론 사절단은 일주일 동안의 한국 일정을 매끄럽게 마치고 돌아갔다.
* * *
이제 답방 준비를 할 차례, 지구인들에게 에론 대륙의 모습을 보여 줘야지.
좀 더 확실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해 드디어 운호가 전면으로 나섰다.
“출발 날짜는 정확히 언제입니까?”
“휴대 물품의 제한을 이야기하셨는데, 허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지급 물품 중에서 ID 워치는 뭐죠? 통신 장비 맞습니까? 이계에서도 통신이 가능한가요?”
“대영 그룹 측 인원은 따로 배분하셨다 들었습니다. 인원도 30명 수준이고요. 그런데 이거 특혜 아닙니까?”
벌떼처럼 몰려드는 기자들을 피해 대영 그룹 본사로 들어서는 운호,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지구인들이 에론에 갔다 오게 되면 다 알려질 일이다. 미리 스포일러 할 생각도 없고.
지금은 다른 문제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
차원 교류라는 것이 그냥 던전만 열어 주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차원 무역 거래소, 차원 연락 사무소, 차원 입출국 관리소… 갖춰야 할 토대가 너무 많다.
이권의 배분도 그렇다.
각기 다른 학문의 발전으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두 차원. 지구는 과학을, 에론은 마법을, 특화된 문명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상상도 못할 것.
일단 운호는 자신의 명의로 차원 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에론 대륙과 지구 간의 화폐를 적당한 비율로 교환해 주고 수수료도 받고, 양 차원에 공통으로 통용되는 신용 화폐도 만들고.
그건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양 차원을 통틀어 그만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직 운호 말고 누가 있을까.
다 쓸데없는 기자들의 질문이지만 간혹 대답할 필요가 있는 질문도 있었다.
“만약 사절단들이 에론 대륙으로 넘어가 체류 기간을 어기고 불법 체류하게 되면 어떻게 되죠?”
잠시 발걸음을 멈춘 운호, 그리고 질문에 답했다.
“그곳에서도 치안 체계가 있습니다. 법을 어겼으니 일차적으로 경비대원들에게 체포당하겠죠.”
“적발되지 않고 계속 숨어 있는다면요?”
“아시다시피 에론은 실제 신이 다스리는 세상이고, 차원 이동은 신의 권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불법 체류는 신의 의지를 거역하는 행위가 되겠죠.”
“그 말씀은…….”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의 징벌이 뭔지 경험하게 될 테니까.”
“…….”
현재 운호에게 악마 운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신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 알려졌다. 비록 이계의 신이긴 하지만.
교황청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에론의 신을 인정하겠다고, 또한 차원이 다르니 지구에서의 유일신 사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이원론적 사상이다. 나름 합리적인 판단.
미국 측에서도 운호에게 연락이 왔다. 여론이 뒤집혔으니 마음을 고쳐먹었나? 일단 만나 주기로 했다. 무슨 변명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그런데 얼굴을 보인 자들은 로널드 행정부 측 사람이 아니었다. 야당인 민주당, 그것도 차기 대선 후보로 예상되는 헤이든 상원 의원이 직접 왔다.
“로널드는 탄핵될 겁니다. 하원에선 우리 민주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고 탄핵에 필요한 증거 자료도 확보했고요.”
“그걸 왜 저한테 이야기하죠? 타국의 정쟁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공식적인 사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에론으로 가는 지구 사절단에 미국 쪽 사람들을 포함시켜 주십시오.”
“으흠, 당연히 친민주당 인사들이겠군요.”
“부탁드립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이 거래를 걸어왔다. 운호로선 손해 볼 것도 없는 장사, 사절단에 포함시켜 주면 된다. 힘든 일도 아니고.
현재 미국 내 여론도 로널드 행정부 공화당에 좋지 않다. 이계로 가는 지구 대표에 미국이 제외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얘긴가!
헤이든 상원 의원은 사절단에 미국을 포함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럼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터.
“그럼 합류하세요. 일주일 안에 한국으로 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과 영원한 우호 관계가 되길 희망합니다.”
“저도 늘 같은 생각입니다.”
일본도 공식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이 있었다.
에론 대륙에 납치된 일본인이 있다는 주장,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조사단을 에론으로 파견해 달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었다.
‘웃기네. 이참에 야마다에게 확실하게 정리하라고 말해야겠어.’
야마다 지로는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은커녕 지구인이라는 사실도 부정했다. 그에겐 현재 에론 대륙이 자신의 차원이었다.
명예 드워프, 항상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야마다. 그래서 운호는 일본의 주장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지구 사절단들이 에론 대륙을 방문할 때가 왔다. 광화문 광장은 인산인해, 이미 차원 이동을 상징하는 성지가 된 곳.
한국에선 대통령이 직접 넘어가고, 타 국가에서도 외교부 장관들이나 특사들이 파견되었다. 방송 장비들을 들고 에론으로 넘어가는 취재원들도 기대에 찬 표정들.
사절단 숫자보다 그들을 구경하거나 취재하러 온 사람들은 몇 배나 더 많다.
게다가 여전히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시위에 나선 일부 종교인들, 사방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니 골치가 아프다. 어서 빨리 넘어가야지.
운호는 그 소란스러운 과정에서도 목소리에 진기를 담아 크게 외쳤다.
“자, 지금부터 차원을 이동할 예정입니다. 천천히 줄을 지어서 10명씩 들어오세요.”
드디어 넘어갈 시간이다.
스우웅.
질서정연하게 던전으로 들어가는 지구 사절단, 또 한 번의 역사적 현장이 광화문에서 펼쳐졌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얻게 될 차원 교류에 대한 성과로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운호 일행이 떠난 걸 목격한 장강헌 목사는 불안감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왜 더 이상 연락이 없지?’
최고의 끈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미국 정부면 말 다했지. 그런 배경을 뒤에 세우고 있는데 감히 한국 정부가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있나?
그래서 더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금전 지원은 확실했고, 미래의 보상도 점점 커져 갔다.
그런데 순식간에 달라진 상황.
그 커다란 뒷배는 연락을 끊었고, 이젠 한국 검찰에서 움직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젠장!’
그러나 장강헌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모든 걸 종교 문제로 비화시켜 맞선다. 검찰 수사도 종교 탄압, 세무조사도 종교 탄압, 언론이 뭐라고 해도 종교 탄압, 우기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신도들이 잘아서 대신 싸워 줄 것이고.
그런데 바로 그때!
‘음?’
띠링, 띠링, 띠링.
이쪽저쪽에서 울리는 스마트폰 메시지 광화문에 모인 일반 시민. 경찰들, 기자들, 그리고 교인들이 자신의 폰에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장강헌의 폰에도 울렸다.
‘영상이 첨부된 메시지? 무슨 영상이야?’
그래서 열어 보니…….
-뭘 망설이나? 실행해! 내 말 한마디면 빤스라도 벗을 신도들이야. 벌써 몇 명 벗겨 봤고, 낄낄낄.
-두당 10만 원? 돈을 길바닥에 버리려고? 개돼지들 부리는 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
-반만 지급해. 5만 원씩 줘도 충분해. 그리고 식사비로 만 원, 그리고 헌금으로 만 원씩 거두고.
-집회 인원이 충분치 않다고? 그럼 관광이나 가자고 꼬드겨 와. 어차피 늙어 가지고 사리분별도 못하는 늙은이들 아닌가.
-미국이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돈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일장기도 가지고 나가서 흔들어.
-일본이 어때서? 얼마나 고마운 나라인데 은혜를 잊으면 쓰나? 난 아직까지 일본이 다시 우릴 지배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너무 놀란 나머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장강헌, 생생한 화질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마저 선명하게 찍힌 영상이었다.
주위의 눈초리가 따갑다. 싸늘한 경찰들의 눈초리, 기자들도 자신을 비웃고 있었고, 심지어 교인들의 태도도 심상치 않다.
“이게 다 거짓말…….”
퍽!
변명하려던 장강헌의 얼굴에 먹던 김밥 한 덩이가 날아왔다.
“종교 탄압……!”
퍽! 퍽! 퍼버버벅!
김밥 조각은 시작, 장강헌이 선 연단에 온갖 쓰레기들이 투척되었다. 물병, 휴지 뭉치, 음식물, 냄새나는 신발에 가래침까지.
발신자도 없는 영상이었다. 아마 추적도 못할 터, 운호의 지시를 받은 AI 위성이 저지른 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