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무슨― 윽.”
한 명이 아니었다. 다수의 헌터들이 몰려와 대뜸 우리를 공격해 왔다. 뒤에서 말리는 헌터도 있는 듯했으나 소용없었다.
범고래들이 방향을 틀어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헤엄쳤다. 윤시아가 곧장 막으려 했으나 재빠른 범고래의 속도에 평범한 범고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곤 바로 멈췄다.
“미친. 뭐야, 이건!”
우리에게 다가오려던 헌터가 범고래에게 덥석 물려 어디론가 끌려갔다. 우리를 공격하려던 대다수의 헌터가 범고래에게 붙잡혔으나, 대부분 범고래에게 공격을 가하며 금세 풀려났다. 속도만 좀 빠를 뿐, 다른 건 보통 범고래와 같은 듯보였다.
“저 잔인한 인간들!”
윤시아가 화를 내며 사방에 쏘아지는 능력의 궤적을 바꾸어 돌려보냈다. 그러나 온 공격들의 대부분이 S급의 공격이었기에 완벽히 반사하진 못했다.
‘뭔가 이상한데.’
헌터들은 우리만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같이 왔다고 생각했던 헌터들이 서로 싸우기도 했다.
물로 된 뱀이 헌터들을 공격하고, 승현 헌터가 공격이 오는 방향의 수압을 변환시켜 막아 냈다. 공격을 막아 내던 승현 헌터가 말했다.
“왜 공격하는지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묻는다고 말해 줄까요?”
“말하게 하면 되겠지.”
형이 대답함과 동시에 사방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며 헌터들을 가렸다. 그사이, 어떤 헌터가 안개에 삼켜져 끌려왔다.
“끄아악! 뭐야!”
“10초 준다. 우리를 공격하는 이유를 말해. 10―”
“니들이야말로 독점하지 말라고!”
“독점?”
“뻔뻔하긴! 길을 안내하는 해파리를 따라가고 있었잖아!”
“그게 뭐가 문제지? 같이 따라가면 되잖아.”
“다음 층으로 가는 걸 막는 보석을 부수면 부순 사람에 한해서 아이템이 나오잖아! 그걸 얻으려고 다들 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다음 층으로 가는 걸 막는 보석?”
“그래! 그거! 저거가 그게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는 거잖아!”
그러며 그는 앞쪽으로 나선 해파리를 가리켰다.
“저, 저! 빛나는 거! 저게 안내해 주니까! 탑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귀하다고!”
“결론은, 우리를 처리하고 아이템을 독점하겠다는 건가?”
“그……! 좀 나눠 먹자 이거지!”
“방금 네 입으로 부순 사람에 한해서 아이템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더 들을 필요는 없겠네.”
후웅! 형이 붙잡은 헌터를 밑바닥으로 내던졌다.
“저희가 들은 거랑 다른 것 같습니다.”
승현 헌터의 말에 나는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우리는 바다의 보석에 소원을 빌어 달라 부탁을 받았는데, 저쪽은 부수어야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파리의 안내를 받는 것이라면… 높은 확률로 그 보석이 같은 것일 터.
“어느 쪽이 진짜일까요?”
“글쎄요. 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만약에 소원을 빌었다가 다음 층으로 가는 문이 영영 막히면요? 소원을 빌지 않고 부숴야지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으면 어떡하죠?”
“…….”
그 밖에도 가정은 많았다. 문제는 무엇이 진실이냐지.
내가 어느 쪽이 맞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윤시아가 말했다.
“단순히 바다가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오길 원하는 것뿐인 게 잘못될 리 없어요!”
“하지만 윤시아 헌터, 지금 상태의 바다여야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오히려 본래 상태로 돌아가면 영영 이곳을 못 빠져나가는 걸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아까 이아라는 사람이 했던 말을 생각하면, 제 생각엔 이 길이 좀 더 맞는 거 같아요.”
“무슨 말이요?”
“현재 바다의 군주는 욕심이 많아져 바다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아마 그 군주가 저희가 최종적으로 죽여야 하는 적일 테고……. 적과 정반대의 것을 바라는 이아의 말이 더 믿을 만하지 않아요?”
“글쎄요. 전부 탑 안에 있으니, 누가 누구 편인지는 확실하지 않죠. 오히려 저희를 혼란에 빠뜨리려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윤시아와의 대화 때문인지 사람들이 더 고민하는 듯싶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공격이 쏟아지니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둘 다 힘들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 돌인지 보석인지 하는 건 어디까지 가야 나오는 거야?’
우리를 공격하던 헌터들 중 몇몇은 곧 그것이 무의미한 짓이라는 걸 깨닫고 조용히 우리를 따라왔다. 그러나 보석을 부수는 게 목적인 사람들이었기에 떨어뜨리는 데 애를 먹었다.
어찌 됐건 우리의 목표는 보석에 소원을 비는 것. 아직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로서는 들은 것이 그것뿐이고, 아직 특별한 의견은 없었으니까.
“저거!”
신서하가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물결이 그려진 하늘색 돌이었다. 바다를 담은 듯한 돌의 모습에 분명 저것이 바다의 보석이겠거니 싶었다.
“라리마예요!”
“라리마요?”
“네! 보석의 한 종류예요. 그런데… 라리마의 겉은 평범한 돌일 텐데? 다듬어야 저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그럼 저것이 바다의 보석일 확률이 높겠습니다.”
승현 헌터가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려 몸을 일으켰다. 예상대로 저 라리마라는 보석이 바다의 보석이 맞았는지, 해파리가 아래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장 뛰어내린 찰나, 다른 헌터들이 눈치채고 따라붙었다. 승현 헌터가 능력을 사용해 속도를 높였다.
“던져요!”
“예?”
윤시아의 말에 강희민이 곧장 지팡이를 아래로 내렸다. 윤시아가 강희민의 지팡이에 발을 올리자, 강희민이 지팡이를 힘껏 휘둘렀다. 윤시아가 보석을 향해 날아가듯 쏘아졌다.
“소원은 윤시아 헌터에게 맡기고, 저희는 다른 헌터들을 막는 쪽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승현 헌터가 몸을 돌려 달려드는 헌터들을 향해 비눗방울을 불듯 공기 방울을 만들어 냈다. 공기 방울이 어느 지점에서 폭, 터져 나간 순간, 거센 회오리가 일어났다.
헌터들이 회오리에 휩쓸렸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찰나, 윤시아가 보석에 다다랐다. 보석에 손을 댄 윤시아가 눈을 꼭 감고 무언가를 간절히 빌었다. 그렇게 1분, 2분. 그리고 5분을 버텨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시아 헌터!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요?!”
“아니, 전 바다를 위해 온갖 말을 하며 소원을 빌었는데 아무런 일도― 우악!”
퍼버벙! 검은색 능력이 윤시아에게 쏘아졌다. 제 몸을 방패로 보석을 지켜 낸 윤시아의 앞으로, 또다시 능력이 퍼부어졌다. 그러나 그건, 속임수였다.
“윤시아 헌터! 뒤!”
윤시아의 뒤로 또 다른 능력이 쏘아졌다. 그걸 보자마자 별을 쏘아 막으려 했으나.
콰과광!
보석이 무너져 내렸다.
“하하! 아이템은 내 거야!”
“아…….”
“망할, 겨우 쫓아왔는데!”
주변 헌터들이 욕을 내뱉으며 공격을 거두었다.
“저희가 패했네요…….”
강희민이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에서 승현 헌터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으려던 찰나, 승현 헌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네?”
“무언가 바뀐 기색이 없어요.”
승현 헌터의 말을 뒷받침하는 듯, 저 멀리 보석이 부서진 곳에서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템! 내 아이템! 뭐야! 왜 안 주는데!”
뒤이어 승현 헌터가 뽈뽈뽈 우리 쪽으로 올라오는 윤시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났습니까?”
“저도 잘 몰라요. 대충 들어 보니까 보석을 부수면 주는 아이템이 안 나왔나 봐요.”
…아이템이 안 나왔다는 건, 적어도 우리 쪽이 맞았다는 건데. 그랬다기에는 우리 쪽의 소원도 안 이루어졌다. 바뀐 것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뿌우우―
고래가 힘차게 헤엄쳐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가 있었다. 얼마나 멀리 갔는지, 그 큰 고래가 작은 점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외쳤다.
“따라가야 해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래요.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저기까지 갔어요. 그리고 아마… 이아에게 돌아가는 거겠죠. 지금 아무런 결과도 나지 않은 상황을 해결할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건 이아뿐이잖아요.”
“…알겠습니다. 여러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승현 헌터의 손짓에 무언가가 몸을 붙잡은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곧이어 몸이 무언가에 이끌리며, 고래를 향해 재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이윽고 고래의 위에 안착하자 고래의 속도가 아까와 달리 훨씬 빠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간은 절약되겠네.’
승현 헌터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소원은 확실하게 비셨습니까?”
“당연하죠! 무슨 소원 빌었는지 다 읊어 드릴 수도 있어요!”
“괜찮습니다.”
“그래서, 뭐가 맞는 걸까요? 둘 다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났는데.”
그 말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나 역시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당사자가 잘 알고 있겠죠.”
“그렇겠죠? 하지만 전 역시 좋은 게 좋을 거로 생각해요!”
…글쎄다. 과연 이쪽의 가치관이 우리와 같을까.
고래의 빠른 속도에 덕에 이아가 있는 곳에 금세 도착했다. 나갔던 대로 창을 통과해 다시 안으로 들어서니, 이아가 아까처럼 앉아 있었다. 이번엔 앉아 있는 채로 바로 얼굴이 보였다. 제 역할을 끝낸 해파리가 다시 이아의 다리 위에 앉았다.
“어서 와요.”
“…….”
막상 도착하니 나는 무어라 운을 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정확히는 다 알고 있는 듯한 이아의 행동에, 그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별이 안 되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형은 아니었나 보다.
“왜 아무런 효과도 없지? 네 말대로 소원을 빌었는데 말이지.”
“아니, 효과는 있었어요.”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효과가 있었다?”
“네, 맞아요. 작은 조각에 빌었으니 효과가 미미했을 뿐이죠.”
“그게 무슨―”
파아앗.
식물들 사이에서 무언가 빛나는 듯싶더니, 이윽고 그것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빛나는 해파리. 보석을 부숴야 했던 헌터의 말로는, 저것이 사람들을 보석으로 인도해 주는 길잡이 역할이었다.
‘저게… 여기에 몰려 있다는 건…….’
첨벙!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던 공간에 갑작스레 바닷물이 차올랐다. 곧이어, 의자에 앉아 있던 이아가 일어섰다.
“바다의 보석은, 저예요.”
그러며 이아가 한쪽 손을 뻗었다. 새하얗던 손의 색이 흩어지듯 뜯어지며 그 아래로 푸르른 색을 보였다.
“애초에 바다에 살지 않았던 생명이, 바다에서 몇 년 동안이나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며 이아는 옅게 웃었다. 형이 물었다.
“…그럼 굳이 우리를 그 조각까지 보냈던 건 뭐였지?”
“그것도 결국 제 일부니까요. 제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흡수?”
“…아까 말했던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에요. 다만, 바다로 추방된 전 서서히 죽어 갔죠. 이아라는 제국의 황태자였던 존재가 몇 년을 홀로 지냈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1년도 못 채우고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으니까요.”
빛나는 해파리들이 이아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 죽어 가던 저를, 이 아이들이 바다의 보석으로 인도해 줬어요.”
이아는 두 팔을 펼치며 고래를, 해파리를, 범고래를, 물고기를 가리켰다.
“그래서… 바다의 보석에게 빌었어요.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지내던 내가, 이런 차가운 바닷속에서 잠들고 싶진 않다고. 그랬더니 바다의 보석이 제 소원을 들어주었어요. 다만 소원의 형태가 다르게 받아들여졌는지, 보석이 그대로 제게 흡수됐죠. 여러분이 다녀온 곳에 있었던 조각만 빼고요. 그렇게 저는 살아있는 바다의 보석이 되어 몇년을 이곳에서 살았죠. 어쩌면 보석은… 이날을 예상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이아의 말에 의아함이 들어 물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바다의 평화를 소원하면 되는 거 아녜요?”
“…이미 해 봤죠. 수억 번은 한 것 같네요. 바다를 평화롭게 해 달라.”
그러며 이아는 슬픈 감정이 깃든 웃음을 지었다. 아마 보석 본인은 소원을 못 비는 듯했다.
“그리고 사실, 자살 기도도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지내는 것에 지쳐서요.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죠. 그렇게 수년을 살았어요. 다행인 점은 이제 이곳에 익숙해졌고, 이곳에서 살면서 이곳에 정이 많이 들었다는 거예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를 연민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저를 위해. 바다의 안위를 위해.”
“결국, 저희를 이용했다는 거네요.”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해요. 제가 보석과 하나가 된 이후로 이곳을 못 벗어나게 됐거든요.”
“어쨌건 당신에게 소원을 빌면 다음 층이 열린다는 겁니까?”
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까 소원을 빌었던 제가 이어서 빌면 되겠네요!”
윤시아가 이아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할게요?”
내 쪽에서는 윤시아의 뒤통수만 보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아의 발부터 다리, 그리고 상체가 푸르르게 변하며 사라져 갔다. 가루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윤시아가 손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손을 얹을 곳이 없었으니.
이윽고 이아의 목이 사라지고, 얼굴이 사라져 갔다. 사라지는 사이, 이아의 표정에는 옅은 웃음이 남아 있었다.
이윽고 이아가 완전히 사라지자, 피부에 닿는 바다가 가벼워졌다. 묘하게 짓누르던 감각이, 완벽하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