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66
66화 드워프 라이더
운호는 딮월드에 둥지를 틀었다.
와일드스톤은 자신의 재량으로 딮월드에 운호의 거처를 제공했다.
운호의 입장에선 더할 수 없이 적합한 곳. 술 창고라는 특수 던전도 있어 이동도 자유롭고 격의를 따지지 않는 드워프들과 지내는 것도 편하다.
짬타도 마음에 드는가 보다. 드워프 아이들과 딮월드 곳곳을 누비며 다니고 있다.
운호와 드워프들은 날마다 모여 스쿠터 양산화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미 가지고 온 스쿠터 중 한 대는 완전하게 분해되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형태를 그대로 만드는 거야 문제도 아니고.”
“플라스틱이란 물건은 다 합금으로 대체하자고.”
“무게와 강도가 중요해. 이것저것 섞어서 실험을 해 봐야겠군.”
야금술로 따지면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드워프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금속 차체를 플라스틱보다 더 가볍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 터.
“모터라는 물건은 너무 복잡하군. 이 전기 장치라는 것도 제대로 재현할 수 있겠나?”
“왜 똑같이 만들려고? 어차피 모터라는 것이 동력을 이용하여 축을 회전시키는 원리 아닌가. 변속이야 톱니바퀴를 이용하고…….”
“그래, 모터든 뭐든 돌아가면 되기야 하지. 골렘이나 컨베이어벨트처럼.”
“동력도 결정석을 이용하면 되겠군.”
“인챈트 마법이 필요하겠네?”
“그거야 뭐.”
드워프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인챈트 마법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무구들은 죄다 마법 아티팩트다.
운호가 가지고 온 활판 자동 인쇄 기계를 보며 제각각 한마디씩.
철커덕, 철커덕.
“쯧쯧, 역시 마법사가 만든 건 1차원적이야. 그래도 칭찬해 줄만 해.”
“활자판을 두 개 만들어서 동시에 찍는 것이 낫지 않나?”
“아니야. 상하 운동으로 찍는 것보다 롤러 같은 걸로 굴려서 찍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활자판을 둥글게 만들어서 종이를 끼워 넣으면?”
“그럼 더 빠르게 찍을 수 있겠네.”
참고해 보라고 가져온 활판 자동 인쇄 기계인데, 드워프들의 발상은 차원이 다르다.
“부품을 만드는 데 응용하자고, 자잘하고 간단한 부품은 이렇게 자동 기계를 통해 생산하는 것이 좋겠어.”
“그래, 중요한 건 부품의 규격화야. 이러면 정확한 수치로 제작이 가능하겠네.”
그러나 자신만만한 드워프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부품이 하나 있었다.
“허허, 이건…….”
“그래, 이건 정말 어려워.”
“대체제가 없지 않나.”
그것은 바로 바퀴, 즉 타이어였다.
합성 고무는 고난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화학과 관련된 분야. 에론 대륙의 연금술 수준으로는 아직 어렵고.
“바퀴 문제만 해결되면 도로를 매끄럽게 까는 거야 문제도 아니야.”
“신탁자가 말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이면 가능하지.”
“원료야 걱정할 것 없지만…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겠구만.”
“골렘은?”
“골렘이라… 그것도 괜찮지.”
에론 대륙으로 콘크리트의 원료가 되는 석회석은 비교적 풍부한 편.
‘어쩔 수 없네. 방법을 찾을 때까지 바퀴는 직수입해서 물량을 공급해야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터, 성급하게 진행시킬 이유도 없다.
운호는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했다.
먼저 지구로 돌아가 스쿠터 100대를 주문했다. 아무리 아공간이 있다 해도 100대를 한꺼번에 가지고 오는 것은 무리, 그래서 세 번씩 나눠서 들고 왔다.
스쿠터를 타려는 드워프들은 넘치지만 102대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서로 가지겠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와일드스톤은 스쿠터 개인 소유 금지를 선언해 버렸다.
“신탁자가 가져온 탈것은 공동 소유야! 너희들이 직접 만드는 건 몰라도!”
이제 공동의 소유가 된 스쿠터, 드워프들은 힘을 합쳐 스쿠터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다.
바퀴 문제도 해결했다.
지구에 갔다 오는 김에 대영 모터스 공장에 들러 스쿠터 바퀴를 500쌍, 1,000개를 주문한 것. 상봉동 자택에 배달을 해 달라고 했으니 틈날 때마다 조금씩 관세 결제로 가져오면 될 것 같고.
[스쿠터용 바퀴 1,200pt.]‘바퀴는 공짜로 하면 안 돼. 거래 대상으로 해야지.’
대금은?
당연히 결정석.
보따리 풀었으면 다른 걸로 채워 가야 한다.
그것만 가져왔나?
진정한 소주 맛도 보여 줘야지.
증류식 소주를.
[증류식 소주 일품두꺼비 40도 24pt × 3,000]희석식은.
[희석식 소주 찬이슬 17도 12pt × 3,000]안주로 먹을 통조림은 이미 가져왔고.
술과 통조림은 서비스다. 드워프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일종의 뇌물 같은 것.
전면적인 협조를 약속받았지만 그걸로 안심할 수는 없다. 앞으로 그들에게 부탁할 일이 너무 많다.
[스쿠터용 안전 헬멧 50pt × 100] [라이더용 고글 34pt × 100]스쿠터용 헬멧과 고글도 사 오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물건들도 많이 챙겨 왔다.
옷가지나 신발, 비교적 관세가 덜 나가는 물건들.
그 과정에서 공간이 더 필요해 아공간 가방을 몇 개 더 구입해서 관세를 결제했고, 비용이 제법 들었지만 20% 인하의 혜택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부터 업적 보상은 무조건 관세 인하로 해야겠네.’
그리하여 또 한 번의 잔치가 벌어졌다.
컨베이어벨트에 통조림과 소주들을 쫙 깔았다. 드워프들은 소주, 특히 증류식 소주에 열광했다.
“오! 입에 쩍쩍 달라붙어.”
“이, 이게 소주라고? 말도 안 돼!”
그렇다고 희석식 소주가 인기 없는 건 아니다. 드워프들은 술을 가리지 않았다.
통조림은 또 어떻고!
딮월드 곳곳에서 흥겨운 술판이 벌어졌다.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술과 통조림이 오면 냉큼 집어서 마시고. 마치 신라 말기에 귀족들이 즐겼다던 포석정 연회 같았다.
와일드스톤, 부족의 장로들과 따로 자리를 가진 운호.
자신의 계획을 설명할 필요도 있고, 이곳 로산트 제국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있고, 그래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흔한 스토리였다.
강력한 절대 권력을 꿈꾸는 황제, 그걸 견제하려는 귀족 세력, 그 사이에서 어디 붙을까 눈치를 보는 상단, 그리고 서클 마법과 클래스 마법의 갈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히고설켰다.
표면적인 얘기만 들었는데도 머리가 아프다.
전쟁을 막을 수나 있을까?
‘전쟁이 신의 뜻이라면 일개 인간의 힘으로 막는다는 것이…….’
또한 이 판에 뛰어들어 뭐라도 해 보려면 힘과 세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 현재로는 분석조차 힘들다.
‘뭐,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
먼저 황제를 만나 보자. 9서클 마법사라는 그림워커도.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고, 또한 도로 건설에 대해 합의도 해야 한다.
도로 건설은 국가적 규모의 토목공사다. 수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
황궁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 *
드워프 지구, 딮월드 입구에서 거대한 철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사람들,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벌써 며칠째인가? 언제 문이 열릴까? 신탁자를 만날 수나 있으려나?
황궁 마법사 그림워커도 마찬가지 하루에도 몇 번씩 닫힌 문을 보면서 고민했다. 그냥 뚫고 들어가? 하지만 긍지 높은 드워프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하고.
바로 그 순간!
쿠구구구궁!
드디어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철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 드디어…….”
“어허, 밀지 마!”
“내가 먼저 왔다. 비켜!”
서로 자리를 잡기 위해 별짓을 다하는 사람들, 야단법석, 아비규환이었다.
그런데!
위이잉, 위잉, 윙! 윙! 위잉…….
무슨 소리지? 벌떼가 날아드나?
그리고.
핏! 핏! 핏…!
기이한 소리와 함께 컴컴한 동굴 안에서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
“뭐야?”
“무, 무슨…….”
사람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불빛 하나가 동굴 밖을 빠져나온다.
위이잉.
드워프였다.
부족장 와일드스톤이 능숙한 운전 실력으로 스쿠터를 타고 나타났다. 그의 표정과 행동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큼!”
바구니에서 든 헬멧과 고글을 꺼내 착용하는 와일드스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말을 잊었다. 그저 입만 벌리고 멍하니 쳐다볼 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왠지 멋있다.
스쿠터를 탄 드워프는 와일드스톤만이 아니었다.
뒤따라 동굴 밖에서 나오는 100여 대의 스쿠터. 드워프들은 모두 다 헬멧과 고글을 쓰고 있었다.
위잉! 위이잉! 윙! 윙! 윙윙윙! 위잉, 위이잉, 윙!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핸들을 잡고 있는 100명의 드워프 라이더!
그들이 타고 있는 화려한 스쿠터들이 리들쓰론 도로를 꽉 메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대, 대체 저거 뭐야?”
“신탁자가 타고 왔다던 그 이상한 탈것 맞지?”
그리고 드워프들은 리들쓰론의 도로를 질주했다.
슈웅! 슝! 슈우웅! 우우우우웅!
100여 대의 스쿠터, 100여 명의 드워프 라이더.
“오!”
“아!”
“와! 세상에…….”
드워프가 탈것을 타고 있는데 저렇게 멋지다니!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허허허허허허!”
그림워커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신탁자가 벌인 일이겠지.’
처음에 이상한 탈것 한 대를 가지고 왔다고 들었다. 던전 안에서 그 비슷한 걸 봤다고도 들었다. 신탁자의 고유 능력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탈것?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봐야 고작 한 대뿐이고 말과 마차도 있는데.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차원이 다르군.’
도자기, 만년필, 소설책…….
이미 바리안 왕국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뤄 냈나? 그것만으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빙산의 일각이었군. 지금 저것도 일부분이겠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신탁자 그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
그런데 신탁자는 대체 어디 있지? 아직 딮월드에 있나?
운호는 이미 동굴 밖을 나왔다.
모두가 드워프 라이더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무렵 홀로 유유히 빠져나온 것이다.
‘바로 황궁으로 갈까?’
그때 그의 눈에 화려한 로브를 입은 한 명의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음… 대단하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적인 아우라!
‘…사람이야?’
도무지 인간 같지 않다. 드래곤이 폴리모프했나?
혹시 9서클 마법사라는 그림워커, 그 사람일까.
갑자기 중년인도 뭔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운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저벅저벅 다가왔다.
운호는 피하지 않았다. 그가 그림워커라면 시간도 절약될 것이고.
“그대가… 신탁자?”
“그림워커 님?”
“반갑소. 정말 많이 기다렸소.”
그림워커가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운호도 그 손을 맞잡았다.
또한 운호의 품속에서 잠을 자던 짬타도 고개를 내밀었다.
“냥?”
* * *
운호와 그림워커의 만남, 당연히 꺼려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림워커가 신탁자를 만났습니다.”
“으흠, 역시 변수였군. 그것도 아주 성가신 변수야.”
지상 최강의 마법사라고 불리어지는 그림워커였다. 무려 아홉 개의 압축된 마나띠를 심장에 형성하고도 거뜬하게 살아 있는 자. 같은 수준의 클래스 마법사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 신탁자까지 붙었다?
‘변수가 제거되지 않고서는 일을 도모할 수 없어.’
클래스 마법이 서클 마법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건 언제부터였나. 바로 에론 대륙에 던전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던전에서 나오는 신기한 물건들, 그것들을 바탕으로 클래스 마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해 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마법 주문 저장 장치로 불리는 스펠 세이브.
한계 극복 과정에서 신탁자들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탑은 저마다 신탁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던 클래스 마법.
하지만 현재에 와서 신탁자들의 효용성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매번 똑같은 신탁자들, 비슷한 수준, 판에 박힌 능력,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 신탁자는 조금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사실 그를 포섭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연합이 구성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존재만으로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을 터.
‘놈을 차지하기 위해 애써 조직한 연합이 와해될 가능성이 커.’
그러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모두 중단시킨다.”
“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신탁자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해. 총력을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발전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또한 변화는…….
‘필요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