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데이비드. 일어난 거 아니까 빨리 눈 떠.”
“아한, 나 너무 지치는데.”
“그러면 여기서 죽든가.”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던 데이비드가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데이비드가 멀쩡한 걸 확인한 유아한이 다른 한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흩어진 거 같은데, 어쩔 거예요, 한지운 헌터?”
“찾도록 하죠.”
“다음 층은요?”
“다른 사람들이 먼저입니다.”
“다음 층으로 가면 만날 수도 있는데?”
“…….”
유아한이 그러거나 말거나 한지운은 주변을 수색했다. 그러나 보이는 건 유적지 같은 풍경과 처음 보는 헌터들뿐, 찾아야 할 사람들이나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거봐요. 없다니까. 그냥 다음 층으로 먼저 가요.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서 이 층에 대해 듣고 왔으니까요.”
“…뭐랍니까.”
“유적지에 비밀 공간이 있는데, 그곳의 제단에 유물을 바치고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면 된대요.”
“그게 진짜야, 아한?”
“반대로 해가 떴을 땐 달이 뜨길 기다리면 된다네요.”
“그게 진짜라면 이번 층은 완전 간단하네!”
“이게 간단하다고?”
데이비드가 그렇지 않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 지금 이곳은 한밤중이야. 아침이 되려면 최소 여섯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거지. 그 여섯 시간 동안 뭐 할 건데?”
“자면 되지!”
“그래, 속 편해 보여서 부럽네.”
“왜 아한. 자는 건 건강에 좋아.”
“그래. 피로는 만병의 근원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야. 시간이 금이라는 말 몰라? 여섯시간이면 S급 던전도 공략이 끝나는 시간이야. 차라리 탑을 빨리 클리어하고 집에 가서 자는 게 더 낫지.”
“실제로 여섯 시간 안에 클리어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긴 던전이 아니라 탑이잖아.”
“너 이제 일행으로 안 받아 줄 거니까 그만 사라져 버려.”
“갑자기? 너무해.”
데이비드가 상처받은 척 눈가를 닦았지만 유아한은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한지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거예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던데.”
“…….”
한지운이 잠시 고민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우선 유물을 찾아 유적지로 가 보죠.”
“…한지운 헌터. 진짜 정석대로 하려고요? 다른 방법 안 찾고? 한지운 헌터가?”
한지운은 유아한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유물을 찾으려 주변을 수색했다. 유아한 역시 유물을 찾는 것을 도왔다. 유물처럼 생긴 것들은 사방에 널려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유물을 한 아름 안고 유적지로 들어갔다. 유아한의 양팔을 가득 채운 유물의 수에 달랑 왕관 하나를 든 데이비드가 물었다.
“유물이 그렇게까지 필요해?”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만약이라는 게, 혹시 악마 소환 같은 거라도 하려는 거야? 제물 대신 유물을 바치려고?”
“뭔 소리야. 영화 그만 봐.”
침울해진 척하던 데이비드가 왕관을 제 머리에 놓으며 활짝 웃었다. 유아한은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혼자 잘 논다며 중얼거렸다.
쿠르릉. 계단을 내려오자 돌로 된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안쪽에 늘어선 초들에 불이 켜지며 공간을 밝게 비추었다. 촛불로 비추어진 공간은 꽤 거대했다.
“저긴가 보네요.”
그렇게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이 닫혔다. 데이비드가 놀라 왕관을 떨구며 문을 붙잡았지만 S급의 완력에도 문은 굳게 잠겼다. 유아한이 문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앞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계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공간 가장 끝에 있는 제단 위, 달과 태양을 그려 놓은 시계가 걸려 있었다.
달리 갈 곳이 없었기에 세 사람은 일단 제단으로 향했다. 제단에 도달하기 직전, 한지운이 데이비드를 불러 세웠다.
“데이비드 헌터. 멈추십시오.”
“응? 나 왜?”
가만히 서 있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간 한지운이 덜컥 제 품에 있는 유물들을 데이비드의 품에 쏟아부었다. 갑작스레 건네진 유물들에 데이비드가 그중 몇 개를 떨어뜨렸다.
“뭐야, 갑자기?!”
“유아한 헌터와 제단에 유물을 배치하세요.”
스릉. 검은 대검을 꺼내 든 한지운이 주변을 둘러보다 어느 한 곳에 서서 검으로 바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뭐야. 뭐 하는 거야?”
“그러게. 뭐 하는 걸까.”
“안 말려, 아한?”
“말려 봤자 안 들을걸? 유물이나 제단에 놔.”
“어… 그래.”
유아한과 데이비드가 제단에 유물을 바치는 와중에도 캉캉! 한지운은 계속해서 바닥을 내리쳤다.
한지운은 생각했다.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최소 여섯 시간. 누군가 죽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단 하나.
그런 말이 있다. 머리가 안 좋으면 몸이 고생이라는.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머리가 안 좋아도 몸을 좀 고생시키면 똑같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머리를 굴려도 안 된다면 답은 힘밖에 없었다.
제단에 유물을 적당히 장식한 유아한이 한쪽에 앉아 한지운을 바라보았다. 데이비드 역시 따라 앉아 한지운이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한지운의 행동은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유아한이 시계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힘 빼지 말고 기다리죠? 해가 뜰 때까지 몇 시간 안 남은 것 같은데.”
그러나 한지운은 유아한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듯 그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 모습에 데이비드가 물었다.
“혹시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니지……?”
♧♣♧
윤시아가 평소에 지은 적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머리에서 나사라도 빠졌나 봐요. 어쩜 저렇게 뻔뻔하지?”
들으라고 부러 크게 말한 윤시아의 말에 류치밍이 화답했다.
“뻔뻔하다니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합리는 무슨, 자기 합리화겠지.”
“사람 말은 끊는 게 아니지요.”
“제가 사람이긴 했나.”
류치밍에 대해 모르는 강희민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윤시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난 말릴 생각 없다. 가라, 윤시아.
“…들어 보십시오.”
“댁을 들어 드려요?”
“귀를 기울여 달란 뜻입니다.”
“아, 귀를 기울여 달라고? 이렇게? 이렇게?”
윤시아가 머리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화가 목까지 차오른 것 같은 류치밍이 말을 이었다.
“…그쪽은 이미 탑을 클리어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셔야죠.”
“기회는 남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건데.”
“그럼 당신이 제게 기회를 만들어 주게 하면 되겠군요.”
그러며 류치밍이 손을 내밀었다. 다른 의미로 대단하네, 진짜.
윤시아는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톤을 높여 말했다.
“어머, 미안! 손재주가 없어서 못 만들어 주겠네!”
“…….”
상큼하게 말하는 윤시아의 모습에 류치밍이 주먹을 쥐었다 팔을 내렸다.
“지금 보니 당신, 윤시아 헌터군요? 첫 번째 탑을 클리어한 사람 중 한 명이죠? 그런데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시죠? 탑은 한 번 클리어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뭔 솔. 남이사 탑을 한 번 클리어하건 두 번 클리어하건 욕심은 뭔 욕심……. 아아. 너, 탑을 클리어하며 명예가 오른 사람들을 보고 배 아파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구나! 근데 이거 어쩌나. 내가 잘나서 탑을 클리어한 걸. 그래~ 잘난 내가 죄인이다, 죄인! 에휴!”
“…이것 참……. 좋아요. 그렇군요. 죄인이면 죄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회의 뜻으로 그 조각을 주시죠.”
“싫거든! 죄인이 무조건 죄를 참회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탑을 클리어한 것이 죄라면, 그깟 죄 한 번 더 저지르지, 뭐.”
잘한다. 더!
류치밍이 윤시아에게 시선이 쏠린 틈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열쇠를 조합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문은 어디에 있지?’
다음 층으로 가는 문. 그 문을 찾아야 했다.
‘문이 어딨는지를 알아야 도망을 치든가 하지.’
상대는 S급 네 명, A급 세 명. 진메이를 뺀다 치더라도 S급이 세 명이나 됐다. 나 혼자였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절은 죽이고 죽겠지만, 지금은 다른 일행이 있었다. 하물며 A급. 상당히 불리한 비율이었다.
그렇기에, 윤시아가 시선을 끄는 틈을 타 문을 찾아야 했다.
“있잖아. 탑을 클리어해서 뭐 하게? 어차피 여기는 누가 탑을 클리어했는지 알 수 없는 곳이야. 그런데도 굳이 나서서 클리어하게?”
“그건 모르죠.”
“아니, 아니다. 애초에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야 딱 봐도 알겠는걸. 네가 탑을 클리어할 일은 없다는 걸.”
“…참, 말이 많으신 분이군요.”
쾅! 류치밍의 언월도가 바닥에 꽂혔다. 그 파동으로 인해 바닥이 갈라졌다.
“한지언 헌터. 당신 아까부터 뭘 찾고 있는 거죠?”
“네 양심.”
“…그렇습니까.”
류치밍이 화를 가라앉히려는 듯 숨을 내뱉고, 이어 고개를 번쩍 들어 말했다.
“니들, 우리보다 약하잖아? 웬만하면 말로 해결하려 했건만… 말로 해선 안 되겠군그래.”
“안 되면 네가 어쩔 건데!”
“윤시아 씨… 진정해요.”
강희민이 앞으로 나서려는 윤시아를 겨우 붙잡았다.
“어쩔 거냐고?”
꾸득. 꾸드드득. 언월도가 땅에 박히며 생겼던 균열 위로 땅이 솟아났다. 솟아난 땅이 용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너희를 붙잡고 가죽을 뜯어 가져가도록 하지.”
“가죽은 굳이 왜…….”
“지금이라도 열쇠를 준다면 봐줄 의향은 있다.”
“조―”
윤시아의 입이 강희민에 의해 막혔다. 그러나 윤시아의 팔은 자유로웠던지라 윤시아의 중지가 류치밍을 향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죽음을 자초하는군.”
후웅! 류치밍이 언월도를 한 번 휘두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가능하려나.’
기력도 제대로 회복 안 됐는데 싸우라니. 나 혼자 극한으로 살아남기라도 찍고 있는 것 같네.
서서히 다가오는 류치밍의 앞을 진메이가 막아섰다.
“류치밍 님! 이건 역시 아닌 것 같―”
“꺼져! A급 주제에! 지금 누구 앞을 가로막는 거냐!”
류치밍이 감정을 실어 진메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진메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강희민이 윤시아를 풀어 버렸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윤시아가 류치밍에게 달려들려 해, 나는 옷자락을 붙잡아 그녀를 말렸다.
“왜 자꾸 말리는 건데요!”
“진정하고 상황을 살펴요. A급 세 명과 S급 한 명. A급 세 명과 S급 네 명. 승부는 뻔하잖아요.”
“한 명은 빼요!”
“…네. A급 세 명과 S급 세 명이요.”
“안 되는 거 저도 알아요. 아는데! 저 자식 머리 한 대만 쥐어박고 싶은 걸 어떡해요!”
“어쩌긴 어째요. 참아야―”
“적 앞에서 한가로이 수다나 떨 때냐! 죽어라!”
쾅! 언월도를 피하자 땅에 박힌 언월도 주변으로 바닥이 일렁였다. 후욱! 솟아오른 땅에 팀원들이 흩어졌다.
“한 놈 한 놈의 멱을 내 친히 따 주마!”
류치밍이 마허윤을 향해 뛰어올랐다. 나는 재빨리 움직여 팀원들을 모은 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하! 꼴에 클리어 헌터라고 앞장서는군그래!”
“팀리더가 앞장에 서는 건 당연한 건데. 너는 아닌가 봐?”
“그 조잘거리는 입부터 찢어 주마!”
이판사판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깟 열쇠 조각 구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왜 남의 걸 자꾸 빼앗으려는 건지.
낫을 강하게 쥐었다. 사방에 하얀 별이 포롱 생겨났다. 낫이 희미하게 빛났다.
‘또 꽃밭 능력을 사용해야 하나.’
아까 과하게 사용해서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데.
‘지는 것보단 낫겠지, 뭐.’
류치밍이 내 코앞까지 다가와 언월도를 휘두르려 했다. 그에 대응하듯 낫을 휘두르려는 찰나―
쿠르릉! 하늘이 무너졌다. 류치밍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벽돌이 쏟아지고, 그 가운데 검 손잡이 하나가 정확히 류치밍의 등뼈에 꽂혔다.
쏟아지는 벽돌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기어코 부숴 버리시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