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바다의 보물】
“문이 열렸습니다.”
승현 헌터의 말에 들어왔던 문을 바라보자, 굳게 잠겼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이 열린 직후, 왕좌가 있던 공간에 계단에 생겨났다. 아마 위층으로 가는 길이 열린 거겠지.
‘그런데 문은 왜 열린 거지?’
바깥에 확인할 게 더 있었나 싶을 무렵, 처음 보는 헌터 여럿이 문 너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먼저 온 사람이 클리어하면 전부 올 수 있는 거였나.’
이런 거면 천천히 올라왔어도……. 아니, 됐다. 어차피 클리어가 목적이고, 천천히 진행해 봤자 바깥에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다음 층으로 가죠.”
사람이 몰려와 앉아서 쉴 수도 없었다. 차라리 다음 층으로 간 뒤에 쉬는 게 낫지.
내 말에 사람들이 계단으로 향했다. 하얀 계단은 천장을 뚫고 위로 뻗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려 하는 순간, 신서하가 자리에 멈춰 서며 말했다.
“바다가 깊은데, 계단으로 오르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 말을 듣고 나서인지는 몰라도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아 벌써부터 지친 기분이 드는 듯했다.
“문이 열린 게 조금 의아해서요. 다음 층으로 보내는 방법은 다양할 텐데 굳이 계단으로 한 것도 그렇고.”
“신서하 헌터의 말씀은, 바깥에 또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에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첫 번째 탑에서 계단을 이용하긴 했지만, 그건 탑을 충분히 클리어하여 탑주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인데. 이곳은 아직 공략이 한참 남아보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왕좌를 치우고 계단? 그냥 보면 평범했지만 신서하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다른 헌터들과 다시 같은 시작 선에 서게 됐으니 다른 곳을 수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계단으로 층을 오르고 싶으신 분은 오르셔도 됩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신서하의 말이 일리가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까마득한 계단을 오르기 싫다는 이유가 크겠지.
“그럼 다른 곳을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승현 헌터의 주위로 물고기들이 생겨나 주위를 배회했다. 입구 밖으로 나가자 그 범위는 더 넓어졌다. 그러다 이윽고 물고기들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는데,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왕이 있던 곳의 정반대 편이었다.
물고기들이 텅 빈 벽 한 곳에 몰려들어 있었다. 승현 헌터가 그 부분을 누르자, 벽이 버튼처럼 들어가며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이후, 벽이 갈라지며 새로운 입구를 드러냈다.
“이건…….”
열리는 모습부터, 열린 후 모양새까지. 지나치게 익숙했다.
“오! 엘리베이터지, 이거!”
“진짜 안 어울리네.”
“그러게요.”
“내부에 함정이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엘리베이터의 모습인 걸로 보아 이걸로 위층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궁전에 이런 신식 시설이 있는 걸까요.”
어울리지 않는 엘리베이터에 모두 탑승해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히고 위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컴컴했던 주변이 환해지며, 벽이 통유리였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어이없어하던 사람들이 통유리 너머의 광경을 보고 눈을 빛냈다. 거대한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윤시아가 대뜸 주변의 찬 바닷물을 휘젓고는 말했다.
“좀 따듯해진 거 같은데요?”
“아마 수온 약층에 다다라서 그런 걸 거예요. 수심에 따라 수온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부분인데… 어쨌든 심해층은 빠져나왔다는 뜻일 거예요.”
“진짜요? 그럼 곧 지상으로 나갈 수 있겠네요!”
나는 신서하의 설명보다 신서하가 설명을 끊은 것에 더 놀랐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텅.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는 여전히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차 있었던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이곳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바닷물이 없는 공간에 들어섰다.
‘주변에 다른 입구는 없는 걸 보니… 이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올 수 있나 보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잠시 걷자 식물이 가득한 곳이 나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기가 깔끔했다. 도시에선 맡을 수 없는 시원한 공기였다. 그 공기를 맡은 겔탄의 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릎보다 키가 작은 식물들 사이, 평범한 나무 의자 하나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앉아 있는 건… 새하얀 남성이었다.
무언가를 쓰다듬고 있는 새하얀 남성은 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유리창에 비친 우리를 발견하곤 뒤로 돌았다.
새하얀 머리와 피부, 그리고 옷. 그러나 눈은 푸르른 색이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서 그가 쓰다듬고 있던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빛나는 해파리였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생명을 보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바닷속 깊이, 유리로 된 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었으니까. 돌아오는 답이 없어 머쓱했는지 남성이 겸연쩍어하며 말을 이었다.
“음……. 너무 경계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요. 저는 육지에 있는 제국의 황자예요.”
“그런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요? 여긴 바단데?”
윤시아의 물음에 남성이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사실, 더 이상 황자가 아니에요. 제국은 멸했거든요. 아. 제 이름은 이아예요.”
“근데 왜 여기에 있어요?”
“…현 바다의 군주가 자신이 홀로 바다와 같아야 한다며 몸에 조금이라도 푸른색이 있는 생명은 전부 죽여 버렸거든요. 전 그나마 높은 직에 있던 사람이라 바다로 추방되어 살아 있죠.”
말의 순서가 무언가 이상해 물었다.
“제국이 멸해 이미 황자가 아닌 사람을 높은 직으로 쳐주고 바다로 추방하였다는 건가요?”
“아, 그렇게 들리셨을 수도 있겠네요. 죄송해요. 말할 수 있는 대상과 대화를 하는 건 오래간만이어서……. 정확히는 현 바다의 군주가 제국을 무너뜨렸죠.”
다시 말해, 바다가 육지를 침략하고 푸른 육지 생물을 전부 죽이거나 추방했다는 건가.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몇 년을 홀로 지냈네요.”
바다가 육지를 침략한 거라면, 육지도 안전하다곤 볼 수 없으려나?
형이 물었다.
“바다의 군주가 육지를 침략한 이유는?”
침략한 이유를 왜 묻는 거지 싶었지만, 첫 번째 탑이나 두 번째 탑이나 이야기가 존재해서 그런 듯했다. 하물며 첫 번째 탑에선 이야기가 힌트로 이어졌으니까.
“침략한 이유……. 글쎄요. 저도 잘 몰라요. 원래 바다와 육지는 서로 화합하는 관계였거든요. 각자 먹을 것이 다르고, 생활 양식이 다르고, 자원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니 완벽한 화합을 할 수 있었어요.”
“갑자기 일방적으로 그랬다?”
“갑자기……. 네. 갑자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잔잔한 물결 같던 바다의 군주가 갑자기 욕심이 과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욕심이 끝없이 깊어져, 결국 제 바다에 분노와 절망이 차오르게 하고 육지와의 화합을 무너뜨렸죠.”
이아는 제 땅이 멸했다는 말을 하고 있음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마치 모든 걸 받아들인 듯한 모습이었다.
“…부탁이 있어요. 이 바다를, 화가 가득 찬 이 바다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실 수 있나요?”
이아가 우리에게 부탁했다. 육지 생물이 왜 바다의 평화를 기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육지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주세요, 라면 모를까, 왜 바다를? 지내는 동안 정이라도 들었나?
“되돌리는 방법은? 알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네. 바다의 보석을 찾아 평화를 염원하며 소원을 빌면 돼요.”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인가 보지.”
“네. 단, 바다와 관련된 소원만 들어주죠.”
그래서 바다라도 얌전해지길 비는 건가.
“강요하는 건 아녜요. 어쩌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아의 말은 그랬지만, 우리에겐 강요였다. 엘리베이터로 올라온 순간 길은 이곳 하나이며, 다른 입구는 없었으니. 아마 이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이번 층의 목표겠지.
“위치는?”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건가요?”
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친구들이 길을 안내해 줄 거예요!”
“그 해파리를 말하는 건가?”
“이 아이도 그렇고…….”
이아의 뒤로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려 유리 벽 너머를 보자, 종류를 알 수 없는 고래 한 마리와 범고래 여럿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안내해 줄 거예요.”
이아가 유리벽에 다가가더니 제 품에 있던 해파리를 벽에 가까이 댔다. 그러자 해파리를 들고 있는 이아의 양손이 유리벽을 통과했다. 빛나는 해파리가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해 줄 거예요.”
이아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가는 길이 답이길 빌어요.”
분명 우릴 향하고 있는 웃음임에도, 그렇지 않은 기분이 들어 꺼림칙했다.
형이 해파리가 나간 유리벽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형의 손이 벽을 통과했고, 이윽고 몸까지 바깥으로 나갔다. 형을 따라 바닷물이 있는 곳으로 나오자 고래가 제 등에 타라는 듯 밑으로 조금 가라앉았다.
모두가 고래에 탄 걸 확인한 나는 유리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아가 손을 흔들었다. 해파리가 맨 앞으로 나아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직후 고래가 움직이며 범고래가 그 주변을 헤엄쳤다.
강희민이 고래의 등을 매만지며 말했다.
“고래도 의외로 빠르네요. 바다 위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는 건 되게 느려 보였는데.”
“주변이 똑같은 풍경이여서 그런 걸 거에요. 시속 50km로 헤엄치기도 해요.”
“신서하 헌터는 진짜 모든 걸 다 알고 있네요!”
“정보라고 인식하는 건 다 기억하는 능력이다 보니…….”
신서하의 말에 강희민이 물었다.
“그럼 사전을 다 읽어 보신 거예요?”
“여러 분야의 백과사전을 읽었어요. 언제 어디서 무슨 정보가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강희민이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란 상태로 재차 물었다.
“그 두꺼운 걸 다 읽어요……?”
“강희민 헌터! 책 읽는 건 중요해요.”
윤시아의 말에 강희민이 살짝 놀랐다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전 책은 질색이어서요……. 윤시아 씨는 책 읽는 거 좋아하세요?”
“네! 다양한 지식이 들어가 있잖아요. 지식은 중요해요. 책 자주 읽어요, 저.”
“그럼 휴일에도 책을 읽거나 하시나요?”
“그런 편이에요! 책을 읽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고요. 강희민 헌터는 휴일에 뭐 해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사실 게임을 조금 했었는데 헌터가 된 이후로는 그다지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림! 전공이 그림이었죠! 나중에 보여 줘요.”
“네? 그… 그럼요!”
뒤의 대화에 끼지 못하는 마허윤이 시야에 들어왔다. 휴일에 게임만 하는 인간이라 대화에 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승현 헌터나 형은… 애초에 사적인 대화는 안 나눴고.
“그러면―”
콰드득! 갑작스레 칼 한 자루가 날아와 형이 재빠르게 검을 들고 부서뜨렸다.
‘습격인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게 몬스터 때문이었나.
날아온 공격에 일제히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이번엔 무슨 해양 생물의 모습을 하고 달려들까. 검을 던진 걸로 보아 또 어인인가.
그러나 그 어느 해양 생물도 아니었다. 어인도 아니었다. 우리를 공격한 건 같은 모습의, 같은 이유로 탑에 들어온 헌터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