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심해로】
분명히 환하게 빛나는 입구로 들어왔는데, 어째 앞은 캄캄한 것인가. 그러나 그 의문은 금세 해결됐다.
‘이번엔 시작하자마자 물속인가.’
숨이 쉬어지지 않고, 입을 벌리려 하면 물이 흘러들어 왔다.
캄캄한 물속을 유영하던 와중, 멀지 않은 거리에서 밝은 빛이 보였다. 점점 커지는 빛에 주변이 어느 정도 인식됐다.
빛을 향해 더욱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나는 어두컴컴한 바닥으로 내려가 땅에 발을 디뎠다. 그러곤 곧바로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투확!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옆구리에 끼우고 있던 겔탄을 내려놓았다. 겔탄이 몸을 일으키자마자 동물처럼 몸을 털었다.
나 역시 축 처진 머리를 털며 주위를 살피자, 꽤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 헌터들이 단합하여 물을 가른 듯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지상까지 물을 가른 건 아니었다. 위에도 물, 옆에도 물이었다.
‘바다인가?’
물 밖에 나왔다 한들, 밝은 빛을 내뿜는 아이템이 없었더라면 어두웠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물 너머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물을 갈랐다고 해서 숨을 쉴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의아한 점도 있었지만, 아마 탑이라 우리 세상의 상식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을 찾기 위해 물 벽을 따라 걷자, 물 벽에 손을 얹고 있는 승현 헌터가 보였다. 승현 헌터 역시 나를 발견하곤 곧바로 입을 열어 물었다.
“한지언 헌터. 다른 분들은 보셨습니까?”
“아뇨. 방금 들어와서 모르겠네요. 승현 헌터도 마찬가지신가요?”
“박주완 헌터, 마허윤 헌터는 찾았습니다.”
“네? 어디에―”
보이지 않은 사람들에 의아해 물어보려던 찰나, 물 벽에 손을 얹은 승현 헌터의 손이 물러나며, 푸확! 사람 두 명이 물 벽을 빠져나왔다.
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이 철퍼덕, 바닥에 고꾸라졌다. 박주완과 마허윤이었다. 마허윤이 가슴팍을 치며 중얼거렸다.
“죽는 줄 알았네…….”
박주완도 기침을 몇 번 해 대긴 했지만 멀쩡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쩡한 두 사람을 확인한 후에, 나는 승현 헌터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못 찾으셨나요?”
“이미 나오셨거나, 멀리 떨어져 계신 듯합니다. 제가 가능한 선에선 물속을 다 살폈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 여기에 있습니다.”
불쑥, 고개를 돌리자 물에 젖은 형이 뒤에 서 있었다.
‘인기척 좀 내고 다녀라.’
승현 헌터가 형을 확인하며 말했다.
“나머지 세 분만 찾으면 되겠군요. 한지운 헌터, 이쪽으로 오면서 다른 분들은 못 보셨습니까?”
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승현 헌터가 말했다.
“물속을 다시 한번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가 물 벽에 손을 얹으려던 찰나, 내 옆, 어두운 물 안쪽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그림자에 나는 몸을 옆으로 비켰다. 그 직후.
푸화악! 윤시아가 양손에 두 사람의 뒷깃을 부여잡고 물 벽에서 튀어나왔다.
“와! 탑에 들어오자마자 익사할 뻔했네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윤시아가 동물처럼 몸을 털었다. 그러곤 환하게 웃어 보였다. 윤시아에게 깃을 잡힌 강희민이 제 심장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깜짝 놀랐어요…….”
대충 들어 보니 윤시아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강희민과 신서하를 붙잡고 빠르게 헤엄쳐 나온 듯했다.
승현 헌터의 탐색 범위는 꽤 될 텐데. 그런데도 못 찾았던 세 사람이 잠깐 탐색하지 않는 사이에 왔다는 건 그만큼 빠른 속도를 냈다는 뜻일 터. 물속에서는 제 속도를 못 내기 마련인데…….
그러한 의문도 잠시, 윤시아의 주변에 물방울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그 물방울을 잠시 보고 있자 윤시아가 시선을 눈치채고 말했다.
“여기에 물 능력 헌터들이 능력을 쏟아부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 먼 거리인데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용하면서 왔어요!”
그래서 빨리 온 거였나.
아무튼 이로써 사람들이 다 모였다. 모두가 멀쩡한지 확인한 승현 헌터가 말했다.
“우선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니, 되도록 개인행동은 자제해 주세요. 언제 물 벽이 무너질지 모르니까요. 최소한 제 시선에서 사라지지만 말아 주세요.”
몇 명을 제외한 인원이 얌전히 그 말에 대답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주위를 다시 살폈다. 이번엔 헌터가 아니라 배경을.
가라앉은 배와 뼈. 뼈와 가라앉은 배. 대부분이 그런 것들뿐이었다.
‘바다가 배경이니, 여긴 심해이려나.’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강희민이 말했다.
“뭔가 심해 탐험 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그쵸! 신나요!”
윤시아의 말에 신서하가 물었다.
“넌 그냥 어디든 신나는 거야……?”
“재밌잖아요!”
그러며 윤시아가 주변을 배회했다. 다만 승현 헌터의 말을 지키듯, 시야에서 사라지진 않았다.
우리는 갈라진 통로를 계속해서 걸었다. 정말 고요한 심해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는 것인지 사위가 무겁게 조용했다.
다른 헌터들이 설치해 둔 조명이 아니었다면 어두웠을 통로 너머, 물 쪽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들어가서 확인하기에는 위험해 섣불리 들어가진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승현 헌터의 물고기들이 물 벽 너머에서 승현 헌터를 따라 이동했다.
긴 고요함에, 마허윤이 중얼거렸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까 더 무서운데.”
마허윤과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한 강희민이 답했다.
“저도요. 진짜 심해 탐험 하러 온 것 같―”
두 사람이 작게 대화를 나누던 어느 순간, 승현 헌터가 멈춰 섰다.
퐁! 작은 소리와 함께 승현 헌터가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심해의 안쪽,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인가?’
나는 심연에서 홀로 빛나는 빛을 빤히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 역시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하다, 어느 순간 입을 닫고 빛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오소소 닭살이 돋았다.
‘…뭐지?’
나는 순간 졸음에 휩싸인 듯 아스러졌던 정신을 다잡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승현 헌터와 형, 윤시아는 위험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으로 빛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딘가 홀린 듯 보였다. 겔탄은 빛이 아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신서하가 한 걸음, 물 쪽으로 걸었다. 그 모습에 내가 곧장 신서하를 붙잡으려는 순간, 신서하에게 더 가까웠던 형과 윤시아가 신서하를 붙잡았다. 동시에 후욱, 주변이 어두워졌다. 형이 능력을 사용해서였다.
짙게 깔린 안개에 나는 닭살이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상황을 파악했다.
‘저 빛이 사람을 홀리는 건가?’
그래서 형이 시야를 막을 것일 터.
곧이어 윤시아가 외쳤다.
“다들 정신 차려요!”
“예? 뭐야? 엥? 뭐야, 앞이 안 보여!”
하나둘 정신을 차리는 듯한 모습에 다시 안개가 걷혔다. 동시에 승현 헌터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몬스터입니다.”
승현 헌터의 말을 들은 강희민이 물었다.
“몬스터라니 어디에…….”
그러며 고개를 돌린 강희민의 시선 끝에서는, 작은 빛 뒤로 거대한 물고기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심해에서는 불필요한 눈이 멀고 오롯이 먹이를 유인하기 위한 작은 불을 지닌 물고기가 입을 벌린 채 날카롭고 긴 이를 드러내며 우리를 마주했다.
거대한 물고기와 마주한 강희민이 비명을 내질렀다. 강희민의 비명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여러 헌터들이 몬스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날카로운 고드름이 물고기에게 쏘아지기도, 나무가 자라나며 몬스터를 관통하기도 했다.
헌터가 여럿 있어서였을까. 몬스터는 금방 처리됐다. 바닥으로 가라앉고, 달려 있던 빛이 옅어져 생을 다했으리라. 강희민이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며 중얼거리고, 윤시아가 옆에서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나 안심하기도 잠시. 몬스터에게 달렸던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예? 무슨―”
승현 헌터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
퍼어엉! 물 벽 너머,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헌터들의 능력이 무너져 내려 물 벽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나는 무너진 물 벽에 덮쳐졌다. 곧이어 거센 물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물살이 흐르는 길을 따라 휩쓸렸다.
어디까지 휩쓸릴까 하던 찰나. 텁. 누군가가 나를 붙잡고 물 밖으로 꺼냈다. 꺼내 봤자 어두운 심해였지만, 적어도 숨은 쉴 수 있었다.
“승현 헌터.”
“한지언 헌터, 괜찮습니까?”
나를 붙잡고 물속에서 꺼낸 건 승현 헌터였다. 승현 헌터의 손에서 마석이 작게 빛났다. 조명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한지언 헌터가 그나마 가까워 재빨리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살이 워낙 거세 다들 흩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승현 헌터의 시선이 내 옆으로 향했다.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곳엔 웃는 낯짝을 유지하고 있는 겔탄이 있었다. 나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 허리에 둘러싸인 겔탄의 꼬리가 보였다. 내 시선에 겔탄이 슬쩍 꼬리를 내렸다.
승현 헌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멀쩡한 것 같습니다.”
아마 겔탄에 대해 말하는 듯했다.
“우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조한 후에 움직일 생각인데, 괜찮으신가요.”
“네, 상관없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승현 헌터가 물 벽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겔탄에게 말했다.
“나를 붙잡을 여유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몇 명 잡아 주지 그랬냐?”
“그럴 정신이 없었는걸. 너도 그렇잖아.”
그 말에는 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사방이 물이었던지라, 차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갑작스럽기도 했고.
승현 헌터가 사람들을 건졌다. 그러나 전부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몇 번 더 사람들을 구한 승현 헌터가 이내 손을 내렸다.
“근처에 없는 듯합니다.”
“그런가요.”
아무래도 멀리 휩쓸린 듯했다. 뭐, 약한 사람들은 아니니 어련히 알아서 살지 않았을까.
“…아마 괜찮을 겁니다. 다른 팀에는 물과 관련된 헌터가 많았으니까요.”
“예? 아, 네. 그렇죠?”
물론 그중 승현 헌터처럼 남을 구해 줄 사람은 몇 없겠지만.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승현 헌터. 이동한다고 뭐가 있을까요?”
“무슨 뜻입니까?”
“아까도 헌터들은 많았는데 이 층이 뭐 하는 층인지 갈피를 잡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서요. 그 넓은 공간에서 말이죠.”
“아마 이제 막 들어온 헌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 들어왔다 해도 저희보단 일찍 들어왔을 텐데 아무것도 못 하고 계속 이동하려고만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모습에 특별한 계획이 있어 보이진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이동한다기보단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럼 한지언 헌터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어……. 이동하기보다는 주변을 탐색하는 게 어떨까요? 해골도 있고, 난파선 같은 것도 있었잖아요.그런 게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요.”
“확실히 그렇군요.”
승현 헌터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한 번 크게 휘적이자 화악! 물 벽이 뒤로 물러나며 좁았던 공간이 넓어졌다. 나는 넓어진 공간을 잠시 둘러보다 승현 헌터에게 물었다.
“기력은 괜찮으신가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공간은 넓어졌지만, 너무 어두웠다. 아무리 S급 헌터라도 눈에 야시경이 탑재된 건 아닌지라.
내가 눈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피자, 승현 헌터가 손목에서 발광하는 물체를 꺼냈다. 원래 손에 쥐고 있던 마석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뿜는 물체였다. 그것을 바닥에 떨군 승현 헌터가 말했다.
“수색하도록 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밝아진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승현 헌터는 또다시 그 물체를 꺼내 바닥에 떨궜다. 아이템이겠지?
그렇게 한참 주변을 살피던 와중, 침몰한 배에서 무언가가 작게 반짝였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