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39
39화 더러워서 한국 뜬다 (1)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다. 겨우 결정석 몇 개 팔아 번 돈이 43억, 정말 용돈 수준.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번다. 하지만 그 성공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없다.
‘원래는 있었지.’
과거 운호도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애가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아니지.
‘내 애가 아니었을 수도…….’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친다.
아무튼 결혼 생활은 망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고.
부모님들도 일찍 돌아가시고 왕래하는 친척도 없다.
외로운 남자가 돈이 생기면 뭘 하나. 집은 이미 샀으니까, 그럼 하나밖에 없네.
‘자동차나 한 대 사는 거지, 뭐.’
그런데 갑자기!
지이잉.
스마트폰이 울린다.
누구지?
“여보세…….”
-한경 일보 박철수 기자입니다. 운호 재단에 대해 몇 가지…….
뭐야?
요즘 들어 이런 전화가 꽤 많다.
뚝!
끊어 버리면 되지만
지이잉.
또?
-던전 기획 경제부 결정석 관리국 전수영 과장이라고 해요. 다름이 아니라…….
뚝.
그냥 전원을 꺼 두자.
스마트폰을 끄고 운호는 상봉동 건물 1층 홀에서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100인치 대형 TV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웹브라우저를 실행해 자동차 견적 사이트에 접속하는 운호.
일단 해외?
한참을 검색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안 나온다.
저 회사는 연비를 속였고, 이 회사는 가스 배출량 속였고, 일본 차는 처음부터 논외, 요즘 국산도 잘 나온다던데…….
‘신차가 나왔나?’
있다. 성일 자동차, VG-900.
오! 잘 빠졌다.
그럼 최상위 트림으로 선택.
‘1억 8천…….’
운호의 입장에선 저렴한 자동차다. 그러나 옵션으로 넘어가면 요지경이 펼쳐졌다.
선택 옵션의 종류는 한 가지.
‘마나 옵션이라.’
마나 강철이 차체에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
‘뭐지? 7억이라고?’
프레임에만 마나 강철이 들어갔는데 그 가격이다.
그럼 전체를 마나 강철로 선택하면…….
“미친……! 15억?”
자동차 한 대 가격이 그렇다. 슈퍼 카도 아니고, 그냥 국산 차인데.
‘하긴, 마나 강철이니까.’
마나 강철. 마나 철광석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지만 그걸 제련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
원래 Fe 품위 자체가 낮은 광석, 짜내고 짜내야 한다. 그걸 위해 마나 강철 제철소가 따로 있을 정도니 그 과정에서 가격이 수십 배 이상 뻥튀기되는 것이고.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난다.
왜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나?
신화 그룹의 영향력이 얼마나 센지 운호도 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끌고 있었다. 마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처럼.
가장 큰 불만은 정부나 사법부의 태도. 내 조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였나? 일개 기업이 저지른 불법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니.
조금 더 기다려 보다가 안 되면 직접 나서야지.
“저 차, 지금 주문해도 6개월은 기다려야 할걸요?”
지훈이 왔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할아버지에게 전화 좀 해 봐. 이거 빨리 땡겨 탈 수 있는지.”
“어우! 저 그런 거 싫어하는 줄 알잖아요. 이거나 받으세요.”
정지훈이 운호에게 종이뭉치를 건넸다.
“뭐야?”
“이거, 제 창작 소설. 3권짜리고요, 총 6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아직 미완. 그리고 형이 부탁한 반전 각색소설.”
“원작은?”
“람보요.”
“람보? M60 중기관총 들고 막 갈기는 영화?”
“네, 그거 알고 보면 반전(反戰) 영화예요. 주인공은 마법사로 바꿨어요.”
“…람보가 마법사라고?”
“네, 반전도 좋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죠.”
무슨 미국 만세 영화가 반전이야! 뭐, 반전 메시지가 슬쩍 들어가 있긴 하다.
지훈이가 쓴 창작 판타지 로맨스는 먹힐 것이다. 좀 전에 확인하지 전체 투베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니. 온갖 막장 판타지가 판치는 한국에서도 말이다.
“참! 할아버지가 뭐 좀 받아 오라고 하던데. 결정석인가?”
“크기가 주먹만 한 것이 네 개인데 어디다 넣어 갈래?”
“그냥 비닐봉지에 넣어 주세요.”
역시 희한한 놈이다. 그게 얼마짜리인 줄 알고 저러나.
“옜다.”
슥! 슥! 슥! 슥!
허공에서 나타난 고농도 결정석 네 개.
“어?”
정지훈은 눈이 희번덕 돌아갔다.
“혀, 형님! 호, 혹시 그, 그거……?”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
“허어억! 하, 한 번만 더 보여 주세요.”
슥!
원고 뭉치를 아공간 팔찌에 넣는 운호.
“오오오오! 아공간! 아공간 맞죠?”
“왜? 하나 갖다 주랴?”
고개를 사정없이 아래위로 흔드는 정지훈. 거의 기절할 지경.
그래, 넌 받을 자격이 있지.
전에 쓰던 거나 갖다 줄까?
“혀, 형님! 정말이죠? 물리기 없기!”
“저리 가, 귀찮아!”
“혀엉님!”
바로 그때!
콰당!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철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대영 길드 헌터. 무슨 일이지?
“우, 운호 님!”
“왜요?”
“전화가 되지 않아서…….”
참! 휴대폰 꺼 놨지.
“일단 전화 받아 보십시오.”
운호는 대영의 헌터가 준 전화를 받았다.
정휘선 회장이었다.
-이 사람아! 어째 연락이 이리 힘든가! 아까는 잘되더만.
“그게… 웬일이세요?”
-급하니까 본론만 이야기하지. 일단 피하게. 검찰에서 자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어. 곧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거야.
구속 영장?
뜬금없이…….
“무슨 죄로요?”
-그놈들이 죄가 있어야 사람을 잡나? 만들어서 잡지. 표적 수사네. 그러니 어서 피하게. 일단 중국으로 가서…….
대체 왜?
“검찰? 신화 그룹이 연관되어 있나요?”
-그렇기도 하네만,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야. 내가 힘에 눈이 멀었어.
“잘못이라뇨?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꿀꺽.
스마트폰 너머에서 침을 한번 삼킨 정휘선 회장.
-활력 반지는 귀중한 물건이지. 자격이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해. 그래서 아무나에게 주지 않았네. 인간이 덜된 놈들이 그 반지를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늙어서 나쁜 짓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놈들이 반지를 가지게 되면? 간청을 해도 절대 팔지 않았어.
“잘하셨어요. 그런 놈에게 팔면 안 되죠.”
-하지만 만만치 않은 놈들이야. 평생 남을 짓밟으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온 놈들이지. 우습게 보면 안 되네.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면?”
-누구겠나? 야당, 여당, 사법, 입법, 행정, 재계 등에 숨은 요괴들이지. 검찰 총장은 놈들의 도구일 뿐이야. 멍청한 놈이지. 부려 먹기 딱 좋은 놈.
이제 알겠다.
더러운 권력자들이 눈이 멀었다. 놈들의 추악한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야 하는 놈들. 남을 짓밟아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야 하는 놈들.
언젠가 이런 문제가 불거질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냥 두면 안 돼!’
차원 보따리상 일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이거 어디 마음 놓고 장사하겠나!
‘확! 힘으로 밀어붙여? …흐음, 아직은 시기상조고.’
운호도 공권력을 상대하기엔 부담이 있다.
던전과 헌터들이 출현하자 각국 정부에서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은 헌터들의 통제 방법을 찾는 것. 대마물용 무기보다 대헌터용 무기가 더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마나 EMP탄 같은 경우엔 효과가 5클래스 마법 주문인 캔슬레이션과 유사하다.
‘착각에서 벗어나게는 해 줘야지.’
이렇게 밀어붙이면 결국 굴복할 거라는 착각 말이다.
운호는 결심했다.
“지훈아! 넌 빨리 이 결정석 가지고 회장님에게 가!”
“아! 혀, 형님은…….”
“빨리!”
“알았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회장님!”
-어, 말해 보게나.
“이렇게 하죠. 먼저…….”
* * *
정지훈이 떠나고 1시간쯤 지나니 바깥이 시끄럽다. 결국 영장이 발부되었나?
잠시 후!
콰앙!
철문을 부수고 들이닥친 대헌터 진압 특공대. 온갖 무기와 장비를 주렁주렁 걸치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수사관들과 검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저 새끼는…….’
검사들 뒤에 숨어 자신을 요모조모 관찰하는 쥐새끼, 아는 놈이다.
“정운호 씨? 당신을 헌터 등급 허위 신고죄로 긴급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운호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손들어!”
“안 들건데?”
“꼬,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움직일 건데?”
경고를 무시하고 던전 게이트 앞에 선 운호.
그 모습에 검사가 발끈했다.
“씨발, 헌터 새끼가 감히 건방을 떨어? 제압해!”
결정석 무기가 불을 뿜었다.
타탕! 탕탕! 타타탕!
[아뮬렛에 인챈트된 실드 마법이 자동 발동됩니다.]인챈트 실드뿐만이 아니다. 운호는 스펠 세이브에 저장된 실드 주문을 10개 넘게 몸에 중첩시켰다.
실드! 실드! 실드……!
후두두두둑!
힘을 잃고 떨어지는 탄환들.
“어?”
“왜… 아! 스킬?”
“마나 EMP탄!”
특공 대원 한 명이 운호를 향해 커다란 저격총을 겨누었다.
“쏴!”
쾅!
슈욱!
대구경의 마나 EMP 총탄이 운호의 실드에 적중하자마자 터져 버렸다.
파아앗! 팟! 팟! 팟!
‘음?’
마나의 흐름을 단번에 끊어 버리는 마나 EMP탄.
그 많은 실드 보호막이 EMP탄 한 발에 모두 벗겨졌다.
요동치는 오러홀, 마나 감응력도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구나.’
위력은 대충 알겠다.
그럼.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기다리고 있을 게.”
운호는 뒷걸음질 쳤다. 그의 뒤엔 던전이 있었다.
의도를 알아챈 검사가 급하게 소리쳤다.
“안 돼! 막아!”
타타타탕! 탕! 탕!
스우웅.
하지만 이미 던전으로 사라진 운호.
“어…….”
“어떡하지?”
영장 집행을 위해 출동한 검사는 난감하다는 표정. 지금 던전으로 따라 들어가면 놈이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건데, 만만한 놈이 아니다. 금춘복도 잡은 놈.
그래서 특공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특공대, 빨리 진입해!”
하지만 모두 머뭇머뭇, 과연 누가 먼저 총대를 메나?
그러자 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신형섭이 나섰다. 검과 방패를 비껴 메고 말이다.
“우리가 처리하죠.”
“아!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신형섭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의외로 빨리 기회가 왔다.
놈과 단둘이 있을 시간이 필요했는데…….
신형섭은 혼자 오지 않았다. 신종호 회장이 붙여 준 S등급 헌터 두 명과 함께 왔다. 조력자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감시하는 임무가 가장 크겠지.
S등급만 세 명이다.
어차피 두 명과 먼저 싸우게 될 터. 자신은 뒤에서 어부지리를 노린다. 그리고 놈을 제압하고 반지의 출처부터 알아낸다.
“갑시다.”
“먼저 가시죠?”
“에이, 도련님, 너무 하시네.”
“그럼 동시에.”
“그럽시다.”
서로 눈치를 살피다 결국 동시에 던전으로 진입하는 세 사람.
스우웅.
황급하게 방어 자세부터 취했다.
“조심!”
“헛!”
“…….”
운호는 피식하고 웃었다.
“뭐 하냐?”
“음?”
“어…….”
손가락질로 신형섭을 가리키는 운호.
“너 신형섭이지? 잘 만났다.”
“이 새끼가… 쳐!”
신종호의 S등급 개인호위 헌터 두 명이 운호에게 먼저 몸을 날렸다.
[트윙클의 체술 신속 질주를 발동합니다.] [트윙클의 체술 쾌도 난투를 발동합니다.]빨리 처리하자.
경고는 해 주고 넘어가야지.
더러워서 한국 뜨고 만다.
* * *
정휘선 회장은 책상 위에 놓인 기간 한정 따듯한 활력의 반지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운호에게 15개를 받아 그중 6개를 팔고 남은 반지가 9개.
‘이 아까운 것들을 다…….’
하지만 결심을 굳힌 듯 대형 절단기를 꺼내 반지를 자르는 정휘선 회장.
썩둑, 댕그랑!
썩둑, 댕그랑!
“영상은 잘 찍고 있나?”
“네, 회장님.”
“그래, 계속 찍게나.”
활력의 반지는 마법이 인챈트되었지만 그것만 빼면 그냥 보통 반지다.
너무나 허무하게 절단기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잘려져 나가는 반지. 더불어 반지 표면에 새겨진 인챈트 마법진이 복구 불가능하게 손상되었다.
썩둑, 댕그랑!
이후 손자 정지훈이 가지고 오는 680대 매릭스 고농도 결정석도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다.
모두 파기! 싹 다!
‘쯧! 자업자득이지.’
촬영한 영상은 편집을 거쳐 익명의 너튜브 계정에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수많은 게시판에 뿌려질 테고.
놈들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활력의 반지들이 절단기에 의해 잘려 나가는 광경을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결정석은 가루조차 만질 수 없을 터.
영상의 제목은 대충.
더 이상 한국에서 활력 반지와 고농도 결정석은 국물도 없다.
이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