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아니.”
뭔가 이상했다.
나는 피로 얼룩진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 창문까지 한 걸음을 남긴 거리에서 그 너머를 바라봤다. 명백하게 무너진 시체가 있는 창문 너머를 한동안 빤히 쳐다보고 나서야, 이상하게 느꼈던 부분이 확실해졌다.
“허.”
깜빡 속았네.
창 너머에 있는 세 사람은, 분명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맞았다. 문양 개방 모습 역시 완벽하게 같았으니까.
다만, 이게 같으면 안 됐다.
‘멍청한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저 너머에 쓰러진 세 사람은 분명한 시체였다. 죽은 헌터는 문양을 유지할 기력이 없어 문양이 사라진다. 즉 다시 말해, 시체인 상태로 문양 개방 상태일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너무 멍청했다.’
저것이 가짜라는 증거는 더 있었다.
반으로 부서진 강희민의 지팡이. 저건 문양 개방을 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무기였다. 그러한 무기는 부러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본래 주인에게 새로 생긴다. 그렇기에, 지팡이가 부러져 나뒹굴 리가 없었다.
‘요즘 너무 풀렸나. 이런 거에 속아 넘어가네.’
창 너머를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저것이 환각이라는 걸 알았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신경을 주는 것 자체가 낭비다.
“돌아다니면 뭐라도 나오― 윽…….”
콩콩.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뭔가 싶어 뒤돌아보았으나, 넘어질 뻔한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허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질 뻔할 리가 없지. 아무래도 탈출구를 찾은 것 같은데. 설마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윤시아와 마허윤, 두 이변이 죽는 걸 본 충격이 컸나 보네.’
이런 실수를 다 하고 말이야.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다가갔다. 턱, 무언가가 손을 가로막았다. 손을 살짝씩 움직여 더듬자 뭔가가 어디론가 길게 이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따라 쭉 움직이니 벽이 길을 가로막았다.
“여긴가.”
가볍게 낫을 쥐었다. 그러곤 휙, 한 번 휘두르자 벽이 과자처럼 무너져 내렸다.
‘빨리 찾아서 나가야지.’
윤시아야 그리 큰 걱정은 안 된다만, 두 명이 문제였다. 강희민은 던전 경험이야 있겠다만 사람이 죽는 걸 본 적은 별로 없을 테고, 마허윤은… 말을 말자. 빨리 찾기나 해야지.
무너진 벽 너머는 캄캄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두워, 나는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대강 느껴지는 느낌은 나무뿌리인데.’
들어왔던 곳이 나무이니, 여긴 나무의 아래인가?
‘아니, 나무가 그렇게 크진 않았는데……. 아니다. 던전에서 상식을 찾는 게 이상하지.’
꽤 걷고 나니 턱, 앞이 가로막혔다.
“여긴가?”
나는 가로막힌 벽을 더듬다가 부서뜨렸다.
“우와!”
벽을 부서뜨리자마자 보인 건, 칼을 들고 나를 위협하는 윤시아였다.
“…기습인가요?”
“설마요! 눈에 안 보이는 줄기 같은 걸 따라가려다가 벽에 가로막혀서 부수려 했죠.”
“환각엔… 안 속으신 모양이네요.”
“당연하죠. 저런 거에 왜 속아요? 바보같이.”
“…그렇죠.”
바보라서 미안하네. 앞으로 바보가 두 명 더 있을 예정이지만.
“다른 쪽으로 가죠. 이 뒤는 제가 있던 곳입니다.”
“여기랑 똑같아요?”
“완벽하게 같습니다. 볼 가치 없어요.”
그러며 윤시아의 방의 창 너머를 바라봤다. 웃기게도, 윤시아의 방에는 내 시체가 있었다. 창백하게 생명 활동을 멈춘 내 시체를 보고 있자니, 참.
‘별생각 안 드네.’
감흥 없다.
“이동하죠. 저희는 그냥저냥일 수 있어도 두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마허윤 헌터 우느라 숨도 못 쉬는 거 아니에요?”
“…설마요.”
벽을 부수고 캄캄한 공간을 지나, 다시 벽을 부쉈다. 부순 벽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의아한 마음에 나는 걸음을 빨리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야, 너…….”
“형! 그리고…….”
눈가가 새빨개진 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줄 모르는 강희민이 바닥에 주저앉아 우리를 맞이했다.
“뭐예요? 설마 우느라 숨도 못 쉬는 게 마허윤 헌터가 아니라 강희민 헌터―”
말릴 틈도 없이 강희민이 윤시아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야, 별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기뻐하면…….’
그러나 윤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강희민을 위로했다. 그녀는 강희민을 잠시 토닥이다 입을 열었다.
“강희민 헌터 걱정 엄청나게 했나 봐요……! 팀원이 죽은 정도로 이렇게 슬퍼하면 앞으로 헌터 일은 어떻게 하려고…….”
“…하하.”
아마 윤시아가 아니었다면 안 울지 않았을까. 덜 울 거나. 아니, 아무래도 안 울었을 거 같은데. 강희민 정신이 꽤 강한 편이라.
“…윤시아 헌터. 강희민 헌터 좀 진정시키고 계실 수 있나요. 전 마허윤 헌터를 찾고 오겠습니다.”
“으음, 네. 강희민 헌터 상태가 상태라 못 움직일 것 같네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윤시아와 강희민을 이곳에 내버려 두고 마허윤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
뻐엉! 막힌 벽을 발로 부서뜨렸다. 그와 동시에, 뚫린 벽 너머에서 비명 아닌 비명이 들려왔다.
“우왁, X발!”
“뭐만 하면 욕질이네.”
마허윤이 잠시 나를 쳐다보다, 창 너머를 바라봤다. 그 짓거리를 두세 번 반복하는 듯싶다가.
“에이씨, 환각이네.”
한 방울 흘린 눈물을 쓱 훔치며 주변에 나뒹구는 무언가를 발로 확 차 버렸다. 울긴 울었다는 게 더 놀랍네.
주변에 뭐가 이리 나뒹구나 했더니, 마석이 조금 굴러다녔다. 유리창 근처에 떨어져 있는 걸로 보아 어떻게든 창을 깨부수려 한 듯한데…….
‘많이 성장했네.’
나는 마석을 못 본 척 뒤로 돌며 말했다.
“가자. 다른 사람들은 저쪽에 있어.”
“근데 왜 너만 왔어?”
“…가 보면 알아.”
“뭔데. 그냥 지금 말하지.”
마허윤이 더는 묻지 않고 내 뒤를 따라왔다.
꽤 되는 거리를 걸어, 아까 있었던 방에 다시 돌아왔다. 강희민과 윤시아는 변함없이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그 모습에 마허윤이 물었다.
“뭐야. 쟤네 사귀냐?”
“아니.”
“근데 왜 저러고 있는데?”
“희민이가 많이 어려서 무서운 거에 약해서 그런가 봐.”
“허? 유주한 다음으로 어린 건 윤시아인데? 아니…….”
마허윤이 사내새끼가 무섭다고 저래? 라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진정한 강희민이 윤시아를 향해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 모습에 윤시아가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팀원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거였는데요, 뭐! 팀원들을 아끼는 거 같아서 오히려 보기 좋은걸요!”
쟤가 걱정한 건 아마 팔 할이 댁일 텐데.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조용히 삼켰다.
♧♣♧
“그래서, 이제 어떻게 나가?”
마허윤의 물음에 나는 침음을 내뱉었다. 딱히 별다른 방도를 찾은 게 아니었기에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모두 고민하듯 머리를 쥐어 싸맸다. 그러다 윤시아가 잔뜩 톤을 올린 목소리로 말했다.
“둥글었어요!”
“예? 뭐가요? 희민이의 부은 얼굴이요?”
“…형.”
“아니, 그것도 맞긴 하는데, 방과 방을 잇는 나무뿌리 같은 거 말이에요. 약간 둥글지 않았어요?”
“…그렇네요.”
“그게 왜?”
“눈치 챙겨요, 허윤 형.”
“삶은 문어야. 부은 얼굴에 포션이나 발라라.”
“…부은 거에도 포션이 효과가 있어요?”
“몰라.”
“…뿌리가 둥글다는 건, 그 가운데에 무언가 있을 확률이 크다는 거예요. 눈치 없는 허윤 형. 헌터 교육받을 때 조셨어요?”
“아, 그렇구나, 삶은 문어야.”
“둘이 초등학생이에요? 초등학생도 요즘 그렇게 안 싸우던데.”
윤시아의 말에 일동 합죽이가 됐다. 서로 유치했다는 건 아는 모양이군.
그나저나 나 없는 사이에 꽤 친해진 모양이었다. 하긴, 그동안 같이 던전을 돌았을 테니…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안 친해지는 게 더 이상하긴 하네. 던전이 회사도 아닌데. 비유하자면 학교 정도일까?
“그럼 모두 이해했을 걸로 생각하고, 이동하죠.”
뚫린 구멍으로 나가자 다시 캄캄한 공간이 시야를 장악했다. 나는 투명한 것을 더듬어 대략적인 높이를 파악한 뒤 그것을 뛰어넘었다.
‘뿌리 너머에 공간은 있고.’
공간이 괜히 있진 않을 터이니, 무언가 있을 확률이 꽤 높았다. 다만 문제는, 여기서 어디로 가야 중앙인지였다. 우리가 찾는 무언가는 높은 확률로 중앙에 있을 텐데.
“…아니, 잠만.”
“네?”
“각자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실 수 있나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벽이 뚫린 곳이 네 곳이니, 각자 그 앞에 똑바로 서서 앞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걸어 주세요. 적당히… 백 걸음 정도 걸어보시고 소리쳐 주세요.”
“아! 알겠어요!”
윤시아가 곧장 움직였다. 두 사람 역시 뒤이어 움직였다.
‘슬슬 움직이자.’
나는 뚫린 벽을 똑바로 등지고 앞으로 걸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과연 내가 걷고 있는 것일까, 몇 걸음 걸었는지 자칫 잊을 뻔할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나직이 내쉬어지는 내 숨소리만을 의지한 채 걸었다.
‘마허윤은 빨리 끝내고 싶어서 분명 뛰었겠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버티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하물며 주변이 이렇게 어두우면 자신이 눈을 뜨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기 어려운 데다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
‘마지막 백―’
멀지 않은 거리,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없냐? 야!”
마허윤의 목소리였다.
“…있어.”
“왜 이렇게 늦게 오는데!”
마허윤이 뛴 게 기정사실이 됐다. 평범히 걸었다면 이렇게 일찍 도착할 수가 없으니까.
‘마허윤의 목소리가 막히거나 하진 않는데.’
그렇다면 마허윤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일 테고.
“너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말 안 해도 가만히 서 있거든? 더 움직이다가는 그냥 지나칠 거 같다고! 아무것도 안 보여!”
“저… 형, 저도 왔어요.”
“저도요!”
연이어 들려온 두 사람의 목소리 간격이 달랐다.
“윤시아 헌터, 목소리를 계속 내 주세요.”
“네? 네! 아아아아―!”
“희민아, 너도.”
“네? 네.”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대로 조금씩 움직였다. 윤시아의 목소리가 더 작게 들렸기에 윤시아 쪽으로 몇 걸음 움직였다.
“두 사람은 이제 멈춰도 됩니다. 마허윤, 말해 봐.”
“악!”
마허윤이 짧게 외쳤다.
“그래, 잘했다.”
“놀리냐?”
“진심인데.”
순간 목소리가 가로막혔다. 그렇다면.
후웅! 나는 쥐고 있던 낫을 휘둘렀다. 낫에 무언가가 걸린 듯싶다가 가볍게 베어 나가며.
“와!”
환한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왔어요!”
환하게 트인 공간을 보니 저절로 숨이 푹 내쉬어졌다.
‘나무가 탈출구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짤그락.
“응?”
그 순간 무언가 손에 걸리는 듯싶어 확인하자, 웬 금속 조각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설마.”
묘하게 모양이 잡힌 금속 조각. 어딘가 익숙했다.
‘도서관에서도 이랬던 것 같은데.’
이건 분명, 열쇠 조각의 모습과 같았다. 형태는 다르지만 도서관에서 열쇠 조각을 모아 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나는 현재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열쇠 조각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챘다.
그렇다면 아까 그 짓을 또 해야 한다는 건데…….
나는 밝은 공간에 조금 신난 듯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큰 나무를 찾으세요.”
“네? 큰 나무라뇨?”
“저희가 방금 들어갔다 나왔던 것 같은 큰 나무 말이에요. 또 있을 거예요.”
“그걸 왜 찾아! 또 들어가려고? 너 미쳤어?”
“아니, 지극히 정상이야. 봐 봐.”
“이게 뭐야? 쇳덩이?”
“열쇠 조각이야. 여기로 나왔을 때부터 손에 있었어.”
“…그렇다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아까 그 짓을 다시 하면서 나머지 열쇠 조각을 얻어야 해.”
“…하나님 맙소사.”
“너 무교잖아.”
절망하는 마허윤과 대비되게 윤시아가 밝은 모습으로 말했다.
“그럼 탈출 방법을 찾은 거네요! 우리 빨리 나무를 찾아요!”
윤시아는 그렇게 하기 싫어하는 두 사람을 이끌고 거대한 나무를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
그 짓을 한 아홉 번 정도 반복했을까.
“다 된 것 같지 않아요?”
정신적으로 무너진 두 사람이 바닥에 널브러진 것을 무시하고 나는 윤시아와 함께 지금껏 모은 열쇠 조각들을 열심히 맞추어 보았다.
“아, 맞아요! 이 한 조각만 맞추면―”
“이거, 우연입니다.”
윤시아의 표정이 단숨에 썩어 들어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표정을 구겼다.
“아, 예. 오래간만이네요.”
“방금 만났지 않았나요?”
“그렇죠, 류쵸밍 헌터.”
“류치밍입니다!”
“그래서, 말을 건 이유가 뭡니까.”
결론부터 묻는 내 물음에 류치밍이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열쇠 조각, 저희에게 넘겨주시죠.”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