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
“응? 어. 세상에! 한지언 씨네요.”
“…유아한 씨. 어떻게―”
“어떻게 이리 왔냐고요? 보시다시피 이 인간이 부숴 버려서요.”
“뭘요?”
“바닥을 이렇게, 쾅. 그나저나 운도 좋아라. 어떻게 바로 만나지?”
“…그러게요.”
저걸 대단하다 해야 하냐 멍청하다 해야 하냐. 타이밍 좋게 왔으니 대단하다고 해 준다.
“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유아한 씨의 물음에 윤시아가 세상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둑이에요! 도둑이야!”
“…아아.”
상대가 적인 것을 인지한 순간 유아한 씨가 바닥을 검게 물들였다.
“그렇다는데요, 한지운 헌터.”
“…다친 곳은?”
“다친 곳? 아.”
형의 물음에 나는 멀쩡한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답했다.
“아파라…….”
“무슨……!”
쿠웅! 자칫 놓칠 뻔할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인 형이 류치밍의 머리를 바닥에 꽂았다. 그 정도로 죽을 리 없는 류치밍이 버둥거리자 형은 쾅! 바닥에 류치밍의 머리를 둔 채로 충격을 가했다.
‘반가면은 왜 개방했대.’
형의 최종 개방 형태를 오랜만에 본다 싶었다만, 왜 개방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최종 개방 했을 때 생겨나는 반가면의 효과는 몬스터를 끌어모으는 것밖에 없으니.
‘잠만……. 몬스터?’
몬스터라면, 여기에도 있지 않은가.
꾸르륵. 류치밍의 주변으로 검은 것들이 생겨났다. 형이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 손 놓지 못할까!”
중국 팀의 다른 S급 헌터가 형에게 달려들었다. 형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옆에 있던 몬스터를 부여잡고 달려오는 헌터의 얼굴에 처박았다. 그사이 뒤에서 헌터 하나가 형을 기습하려 검을 치켜들자.
“기습이에요? 야비하네.”
기습하려던 헌터의 뒤에 유아한 씨가 나타나 퍼엉! 서둘러 뒤로 돈 헌터가 유아한 씨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막은 순간 이미 늦었다.
쐐애액! 검은 검이 헌터를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데이비드가 싸움에 합류했다. 뒤이어 윤시아, 강희민, 마허윤이 싸움에 끼어들었다. 나는 뭐 하냐고?
‘저 패싸움에 끼어들 필요는 없지.’
기력도 가출한 마당에 저 싸움에 끼어드는 건 민폐에 가깝다. 그냥 멀리서 구경하는 게 최고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메이 헌터. 우리랑 같이 가요.”
“으응, 아니에요.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
“진심?”
“하하…….”
모두 나가떨어진 중국 헌터들 사이에 혼자 무사한 진메이가 윤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뭐… 싫다면야.”
윤시아가 강요하지 않고 물러났다.
한참을 싸움에 매진했던 유아한 씨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래서,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그건 굳이 알 필요 없습니다. 열쇠 조각을 전부 찾았거든요.”
“아, 그래서 저 사람들이 이걸 빼앗으려고 했던 건가요?”
“네. 정확하죠.”
“그럼 이제 조합하고 입구로 가면 되겠네요.”
“근데 그게… 입구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흠, 그러게요. 땅이 넓어서 입구를 찾으려면 한참 걸리겠어요. 방금 뚫고 왔던 천장은 복구되어 있고.”
그때 윤시아가 갑자기 외쳤다.
“조합부터 해요!”
그러며 윤시아가 열쇠 조각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이어 붙인다고 해도 그냥 평평한 곳에다가 놓고 서로 맞는다고 생각되는 조각을 끼워 맞추는 거였다. 그런다고 열쇠가 붙진 않았다.
그렇게 모양에 맞춰 조각을 끼워 넣고, 마지막 한 조각이 제자리를 찾자.
펑! 작은 연기가 솟아오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조각들이 붙어 열쇠를 만들어 냈다. 그와 동시에 열쇠를 이어 붙인 윤시아의 앞으로 허공에 무언가가 그려졌다.
속이 채워지지 않은 직사각형의 보랏빛 테두리. 딱 사람만 한 크기의 그것은, 누가 봐도 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 헌터를 상대하기 전에 열쇠를 붙여 버리는 건데.’
뭐… 지나간 일이니 별수 없지.
제 앞에 나타난 문을 잠깐 기웃거리던 윤시아가 돌연 내게 열쇠를 건넸다.
“한지언 헌터가 열어요!”
“…제가 왜…….”
설마 위험한 게 튀어나오면 도망치려고―
“열쇠를 넣는 구멍을 못 찾겠어요!”
…팀원을 방패 삼아 도망칠 생각은 없다고 한 사람이 그럴 리 없지.
나는 생각을 뒤로하고 문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의 문은 보통…….’
윤시아가 옆에서 말했다.
“제가 열쇠 구멍을 찾으려니까 손이 막 문을 관통해요! 봐요!”
그러며 윤시아의 손이 보랏빛 테두리를 통과해 방황했다.
나는 열쇠를 들어 올렸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열쇠가 문의 영역으로 들어간 순간, 파츠츳, 열쇠가 반쯤 사라지며 뭔가 아귀가 맞은 듯한 느낌이 났다. 나는 그대로 손을 돌렸다.
쩌저적. 열쇠를 돌리자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간 허공 사이로 보랏빛 빛이 새어 나와 마치 내가 알을 까고 밖으로 나가는 병아리가 된 기분이었다.
곧 허공이 조각나며, 그 조각들이 발치에 떨어졌다. 테두리 안쪽에 환한 빛이 퍼졌고, 열쇠가 무너졌다.
문이 열렸다.
“저 먼저 갑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묻자 이의가 없다는 듯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앞을 보고,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
“한지언 씨.”
문을 넘자마자 보인 건 지화연 씨였다.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던 지화연 씨가 금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
“무사하셨네요.”
“다행이게도요. 지화연 씨랑… 류천화 씨도 무사하셨네요.”
“저희가 있던 곳은 안전한 층이었어요. 한지언 씨 쪽은요?”
“저희 쪽은… 그다지 안전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일행은 거의 다 모여 있었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 안쪽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다 모였네요. 다들 큰 상처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지화연 씨도요. 그나저나 여긴 뭐 하는 곳인가요?”
“저희 둘도 몰라요.”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주변을 살폈다. 걸을 때마다 새로운 색이 퍼져 나가는 반투명 바닥. 진한 보랏빛 하늘. 이곳엔, 우리밖에 없었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파악하기도 전,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죽지 않고 모였구나. 축하해.
새하얗게 치장한 보랏빛 눈의 아이가 허공에서 생겨나 바닥에 발을 디뎠다.
지화연 씨가 물었다.
“저게 이곳의 주인인가요?”
“네. 정확해요.”
마허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애잖아…….”
“애라뇨, 그냥 껍데기일 텐데! 그럼 이제 저걸 죽이면 되는 건가요?”
“윤시아 헌터, 진정하세요.”
―참고로 나는 지금 본체가 아니니, 덤벼 봤자 소용없어.
류천화 씨가 물었다.
“그래서, 왜 나타난 거지?”
―내가 나타난 이유는, 어쩌면 마지막 시련이 될 것을 너희에게 내려 주기 위해서.
탑주가 팔을 앞으로 뻗어, 옆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팔이 가는 길을 따라 반딧불이 같은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작은 빛임에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작은 빛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텅 비었던 주변에 팔다리가 달린 각양각색의 솜 인형이 생겨났다. 붉은 줄에 매달려 있는 인형의 수는 꽤 많았다.
―이것은, 너희 세상의 생명.
“뭐?”
―현재 꿈을 꾸고 있는 존재들.
쿵! 우리를 중심으로 사방에 몬스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고 검은, 목 없이 얼굴과 상체가 바로 이어지고, 두꺼운 팔다리를 가졌으며, 이마의 하얀 문양을 빛내는 거대한 무언가들. 그것들이 얌전히 자리에 서서 우리를 지켜봤다. 눈은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이 아이들은 악몽에서 태어나 악몽을 먹고 자란 아이들. 너희가 할 건 간단해. 이 아이들로부터 너희의 아이들을 지켜 내면 끝.
그 말에 내가 물었다.
“만약, 지켜 내지 못한다면?”
―꿈을 꾸고 있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상태로 악몽에 빠져 죽고 말겠지.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꿈에 잠식되는 거야.
후웅. 탑주가 하늘 위로 올랐다. 하얀 소매를 작게 팔락이며 팔을 느긋하게 움직여 인형들을 가리켜 보인 탑주가 말을 이었다.
―이 아이들 중에는 너희가 아는 애들도, 모르는 애들도 있을 것이며, 너희의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일 수도 있어. 아니면.
탑주가 인형 하나를 매만지며 말했다.
―원수일 수도 있지.
크고 동그란 탑주의 눈이 반으로 접혔다. 이윽고 탑주가 인형에게서 떨어져 허공을 유영하며 말을 이었다.
―선택은 자유야. 난 언제나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너희 세상의 누군가를 지키는 건 자유. 내버려 두는 것도 자유. 죽이는 것도 자유야. 이들은 전 세계의 누군가이니 너희들이 아예 모르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크지. 그렇기에 너희의 몸을 지키며 인형을 버리는 것도 가능해. 뭐든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지화연 씨가 물었다.
“이 시련을 끝내는 방법은 뭐죠?”
―끝내는 방법? 간단해. 너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그것이 이 시련. 지킬 거면 끝까지 지키고, 죽일 거면 전부 죽여. 내버려 둘 거면 저것들로부터 도망을 쳐. 흠……. 그래. 너희는 수가 많으니 상의할 시간을 줄게.
“그렇다는데요, 여러분.”
지화연 씨가 나서서 대화를 이끌려는 듯했으나, 잠깐의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모두 같은 생각이잖아요? 망나니 원 투 스리가 있긴 해도, 사람을 해치려는 생각은 안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지화연 씨가 차례대로 류천화 씨, 유아한 씨, 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유아한 씨가 답했다.
“저는 애초에 의사예요. 사람을 무조건 살려야 하는 직업이죠. 동시에 힐러예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게 하는 힐러. 이 둘이랑은 달라요.”
이어 류천화 씨도 항변했다.
“…애초에 사람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면 헌터가 되지도, 길드장이 되지도 않았겠지.”
마지막으로…….
“…….”
형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모두의 의견을 따르려는 듯 보였다.
“그럼, 정해진 것 같네요.”
지화연 씨가 대화를 끝맺기 전에 강희민이 물었다.
“저… 어떤 식으로 싸울 건가요?”
“어떤 식으로 싸우다뇨?”
“대열이라든가 그런…….”
그 말에 자신만만하게 웃은 지화연 씨가 노래하듯 답했다.
“저희는 헌터예요. 어떤 장소가 나타나든,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어떻게 바뀌든, 그것에 맞춰 싸우는 헌터 말이죠. 계획 같은 건 없어요. 굳이 계획을 말하자면, 자신의 힘을 믿고 싸우는 것. 그게 계획이죠.”
지화연 씨가 탑주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마지막 말을 뱉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지언 씨 팀은 뭉쳐서 다녀 주세요. 물론, 강요는 아니니 선택은 자유예요.”
뒤로 돌아선 지화연 씨가 레이피어를 손에 쥐었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 역시 각자 제 무기를 손에 쥐었다.
‘가끔 보면 가장 망나니는 지화연 씨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헌터로서 정점에 가까운 곳에 다다른 네 사람이 탑주의 앞에 서 있었다. 믿을 건 동료도, 운도 아닌 자신의 무기와 능력뿐인 사람들이 이번에도 그것을 믿고서 목숨을 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동경했고, 동경한다.
나는 많은 시간을 보내 오고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내 무기와 능력이 아닌, 사람들을 믿으며.
탑주가 준비가 끝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정이 난 것 같네.
쿠구궁! 공간이 뜯어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며, 우리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움직였다. 탑주가 작게 중얼거렸다.
―너희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랄게.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