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쓰레기장】
스스슥. 몸을 붙잡았던 하얀 손이 사방에 쌓인 더미 속으로 파고들어 가 사라졌다.
나는 놓인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별것이 없었다. 어떤 동굴인 듯 거대했으나, 그 안에 있는 것은 색이 없는 몬스터의 더미들뿐이었다. 더미의 형태는 다양했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것도 있고, 길쭉한 것도 있었다.
‘언젠가 흩어질 거라곤 생각했다만.’
나를 붙잡고 이럴 줄은 몰랐는데.
탑에선 매번 사람들과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했다. 그러니 흩어지는 것 정도는 예상하긴 했다만… 왜 형 앞에서. 일부런가?
다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아으…….”
체육복 차림의 유주한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일어났다. 이곳에 나 혼자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위험하게 왜 붙잡았어.”
“가까이 붙어 있었으니까,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끌려가면 반사적으로 붙잡죠.”
하얀 손에 붙잡혀 이곳에 오기 직전, 유주한이 내 발을 붙잡아 같이 끌려들어 왔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별수 없지.
“나갈 방법을 찾자.”
“네! 근데… 엄청 넓은 거 같은데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수색은 해 봐야지.”
움직이려던 찰나. 우우웅. 공간이 울리는 듯한 소리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유주한이 손을 들어 머리 위에 달린 늑대 귀를 반으로 접었다. 그러다 코를 씰룩거리더니 이내 손을 코로 옮겼다. 얼굴이 잔뜩 구겨진 유주한이 물었다.
“뭐 이상한 냄새 안 나요?”
“냄새? 나긴 하는데, 버틸 만해.”
“이게요?!”
“넌 후각이 뛰어나니까 다르게 느껴지는 거겠지.”
“…고통스러워요.”
“그럼 빨리 수색하자.”
“예에…….”
속도를 내어 주변을 수색하긴 어려웠다. 더미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막무가내로 다니다간 갑자기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천천히 걸은 건 아니었다. 적절한 속도로 한참을 돌아다니던 와중, 유주한이 물었다.
“형, 그래서 윤시아 헌터는 어떻게 된 거예요?”
“아. 말하자면 좀 긴데… 윤시아 헌터의 본래 정체는 탑의 주인이었어.”
“그럼 윤시아 헌터가 저희를 속이고―”
“아니, 그건 아니고. 정확히는 전 탑주.”
“전이요?”
“응. 배신당해서 힘을 뺏겼다던가. 지금은 힘을 어느 정도 되찾은 상태야.”
“좀… 뭐랄까. 놀랍네요…….”
“그럴 수밖에 없지.”
“그래도 윤시아 헌터는 여전히 저희 편인 거죠?”
“그래.”
“그럴 거 같았어요.”
유주한이 작게 웃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윤시아는 팀원들의 믿음을 얻어 냈다. 그러니 탑에서 팀원들이 윤시아를 적극적으로 따른 거였겠지.
윤시아의 대한 얘기가 끝나고, 잠깐 조용했던 유주한이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형.”
“어?”
“이번 탑을 클리어하면, 몬스터가 없어질까요?”
“…글쎄. 그러지 않을까.”
“그럼 문양도 전부 없어질까요?”
“그거까진 생각 안 해 봤네. 문양은 우리의 몸에 나타난 거니까.”
“안 없어지겠죠?”
“왜?”
“…사실, 헌터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무슨 생각?”
“그… 진로요.”
진로라. 한창 생각할 나이긴 했다. 그러던 와중에 헌터가 됐으니, 고민이 될 만도 했고.
유주한이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그냥… 공공 기관이나 공무원 쪽으로 가려 했었어요. 성적만 좋지 딱히 특출난 건 없었으니까요.”
“근데?”
“…헌터가 된 이후에,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어떻게 바뀌었는데?”
“…사람을 구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쪽으로요.”
유주한이 쭈뼛거리며 부끄러운 듯 목깃을 매만졌다. 나는 그 말에 답했다.
“멋지네.”
“진짜요?”
“응.”
“그래서, 만약 이 탑이 클리어되고 던전이, 몬스터가 사라지면…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
“소방관?”
그 말에 나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헌터는, 소방관이 될 수 없었다. 그 밖에도 경찰관 등 일반인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각 영역에서 헌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 때문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헌터라는 효율적인 인력을 낭비할 수는 없으니 길드와 협력하여 일을 했다.
내 침묵에 내 생각을 눈치챈 듯 말했다.
“헌터는 소방관 못 한다는 건 알아요.”
“…그렇구나.”
“그래서, 소방서랑 협력하는 길드에 들어가거나… 설립하고 싶어요.”
“그거 멋지네.”
“…고마워요.”
유주한이 작게 웃었다. 나 역시 따라 웃어 주려던 찰나, 유주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에 유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옮기니, 몬스터가 있었다.
하얀색으로 대충 선을 그어 그린 듯한 몸에, 둥그런 머리.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유주한을 팔로 밀어 뒤로 물렸다. 유주한이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처리해야 하는 거 아녜요?”
“일단 무슨 몬스터인지부터 확인해야 해.”
이런 곳에 몬스터가 딱 한 마리밖에 없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유주한은 더미에 몸을 숨겨 몬스터를 관찰했다. 몬스터는 느린 몸을 이끌고 걸어가다 어느 더미 앞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하얀 머리가 여섯 갈래로 나뉘며, 그 안에서 새하얀 촉수 하나가 나와 그대로 더미를 집어삼켰다.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동에, 어항 속 청소 물고기가 떠올랐다.
‘딱히 위협적이진 않은 거 같은데.’
생김새만 조금 더럽지, 그다지 강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처리하자.”
“네!”
판단 끝에 몬스터에게 다가가던 순간, 몬스터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봤다.
“형! 눈치챘나 봐요! 어서― 형!”
다다닥. 나를 이곳에 끌고 왔던 하얀 손이 더미 밖으로 나와 나를 붙잡았다. 팔이면 팔, 다리면 다리. 어찌나 다다닥 붙었는지, 힘은 왜 이리 강한지,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팔이 높이 솟아올라 공중에 몸이 띄워졌다.
이어 더미를 먹어 치우던 몬스터가 다가오더니, 주변에 다른 몬스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크기는 작았지만 생김새는 똑같았다.
몬스터들이 둥글게 진을 치며 작게 중얼거렸다.
―놀이……. 놀이…….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머리를 가르며 촉수로 내 몸을 공격했다. 가시 같은 형태의 촉수에 공격당한 곳이 쉽게 꿰뚫렸다.
“형을 놔!”
맨 처음 나타난 가장 큰 것을 본체라고 생각했는지 유주한이 공격을 가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주한이 주먹을 휘두르니 주먹에 닿았던 부분이 실로 이어진 듯 쉽게 갈라졌다 금세 수복됐다. 불은 통하지도 않았다.
“놓으라고!”
유주한이 몬스터들을 불로 집어삼켰다. 그 역시 소용없었다. 완전히 개방해 늑대의 모습으로 짓눌러 보기도 했으나 유주한의 몸에 상처만 났다.
“…….”
유주한이 벙찐 표정으로 완전 개방을 풀었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한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피범벅인데! 죽으면 어쩌려고요!”
“별수 없지, 뭐.”
“별수 없다뇨. …헌터가 죽음에 가까운 직업이긴 해도, 그렇다고 그 죽음이 가벼운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텅! 텅! 불기둥이 몬스터 바로 아래에서 솟아올랐으나, 불은 금세 꺼지고 몬스터는 멀쩡했다.
“왜 내 공격은 안 통하는데!”
유주한은 분노에 찬 것 같기도,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유주한은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러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유주한의 몸에만 상처가 늘어날 뿐이었다.
“…왜…….”
유주한의 감정이 뚜렷이 보였다. 저건 명백한 겁이었다.
유주한이 잠깐 벙찐 표정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든지 말든지 몬스터들은 내 몸에 상처를 만들어 냈다.
‘왜 묶어 놓고 난리야.’
나는 손가락을 겨우 움직였다. 그리고 몬스터를 향해 능력을 쏘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내 공격 역시 무용지물인 듯했다.
‘…방법이, 있긴 한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겁에 질린 유주한 앞에서 계속 공격을 받는 건 좋지 않았다.
유주한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팟! 유주한이 몬스터들의 앞에 나서서 양팔을 활짝 벌리고 소리쳤다.
“차라리 나를 공격해! 형은 그만 공격하라고!”
“유주한!”
퍼벙! 나는 유주한의 발아래로 능력을 사용해 유주한을 몬스터들의 시야 밖으로 내보냈다. 폭발만 크지 미약한 공격이니 상처는 없을 터였다.
“형! 계속 그렇게 공격받을 순 없잖아요! 차라리 나눠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어떡해요! 내 공격은 안 통하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게 더 문제잖아요!”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 유주한의 상태를 봐서는 뭐라도 해서 상황을 호전시켜야 했다.
“방법이 뭔데요……?”
“다 불태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보셨잖아요! 제 능력은 안 통하는 거!”
“그건 몬스터한테고.”
“예?”
“주위를 봐. 몬스터 말고, 사방에 깔린 더미를.”
“…더미를 태우라고요?”
“그래.”
“이 공격도 안 하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걸요?”
“어.”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아니. 그건 모르는 거였다. 분명 몬스터는 더미를 먹었다. 그렇다는 건 더미가 몬스터의 먹이란 것일 터.
그리고 유주한은 눈치 못 챈 듯하나, 가장 처음 나타났던 몬스터는 나를 공격하지 않고 계속 더미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더미를 먹을수록 몸집이 커졌고. 아니, 작아져서 더미를 먹어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걸 수도 있다. 그러니 더미가, 먹을 게 없다면, 잠깐이라도 더미를 안 먹으면 약해질 가능성이 컸다.
“주한아.”
“왜요!”
“나 지금 아프다.”
“…….”
“그러니까 한 번만 믿어 줘.”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이 역한 상황을 끝내야 했다.
탁. 타닥. 불씨가 더미에 붙으며, 점차 그 크기를 키워 냈다. 곧 거센 불길이 천장까지 닿았다. 불길이 어찌나 컸는지, 나한테까지 닿아 화상을 입혔다. 사라지는 먹이에 몬스터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킥? 키기긱! 킥!
그러며 마구잡이로 불타는 먹이를 집어삼키다.
―키이이익!
고통스럽다는 듯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면서도 몬스터는 불타는 더미를 집어삼켰다.
―킥, 키이익! 키이익!
작은 몬스터들의 형태가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붙잡혔던 몸이 서서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몬스터는 한참을, 불타는 더미를 집어삼켰다. 비명을 내지르는 걸 보면 고통이 느껴지는 듯 보였으나, 숨 쉴 틈도 없이 더미를 먹어 치웠다. 그러다.
―킥! 킥! 키이이이이이이!
툭. 몬스터가 불타는 더미 가운데에 쓰러졌다. 이윽고 주변을 태우는 불에 휩쓸려, 하얗던 몸이 검은 재로 변했다. 내 몸이 완전히 풀리고 작은 몬스터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유주한의 손짓에 불이 사그라졌다.