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주인님?
운호는 돌아오자마자 민기철 대영 길드장에게 희소식을 들었다.
“스킬북을 얻었다고요? 광부 조합 지구에서?”
“네, 광맥 탐지 스킬북입니다.”
그깟 광맥 탐지 스킬북 따위가 뭐가 희소식이냐 하겠지만.
“그래서 마나 철광산 발견했습니다.”
“아!”
“정부와 협의해서 던전 소유권 대영 광업으로 이전 완료했고요.”
대영 광업은 UH 재단이 지분 100%다. 운호의 소유나 마찬가지.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네.’
솔직히 마나 골드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 묘한 감정이었다.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오룡 던전, 그 철광산은 사라졌지만 새로 하나 생긴 셈이 되었으니.
아무튼 철광산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 줄 것.
가지고 온 결정석이 다 팔리면 차원 기여도 점수도 어마어마할 터.
‘곧 300만 점 넘겠어.’
차원 기여도 점수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20% 관세 할인이라 더더욱 금상첨화.
1만 점 이하 결제할 때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10만 점 결제부터 쏠쏠하게 남더니 100만 점 정도 결제를 하면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점수가 많다고 막 써 버리면 안 된다.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해야지.
‘클래스나 더 올려 볼까?’
6클래스에 올라서는 데 필요한 점수가 100만 점.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 백만 점이야 금방 얻는다.
또한 올려 봐야 알겠지만 7클래스 돌파는 1,000만 점이 넘을 것 같다. 마도사라는 명칭이 붙는 7클래스, 그 정도면 마탑 하나를 책임져도 될 실력.
하지만 8클래스, 9클래스가 수두룩한 에론 대륙에서 7클래스까지 올린들!
보따리상은 보따리상으로서의 역할이 따로 있다. 차원 기여도 점수도 용도에 맞게 써야 하는 거고.
‘아니지. 업적 달성으로 관세 인하 효과를 한계까지 적용시켜 보고 나서.’
그런 다음 클래스 상승을 고민해 보자.
생각한 김에 다음 아이템이나 알아볼까.
철로나 도로 건설은 너무 큰 기반 사업. 제대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렇다면 일상 생활 용품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생각해 둔 아이템이 있긴 한데…….’
오기 직전 골드리안 상단의 윌리엄이 관심을 보인 물건.
‘내가 입은 옷에 유독 관심을 보였지. …옷이라, 그럼 패션 사업?’
윌리엄은 촉이 좋다. 이익이 될 만한 물건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자신이 입은 옷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면?
에론 대륙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로산트 제국조차 의복의 발전은 더딘 편이다.
물론 모직도 있고 면직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수작업이라는 것이 문제. 생산량이 매우 적다.
평민들이 평생에 입는 옷이 몇 벌이나 되겠나? 30벌? 조금 더 넉넉하면 50벌? 의복에 드는 비용도 전체 생활비에서 매우 높은 비율.
다음은 의복 사업으로 간다. 첫걸음은 옷감의 대량 생산부터.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따라 그리면 된다. 그만큼 쉽다는 의미.
산업 혁명 당시 대량 생산의 시작점이 된 상품 면직물, 에론 대륙에서도 목화와 같은 식물은 존재한다. 거의 비슷하다.
방향도 정해졌다.
방적기와 방직기.
‘기계를 구해서 가지고 가자.’
하지만 어떻게 구한다? 될 수 있으면 산업 혁명 당시 초기 모델이면 좋겠는데, 조금 개량된 것도 좋고.
‘할 수 없네.’
또 지훈이 써먹어야지.
자 큰 그림은 그렸고, 이제 색칠을 해야지. 에론 대륙 사람들에게 옷에 대한 욕망을 자극해 보자.
보따리의 기본이자 지금도 보따리 하면 떠오는 것. 바로 옷 보따리다.
하의는 청바지로, 상의는 간단하게 맨투맨.
신발도 빼먹으면 안 되지. 평범한 활동화, 군대에 납품하는 그런 종류 말이다.
또 보따리 쌀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돼지야!”
“냥?”
“우리 동대문 가자.”
“냥!”
청바지 종류가 얼마나 많나.
일단 견본부터 보고 가지고 갈 품목을 정해야지.
운호는 짬타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굳이 따라나서겠다는 대영의 헌터들을 말리고는 차를 몰았다.
대영 헌터들의 주제 파악은 이미 끝났다. 자신들보다 저 고양이가 더 강하다. 그냥 집에서 도둑이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는 것이 주어진 최선의 임무다.
* * *
중국에서 온 정보 요원 펑시안도 아파트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목표물 지금 위치는?”
-동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동쪽? 알았어. 모두 동쪽으로 이동해서 계속 추적해.”
운호를 감시하는 중국인은 펑시안뿐만이 아니다. 약 100여 명의 감시요원들이 서울 곳곳에 깔려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그렇게 될 것이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 무려 SS급의 헌터가 나섰으니까. 중국 헌터 명단에도 없는, 외부에도 절대 알려지지 않은 헌터가 말이다.
그래서 헌터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
* * *
운호는 차 안에서 블루투스를 이용해 정지훈과 통화 중이다.
-아니, 형! 방직기 산업 혁명 초기 모델요?
“어, 방적기도 같이.”
-그걸 어디서 구해요? 박물관에 가야 있지. 구해도 작동이나 하겠어요?
“재벌 3세가 그것도 못해?”
-네, 못해요. 그건 그렇고 요즘 왜 글 써 달란 말 안 해요? 내 글 망했나?
“그런 건 아니고…….”
자생적인 창작자가 나타나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을 하긴 힘들다.
당근을 던져 줘야 하는데.
“야! 설마 내가 공짜로 부탁하겠어?”
-…뭘 줄건 데요?
“뭘 원해?”
-…….
잠시 동안의 침묵, 그런데 느낌에 쎄하다. 분명 바라는 것이 있는 눈치.
정지훈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허, 헌터요.
“헌터를 달라고? 사람이 무슨 물건이야?”
-아뇨. 헌터가 되고 싶다고요.
“…뭐?”
“냥?”
이거 난감하다.
철이 약간 없긴 하지만 세상 착한 놈이 바로 정지훈. 언데드와 맞서 싸우고 죽이고, 이런 건 싫어할 줄 알았다.
확실히 그 나잇대 남자의 로망이 헌터이긴 하지만.
-사실 예전부터 던전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거든요.
“야! 아무리 나라도 일반인을 헌터로 만드는 게 가능할 줄 알았어?”
-왠지 형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알았지? 이놈도 촉이 좋다.
방법은 있다.
‘에고 가이드라면…….’
그 안에 든 여러 부정적인 마법만 걷어 내면 정지훈이 익혀도 문제가 되지 않을 터.
그런데 에고 가이드는 클래스 마법에 속하는 영역.
‘미오 론티아를 만나 부탁해 봐야겠네.’
트리플 슬롯이 아니라 더블 슬롯이면 충분할 것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 허락은?”
-받으면 되죠.
“그래, 한번 알아보자. 대신 정휘선 회장님 허락은 반드시 받아야 해.”
-오! 감사합니다, 운호 형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기계나 확실하게 구해 봐! 설계도를 구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아 참! 그리고 신간도 써 줘! 전에 썼던 마법사 람보처럼.”
-넵!
사실 따로 알아봐도 된다. 주변에 정지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가서 애머전의 레프 매덕스에게만 부탁해도 바로 앞에 대령해 줄 것이다.
굳이 정지훈에게 부탁하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운호의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지훈밖에 없고, 친동생 같은 놈의 부탁도 거절하기 싫고.
운호의 차가 어느덧 동대문 쇼핑몰에 도착했다.
* * *
“동대문이라고? 뭐야, 이번엔 옷이라도 살 모양이야?”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다.
장난감 가게에 가질 않나, 백화점에 갔다가, 이번엔 동대문?
“주차 타워에 차를 올렸단 말이지? 그럼 멀리서 들키지 않게 감시하고 있어. 류웨이 님 도착할 때까지.”
정운호를 감시하고 있는 자들은 모두 일반인들, 마나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또 미행에 도가 튼 이들이기 때문에 들킬 일도 없지.
펑시안은 전화를 끊고 새로운 번호를 눌렀다.
“네, 류웨이 님. 목표 대상에 접근할 기회가 왔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위치를 전송하겠습니다.”
펑시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류웨이와 정운호가 만나기만 하면 작전은 성공이다.
주위에 방해자도 없으니 만남은 시간문제.
이제 곱게 회유해서 중국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끝난다.
* * *
짬타는 어슬렁거리며 주인의 뒤를 쫓았다.
동대문 상가의 상인들이 저마다 관심을 표했지만 짬타는 귀찮을 뿐.
“쟤 좀 귀엽다. 짬타이거? 이름표 머리띠 달았네?”
“너 뭐 먹고 이렇게 살쪘니?”
“이리와! 누나가 안아 보자.”
휙!
우아한 몸짓으로 자신을 안아 오는 인간의 손길을 피해 버리고.
“어머! 쟤, 쟤 왜 저리 빨라?”
“어쩜, 보기엔 굴러다닐 것 같은데… 쟤도 고양이 맞네.”
주인은 상인들과 이야기 중이다.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이다.
역시 인간들은 바쁘다. 집으로 돌아왔으면 푹 쉬는 것이 먼저인데 왜 저렇게 바쁘게 사는지.
그런데 바로 그때!
‘냥?’
제법 강한 마나의 기운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암컷.
지금까지 만난 인간 중에 가장 강해 보인다.
다른 세상이 아닌 이곳 고향 땅에서, 주인을 제외하고 말이다.
류웨이는 중국의 SS급 헌터. 하지만 공식적으로 그녀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가 가진 특이한 스킬과 지금까지 수행해 왔던 임무 때문이다.
강력한 정신 제어 스킬.
거기에 스펠 가이드를 이용해 주문의 위력을 증폭시키면 S등급이라 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빠져들고 원하는 일은 뭐든 들어 준다.
그리하여 중국 내 헌터 영입, 반대파 회유, 반정부 인사 전향, 범죄 지시, 자살 명령, 그녀는 실패란 법을 몰랐다.
현혹 방지 장치를 달고 있지 않은 한 저항이 불가능하다. 설사 헌터 등급이 한 단계 위라 하더라도.
‘저게 그 고양이구나.’
목표 대상이 어딜 가든 함께하는 애완동물.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역시 머리띠가 아니라 이름표였어.’
던전 언데드가 달고 다니는 그 이름표.
언데드가 바깥으로 나왔다고?
‘연구 가치가 있지.’
정운호와 함께 저 고양이도 데리고 가야 한다.
현혹 스킬은 인간은 물론 동물, 심지어 언데드들에게도 먹힌다. 류웨이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던전 마법사도 현혹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일단 저 고양이를 현혹시키고 다음은 정운호. 그리고 놈을 현혹시켜 모든 비밀을 털어놓게 해 주지.
고농도 결정석의 행방과 반지의 비밀만 빼앗으면 그때는…….
‘개처럼 벌거벗고 시내를 활보하게 만들어 줄까?’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류웨이는 짬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호호호, 나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네? 벌써 매혹된 거야? 너도 수컷이지?”
그녀가 가진 무기는 스킬뿐만이 아니다. 늘씬한 몸매에 누구에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미모, 스킬을 쓰지 않더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빠져드니까.
“자, 이제부터 내가 주인님이야. 주인님이라 불러 보렴.”
“냥?”
“그래, 그렇게.”
짬타는 어이가 없었다. 비루한 인간 따위가 감히! 그냥 앞발로 갈겨 버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주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짓이다.
짬타는 고민에 빠졌다. 그냥 때릴까? 아니면 피할까?
류웨이는 핸드백 가방에서 성경책 크기의 스펠 가이드를 꺼냈다.
결정석 공학과 컴퓨터가 만들어 낸 역작이다. 오로지 현혹 스킬 증폭을 위해 만들어진 류웨이만의 아이템.
“오직 나만 따르려무나.”
책모양의 스펠 가이드가 파랗게 빛난다.
“저항하지 말… 음?”
순간!
파지직! 찌지직.
작동을 멈추는 스펠 가이드.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류웨이의 눈동자.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가냘픈 신음 소리.
“아! 음… 하아… 으흠, 아아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정도였다.
그러더니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음성.
“주, 주인님?”
“…냐앙?”
현혹 스킬은 일종의 저주 마법이다.
지성체의 정신을 제어하는 행위가 올바른 마법일 리 있나! 분류를 해 보면 흑마법에 속하는 것.
그리고 저주 마법답게 기본적으로 지닌 치명적인 약점.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이에게 주문을 걸면 마법이 깨진다.
저주가 실패하면 마나 반작용 현상이 일어나 주문의 위력을 시전자가 대신 뒤집어쓰게 된다. 더 강력한 저주로 말이다.
현혹 저주의 상위 버전이 뭘까? 그것은 바로 노예 각인 마법이었다.
류웨이가 짬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냥!!”
“주인님!”
“냥?”
“주인…….”
이 인간 여자가 미쳤나?
“냐아앙?”
“네, 주인님 말씀만 하세요.”
짬타는 당혹스럽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무릎을 꿇은 인간 여자. 웅성웅성, 별꼴을 다 본다느니 하면서 구경 중인 사람들.
결국엔.
“돼지야! 너 이 자식! 또 사고 쳤어?”
주인이 왔다.
“야옹? …냥, 야오오옹, 야오오옹!”
“억울하다고? 야! 그럼 이분은 왜?”
류웨이가 운호에게 머리를 바닥에 붙이며 말했다.
“주인님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뭐지? 이 신박하게 미친 여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