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시간이 조금 흘러, 어느덧 탑에 가는 날이 되었다. 이동을 위해 배 앞에 서 있는 사이 옆에서 강희민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걸 진짜 저희만 타요?”
“그럼 지금 바다에 몬스터가 들끓는데 배 타고 마리아나 해구로 가는 인간이 또 있겠냐?”
“아, 정말. 그냥 감탄한 거잖아요.”
강희민과 마허윤은 오늘도 투덕거렸다. 볼 때마다 사이가 좋아지는 걸 보니 퍽 안심이 됐다. 실력은 그렇게 발전을 못 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근처에 있던 승현 헌터에게 다가가 물었다.
“출발은 언제쯤 하나요?”
“아마 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끝나는 대로 출발할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이 인원으로 괜찮은 건가요?”
“무슨 뜻인가요.”
“배경이 바다잖아요. 그럼 물과 관련된 능력을 갖춘 헌터가 많은 게 더 나을 테고요. 본래도 그럴 계획이었고요. 근데 계획을 바꾼 지금 인원으로는 물과 관련된 사람이 승현 헌터 한 명뿐이어서요.”
“많이들 그렇게 물어보시더군요.”
“그런가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물 관련 헌터가 저 하나뿐인 게 오히려 나을 수 있어서 이렇게 구성한 것뿐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 편이 협력도 더 잘될 테고요.”
“그 말은… 배경이 바다이니 되레 물과 관련이 없는 능력을 가진 헌터가 더 유리할 거라는 뜻인가요?”
“이해가 빠르시군요.”
승현 헌터의 말뜻은 이렇다. 배경이 바다인 만큼, 보스 역시 물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근데 여기서 똑같이 물 능력을 갖춘 헌터와 보스가 싸운다고 치자. 그렇다면 더 강한 쪽이 이긴다. 되레 헌터의 능력을 이용해 더 강한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겠지. 그렇기에 차라리 물과 연관이 없는 능력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일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도박수였다. 첫 번째 탑의 주인이 그랬듯, 능력이 정말 단순할 수도 있었으니까.
다만, 나는 굳이 그 말을 반박하진 않았다. 나도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탑’에 대한 정보는 내게도 전혀 없었다.
내가 수긍했다는 듯 가만히 서 있자, 이번엔 승현 헌터가 말을 걸어왔다.
“한지언 헌터는 괜찮으십니까?”
“네? 뭐가요?”
“옆에 있는 것 말입니다. 한지언 헌터께서 직접 데리고 다니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아아.”
나는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회분홍색 머리를 흔들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채, 제 머리카락 색과 같은 색의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겔탄이 시야에 들어왔다.
“괜찮아요.”
“하다못해 손이라도 묶어 두는 건 어떤가요.”
“훈련장에서도 안 묶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탑에 들어가면 사라질 텐데요, 뭐.”
내 말에 겔탄이 의아하다는 듯 답했다.
“바로는 안 사라져.”
“그럼? 언제 사라지는데?”
“아마 내가 갈 곳이 보일 때쯤?”
“그게 언젠데?”
“몰라!”
“…….”
“역시 그냥 처리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이게 당사자 앞에서 해도 되는 얘기가 맞나.
“그래도 힘은 세니까 이래저래 쓸모가 있지 않을까요?”
“언제 배신할지 모릅니다.”
“아, 그건… 괜찮을 거예요.”
“무엇을 믿고요?”
“아무리 얘라고 해도 저희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까.”
여전히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승현 헌터가 말을 끝냈다.
언약에 대해 굳이 승현 헌터에게 얘기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먼저, 언약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언약을 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겔탄과 한 약속들에 대해서도 말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왕을 죽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설명해야 했다. 그것까지 설명하면, 그다음엔 내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터.
‘그리고 내 생각에는 아마.’
높은 확률로, 회귀로 인해 가능해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기에 굳이 언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추측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회귀에 대한 일말의 틈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냥 적당히 넘어갔다. 어차피 겔탄이 계속 우리와 함께할 것도 아니니.
“슬슬 탑승하도록 하겠―”
승현 헌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시아가 단숨에 배 위로 뛰어올랐다.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왜 굳이 뛰었나 싶다마는, 아마 단순히 신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여기 오기 전부터 벌써 신났다고 쓰인 것 같은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으니.
가장 먼저 배 위에 올라선 윤시아가 배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빨리 가요!”
사람들이 하나둘 배 위에 올라섰다. 그렇게 전부 배 위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출항했다. 참고로 운전은 승현 헌터가 했다. 전부 하는 건 아니고, 자율 운항으로 설정해 두고 간간이 확인만 하는 정도였다.
나는 겔탄을 이끌고 아무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대충 깊숙해 보이는 창고를 발견한 나는 문을 열고 겔탄에게 말했다.
“들어가.”
겔탄이 말없이 창고로 들어갔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나오라 할 때까지 나오지 마.”
“그랭.”
나는 창고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아서는 아까부터 따라오던 인기척의 원인을 슬며시 바라봤다.
형이 조용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물었다.
“할 말이라도?”
형이 나를 말 없이 응시했다.
형과 동생 같은 행동은 이제 안 하기로 했다. 말만 안 했지, 피차 비슷한 입장이라는 건 이미 들켰으니.
형이 잠시 나를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젓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별말 안 해서 편하네.’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나 역시 바깥으로 향했다.
고요한 배 안쪽과 달리 바깥쪽은 시끄러웠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내 팀원들이었다.
“왜 자꾸 새가 내 머리를……. 아, 진짜!”
“마허윤 헌터 머리색이 그러니까 갈매기가 과자인 줄 아나 봐요!”
“그러겠냐고!”
“아, 지언 형. 어디 다녀오셨어요?”
“그냥 잠깐.”
나는 승현 헌터에게 다가가 말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제2 창고라고 적힌 곳에 집어넣었습니다.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나오지 말라 했으니까 아마 도착할 때까지는 가만히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전세 낸 거 같아서 좋아요!”
윤시아가 배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그렇게 배는 목적지를 향해 바다를 가로질렀다.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조용히 맞으며 망망대해를 바라봤다. 긴 시간 동안 그렇게 그저 가만히 배 위에 서 있었다.
그러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순간, 시야에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목이 길고, 몸통은 둥글둥글하며, 지느러미는 작았다. 그러나 크기는 거대해 한눈에 몬스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기도 전, 갑판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곧장 뒤로 돌아 공격을 쏟아부었다.
―끼에에엑!
마허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평화롭게 갈 리가 없지!”
사람들이 단숨에 문양을 개방했다.
목이 긴 몬스터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듯, 몬스터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승현 헌터가 몬스터들을 공격하며 외쳤다.
“최대한 배에 손상이 가지 않게 싸워 주십시오! 그리고 배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몬스터를 우선적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윤시아가 마허윤이 쏜 화살을 조종해 바다에 깔린 몬스터들에게 적중시켰다.
“역시 제가 더 잘 쏘네요!”
“너는 쏜 뒤에 움직이잖아! 난 쏘기 전부터 조준해야 하거든?!”
“됐고! 다음 화살이요!”
마허윤이 툴툴거리며 윤시아의 말에 따라 화살을 쏘았다.
사방에 깔린 몬스터를 처리하며, 나는 강희민의 곁으로 향했다. 그리고 능력을 사용하려던 강희민에게 말했다.
“희민아, 넌 최대한 능력 사용하지 마.”
“네? 왜요?”
“네 능력은 자라나야 할 곳이 필요하잖아. 저 깊은 바다 바닥에서 나무를 자라나게 하면 기력 낭비가 심할 거야. 그렇다고 배에다 구멍을 뚫을 수도 없고. 넌 박주완 헌터랑 신서하 헌터랑 함께 배로 올라오는 몬스터를 견제해 줘.”
“으……. 네.”
내 말을 들은 강희민이 신서하를 따라 지팡이로 갑판에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내려쳤다.
쿠르릉! 바다가 갈라지며 파도가 일렁였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파도를 따라 밀려 나갔다. 확인하지 않아도 승현 헌터의 능력임을 알 수 있었다.
스릉. 검이 스치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형이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곤, 휘익! 단숨에 휘두른 검에 바다 위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직후, 바람이 지나간 자리로 물 위에 떠 있던 몬스터들이 와르르 베어져 피를 뿜었다.
‘미친.’
나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속으로 욕을 곱씹었다. 나는 능력을 사용해야 가능한 기술인데, 누구는 검만 휘둘러도 가능한 거였구나.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형은 결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쯧 하고 혀를 찼다. 아마 범위가 작아서 그런 듯했다.
‘부러운 놈.’
한쪽에선 승현 헌터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몬스터들이 단박에 얼어붙었다. 직후 승현 헌터가 주먹을 쥐자, 얼어붙은 몬스터들은 속절없이 쪼개져 나갔다.
나는 어떻게 싸웠냐고? 그냥 간단하게 별들을 쏘아 몬스터의 몸에 구멍을 뚫으며 처리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광범위한 능력은 사용할 수 없었다. 내 능력의 절반은 폭발과 녹이기니까.
강희민이 외쳤다.
“언제 도착해요?!”
“20분 더 가야 합니다.”
“20분 동안 이러고 있어야 해요?! 벌써 몇 시간은 이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30분밖에 안 지났다.
가면 갈수록 몬스터가 많아졌다. 이유는 아마, 탑 근처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몬스터를 처리하던 와중, 문득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곧장 뒤로 돌자 그곳에 있던 것은.
“너 왜 나와 있어.”
겔탄이었다. 겔탄이 내 물음에 웃으며 말했다.
“물이 차오르던데. 난 아직 죽고 싶지 않거든.”
“뭐?”
그 말에 겔탄을 자세히 보자, 묘하게 젖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망할.’
겔탄이 있었던 곳은 갑판보다 아래에 있는 곳. 즉 다시 말해, 배의 아래쪽에 이미 손상이 가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거였다.
나는 곧장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배에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내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돌연 배가 기울어졌다. 한번 기울어진 배는 급기야 빠르게 바다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덜컹! 가라앉던 배에 무언가 엮인 듯, 갑자기 큰 진동이 일었다. 곧장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뱀이 배와 뒤엉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현 헌터가 외쳤다.
“바다로 뛰세요!”
“예? 몬스터가 득실거리는데요?!”
마허윤이 머뭇거리며 외쳤다.
승현 헌터가 먼저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에 빠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승현 헌터는 멀쩡히 바다 위에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지 어깨에 물로 된 민달팽이가 붙어 있었다. 몬스터라기엔 청아한 감각에 바로 승현 헌터의 능력임을 직감하고 나 역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바다가 딱딱하게 굳은 듯, 마치 땅 위를 걷는 것처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었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가라앉는 배에서 내려왔다. 곧장 거대한 뱀과 싸우려 몸을 움직이려는데, 그 순간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무엇이 걸렸나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자.
“…….”
“…….”
겔탄이 바다에 빠져 있었다. 승현 헌터가 겔탄에게만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겔탄의 머리 위에도 분명 승현 헌터의 민달팽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일단 겔탄을 건져 옆구리에 끼었다. 쓸데없이 커서 발 부분이 바다에 빠졌지만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넌 왜 못 걷냐?”
“쟤가 날 싫어하는데 얘네들이 날 좋아할까.”
“…….”
거대한 뱀과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몬스터들. 처리하고 처리해도 끝이 없으리라 판단한 승현 헌터가 소리쳤다.
“꽉 잡으세요!”
직후, 바다가 들썩였다. 곧이어 형태를 갖추며 솟아오른 바다는 거대한 고래의 형태를 띠었다. 고래가 우리를 태우고 빠르게 전진했다.
“승현 헌터! 기력은 괜찮으신 겁니까?!”
박주완의 물음에 승현 헌터가 답했다.
“괜찮습니다.”
아니, 안 괜찮을 터. 우리에게 능력을 걸어 주고 능력을 이용해 대신 이동까지 하는데 기력이 괜찮을 리가 없었다.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몬스터를 처리하며, 승현 헌터가 만들어 낸 고래가 저 멀리 거대하게 솟아오른 탑을 향해 전진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탑의 입구의 크기로 보아 꽤 거대한 듯했다. 나와 같은 것을 보고 있던 승현 헌터가 이윽고 가까워진 탑을 향해 멈추지 않고 전진하다.
휘익! 고래의 형태가 파도가 치듯 뒤바뀌며 우리를 탑의 입구로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